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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 의외로 본능충실 도대체 씨의 일단직진 연애탐구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영원할 것 같은 사랑,
하지만 갑자기 이별이 찾아온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 (그녀)를 원망해 보지만,
그 갑작스러움을 이해할 길은 없다.
그런데 이전에 쓴 일기를 보면 이런 말이 쓰여 있다.
[2월 4일. 차를 마시다가 좀 말다툼을 했다. 별거 아닌 일로 자꾸 삐그덕거리게 된다. 그래도 빨리 기분을 풀어서 다행.]
[2월 7일, 주말 약속을 잡다가 또 서로 기분이 상해서 약속을 취소할 뻔했다.]
[2월 8일, 마음이 식은 걸까...아니겠지?]
그러니까 그 이별은 결코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내가 애써 모른 척했을 뿐”이고,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둘 다 이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으면서도
헤어진 이유를 상대에게만 돌리려고 했던 것이다.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138-139쪽)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썼던 도대체 작가의 새로운 주제는 바로 ‘연애’였다.
모든 연애는 다 다르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부분이 꽤 많이 존재하는지라
연애 관련 책이 필요해진다.
도대체 작가는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공감을 유발하는 글 &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재주가 있는데,
이번 책에서도 그의 재능은 여지없이 발휘된다.
하지만 ‘위로’를 바탕으로 한 지난 책에서도 그랬지만
‘연애’를 이야기하는 이번 책도 진한 외로움을 느끼게 해주는데,
그건 지금까지 했던 도대체 작가의 연애가 다 실패로 끝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창 연애를 하는 사람이 아닌,
솔로들, 권태기 커플, 그리고 헤어짐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분들이 읽으면 훨씬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또 다른 글을 하나 소개하자.
“그대가 내게 전부였었는데”라는 가사가 있다.
그런데 도대체는 누군가가 자신의 전부라고 여긴 적이 없었다.
다만 그가 떠날 때 그런 마음이 들었을 뿐이라고.
이 말을 하면서 도대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함께 있을 때 일부였던 이는 떠나면서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간다.” (159쪽)
이렇듯 작가는,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이별의 아픔을 멋진 글로 승화시키는 존재다.
팟캐스트와 방송에서 이름을 날리는 박지훈 변호사,
어떤 주제든지 그는 재미있는 말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재주가 있다.
그런 그가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는 분야는 바로 연애로,
그가 억지로 끼어들 때마다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왜일까.
그는 처음 만나 사귄 허모 여사와 결혼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별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랑의 소중함을 알기 어려우며,
좋은 연애 코치가 되긴 힘들다.
그렇다면 죄다 실패로 끝났을지언정 몇 번 연애를 해본 도대체 작가는
좋은 연애 코치의 자격이 충분하다.
이 책 읽고 연애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면서
새로운 연애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