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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 -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 이야기
알리 러셀 혹실드 지음, 백영미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정희진 선생의 문화강좌를 들을 무렵, 존경의 표시로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를 선물했었다. 선생님이 그 답례로 주신 게 바로 <돈 잘버는 여자, 밥 잘하는 남자>,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읽는 내내 짜증을 느껴야 했다. 이유는 바로 남자들 때문. 평소 남자들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지만(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악함이 지나친 것 같아서다.
언젠가 네이버에 이런 기사가 떴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훨씬 증가했음에도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는 내용. 거기 달린 남자들의 댓글이 아주 가관이었다. “왜 남자 욕하는 기사만 메인에 올리냐?”부터 “남자가 여자 먹여 살리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지, 집안일까지 해야 하냐?” 등등. “아, 내가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좀 하겠다”고 말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걸까. 왜 우리나라 남자들은 세계와 경쟁할 생각은 안하고 여자 공격하는 것만 낙으로 삼는 걸까.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남자가 뻔뻔한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미국의 맞벌이 가정도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부인이 돈을 더 많이 벌건 적게 벌건, 저자가 관찰한 여러 계층의 가정들은 하나같이 여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이끌어 가는 곳이었다. 일과 직장 모두에서 성공하기를 바랐던 여자들은 남자의 도움을 줄기차게 요구하다가 1) 일을 그만두고 가사를 전담하거나 2) 자기가 다 하면서 “남편도 분담한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3) 그것도 아니면 갈라섰다. 부인이 파트타임으로 바꾸는 등 직장을 희생하는 경우는 있어도 남편이 가사일을 돕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남자들이 집안일을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원래 여자의 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유가 무엇이든 맞벌이의 증가는 여성들이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결혼을 점점 꺼리는 경향도 여기서 비롯되는 듯하다. 참고로 말하면 남자들의 가사일 분담은 전혀 늘지 않았지만, 옛날에 비해 남성들의 TV 시청 시간이 하루 한 시간 이상 늘었고, 수면 시간도 늘었다고 한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직장 일을 계속할 생각이 있으면 가사 일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결혼 전에 굳게 약속을 하시라. 남성과의 약속만큼 못믿을 건 없지만.
* 어느 분의 지적처럼 나 역시 가사 일을 전혀 안하고 있다. 꼭 가정을 가져야만 가사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