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에 실리는 칼럼 마감일이 내일 오전이다. 즉 나는 오늘밤 안으로 칼럼을 써야 한다. 아직 한 줄도 안썼다. 주제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글을 시작하려니 막막해, 계속 잡글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을 새야 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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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밥상’이란 출판사에서 새 책을 낸다며 추천사를 부탁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린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추천사를 거절하지 않는 편인데,
하물며 내가 책을 낸 출판사였으니 기꺼이 수락했다.
추천사를 쓸 때 어려운 대목은 피디에프 파일로 책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종이의 질감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책밥상에서 보내준 책은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은, 소위 메타책이었다.
<침묵의 봄>을 번역하신, 그리고 <럭셔리> 잡지 본부장이신 김은령 선생님이 썼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이후 본 메타책이 한두권이 아니고,
그 책들에 대단히 감동한 적은 없기에 별 기대없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내 입에서 ‘오옷’ 하는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책이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책 두 권 혹은 세 권을 가지고 얘기하며,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살포시 담는 것은 여느 메타책과 다를 바 없었지만,
저자가 고른 책들이,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경험들이
해당 주제에 맞춤복처럼 들어맞아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면서 그렇게 재미를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구나. 아주 재미있는 책은 꼭 종이책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이구나.
오늘 발생한 자투리 시간은 죄다 그 책을 읽는 데 투여됐다.
내가 처음 썼던 추천사.
“메타책, 즉 책에 대한 책은 웬만큼 내공이 뒷받침돼야만 쓸 수 있다. <제목>의 저자는 상상 이상이다. 막연히 책 이야기만 하기보단 자기 삶과 결부시켜 진한 울림을 준다. 메타책 중 단연 최고의 책이라 장담한다.”
이 추천사를 보내고 나니, 내가 느낀 감동을 전하기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대표에게 격찬의 문자를 보내다 추천사를 다시 썼다.
“책을 읽고 출판사에 제안했다. ‘이 책에 귀사의 운명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정의가 꼭 이긴다는 말이 맞다면,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아니, 돼야 한다.”
저자는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주신 어머니 덕에 책의 세계에 들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세계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것일까, 아니면 25년간 잡지사에서 일을 한 게 도움이 된 것일까.
만일 전자라면, 어머니를 원망하련다.
“어머니, 왜 제게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으셨나요? 아들이 글쓰기 너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