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구치는 “가방은 패션”이라고 말했지만, 나처럼 가방 한두개로 일년을 버텨야 하는 사람에게 가방은 늘 가지고 다녀야 할 필수품일 뿐이다. ‘가방’으로 검색을 해 본 결과 가방 수리공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이런 말을 했단다.
“가방 정리를 안하면 늘 무거운 가방을 들고다닐 수밖에 없고, 결국 남는 건 어깨 부상 뿐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이다. 게으른 운전자가 차 트렁크를 가득 채워 다니느라 1킬로당 0.2리터의 기름을 더 쓰듯이, 가방 정리를 안하는 사람은 무거운 가방을 낑낑대며 들고 다니느라 다른 곳에 쓸 에너지를 낭비한다. 무겁기 짝이 없는 내 가방엔 도대체 뭐가 들어 있을까. 휴대폰 사진을 컴에 올릴 수 있게 된 첫날, 난 내 가방의 내용물들을 사진으로 찍어 봤다.

이게 내 가방이다. 몇년간 빨지 않아 가까이 하기 힘든 이전 가방을 불쌍히 여긴 미녀가 선물했다.

자크가 달린 주머니에는 이어폰, 아픈 기색만 보여도 먹는 타이레놀, 버스에서 책 볼 때 쓰는 후레쉬, 유사시 쓰려고 담아 둔 병따개, 손톱깎기, 그리고 연수 교육 중 훔친 커피 믹스가 들어있다.

이건 또 뭘까. 모텔에서 나올 때 챙겨 온 비타500과 맥스웰 커피캔, 써클 주소록, 그리고 전등이다. 참고로 지하철에서 1000원 주고 산 저 전등은 5분만 손으로 펌프질을 해주면 1시간 동안 환하게 세상을 밝혀준다.

저 중국 엽서를 누구한테 받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작년 버젼 써클 주소록이 있고, 모텔에서 받은 치솔이 두개 들었다. 타이레놀과 맥스웰 커피믹스, 그리고 길거리에서 받은 부채가 있다.

책 한권을 다 읽어갈 때 쯤엔 다음에 읽을 책을 가방에 담는다. 오른쪽 책은 다 읽었고, 왼쪽 책은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번에 연수교육 때 쓴 교재가 있고, 오른쪽은 2박3일간 인내한 댓가로 받은 수료증이다.

휴지가 왜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화장실에 자주 가는 습성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많다.

이번 발굴에서 얻은 가장 의외의 물건. 나머지 양말 한 짝은 어디로 갔으며, 저 복분자 술은 또 뭐란 말인가.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출처를 알 수 없다. 학생한테 받았을까. 최소한 한달 이상을 내 가방에서 고생한 저 술은 "내가 복분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라며 반색하신 엄마의 차지가 되었다.

오래 된 영수증들을 왜 가지고 다니는지. 위에 있는 건 스윗xx님한테 받은 청첩장이다. 일이 생겨 못가서 정말 죄송했다는...

난 빨간 플러스펜을 아주 많이 쓰는지라 두세개 정도는 갖고 다닌다. 뚜껑을 잃어버릴 경우에 대비, 뚜껑만 모은다. 오른쪽 건 테니스 칠 때 쓰는 손목밴드. 아 저게 여기 있었구나...
내 가방에는 이런 게 들어 있었다. 어쩐지 책 한두권만 넣어도 어깨가 떨어질 만큼 무겁더라 했지. 이것 말고도 쓰잘데기 없는 종이 뭉치와 사탕 등이 들어 있었다. 게으른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 버리고 새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중. 당신의 가방엔 혹시 불필요한 게 없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