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턱선이 있었던 기억이 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게 보이지 않았다.
올해 초인지 아니면 작년인지, 아니면 재작년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과거에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원래 거울보는 걸 안좋아했지만, 턱선이 사라진 뒤엔 더더욱 싫었다.
아내와 싸우고 난 뒤 2박3일 중 결혼식장에서 한끼를 채우고
전날 먹다 남은 잡채밥을 아침으로 먹은 걸 제외하면 내내 굶었다.
처음엔 참 힘들었고,
김훈 선생님이 쓴 <공터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지만,
계속 굶다보니 견딜만해졌다.
익숙함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하려고 거울을 보니 사라졌던 턱선이 돌아와 있었다.
그게 뭐 그리 좋은 거라고, 정말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턱선이 생긴 나는 과거보다 좀 더 괜찮아 보였다 ㅋㅋ
밖에 있는데 성격 좋은 아내가 문자로 화해를 청했다.
아내에게 답했다.
나 턱선 생겼다고, 싸우니까 좋은 점도 있다고.
그 문자를 보내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아내가 또 맛있는 식사를 차려주면 이 턱선은 금방 사라질 텐데?
앞으로 웬만하면 식사는 집에서 하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
밖에서 사먹는 것도 과거처럼 다 먹지 말고 반만 먹기로 했다.
그 첫날인 오늘, 저녁거리로 기차역 옆에서 김치찌개를 먹는데,
진짜 반만 먹었다.
그 여파로 지금 배가 고파 못견디겠지만,
그때마다 거울로 턱선을 비춰보며 견디고 있다.
문제는 계속 보다보니 그깟 턱선이 뭐가 중요한가, 라는, 악마같은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된다. 어떻게 얻은 턱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