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정말 바쁜 날이었다.

9시반부터 국가사업+학교사업 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동영상촬영 3회분을 찍었다.

KBS 앞에 간 건 두시, 거기서 해장국을 한 그릇 먹고

라디오 출연을 했다.

그로부터 1시간 40분 뒤 다시 라디오 출연이 있었는데,

5시 20분에 나간  라디오-김용민의 라이브-는 조국 논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간 것이다.

조국의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다 딸의 논문에 이르러서는 거의 폭발 지경에 이르렀고,

그건 특권층들이 쉽게 대학에 가는 현실에 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문제의 논문을 쓴 책임저자 장영표 선생이 울학교 교수라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난 이 논문사태가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고 본다.

 

이 사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입시.

 

1) 수시가 확대되고 학종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2) 각종 스펙이 입시에 반영됐고 논문도 그 중 하나다.

특목고에선 아예 학생들한테 방학 때 교수랑 연구해서 논문 쓰라는 걸 숙제 비슷하게 내줬다.

3) 학부모들이 아는 교수를 찾기 시작---> 연구 좀 하는 과학 쪽 교수들이 다 연락을 받음.

4) 일을 했으니 논문에 이름을 실어줌---> 그걸로 대학에 감.

5) 조국 교수 딸이 그 중 하나라는 게 알려지자, 난리가 남. 무려 10년 전 일인데!


여기서 나쁜놈은 누구일까.

제도를 잘 이용한 조국 딸과 부인? 논문을 같이 써준 교수? 아니면 특권층에 유리하게 입시판을 짠 정부?

아무리봐도 난 세번째 같다.

지름길을 만들어놓고 거액의 통행료를 매겨 특권층만 다닐 수 있게 했으니까.

하지만 첫번쨰와 두번째를 욕할 분도 있을테니, 이제 논문에 대해 말해보자.


1) 조국 딸은 2주간 장영표 선생님 밑에서 일을 했다.

2) 그 논문은 병리학회지에 실렸다.

3) 조국 딸은 제1 저자가 됐다.


여기에 대해 욕하는 사람들은

-1저자가 말이 되느냐

-학생이 그 논문을 이해하고 썼겠느냐.

-2주 동안 논문을 쓸 수 있느냐?


논문을 안써본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서울의대 교수들 등 논문을 제법 써본 사람들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조국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사이언스, 네이처 등 외국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이면 모르겠지만,

병리학회지에 실린 그 논문은 엄청난 실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병리학회지는 국내학술지며, 당시엔 잠깐 SCIE-좋은 논문의 척도-였지만 곧 탈락했다.

-논문을 쓰는 기간이 길다고 훌륭한 논문이 되는 건 아니지만,

해당 논문은 이미 수집해놓은 데이터를 이용했고, 2-3일 정도 실험을 하면 가능한 수준이다.

2주면, 이 일을 하기엔 차고 넘친다.

-학생이 어떻게 논문을 썼겠느냐고 비난하지만,

논문을 꼭 1저자가 쓰는 건 아니다.

학위가 필요한 경우라면 대학원생에게 초고를 맡기고 1저자를 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주저자가 쓰는 경우가 많다.

그게 시간과 노력을 가장 덜 들이면서 좋은 논문을 쓰는 방법이니까.

조국 딸은 논문을 쓸 능력도 없었겠지만, 써야 될 이유도 없었다.


-논문저자에 학생이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저자는 일을 하면 들어가는 것이지 거기에 어떤 특별한 자격이 필요없다.

그리고 논문 공저자들이 무슨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잠깐 현미경을 봐줬거나, 장비를 쓰게 해줬다 같은 이유만으로도 공저자가 되는 게 현실이고,

그들은 다른 실험이 어떻게 되는지, 논문은 누가 쓰는지, 어디에 게재되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저자는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면 '요기 실렸습니다 도움줘서 감사했습니다'라고

공저자에게 메일을 돌려야 한다.


-조국 딸은 2주간 연구에 참여했다. 다른 공저자들 중 그만큼 시간을 투자한 이가

주저자 말고 또 있을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저자 중 유일한 대학원생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분이니 실험실에 계속 있었을 테지만,

나머지 분들은 논문 기여도로 봤을 때 조국 딸보다 높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1저자 여부인데, 이건 전적으로 주저자의 책임이다.

공동연구가 깨지는 것은 대부분 여기서 오는 갈등에서 비롯된다.

일전에 네이처 논문을 둘러싸고 저자끼리 싸움이 나고, 결국 다 학교를 옮긴 전례가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그 학생에게 1저자를 줬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를

난 듣지 못했다.

이건 해당 논문이  평범한 국내학술지에 실렸기 때문이기도 한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장교수는 조국 딸에게 1저자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조국 딸은 고교 3년의 시간 중 2주를 연구에 투자했고, 그로 인해 1저자 타이틀을 얻었다.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대학입시 때 이 논문을 이용했을 것이다 (이건 추측).

이것이 비난받아야 할 일일까?

봉사활동과 각종 스펙, 심지어 동아리활동까지,

고교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입시를 위해 이용되는 현실에서,

2주를 바쳐 연구를 한 걸 입시에 이용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며,

이게 무슨 적폐인 것처럼 얘기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시간을 투자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은 나쁜 게 아니다.

조국 딸처럼 많은 이들이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그걸 이용해 대학에 갔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걸 비난할 이유는 없다.

점수 몇 점을 더 올리려고 입시 코디를 쓰는 나라에서,

있는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게 말이나 되나?

그래서 난 지금처럼 수시가 주를 이루는 대학입시를 반대하고,

100% 정시가 훨씬 더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조국 딸은 부산대학교 의전원에 갔다.

의과대학만 있던 시절, 많은 의대교수가 자기 아이를 의대에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의전원이 생겼다.

전수조사한 건 아니지만, 그 뒤부터 의전원 학생 중 의사나 기타 권력자를 부모로 둔 이들의 비율이 늘었다.

부산대 의전원은 아예 MEET 점수조차 안봤다는 설이 있는데,

이 학교는 그런 소문이 파다한 만큼, 한번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 말이 너무 길어지는 느낌이지만 이것도 얘기해야겠다.

공정한 입시를 위한답시고 현 정부 들어 2010년 정도부터 미성년자가 등재된 논문을 뒤지고 있다.

당시 불법이 아니었던 걸 뒤져서 뭐하겠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난 고교생의 실험참여를 돕는 걸 교수의 의무라고 생각했었고,

덕분에 지금 두편의 논문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 중 한 편은 1저자를 줬다고 뭐라 하는데, 그 학생과 나 둘이서 모든 연구를 다 한 걸 가지고

나를 무슨 적폐처럼 몰아붙이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90%를 했다. 그리고 그 학생은 3수를 해서 모 의대에 다닌다)

1년반 가량 조사를 받으면서 결심한 것은 앞으로는 다시 이런 짓 하지 말자, 였다.

다른 교수들도 다 같은 생각일 터,

앞으로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고교생이 자유롭게 연구에 참여하는 일은 일체 없어질 것이다.

중고교 때 논문연구에 참여하는 게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과학강국이 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어느 분이 제 글을 퍼가서 거기에 댓글이 달렸는데, 제가 1저자를 준 학생이 의대 간 게 논문 덕이 아니냐고 하네요. 그 학생은 그 해 대학에 떨어졌고, 결국 3수끝에 정시로 의대에 갔다고 썼습니다. 전 재수생은 수시가 안되는 줄 알고 3수를 강조한 건데, 그게 아니네요^^ 글구 제가 받고 있는 조사는 교육부 조사고요, 이건 미성년자를 저자에 올린 모든 이에 대한 전수조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무 것도 안했는데 저자로 넣어준 경우는 처벌을 받았는데 제가 아직 무사한 이유는 증빙자료가 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논문에서 제일 중요한 저자가 1저자라고 착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주저자, 혹은 책임저자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니 제가 주저자를 하고 그 학생에게 1저자를 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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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8-22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히 실증적인 분석에 감탄
했습니다.

제도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엮어가는 언론의 탁월한 능력
도 못지 않네요.

그나저나 황머시기 씨의 딸도
비슷한 케이스인데 왜 그거에
대해서는 입 싹 닦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마태우스 2019-08-22 11:45   좋아요 2 | URL
황머시기는 혹시 황교안인가요 지금 찾아봤더니 봉사상으로 대학 간거 같은데 맞나요? 이거 역시 수시의 폐해죠. 돈과 권력이 있으면 학종에 들어갈 경력을 더 화려하게 포장하는 게 가능하죠.

근데 사실 제가 님이 단 댓글의 취지를 모르겠습니다. ‘입 싹 닦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의 주체가 저인가요 아니면 언론인가요. 전자라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안됐으니, 그래서 제가 몰랐으니 가만 있었던 거구요, 후자라면 언론이 편향된 결과겠지요.

레삭매냐 2019-08-22 13:14   좋아요 2 | URL
아, 제가 주체를 빼먹었네요.

언급해 주신 대로 편향된
언론과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 주는 어느 정당이
맞습니다.

stella.K 2019-08-2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이렇게 설명해 주시니까 이제 좀 이해가 갑니다.
입시에 관해선 통 아는 바가 없어 뭐가 문제인건지
조국이 정말 나쁜 사람인 건지 계속 남의 다리 긁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이런 입시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도 정치에 이용해 먹으려는 속셈이었는지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ㅋ
암튼 정시 모집에 백만 표 던지겠습니다. 우리나라엔 수시 정말 말이 안되는
구조죠.

마태우스 2019-08-22 19:24   좋아요 0 | URL
제가보기엔 내로남불이 맞구요, 법을 위반한 게 아닐지라도 이런 신뢰도를 가지고 법무장관을 하기엔 어렵다고 봅니다. 친분이 있다면 물러나길 권할 겁니다. 글구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입이 거의 전쟁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수시가 70%인가 그렇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재는재로 2019-08-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해석감사 전형적인 내로남불깉은데 사실이 어떻게 판명나든 믿음이라는게 신뢰가 없는 사람을 과연 인정할수있을지

마태우스 2019-08-22 19:2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논문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나오든, 고대에서 입시에 이용 안됐다고 발표하든, 국민들은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그냥 2019-08-2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지나가다가 한마디 하고싶네요.
이래서야 그 엄마가(아빠는 당연히 바빠서 관여 할 여지가 없으므로)
그도 전문직 직장인으로 참으로 바빴을텐데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에너지를
이정도로 많이 써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그래서 제가 지금 반성을 하고있습니다. 나는 애들을 공짜로 키웠구나~

논문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객관적으로 결론을 내릴테니 저로서는 모르겠고요.
그 이후의 여러 행적들로 봐서 이 삶이 과연 좋은 인생이겠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낙제를 한걸로 봐서는 딱히 그 계통으로 소질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오늘 내가 다니는 내과 선생님께 의사가 참 대단한거군요. 의사 되기가 정말로 힘든거였어요 하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같은 뜻으로 마태우스님도 참말로 대단하십니다.
그 어려운 의사도 되시고 교수님도 하시고 책도 많이 쓰시고 강연에 방송에 다른 사람들은
하나하기도 어려우걸 이렇게 많이 하시는걸 보면 정말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신 모양입니다.
평소에도 마태님의 글은 재미있기도 해서 꼭 읽어보고 했는데 오늘 글은 너무 성급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왜때문에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진영 논리에 빠지면 어쨌든 팔이 안으로 굽은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요.

마태우스 2019-08-22 19:29   좋아요 1 | URL
그냥님, 제가 전날 쓴 칼럼을 안보셨군요. 그걸 보셨다면 저한테 진영논리에 빠졌다는 말씀은 안하셨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 나온 의혹만으로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짓을 여럿 저질렀고, 법적으론 문제없다는 말을 하는 게 이전 정권 분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그냥님이 신경을 못써주셨다고 자조적으로 말씀하시지만, 그래도 아실 겁니다. 울나라는 아이 교육에 모든 걸 올인하는 나라입니다. 올인이란 가진 걸 다 쏟아붓는 것이고, 이 경우 많이 가진 자가 유리합니다. 조국 딸도 부모 덕을 본 것입니다. 논문으로 입학하는 건 그래서 반대입니다만, 그렇다고 그가 시간을 투자해 논문을 쓴 것마저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제 말입니다.

저는 늘 수시와 의전원, 모두 없애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공정성이 결여된 제도거든요.

120퍼센트 2019-08-2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쾌한 분석에 완전 공감합니다

마태우스 2019-08-22 19:30   좋아요 0 | URL
제가 쓴 정도는 논문을 쓰는 교수면 다 아는 것입니다. 우모 교수가 비슷한 논지로 인터뷰를 했는데 의대교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까이는 걸 보고 의대라고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숲노래 2019-08-2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모로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짬을 내어 글을 적어 주시니 좋군요.
생각할 대목이 곳곳에 있네요.
고맙습니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은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아서...
벼슬아치라는 자리에 서려고 하는 분들이라면
˝법에 안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아름다운 삶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모두 말끔하게 털어내든지
아니면 조용히 숲을 마주하고 살아가시든지 하는 길을
그분들이 슬기롭게 가면 좋겠습니다.

마태우스 2019-08-22 23:51   좋아요 0 | URL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다른 사이트에 썼다면 욕을 무지하게 먹었겠지만, 이곳 분들은 그래도 글 자체를 읽어주셔서 좋네요. 글을 읽고 이해를 해야 소통이 되는데, 다른 곳은 그게 어렵더라고요. 역시 믿을 곳은 알라딘뿐입니다.

단발머리 2019-08-2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큰일이 난것처럼 호들갑 떠는 언론도 우습고,
사정을 다 알면서도 아닌척 하는 교수 사회도 너무 우스워요.
마태우스님처럼 사정을 아는 몇 명만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되는건데,
온 국민이 초미의 관심사인 대학 입시 관련 문제라, 불길이 어디로 향할지 너무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역시 믿을 사람은 마태우스님 뿐이라는^^

마태우스 2019-08-23 21: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 조국 비판하는 입장이긴 한데요, 제 전문분야가 나오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깔 때 까더라도 억울하진 않게 까야하니깐요. 근데 이미 조국은 어려울 듯합니다. 국민정서법을 크게 위반한 터라서요.

카스피 2019-08-23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의 글을 보니 조국 따님의 논문문제가 많은 부분에서 해명이 되는것 같네요.마태우스님의 글에 따르면 문제의 논문은 이재정 교육감이 말한것 같은 에세이류에 해당한다는 말씀인것 같네요.그런측면에서라면 조국 교수가 억울해 하는 표정(?)이 이해가 가긴 하네요.다만 평범한 일반 흙수저가 금수저 조국 따님같은 스펙쌓기로 4연타석 홈런을 치는 것을 불가능하기에 평범한 일반 서민들인 엄마 아빠와 그 자녀들이 불같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단 생각이 듭니다.마태우스님 말마따나 불법이 아니더라도 편법과 꼼수가 횡행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후보 사퇴를 하는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ㅡ.ㅡ

마태우스 2019-08-23 21:34   좋아요 2 | URL
앗 이재정 교육감 말은 잘못된 겁니다. 정식 논문이 맞습니다. 다만 사이언스 네이처 같은 저 높이 있는 학술지와 달리 평범한 국내학술지라는 거죠. 그 정도면 고교생이 저자로 들어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고, 실제 수백여명이 그렇게 이름을 올렸어요.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교수랑 연줄이 있는 경우 가능하고, 오픈된 것도 아니어서 이걸 모르는 수많은 학부모들은 뒤늦게 뒤통수 맞은 기분이겠지요. 법무장관을 맡으려면 이런 특혜는 좀 조심해야 하는데, 안그런 장관후보가 있을지가 걱정이네요.

단발머리 2019-08-23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국 교수 딸의 스펙쌓기는 편법과 꼼수가 아니라 당시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에서 권유되던 입시 전형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불법도 편법도 꼼수도 아닙니다.

마태우스 2019-08-23 21:35   좋아요 0 | URL
네 편법 꼼수 불법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길을 몰랐던 수많은 이들이 억울해하는 건, 대학입시가 그만큼 울나라에서 사활을 건 싸움이기 때문이겠지요.

마태우스 2019-08-23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에도 몇 개씩 조국 딸 논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네요. 연구책임자가 조국딸 본 적 없다는 기사나 이게 이미 된 연구인데 딸이 숟가락만 얹었다, 이런 기사를 보면 그저 놀랄 뿐입니다. 이런 행위가 저렇게 커져서 정치적 공격으로 쓰일 수 있구나, 하는 부분에서요. 그 부분에 대한 것도다음 글에서 쓰겠습니다.

2019-08-27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8-28 00:22   좋아요 0 | URL
그런 깊은 이해와 고찰은 주저자가 갖고 있으면 됩니다. 1저자가 1등 저자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너어어어어무 많은데요, 주저자가 논문의 실질적인 지배자입니다. 나머지 저자 중 한 명이 1저자여야 하는데, 조국딸이 가장 기여를 많이 했다면 1저자가 되는 게 맞습니다. 고교생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1저자가 못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주저자라면, 그것도 맞습니다. 장영표 교수는 전자였던 모양입니다. 고교생이 2주간을 바쳐 연구를 해서 얻은 저자입니다. 고교생의 2주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폄하하지 맙시다. 일주를 바친 봉사활동도 당당히 평가에 반영되는데, 2주를 바친 연구의 결과물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합니다. 주사와 의사면허는 정말 어이없는 비유입니다. 이 비유 하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여기엔 대꾸할 가치가 없네요. 참고로 주사는 원래 간호사가 놓습니다.

2019-08-27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8-28 00:27   좋아요 0 | URL
IRB 위원으로 활동한 적 있어요. 환자샘플을 조국딸이 뽑은 게 아니라니까요. 그보다 4-6년 전에 뽑은 샘플을 가지고 연구한 거고, 뽑을 당시 동의 받았습니다. 연구 시작하기 전에 IRB 심사받고요, 심사받을 때 주저자가 소명합니다. 그리고 연구한 뒤 논문을 씁니다. 저자의 순서도 그때 결정됩니다. 이번에 샘플을 채취했다면 저 인간 말이 맞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닙니다. 모르면 가만 있으라고 해주십시오. 그리고 고소한다고 해서 고소하는 측이 옳은 건 아니지요. 근데 소아과학회가 왜 고소하죠? 당사자도 아닌데? 병리학회는 도대체 누구를 고소한 건가요? 장영표 교수? 이유는 명예훼손? 이유가 궁금하네요

학생1 2019-08-2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봤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에 있는 그저 평범한 학생인데 글을 보다 의문이 생겨서 댓글 남깁니다.
논문 자체가 IF 매우 낮은 저널의 어떻게보면 질 낮은 논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걸 떠나서 어째든 정식 논문이니 드리는 말씀인데
정말로 1저자에 대해서 그러한 생각을 하시는지요?
제가 연구 윤리 교육을 받을 때도 그렇고 first author로 검색해봐도 나오는 사실이지만
1저자는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했으며 논문을 주도적으로 집필한 사람
논문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국의 딸이 실험에 참가했다면 2저자나 3저자에 이름을 올릴수는 있었겠지요
하지만 1저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라는 생각이드는데,
교수님이 쓰신 내용은 현재의 연구윤리의식에 심각하게 반하는 생각아닌지요?
또한 해당 논문은 사람 혈액을 이용한 실험으로 생명 윤리문제가 있습니다.
윤리위원회에 심사를 받아 통과해야하고 실험에 참가하는 전원이 명단에 있어야합니다.
실제로 논문 본문에도 관련 사항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단국대 측에서 밝히기로는 조국의 딸은 명단에 없었다고 하는데
이 경우 실험을 실시하는 것은 규정 위반입니다.
마지막으로 제1저자가 곧 주저자인데 본문에서 말씀하신 1저자보다 주저자가 중요하다는 무슨뜻인지요? 제가 모르는 어떤 사실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놀랍네요
아주 약간의 실험으로 1저자를 줄 수 있다고 하시는 교수님의 말씀이
당시에는 그런일이 흔했나보죠?
입시문제를 탓할게 아니라 연구 윤리에 반하는 이러한 행동은 이번기회에 철저히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태우스 2019-08-28 00:37   좋아요 0 | URL
저 박사과정 정말 맞습니까? 혹시 아직 논문을 단 한편도 써보지 않으신 거 맞지요? 1저자와 주저자를 구분 못하는 거 봐서는 틀림없이 그런 것 같군요. 주저자는 맨 마지막에 나오는 저자로, 그 논문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집니다. 이걸 모르시니 조국 딸의 1저자에 열받으시겠지요. ˝1저자를 줄 수 있다˝에서 주체가 누구인가요? 1저자가 주저자라면 누가 1저자를 주는 거죠? 연구윤리교육을 다시 받고 오십시오.

IRB에 관해서는 위에 쓴 댓글로 대신합니다. 환자샘플을 조국딸이 뽑은 게 아니라니까요. 그보다 4-6년 전에 뽑은 샘플을 가지고 연구한 거고, 뽑을 당시 동의 받았습니다. 연구 시작하기 전에 IRB 심사받고요, 심사받을 때 주저자가 소명합니다. 그때 누가 연구자인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연구한 뒤 논문을 씁니다. 저자의 순서도 그때 결정됩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저자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학생1 2019-08-28 00: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논문 써봤습니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저자는 corresponding author지요
보통 연구비를 대고 내용에 책임지는 그 연구실의 교수가 가져가구요.
잘 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first author가 주저자니 논문 저자 표기할 때 first author et al 이런식으로 표기하는것이지요.

IRB에 관한 내용은 조국딸이 채혈을 했다 이런내용이 아닙니다.
생체샘플을 이용하는데 명단에 실험자의 이름이 없는걸 지적한겁니다
제대로 안보신건가요? 아니면 일부러 못본척 하시는건가요?
어차피 이 내용은 이미 대한병리학회측에서 언급하고 해명 없을시 논문 철회하겠다 했으니 제가 더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마태우스 2019-08-28 22:32   좋아요 0 | URL
학생1님, 주저자에 대해선 아래 댓글로 적었습니다. 사실 제가 댓글싸움 하는 걸 싫어합니다. 어차피 자기 하고픈 말만 무한반복이라.... 시간이 좀 아깝기도 하고요. 이거에 대해서 논리에서 밀리니까 빤스런한다, 이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이만...

질의 2019-08-2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존경하는 서민 교수님, 문빠들의 쉴드만 보다가 교수님의 글을 보니 또 다른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미성년자 논문등재 전수조사에 조국 딸이 누락되었고,
그걸 감찰한 민정수석실이 바로 조국 민정수석실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마태우스 2019-08-28 21:29   좋아요 0 | URL
미성년자 전수조사가 2008년것도 뒤졌는진 모르겠네요. 전 왜 2010년으로 알고 있을까요. 글고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교육부가 주 기관이었어요. 민정수석실이 그 인원 가지고 그걸 어케 다 뒤집니까? 만일 님 말이 맞다면, 그건 조국이 나쁜거죠.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

정윤욱 2019-08-2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신저자 의문의 주저자행

정윤욱 2019-08-2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안되는걸 말이 되게 하려니 1저자가 주저자라는 간단한 상식조차도 흔들리지요? 논문을 써보셨으면 모르실 수가 없으실텐데..

마태우스 2019-08-28 22:33   좋아요 0 | URL
뭐 제 상식과 님 상식이 충돌했나보죠? 정윤욱님도 논문 많이 쓰셔서 과학강국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9-08-28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찾아보니 1저자를 주저자라고 하는 경우도 있군요. 모 교수한테 물어보니까 1저자 교신저자 다 주저자라고 하기도 하네요. 저는 28년을 주저자 =교신저자로만 알고 있었네요. 그런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해주신 여러분들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조국 얘기는 이제 여기선 그만할게요~~ 님들이 많이 까주세요. 참고로 사모펀드 그것도 좀 까주시면 좋은데, 전 그쪽에 지식이 없어서 말입니다. 어디서 글 읽으니까 그것도 뭔가 있다더라고요.

정윤욱 2019-08-2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1저자가 주저자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지식 배워 갑니다. 남 까는 얘기 해봐야 무엇 하겠습니까? 변하는 것도 없을진데.. 미천한 제 소일거리나 마저 하러가렵니다. 우연히 읽은 글에 옹졸한 댓글로 실례 많았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마태우스 2019-09-04 09:50   좋아요 0 | URL
실례라니요. 님 덕분에 알게 됐으니 제가 감사해야 맞지요. 욱해서 죄송합니다

2019-08-29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9-04 09:55   좋아요 0 | URL
이런 주옥같은 글을 저 혼자 보기 아깝네요. 답이 늦어 죄송했습니다. 수시에도 분명 장점이 있을 테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건 오직 공정성인 것 같습니다. 수시는 이 공정성 면에서 정시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12년 교육을 1회성 시험을 평가한다는 게 가혹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를 대신할만한 공정한 시험이 없다면 100% 정시를 원하는 민심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옥같은 의견 감사드리고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님이 말씀하시는 연구기금, 아마 잘 안될 겁니다. 연구기금 제도가 있다해도 기꺼이 학생을 맡아줄 교수는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예요. 고교생을 맡아서 연구에 참여시키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거든요. 안그래도 귀찮은데 검찰조사까지 받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게다가 울나라에 교수 말고 연구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요.... 그런 점에서 안타깝네요. 이 나라 과학이 죽어간다는 게요.

전지운 2019-09-0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렇군요. 역시 교수님!!! ^^
 

* 경향신문에 실리는 칼럼 마감일이 내일 오전이다. 즉 나는 오늘밤 안으로 칼럼을 써야 한다. 아직 한 줄도 안썼다. 주제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글을 시작하려니 막막해, 계속 잡글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을 새야 할 성 싶다.

----------------

 

 

 

 

 

 

 

 

 

 

 

 

 

‘책밥상’이란 출판사에서 새 책을 낸다며 추천사를 부탁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린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추천사를 거절하지 않는 편인데,
하물며 내가 책을 낸 출판사였으니 기꺼이 수락했다.
추천사를 쓸 때 어려운 대목은 피디에프 파일로 책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종이의 질감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책밥상에서 보내준 책은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은, 소위 메타책이었다.
<침묵의 봄>을 번역하신, 그리고 <럭셔리> 잡지 본부장이신 김은령 선생님이 썼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이후 본 메타책이 한두권이 아니고,
그 책들에 대단히 감동한 적은 없기에 별 기대없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내 입에서 ‘오옷’ 하는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책이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책 두 권 혹은 세 권을 가지고 얘기하며,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살포시 담는 것은 여느 메타책과 다를 바 없었지만,
저자가 고른 책들이,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경험들이
해당 주제에 맞춤복처럼 들어맞아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면서 그렇게 재미를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구나. 아주 재미있는 책은 꼭 종이책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이구나.
오늘 발생한 자투리 시간은 죄다 그 책을 읽는 데 투여됐다.


내가 처음 썼던 추천사.
메타책, 즉 책에 대한 책은 웬만큼 내공이 뒷받침돼야만 쓸 수 있다. <제목>의 저자는 상상 이상이다. 막연히 책 이야기만 하기보단 자기 삶과 결부시켜 진한 울림을 준다. 메타책 중 단연 최고의 책이라 장담한다.”

이 추천사를 보내고 나니, 내가 느낀 감동을 전하기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대표에게 격찬의 문자를 보내다 추천사를 다시 썼다.
“책을 읽고 출판사에 제안했다. ‘이 책에 귀사의 운명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정의가 꼭 이긴다는 말이 맞다면,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아니, 돼야 한다.”


저자는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주신 어머니 덕에 책의 세계에 들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세계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것일까, 아니면 25년간 잡지사에서 일을 한 게 도움이 된 것일까.
만일 전자라면, 어머니를 원망하련다.
“어머니, 왜 제게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으셨나요? 아들이 글쓰기 너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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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2019-08-2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 글을 쓰는 아드님을 두신 어머님은 성공^^ 아닐까요?

마태우스 2019-08-22 10:03   좋아요 1 | URL
앗 이런 찬사를....! 감사합니다 어린왕자님. 어머니한테 성공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19-09-25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9-25 21:04   좋아요 0 | URL
어머나 안녕하세요. 알라딘 계정 있으시군요! 이런 멋진 글을 쓰시는 분과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런 날이 온다면, 저도 너무 좋겠네요.
 

 

 

 

 

 

 

 

 

 

 

 

 

 

원래 턱선이 있었던 기억이 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게 보이지 않았다.

올해 초인지 아니면 작년인지, 아니면 재작년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과거에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원래 거울보는 걸 안좋아했지만, 턱선이 사라진 뒤엔 더더욱 싫었다.

 

아내와 싸우고 난 뒤 2박3일 중 결혼식장에서 한끼를 채우고

전날 먹다 남은 잡채밥을 아침으로 먹은 걸 제외하면 내내 굶었다.

처음엔 참 힘들었고,

김훈 선생님이 쓴 <공터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지만,

계속 굶다보니 견딜만해졌다.

익숙함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하려고 거울을 보니 사라졌던 턱선이 돌아와 있었다.

그게 뭐 그리 좋은 거라고, 정말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턱선이 생긴 나는 과거보다 좀 더 괜찮아 보였다 ㅋㅋ


밖에 있는데 성격 좋은 아내가 문자로 화해를 청했다.

아내에게 답했다.

나 턱선 생겼다고, 싸우니까 좋은 점도 있다고.

그 문자를 보내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아내가 또 맛있는 식사를 차려주면 이 턱선은 금방 사라질 텐데?

앞으로 웬만하면 식사는 집에서 하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

밖에서 사먹는 것도 과거처럼 다 먹지 말고 반만 먹기로 했다.

그 첫날인 오늘, 저녁거리로 기차역 옆에서 김치찌개를 먹는데,

진짜 반만 먹었다.

그 여파로 지금 배가 고파 못견디겠지만,

그때마다 거울로 턱선을 비춰보며 견디고 있다.

문제는 계속 보다보니 그깟 턱선이 뭐가 중요한가, 라는, 악마같은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된다. 어떻게 얻은 턱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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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이틀째 부부싸움 중이다.


발단은 다섯째 강아지 오리,

이 녀석이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아 절대안정이 필요하다.

오리는 아내와 나 중 나를 훨씬 더 좋아해,

둘이 같이 있을 때는 늘 나랑 같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오리는 마루에 있는 케이지에 넣어 두면

방구석에 있는 나에게 가겠다며 끼룩끼룩 울었다.


 

갈등은 여기서 시작됐다.

아내는 내 방에서도 케이지에 넣어 두자고 했고,

난 작은 공간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있게 하자고 했다.

내가 보기엔 그 작은 공간도 집안 전체를 누비던 오리에게 너무 비좁았지만

절대안정을 우선시하는 아내는 그 공간이 너무 컸다.

난 “나를 믿어라”고 주장했지만, 아내는 “만의 하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맞섰다.

그게 조금 큰 싸움이 됐고, 화해하러 갔던 오늘 아침엔 되려 고질라급의 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오리는 내 옆에 있게 됐지만, 아내와 난 필요한 말 이외엔 하지 않고 있다.

 

싸움이 시작되면 아내한테 밥을 차려달라고 하기가 좀 쑥스럽다.

다행히 어제 중국집에서 배달온 잡채밥이 있어서 그걸로 첫 끼니를 떼웠다.

일이 밀려 마음이 급했던 오후, 다시 공복이 찾아왔다.

배고픔을 참기 위해 억지로 잠을 잤지만,

깨고 나니 다시 배가 고팠다.

그때 가방에 어디선가 받은 과자가 있는 게 생각났다.

그거라도 먹자 싶어서 과자를 뜯는데, 오리가 갑자기 입맛을 다신다.

사료도 있고 고구마도 있고 다른 간식도 있지만,

갇혀 있어서 그런지 오리는 통 식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오리가 입맛을 다신다니,

난 당연히 과자를 오리에게 줬고, 오리는 맛있게 그걸 먹었다.

계속 먹었다.

곧 과자가 바닥이 났다.

오후 8시 28분 현재, 난 여전히 배가 고프다.

다시 억지로 잠을 청해 볼까. 

내가 먹으려던 과자를 먹는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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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8-2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늦게 보았습니다.
지금은 아내님과 화해하셨겠죠?
주방에서 들어보라고 일부러 달그락 소리를 내며 뭔가 하는 척하면
아내님도 못 이기는 척 나와서 도와주시지 않았을까요?ㅎ

정말 개가 옆에서 입맛을 다시고 있으면 안 줄 수가 없어요.
녀석 때문에 그 사단이 났는데 그것도 모르고 달라고 하고 있으니.
이걸 두고 벼룩의 간을 내 먹는다고 하는 건가요?ㅎㅎㅎㅎ

마태우스 2019-08-21 01:03   좋아요 0 | URL
화해는 했지요 주방 가서 혼자 차려먹을 수도 있지만, 역시 안먹어야 굳은 의지를 보이는 거죠^^ 글구 개는 참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뭔 짓을 해도 예쁘네요.
 

 

 

 

 

 

 

 

 

 

 

 

 

 

201811, 누나한테서 전화를 받은 저는 넋을 잃었습니다.

몸이 안좋아 응급실에 가셨던 어머니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거든요.

췌장암의 무서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다

제 친한 친구가 4년 전에 췌장암 진단 6개월만에 하늘나라로 갔기에,

절망이 더 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지요.

혈액암을 이겨내서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보나 했더니,

더 무서운 병이 찾아왔으니까요.

제게 그런 일이 생겼다면, 치료를 안 하겠다고 버텼을지 모릅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췌장암과 싸우겠다고 용기를 내주셨습니다.

8차에 걸친 항암을 받으셨고,

그렇게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수술 전날 마음이 너무 참담해, 이곳에 글을 써서 넋두리했었지요.

 

그 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여든살의 나이로 그 힘든 수술을 이겨내셨고,

그 뒤 이어진 항암도 거뜬히 견디셨어요.

그리고 지지난주 토요일, 어머니는 더 이상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앞으로 5년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지요.

의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또 어머니의 상태에 일희일비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 같습니다만,

여기다 글을 쓴 날짜를 보니 그게 불과 4개월 전이네요.

어머니로부터 암 덩어리를 없애 주신 분은 분명 의사 선생님이신데,

이상하게 그분보다 어머니한테 더 고마워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어머니한테 잘할 기회를 주셔서? 저를 고아로 만들지 않아 주셔서?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리다가,

그냥 살아주셔서 고마운 게 아닌가, 라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분이 세상에 그대로 계셔 주신다는 것,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어머님한테 잘 하겠습니다.

같이 걱정해 주시고 또 격려의 말씀 전해주신 오랜 벗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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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8-1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마태우스님. 정말 다행이에요.

마태우스 2019-08-11 00: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흑흑. 앞으로 다락님한테도 잘할래요.

2019-08-1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1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라이브 2019-08-1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마테우스님의 진실되고 간절한 마음이 어머니와 선생님꼐 잘 연결 전달 되어서
이뤄어진 결실입니다. 님의 마음 씀씀히가 하늘에 닿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이 님을 비롯한 가족들 모두가 건강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마태우스 2019-08-11 11:28   좋아요 0 | URL
얼라이브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누나가 특히 간병을 열심히 해줬어요. 누나한테도 잘 하려고 합니다. 얼라이브님 가족분들도 다 건강하길 빕니다.

박균호 2019-08-1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여름인가...제가 쓴 어떤 글에서 “내 어머니, 부디 오래 살아만 주시라”고 썼는데 올 1월에 돌아가셨네요. 선생님 어머니 쾌차하신 것을 보니 제 마음이 다 행복해지네요.

마태우스 2019-08-11 11:29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ㅠㅠ 한번 가시면 되돌릴 수 없는데, 우리는 부모가 평생 사실 것처럼 생각하지요. 다시금 마음 다잡아볼게요.

blanca 2019-08-1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너무 너무 축하드려요. 슬픈 소식일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이라니요.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네요. 더불어 좋은 기운 나누어 받아서 암투병중인 저희 가족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합니다.

마태우스 2019-08-11 11: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블랑카님도....ㅠㅠ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정말 집안 분위기가 우울해지더라고요. 공기도 회색빛으로 보이고요. 명절이고 휴일이고 늘 우울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서 쾌차하셔서 맑은 하늘을 되찾으시길 빕니다.

stella.K 2019-08-1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축하합니다.
병은 환자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머니께서
다행으로 용기를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네요.
저 아는 지인의 어머니는 며칠 전 소천하셔서 저도 마음이 좀 무거웠는데
밝은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슴다.
모쪼록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마태님과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마태우스 2019-08-15 19:28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잘할 기회를 얻었으니, 이 기회마저 놓치면 안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스텔라케이님. 투병 동안 답답할 때마다 님이 큰 도움 줬습니다

서니데이 2019-08-1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좋은 소식 축하드립니다.
어머님께서 어려운 치료과정을 시작하실 때 많이 힘드셨을텐데 무사히 끝내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날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마태우스 2019-08-15 19: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런 날이 올줄 몰랐는데, 막상 오니까 참 좋네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셔서 알라딘을 빛내주십시오.

카스피 2019-08-1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어머님의 병환이 완쾌되신것을 정말 축하 드려요^^

마태우스 2019-08-19 22:10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정말 감사합니다. 카스피님도 하는 일 잘 되길 빌겠습니다~! 제가 빌면 암도 낫는 신통력이있으니, 카스피님 운수대통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