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오늘 입원을 하신다.

화요일 수술을 할 예정인데, 속상하게도 병명은 췌장암이다.

췌장암이란 건 알지만, 도대체 몇 기나 되는지 사이즈는 어느 정도인지 가족 중에서 아는 사람이 없다.

담당 의사가 당췌 말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산병원에 근무하는 매제는 알고 있을 테지만,

그조차도 이런저런 정보를 통 전해주지 않는다.

stage가 1기나 2기 정도라면 말해줄텐데

그러지 않는 걸 보니 3기 이상이 아닐까.

수술을 바로 하는 대신 항암으로 사이즈를 줄여서 한다는 것도 수상하지만,

아내에 따르면 요즘엔 그렇게들 많이 한다고 하니,

그게 기수가 진행됐다는 증거는 아니리라 믿는다.


어머니가 하시는 수술은 휘플Whipple 수술이라고,

췌장과 더불어 십이지장, 담도 등을 떼어내는 수술이다.

학생 때는 무심코 외웠지만, 어머니라고 생각하니 그런 장기가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지 걱정이 된다.

작년 말 쯤 진단을 받고 나서 어머니는 8차에 걸친 항암을 받았다.

처음엔 좀 힘들어하셨지만 그래도 잘 적응하셔서,

3일간 항암---> 2주반 집에서 쉬고---> 다시 3일간 항암---> 휴식

이런 스케쥴을 그런대로 잘 소화하셨다.

그 기간 동안 어머니집에서 잔 적도 몇 번 있는데

다음날 밥을 차려주시는 모습이 전혀 환자같지 않아서,

수술을 안하고 이대로 계속 사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참고로 어머니는 아들 밥 차려주는 걸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기에,

원래 아침을 안먹는데도 억지로 먹곤 했다).

처음 진단받을 때는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좌절감에 괴로워한 것을 떠올리면,

지난 몇 달간은 꿈같은 평범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평범함을 사무치게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큰 수술을 하고나면 어머니는 당분간 예전의 어머니가 아닌 채

살아야 하니 말이다.

그런 어머니에게 내가 좀 힘이 돼드려야 할텐데,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내 걱정은 마라'며 오히려 날 걱정하시겠지.

어머니란 원래 그런 존재니까.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수술당일 수술실에 들어가는 어머니를 배웅하면서 울지 않는 것이다.

내가 울 때마다 어머니는, 당신이 편찮으셔서 우는 것인데도, 나보다 더 마음아파하셨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우는 모습 대신 밝은 표정을 지어야 할텐데,

원래도 눈물이 많던 놈이고, 최근 몇달간 밖으로 배출시킨 적도 없는지라,

안울 자신은 없다.

수술 뒷일보다, 당장 그게 더 걱정이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4-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4-07 19:14   좋아요 0 | URL
네 따스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ㅠㅠ 사실 저도 무서워요.ㅠㅠ 어머니는 얼마나 무서울까 싶습니다. 안그래도 겁이 많으신 분인데.

박균호 2019-04-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계시는동안 선생님이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하는지 자주 확인시켜드리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어머니를 잃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내세요.

마태우스 2019-04-07 19:14   좋아요 0 | URL
아 네...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내일 가서 어머니 옆에서 용기를 북돋아 드리겠습니다

2019-04-07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4-07 19:15   좋아요 0 | URL
네 응원 감사드립니다. 님도 빌어주시는데, 어머님 회복되셔야죠. 은근히 강한 분이시니 잘견디실 겁니다

나비종 2019-04-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로 댓글을 적을 지 한참을 고민하다 저의 마음을 시에 담아보았습니다. 제 공간의 마음 그대로의 마음-제목은 <어머니>입니다. 이 시가 마태우스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토닥거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9-05-06 14:53   좋아요 0 | URL
나비종님, 그 시가 제게 큰 위로를 줬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9-04-08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5-06 14:52   좋아요 0 | URL
답이 너무 늦었네요ㅜㅜ 이렇게 큰 위로를 받다니, 제가 인생을 잘 살았나봅니다. 감사드립니다.

2019-04-08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5-06 14:52   좋아요 1 | URL
네....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ㅠㅠ 일단 수술은 잘 됐다니, 앞으로 항암 잘 견뎌내시도록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쾌유를 빌어드릴 어머니가 계시고, 또 이런 저를 격려해주시는 님들이 계시니,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해야겠네요. 감사드립니다

소화제 2019-04-08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힘내셔요.

마태우스 2019-05-06 14:50   좋아요 0 | URL
소화제님, 제가 답은 못드렸지만 님 댓글 읽고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19-04-14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5-06 14:50   좋아요 0 | URL
뒤늦게 답을 드립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어머니 수술 잘 되셨고요, 제일 좋은 게 췌장 기능이 일부 살아서, 인슐린을 따로 맞지 않아도 된답니다. 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이어요.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