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책은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정치, 경제, 교육, 각종 사회문제의 대부분에 도덕의 자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 예들을 통해 보여준다. 2부는 본격적으로 정치철학을 다루는 부분으로, 특별히 미국 정치의 역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고수해 온 정치철학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와 함께 설명한다. 3부는 이 책의 주장이 담겨 있는 부분으로, 공공의 영역에 공동체의 덕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도덕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제안이 담겨 있다.

 

 

2. 감상평 。。。。。。。

     한때 도덕이 철저하게 사회적 산물 정도로만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계몽주의의 오래된 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여전히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도덕조차도 단지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히(진화는 철저히 우연적이다) 발생한 것으로, 따라서 임의적이고 잠재적인 무엇으로 여기는 것이 고상한 견해인 양 세뇌시키려 애를 썼다.

     이 책의 저자인 샌델은 이런 태도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립성에 대한 신화적 사고에 기인한 그런 태도는, 보수와 진보 양편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공동체의 해체, 심각한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조정할 수 있는 논리 자체가 없으니까) 공적 권력들, 그리고 무엇보다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틈을 타 세력을 넓힌 무제한적 경제 권력들이라는 것.(개인적으론 도덕의 상실과 경제적 힘의 부상을 연결 짓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샌델만큼 과감하게 도덕과 종교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는 학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가 말하는 도덕의 가치가 그 자체의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위한 방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의 실제적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가지는 중요성을 제시하는 방식은 꽤나 설득력 있다. 게다가 옳음좋음에 관한 저자의 판단(좋음이 옳음에 우선한다)을 통해 유추해 보면, 샌델 역시 도덕이 가지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권위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치에 있어서, 그리고 공동체에 있어서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센댈의 입장은, 인의도, 신의도, 최소한의 정직에 대한 의지조차 없는 최고통수권자와 그 패거리들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시의적절한 메시지다. 도덕이 무시되고 밀려난 자리에는 철저하게 돈의 논리만 들어와 있음은, 최근의 홍만표 사건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적어도 우리네의 현실은 좀 더 암담한 것 같다. 어디를 둘러봐도 도덕이나 윤리가 가진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잔혹한 현실에 당황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상황 자체를 해결할 근본적인 노력에는 쉽게 뛰어들지 않는다. 자신이 현실로부터 탈락할까 두려운 탓이다. 그러는 새 서서히 공동체는 와해되고 있고,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세대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고 찢어진다.

     해법은 쉽지 않다. 사실 센댈 자신도 도덕의 유용성, 나아가 도덕의 가치를 주장할 뿐 어떻게 그것을 활성화시키고 강화할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으니까. 다만 커다란 눈덩이도 시작은 조막만한 덩어리에서 시작하는 법이니, 우선은 분명한 도덕적 가치를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이것이 단순히 또 다른 파벌이 되지 않도록 지향을 분명히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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