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누나한테서 전화를 받은 저는 넋을 잃었습니다.
몸이 안좋아 응급실에 가셨던 어머니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거든요.
췌장암의 무서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다
제 친한 친구가 4년 전에 췌장암 진단 6개월만에 하늘나라로 갔기에,
절망이 더 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지요.
혈액암을 이겨내서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보나 했더니,
더 무서운 병이 찾아왔으니까요.
제게 그런 일이 생겼다면, 치료를 안 하겠다고 버텼을지 모릅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췌장암과 싸우겠다고 용기를 내주셨습니다.
8차에 걸친 항암을 받으셨고,
그렇게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수술 전날 마음이 너무 참담해, 이곳에 글을 써서 넋두리했었지요.
그 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여든살의 나이로 그 힘든 수술을 이겨내셨고,
그 뒤 이어진 항암도 거뜬히 견디셨어요.
그리고 지지난주 토요일, 어머니는 더 이상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앞으로 5년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지요.
의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또 어머니의 상태에 일희일비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 같습니다만,
여기다 글을 쓴 날짜를 보니 그게 불과 4개월 전이네요.
어머니로부터 암 덩어리를 없애 주신 분은 분명 의사 선생님이신데,
이상하게 그분보다 어머니한테 더 고마워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어머니한테 잘할 기회를 주셔서? 저를 고아로 만들지 않아 주셔서?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리다가,
그냥 살아주셔서 고마운 게 아닌가, 라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분이 세상에 그대로 계셔 주신다는 것,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어머님한테 잘 하겠습니다.
같이 걱정해 주시고 또 격려의 말씀 전해주신 오랜 벗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