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슈퍼쥬니어 멤버 중 한 명이 기르는 개가

같은 아파트 주민을 물어죽인 사건 이후

아파트 정원에서 개 산책을 하는 건 어려워졌다.

그래서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애견 전용 놀이터를 찾게 됐는데,

얼마 전 거기서 사건이 생겼다.

내가 주로 가는 곳은 개떼놀이터라고여기선 대형견과 소형견이 따로 놀게 돼있다.

그런데 대형견 공간에서 놀만큼 논 견주가 진돗개 두 마리를 데리고 귀가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소형견 공간을 지나야 했다.


난 그 경로에 있던 셋째 강아지를 황급히 안아올렸는데,

그때집에서 왕노릇을 하느라 겁이 없어진 우리집 다섯째 강아지 오리

그 진돗개 쪽으로 달려갔다.

위기감을 느낀 진돗개는 오리를 공격했고,

오리의 머리를 물고 마구 흔들었다.

 

그때 장면은 지금도 슬로우비디오처럼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곤 한다.

난 넋이 나간 채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진돗개 견주인 여승도 말릴 생각을 안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순간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그 개 앞으로 몸을 던졌고,

진돗개의 얼굴을 밀어냈다 (아내에게 평생 감사할 일이다).

덕분에 오리는 진돗개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지만,

그 뒤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발작 비슷한 걸 했다.

나중에 보니까 변을 지리기까지 했는데,

오리는 한동안 걷지 못한 채 누워서 바둥거렸다.

병원에 가본 결과 오리는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원래도 털이 많았지만 코로나 땜시 미용 시기를 놓쳐서 유난히 털이 많았고,

아마도 진돗개는 오리의 볼 쪽 털을 물고 좌우로 흔든 것 같았다.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기르는 개 여섯 마리 중 오리는 내 껌딱지라 할만큼 나밖에 모르는 녀석이라,

오리가 잘못됐다면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는 판국이었다.

이건 오리에게 쓰라린 교훈이 됐고,

오리는 그 후 다른 큰개를 만나면 쫓아가지 않는다.

 

오리가 털 깎았을 때 모습

오리는 내가 집에 있으면 늘 내 책상 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물리고 나서 일주 후의 모습. 털이 많이 길어서 다행이었다. 오른쪽은 우리 여섯째 은곰이.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가 본 바를 이야기한 모양이다.

천안에 있는 수제간식을 사러 갔을 때 사장이 이런다.

그집 개크게 물렸다면서요?”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소문이 쫙 났단다.

그거야 그럴 수 있지만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생충교수네 집 개가 물려서 중환자실에 있다.”

엊그제 개떼놀이터에 다시 갔더니 전날 온 손님이 사장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

그때 물린 개가 결국 죽었다면서요?”

사장의 말이다. “그 말 들으니 황당하더라고요아닌데,

그집 개들 그 다음에도 왔는데내가 모르는 새 일이 또 생겼나?”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1) 천안은 조그만 동네라서 소문이 쫙 난다.

2) 소문은 점점 커질 뿐결코 작아지진 않는다


* 후일담: 이건 내가 좋은 사람인 척 하려고 올리는 건데,

아내가 오리를 달래는 동안 난 그 스님에게 가서 이런 말씀을 드렸다.

"저희 개가 먼저 달려들었으니 저희 잘못이 더 큽니다.

이 일로 제가 치료비를 청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중에 아내한테 혼났다. 

"넌 오리랑 나보다 왜 그 사람을 위로하고 앉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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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02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일담에 아침부터 빵..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20-03-02 16:27   좋아요 0 | URL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3-0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일담보다 더 재밌는 부분 : “기생충교수네 집 개가 물려서 중환자실에 있다.”
ㅋㅋ

마태우스 2020-03-02 16:2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 얘기 듣고 좀 놀랐어요. 사람들이 절 알아보는 줄 몰랐거든요. 견주들은 그냥 자기 개들만 볼뿐 다른 사람을 잘 안보거든요. 글구 중환자실이라니....ㅋㅋ 암튼 무사해서 천만다행이죠

stella.K 2020-03-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정말 놀라셨겠습니다. 저는 개를 키우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얘기만 들어도 놀라는데 실제로 봤다면 파랗게 질렸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의외로 놀라면 소리 지르고 막 그러거든요.ㅎ
암튼 다행이긴한데 오리가 괜찮을까 모르겠습니다.
근데 마태님 넘 착하십니다.ㅠ

마태우스 2020-03-04 04:36   좋아요 0 | URL
착한 척하는 게 아닐까요 ㅠㅠ 암튼 저는 그 상황이 지금도 꿈 같아요 -.- 안다쳐준 오리가 고맙고 무는 시늉만 한 그 개도 고맙네요.

stella.K 2020-03-04 15:47   좋아요 0 | URL
ㅎㅎ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개들끼리 통하는 싸움의 룰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다행이죠.

다롱이는 지난 주말 잠깐 집에 왔다가 월요일 날 다시 입원했어요.
나빠져서 한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오래 집에 못 오면 안 되니까.
췌장염인데 수치가 굉장히 높았거든요.
150 이하가 되야한다고 하더군요. 아직 그게 안 되서.
집에 와서 보니까 의외로 건강해 뵈서 한시름 놨어요.
물론 그게 링겔을 맞아서라는데 앞으로 조심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당장 오늘 내일 하지는 않겠더군요. 지켜봐야지요.
암튼 걱정해주셔서 고맙슴다.^^

진주 2020-03-0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문은 점점 커질 뿐, 결코 작아지진 않는다‘
맞는 말이예요~
여전히 재미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돌아왔답니다. 짐 푸는 중이예요~
그래도 우리 갑장이라서 서재 안에선 친구였다고 생각나서 마태님 찾아왔어요.
아..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우리 이제 기억력이 오락가락할 때니까 이해해요 ㅎㅎ

마태우스 2020-03-11 23: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머나 진주님...어디 먼 길 다녀오셨나요. 제가 님을 어찌 잊겠어요ㅠㅠ 너무 반갑습니다. 옛 친구는 언제나 흐뭇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죠. 님과 제가 갑장이었군요 ^^ 그렇다면 님도 연배가 벌써.... 암튼 반갑습니다

moonnight 2020-04-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오리 털이 길어서 천만다행이네요@_@;; 진돗개님께서 교훈을 주려한 걸까요? 앞으로 덩치큰 개들 조심하라고^^; 하여간 깜짝 놀라셨겠어요ㅜㅜ <먼 길로 돌아갈까?>에 나온 비슷한 대목이 떠올랐어요. 읽으면서 심장이 벌렁벌렁ㅜㅜ 반려견이 없는 저도 이런데 키우시는 분들은 어떤 심정이실지ㅠㅠ
 












아버지가 당뇨병으로 돌아가신 탓에 우리 가족은 혈당에 좀 민감하다.

당뇨의 특징 중 하나가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본다는 것,

건조한 겨울이 되면 그래서 난 늘 '당뇨병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다행스럽게도 내 혈당은 늘 100-105 정도를 왔다갔다하는데

혈당의 정상치는 내가 학생 때는 70-120, 지금은 상한선이 110이라

당뇨 진단을 받진 않았다.


그렇게 혈당을 조심하며 살던 중 

고혈압 진단을 받아 6개월에 한번씩 의사한테 들려 혈압약을 타가는 신세가 됐다.

어느 날, 내 혈액분석표를 보던 의사는 "혈중 콜레스테롤도 정상 범위긴 하지만 맨 위쪽이어요"라며

고지혈증 약을 먹길 권했다.

난 순순히 의사 말에 따랐다.

그 뒤부터 6개월에 한번씩 고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타서 귀가한다.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해, 이젠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지난 2월 17일, 외래진료에 대비해 피검사를 했다.

그리고 2월 20일, 외래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간호사가 말한다. 

"저...환자분은 2월 27일 진료예약이 잡혀 있는데요."

아뿔사, 내가 '진료가 목요일이다'는 것에만 사로잡혀 날짜를 착각했구나!

그래도 간호사는, 내가 학교 근무한다는 점을 참작해 그날 진료를 보게 해줬다.


의사: 혈압은 정상이네요.

나: 그럼요. 약 한두번 빼고 다 먹었습니다. 하하하.

의사: 그러신 거 같네요. 콜레스테롤도 많이 떨어졌어요.

나: 네. 

의사: 그런데..혈당이 좀 높네요?

나: 네???


검사결과를 보니 내 혈당이 무려 110이었다.

의사: 공복 중에 잰 거 맞아요?

나: 그럼요. 그건 기본이죠.

의사: (고개를 갸웃거리며) 혈당이 이렇게 높아진 게 영 좋지 않네요. 당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 다, 당뇨요.


집에 온 뒤 기분이 울적해 옆으로 누워 있는데, 갑자기 2월 17일 생각이 났다.

그날은 천안에 눈이 14센티 가량이 온 날이었고,

병원에 가던 난 폭설로 교통이 마비된 탓에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랑 같이 소고기국밥을 먹었고,

눈이 좀 녹은 오후에 다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난 의사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런 답을 받았다.

"어쩐지 너무 높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문제없을 듯합니다."

야호, 난 고혈압에 고지혈증에 조기위암에 걸렸을지언정 당뇨는 아니다! 당뇨만 아니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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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2-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외가는 고혈압, 아버지 쪽은 당뇨 유전 인자가 강력해요. 아니나 다를까 생애 전환기 검진하니혈압과 당수치가 경계 수치를 향해 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두 수치에 저도 노이로제랍니다. 밀가루 음식, 단 음식 좋아했는데 요새는 좀 줄이려 하고 있어요. 혈압은... 진짜 불가사의랍니다. 집에서는 지극히 정상인데 ˝혈압 재세요.˝라는 말만 들으면 미친듯이 올라가요. 그런데 사실 이것도 나중에는 고혈압으로 갈 위험인자라고 해서... 결론은 나이듦이 서럽네요.

마태우스 2020-03-01 21:45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당수치의 위쪽 상한선이 자꾸 내려와서, 경계 수치에 근접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경계수치 근처라고 해도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듯요. 30년 전에는 정상으로 간주됐고 실제 그 후로도 당뇨병 발병도 안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깐요. 글구 긴장해서 고혈압 나오는 건 괜찮은 겁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게 위험인자라는데, 전 믿지 않습니다. 마음 놓고 사셔도 됩니다.

페크pek0501 2020-02-2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글이네요. 저는 고혈압, 당뇨 등 아직은 모두 안전선에 있어요. 그런데 친정어머니가 당뇨병 33년째랍니다. 그래서 저도 신경을 많이 쓴답니다. 유전이 강한 병이라서요.
다행히 저는 어머니보다 아버지 체질을 닮았어요. 이게 저의 한 가닥 희망이랍니다.
건강 검진을 받아 보면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아요. 안전선이긴 하나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는 걸 느껴요. 저는 원래 저혈압이었는데 이젠 저혈압이 아니에요. ㅋ
아무쪽록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마태우스 2020-03-01 21:47   좋아요 0 | URL
어머나 페크언니 안녕하셨어요.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다보니 혈압이 올라가게 되지요. 그래도 저혈압으로 출발하셨다면 남은 평생 고혈압 될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그보다 어머니가 당뇨병 33년째라고요. 과거 같으면 합병증도 생기고 그랫을 텐데 요즘은 혈당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서 의사들 사이에서 ‘당뇨는 수명껏 사는 병, 다만 좀 불편할 뿐‘이라는 게 통설입니다. 여기서 불편은요, 인슐린 주사 맞는 걸 더 자주 해야 해서요....

stella.K 2020-02-2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어머니가 고혈압 약을 드시기 시작한 게 대장암 수술을 받던
70대 후반이셨죠.
얼마 전까지만해도 멀쩡한데 꼭 고혈압 약 먹어야 하는 거냐고 투덜대시는데
50 넘으면 다들 먹기 시작 하는 거 아시곤 쏙 들어갔습니다.
저도 혈압 재러 병원 한번 가봐야 할 텐데 이러고 있네요.
더구나 코로나 땜에 모든 게 올스톱입니다. 머리도 잘라야 하는데...ㅠ

마태우스 2020-03-01 21:48   좋아요 0 | URL
전 인구의 10% 이상이 고혈압약을 먹고 있어서, 뭐 그리 흉도 아닙니다. 70대 후반이면 뭐.... 그나저나 코로나가 어서 종식돼야 할텐데 말입니다.

비연 2020-03-0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빠가 당뇨시라 늘 걱정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수치가 계속 올라서 이젠 겁이 나서 검사도 못 받고 있는...;;; 다음 달에 종합검진 받는데 그 때 밝혀지겠죠.. 흑흑;;;;

마태우스 2020-03-01 21:49   좋아요 1 | URL
당뇨 걱정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시군요. 너무 걱정 마세요. 당뇨는 수치가 조금 오르는 게 아니라 몇백 이상이 되는 거라서요. 저희 아버진 기계가 측정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서 항상 수치 대신 ‘high‘라고 나왔었어요. 그땐 혈당조절이 지금처럼 체계적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합병증이 다 왔어요. 그 중 신부전 땜시 돌아가셨고요.... 암튼 비연님은 당뇨랑 무관하실 거에요 제가 장담.

moonnight 2020-04-13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에요. 축하합니다^^ 제 아버지가 3년 전 갑자기 당뇨가 심하게 와서 입원하셨었죠. 지금은 혈당조절은 되는데 신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걱정이에요. 이상태로 유지만 되면 좋겠다 하고 있어요.
마태우스님 부디 건강하셔서 좋은 글 계속 써주시길 바래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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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과학소설에 대한 로망이 있다.

좋은 과학소설이 많이 나왔지만,

우리나라 작가가 쓴 과학소설을 읽고 감탄하는 날을 꿈꿔왔다.

그러던 중 한 출판사로부터 김초엽이 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선물받았다.

읽을 책이 밀려 있는데 이 책을 우선 읽기로 한 이유는

저자가 화학과를 졸업하고 과학문학상을 수상한, 과학소설을 쓰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말처럼

93년생 저자가 첫 단편집에서 무슨 대단한 성취를 낼 수 있겠는가,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내 마음은 놀라움으로 채워졌다.

-순례자 이야기를 담은 첫 단편: 오오, 이거 대박인데?

-두번째 단편, 스펙트럼; 아니, 첫 단편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네?

-세번째 공생가설; 드디어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과학소설가가 나왔구나.

하지만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그저 입이 딱 벌어졌다.

이거야말로 내가 기다렸던 바로 그 작품이라는 걸, 읽고 나서 바로 알았다.

과학소설에 있기 마련인 허점이 여기선 하나도 없었으며,

그 할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나까지 슬퍼졌다.

, 이 작가는 진짜구나. 김초엽을 기억해야겠구나.

 

여러 단편이 묶였을 땐 하나 정도는 범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저자는 마지막까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며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마지막 작품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 나오는 재경은 꼭 이소연 우주인을 연상시키는데,

이 작품을 이소연이 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런 좋은 책은 빨리 알려야 해, 하는 마음에 알라딘에 들어갔더니

이게 웬일이야, 세일즈 포인트가 10만이 넘고 종합 톱102주나 머물러 있었다.

이거 뭐지? 다들 나만큼이나 과학소설을 기다려 온 건가?

잠시 머리가 멍했다가, 곧 기분이 좋아졌다.

좋은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건 꼭 정의가 이기는 것처럼 뿌듯함을 주니까.

다시 강조한다. 기억하자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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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2-2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잊지말자 서민을 쓴 건 우리나라 시조의 형식을 존경해서일뿐, 김초엽을 이용해 나를 띄우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 진짜다.

다락방 2020-02-21 09:07   좋아요 0 | URL
저 안그래도 이 페이퍼 다 읽고 ‘잊지말자 서민‘은 왜 나온걸까 하였는데, 댓글에 친절하게 적어주셨네요. ㅋㅋㅋㅋㅋ

마태우스 2020-02-21 23:28   좋아요 0 | URL
하하 알라딘의 보물이신 다락방님을 궁금하게 하면 안되죠!

비연 2020-02-2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마태우스님. 제목 보고 들어왔다가... 잘 지내시죠?^^

마태우스 2020-02-21 23:29   좋아요 0 | URL
네 뭐 잘 지냅니다 비연님 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제가 잘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페크pek0501 2020-02-2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의 리뷰 수가 131이라니... 대단한 책이네요.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마태우스 2020-02-29 00:19   좋아요 0 | URL
어머나 페크언니 안녕하세요. 실망하진 않으실 거예요!

테레사 2020-02-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가요? 저도 마태우스님처럼 기다리긴 했으나 기대하진 않았는데..이분의 작품을 이리도 칭찬하시니, 읽고 싶네요.

마태우스 2020-02-29 00:20   좋아요 0 | URL
앗...읽고 난 뒤 저 멀리하심 안됩니다 ㅠㅠ 갑자기 걱정됩니다 ㅠㅠ

moonnight 2020-04-13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요? 저는 과학소설에 별로 끌리지 않아서 책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지만 읽을 생각 없었는데 마태우스님 이렇게 칭찬하시니 읽어야겠군요^^

마태우스 2020-04-19 20: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가 웬만하면 칭찬 안하는 거 아시죠...?? ^^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김민식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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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서문은 얼마나 중요할까?

인터넷 서점이 자리잡기 전,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책을 살 때,

서문은 책을 살까 말까를 결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리뷰와 별점이 다 공개되는 이 시대에서

서문을 보고 책을 사는 사람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책의 엑기스를 담고 있는 게 서문인지라,

여전히 서문은 힘이 있다.

 

서문 얘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이하 질 때)를 읽었기 때문이다.

MBC 피디인 김민식이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서문은,

지금껏 내가 읽었던 어느 책의 서문보다 더 아름다웠다.

다 읽고 한동안 가슴 벅차하다가,

은근히 화가 났다.

아니 이분은 서문에 목숨을 걸었나? 왜 이렇게 서문을 멋지게 쓰는 거야?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됐다.

, 서문은 그저 시작이었고, 훨씬 아름답고 엄청난 이야기가 그 뒤에 나오는구나.”

책을 다 읽고 나자 다시금 화가 났다.

아니 이분은 책에 목숨을 건 거야 뭐야?

이게 민폐일 수도 있는 게,

이렇게 대단한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에게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아닌가?

비슷한 시기에 책을 출간해 버린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물론 김민식은 이 책 전에도 나름의 독자층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그의 책들은 한정된 독자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영어에 목마른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책이었고,

<매일 아침 써봤니?>는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한 책이었다.

그런데 <질때>는 하루하루 비루한 삶을 이어가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여기 해당되지 않는 이가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난 저자가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진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헐뜯기만 했으니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 한 가지만 쓰고 글을 마치련다.

김민식은 MBC의 투쟁 도중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쳐 유명해졌다.

내가 그였다면 자신의 투쟁을 어필하는 책을 가장 먼저 출간했을 것 같다.

정권이 교체되고 MBC 노조의 투쟁이 승리로 귀결됐던 그때,

승리의 공신 중 한 명인 김민식의 투쟁기가 나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겠는가?

하지만 김민식은 그 책 대신 영어공부에 관한 책을 썼고,

그 이후에도 글쓰기 책과 여행에 관한 책을 썼다.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컨텐츠의 힘이지,

그가 했던 투쟁 덕을 본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은 지금, 그는 이제야 자신의 투쟁기를 쓴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나 열심히 싸웠다를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화두로 삼아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버틸 수 있는 팁을 주자는 게 이 책의 목적,

보다 많은 이들에게 <질때>가 읽힌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나은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이 책을 온몸을 다해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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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2-20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핵심은 사실 21번째 줄에 있습니다. 제가 책을 냈다는 것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숨은 뜻은 이렇습니다.
[책을 하나 냈는데 하필 김민식 피디가 거의 같은 날 책을 냈습니다. 알라딘에 깔린 날짜도 똑같습니다. 원래는 ‘진검승부를 펼치자!‘였지만 책을 몇 장 읽고나서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신세경이 유튜브에 진출할 때 생태계 파괴 이야기가 나왔는데 꼭 그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공룡만 예뻐하지 마시고 비루한 초식동물도 좀 어여삐 여겨 주십시오. 김민식 피디는 알라딘도 안하는 분 아닙니까!]

다락방 2020-02-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태우스님. 서평집 내셨네요! 너무 궁금해요 당장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슝-

마태우스 2020-02-21 23:31   좋아요 0 | URL
아유 아니어요 제책 말고 김피디님 책 먼저요! 저는 저얼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비연 2020-02-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슷한 시기에 출간해버린..ㅎㅎㅎ 저도 들고 달려갈게요, 장바구니로 ㅎㅎ

마태우스 2020-02-21 23:31   좋아요 0 | URL
제책 말고 김민식피디님 책이요!

2020-02-2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1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20-02-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고 싶게 만드네요. 저는 누군가의 자전격 소설, 누군가의 실제 삶이야기는 이상하게 안읽게 되더라고요. 성공기, 경험담, 처세술, 자기개발..관련 책은 거의 1권도 안읽었는데... 이 책은 그것들과는 다르다는 말씀이고, 또 김민식 피디는 워낙....알려진 분인지라..ㅎㅎ여튼, 서민님의 권유가 책을 당기게 하네요.

마태우스 2020-02-27 10: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도 일종의 자기계발책인데, 그 책 정말 괜찮찮아요. 책 읽으라거나 글을 쓰라는 책도 마찬가지고요. 그 메시지의 내용이 얼마나 와닿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자기계발서라고 다 나쁜 건 아니더라고요. 책이란 게 기본적으로 삶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용도로 나오니까요.

섭섭이 2020-02-2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 안녕하세요

오늘 김민식피디님 블로그에 올라온걸 보고 누구신지 정확히 알게 되었네요 ㅋㅋㅋ
평소 글대로 리뷰글도 역시 재밌게 쓰시네요.
21번째줄 밑줄 21번치고 바로 장바구니로 고고고 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20-02-27 10:32   좋아요 0 | URL
헤헤 들켰네요 ^^ 책이 재밌으면 리뷰도 재밌게 쓰게 되더군요.

moonnight 2020-04-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책 모두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마태우스 2020-04-19 20:45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 감사합니다. 책 읽으시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님을 괴롭히는 이에게 승리하시길!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죽었다.

전용 헬기를 타고 가는데 헬기가 떨어졌단다.

이 사고로 코비와 함께 그의 13살 딸도 저 세상으로 갔다.

허무하다.

선수시절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은퇴한 게 불과 얼마 전,

이제 레전드로 대접받을 일만 남았는데 이런 참극을 당한 것이다.

코비는 통산 득점에서 역대 3위였는데,

어제 르브론이 자신의 득점기록을 추월해 4위가 됐다.

경기 후 코비는 SNS에다 이런 축하글을 남겼다.

"내 형제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게 코비가 공식적으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워낙 대단한 선수였기에, 현역 선수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애틀란타의 떠오르는 스타 트레이 영은 오늘 경기 때

자신의 유니폼 대신 코비의 등번호 8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감동적인 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농구에서는 공을 잡은 뒤 8초 안에 상대편 코트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토스된 공을 잡은 트레이 영은 공을 잡고 코트에 앉아 있었다 (선수시절 8번을 달았던 코비에 대한 추모였다).

심판은 냉정하게도 8초 바이얼레이션에 대한 호각을 불었다.

공격권이 넘어갔다.

상대 팀인 워싱턴의 토마스라는 선수도 역시 공을 잡고 가만히 있었다.

농구에서는 공을 잡은 뒤 24초 안에 슛을 던져야 한다는 룰이 있다.

하지만 토마스는 그냥 있었고, 그 누구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시간이 되자 심판은 24초에 대한 호각을 불었고, 공격권은 다시 애틀란타로 넘어갔다.

믿겨지지 않는 태업성 플레이,

평소 같으면 야유가 쏟아졌겠지만,

이날은 누구도 여기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의 추모에 공감해 줬다.

뒤늦게 유튜브로 이 장면을 보면서 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코비의 팬은 아니었지만, 같은 길을 걷는 선수들의 추모방식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OcMSFaOJ-o


양쪽 다 한 차례식 바이얼레이션을 범한 뒤 작전타임이 불려졌다.

트레이 영은 8번 유니폼을 벗고 자신의 원래 유니폼인 11번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진짜 경기가 시작됐다.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는 멋진 경기를 펼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 트레이 영이 8초 룰을 어긴 것은 코비의 등번호 8번을 추모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코비는 선수시절 후반기엔 24번으로 바꿨고, 그 등번호가 코비의 상징처럼 돼있다. 그 후 열리는 경기마다 선수들이 굳이 상대방 코트로 넘어간 뒤 24초 바이얼레이션을 범한 것은 그런 이유다. 당분간은 이런 식의 코비 추모가 이어질 텐데, 부쩍 눈물이 많아진 난 이 영상들을 보면서 눈물을 쏟을 것 같다. 아, 이 인간들, 졸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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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1-2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벽에 골프중계 보다가 알았어요ㅜㅜ 타이거 우즈와도 친분이 있었는데 우즈도 경기 중 소식을 듣고 믿을 수 없어 했다고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마태우스 2020-01-27 09:59   좋아요 0 | URL
우즈하고 페더러가 친한 것만 알았지 코비랑 친한 건 몰랐네요. 암튼 안타까운 일이어요. 헬기는 절대 타지 맙시다!.

비연 2020-01-2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모장면일 듯.
사람 사는 게 뭔지. NBA를 잘 몰라도 코비라는 이름을 제가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좋은 곳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마태우스 2020-01-27 14: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비연님은 헬기 타지 마시고 쭉 건강하시길...ㅠㅠ

비연 2020-01-27 14:57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도요 ㅠㅠㅠ

stella.K 2020-01-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도 코비 브라이언트는 들어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불운에 갔다는 건 이글 읽고 처음 알았네요.
정말 멋집니다. 가끔 인간이 그렇게 멋지기도 하더라구요.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태우스 2020-02-10 03:08   좋아요 0 | URL
은퇴한 지 얼마 안됐고, 이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더 슬픈 것 같습니다. 동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카스피 2020-01-2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뉴스를 중간에 들어보니 미국의 유며인사들이 추모 sns를 많이 올렸기에 누가 돌아가셨나 했더니 바로 코비더군요.코비뿐만이 아니라 딸과 조종사까지 함께 죽어서 더 안타까운것 같습니다ㅠ,ㅠ
그나저나 얼만전에 돌직구쇼에 마태우스님이 나온것을 봤는데 무척 반갑더군요.원래 나왔던 김경민교수가 선거에 출마해서 안나오는 것 같은데 마태님이 계속 나올실런지요^^

마태우스 2020-02-10 03:08   좋아요 0 | URL
아 네..돌직구쇼 봐주셨군요. 어떻게 하다보니 제가 화요일마다 나가게 됐습니다.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인데, 부끄럽습니다

moonnight 2020-02-14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무심코 TV 켰더니 교수님이 나오셨네요. 실시간으로 빠져들어서 시청합니다. 말씀 잘 하시네요.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멋지십니다. 출근해야하는데 큰일났네요. 호호^^

마태우스 2020-02-20 20:06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달밤님 왜 그런 프로를 보고 그러세요 부끄럽게...ㅠㅠ 말 잘 못해서 옷빨로 밀고가기로 했어요. 해당 방송국에서 제게 멋진 옷을 빌려줍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