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초사태를 보니까 갑자기 나초가 싫어진다(플라시보님 서재에서 퍼온 사진)
어느 분의 서재에서 나초 어쩌고 하는 자의 만행을 보면서 술이 확 깨버렸다. 세시가 넘어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쓰레기같은 댓글을 읽어야 했을 그분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8만이나 되는 알라디너 중 어찌 이상한 놈이 없겠냐만은, 변태가 100명은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보다는 눈앞에 나타난 한명의 변태가 훨씬 더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법이다. 우리가 너무 평화롭게 산 탓에 악플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초란 놈이 달아놓은 현란한 댓글들은 악플이 일상화된 타 사이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수준이다. 그분의 사랑스런 아이들-우리 모두의 아이이기도 한-까지 거론한 걸 보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익명성을 이용해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은 논리적 사고력이 아주 빈약하다. 자신의 정당성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기에 욕밖에 할 수 없는 거다.
둘째, 이들은 가정과 사회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오프라인에서 쌓인 울분을 온라인을 통해서 해소하고자 하는거다. 그가 남긴 댓글 중 한 대목, “머리에 든것도 없음시로 주둥이 달렸따고 남한테 설교하기 좋아해서 목에 힘주고 지랄깝싸는것들”을 보면 그가 평소 엄청난 열등감에 시달렸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 만났다면 그분에게 감히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할 사람이기에 온라인에서나마 열등감을 해소해 보려고 한다.
셋째, 이런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겁이 많다’는 거다. 매너님이 남긴 다음 글, “님의 서재 방명록에서도 밝혔지만 2005년 8월 11일 오전 0시 55분 이후 님의 모든 언행 저장중입니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있는 님의 행동 기대하겠습니다”을 보자 나초란 놈은 놀라서 서재문을 닫고 숨어 버렸다. 몸만 숨기면 안보이는 줄 아는 꿩처럼.
그가 남긴 흔적들을 추적해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신고하면 보복이 두렵지 않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류의 인간은 아까도 말했듯이 오프라인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며, 잘못했다고 비는 게 고작일 뿐이다. 한번 혼나고 나면 다른 사이트에 가서도 쉽게 그런 짓을 하지 못할테니 개인적으로는 신고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기꺼이 신고의 주체가 될 것이다.
그 문제와는 별개로 서재문을 잠시 닫겠다는, 그리고 아예 닫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그분의 거취가 문제된다. 내가 좋아하는 그분, 선한 눈매와 긴 다리가 매력적이며 내게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 그분이 이번 일로 떠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살아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분이라 할지라도 이번 일로 엄청나게 놀랐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데, 존재감에서 비교할 수도 없는, 더럽고 빈약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 할지라도 우리 모두에게 존경받는 분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분에게 지난번 사태 때 했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잠시 서재를 닫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해도, 충격이 엷어지면 다시 돌아오시라고. 서재질의 주체는 우리들이니 서재문을 닫는 것도 우리들 때문이어야 한다고. 예컨대 부리 녀석이 그런 짓을 했다면 오랜 기간 호형호제하던 사람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게 무서울 수 있고, 그 무서움이 서재인 모두에게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나초란 놈은 ‘우리들’이 아니며, 애당초 ‘우리들’일 수도 없었다. 나초의 만행이 일순간 감정이 격해진 결과라고 관대히 봐줄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는 건 아니며, 개인적인 생각으로 나초와 같은 놈은 우리와는 원래부터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다. 남자인 내가 그분이 겪었던 상처를 어찌 이해할 수 있겠냐만, 하루빨리 상처가 치유되어 돌아오시기를 바란다. 요즘 우리들, 떠나는 분들 때문에 상처 너무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