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다가 울지 않은 적이 없다.
평이한 줄거리의 <각설탕>을 볼 때도 펑펑 눈물을 쏟았고
<우리개 이야기>, <에이트 빌로우>같은 최루성 영화를 볼 때는
부지런히 휴지로 눈물을 찍어내야 했다.
그런 걸로는 부족했던 걸까.
<마음이...>란 영화가 나와 버렸다.
지금까지 영화들이 솔바람이었다면 <마음이...>는 태풍이다.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 영화는
울리려고 작정을 한 듯
‘이래도 안 울 테냐?’는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용을 잠깐 보자.
강아지 때부터 기르던 리트리버 마음이가 여동생과 강가에 가는데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여동생이 죽는다
그때부터 남자애는 그 개를 미워하며
마음이를 버린 채 기차를 타고 가버린다.
주인을 따라 철로를 달리는 마음이의 모습은 가슴이 찢어진다
그거 말고도 노숙을 하는 주인공을 몸으로 감싸안는 장면 등
어느 하나, 만만한 장면이 없다
2분 남짓한 예고편을 보는 동안에도 눈물이 주르르 흐르던데
얼마만큼 울어야 영화가 끝날까?
휴지는 도대체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할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각설탕>에서 내가 처음으로 울던 장면은
주인과 헤어진 말이 택시에 탄 주인을 발견하고 열심히 쫓아가던 대목(결국 놓친다)
마음이의 철로 씬에서도 어김없이 눈물이 흐르는 등
추격 장면에 유난히 약한 이유는
거기 얽힌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건원에서 군복무를 하던 시절
휴일날 벤지를 데리고 가서 산보를 시켰다.
근데 이 녀석이 동물냄새를 맡더니-토끼 등-평소와 달리 천방지축 날뛰는 거다
내 시야를 벗어나서까지 설치기에
불러서 좀 야단을 쳤다.
“너, 그렇게 할 거면 혼자 여기 남아! 나 갈거야!”
녀석 앞에서 나 혼자 차에 올라타 정문 쪽으로 차를 몰았다.
놀란 벤지는 흰털을 휘날리며 차를 쫓아온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교육이고 뭐고 차를 세우고 벤지를 안아 올렸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 그때 모습은
내 머릿속에 깊숙이 저장되어 추격 씬 때마다 눈앞에 불려나온다
주인을 찾아 택시를 쫓는 <각설탕>의 말
병원에 입원한 주인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우리개 이야기>의 하얀 개
주인이 자신을 버리고 가자 쇠사슬을 끊으려 몸부림치는 <에이트 빌로우>의 썰매개들....
이 동물들은 내게 벤지와의 그때를 연상시켜 날 슬프게 한다.
울 게 뻔한데도 영화를 보려고 하는 까닭은
그렇게 해서라도 벤지를 추억하고 싶어서다.
처음엔 다른 개를 보는 것도 피했고
개가 나오는 책이나 영화도 보지 않았지만
이젠 그것들을 두려워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벤지를 마음으로 보내려고 한다.
눈물엔 정화 기능이 있고 정화 능력은 그 양에 비례한다.
벤지에 대한 추억으로 인한 생채기가 워낙 깊어서
웬만한 눈물로는 치유가 안 되겠지만
너무 많이 눈물을 흘려
눈물이 마르는 그날이 되면
마음으로도 벤지를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막상 <마음이...>를 보려고 하니 무섭긴 하다.
그래서 난 10월 말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