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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돌아다닐까.’
제목만 봤을 땐 동화책 속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유의 책은 여러 번 봤기에 그다지 특별할 게 없지 않을까 싶었다.
내 착각이었다.
이 책은 동화책의 진실이 아닌,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말해줌으로써
세계의 역사를 가르쳐줬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세계사에 굉장히 취약하다.
오스만 터키가 어떤 제국이었는지, 십자군 전쟁은 왜 일어났는지 등등
굵직한 사건을 알지 못하며,
블러드 메리와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떤 관계인지,
루터와 칼뱅의 차이점은 도대체 무엇인지 등등의 소소한 이야기는 더 알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내 무지를 알면서도 배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인데,
무지의 심연이 너무 깊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화책과 함께 알아보는 역사 이야기인 이 책 덕분에
난 전 세계, 특히 유럽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이제 난 <왕자와 거지>가 어떤 의미인지, <삼총사>가 왜 셋이 아니라 넷인지,
로미오네 가문과 줄리엣 가문이 왜 그리 싸웠는지 안다.
이 책에서 가장 고마웠던 것은 제목에 나온, 백마 탄 왕자가 왜 돌아다녔는지를
알게 됐다는 점이었다.
사실 난 잠자는 백설공주를 지나가던 왕자가 발견해 결혼했다는 얘기를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 시대, 그러니까 17세기 독일어권 지역에는 300여개나 되는
작은 나라들이 있었다.
그 나라마다 왕자들이 몇 명씩 있었는데, 맨 맏이에게 나라를 물려주는 바람에
둘째 왕자부터는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살 길은 이웃나라 왕의 외동딸을 만나 결혼하는 것,
그래서 그들은 미모와 나이는 전혀 따지지 않고 돈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청혼을 했다!
“그 많은 방랑 왕자들은....일거리와 부자 처갓집을 찾고 있는 떠돌이들이었다.” (19쪽)
그래서 그들은 잠자는 공주를 봤을 때, 게다가 그때는 성추행의 개념도 없었을 때니,
대뜸 키스부터 했던 거였다!
이 책은 2013년에 나온 개정증보판이다.
6년 전에 이렇게 훌륭한 책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서문을 읽어보니 꼭 그런 건 아니다.
작가는 그때 초보 작가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역사에 관한 설명을 더 친절히 해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까지 삽입했다.
그 지도는, 물론 수시로 구글 지도도 찾아보긴 했지만, 세계사에 문외한인 내게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이런 탄식이 나온다. 중고교 때 이 책으로 세계사를 배웠다면,
지금의 내가 우리나라 역사밖에 모르는 폐쇄적인 인간이 되지 않았을 텐데~!
참고로 박신영 작가는 이 책 말고도 <제가 왜 참아야 하죠?> <삐딱해도 괜찮아> 등의
명저를 낸 바 있는데
<왜 참아야>는 어떤 분이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다”라고 써놨다.
박신영 작가님, 제가 찜했습니다. 그간 내신 책들 다 읽어버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