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깝게 30위 진입에 실패했습니다만, 30위 안에 들라고 무더기로 추천을, 그리고 댓글을 달아주신 님들의 사랑에 몸둘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요..
99년 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때, 모교 선생님이 축하한다며 난을 보내 주셨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일주에 한번만 물을 주면 된단다. 하지만 난초에 대한 책임의식이 별로 없었던 나는 생각날 때마다 물을 줬고, 난초는 점점 갈색으로 변했다. 갈색으로 변한 난초잎을 하나씩 뜯으면서 묘한 생각을 했다.
“이 난초잎이 다 떨어지면 난 잘리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부터 열심히 물을 주기 시작했지만, 난초잎의 갈색화는 계속되었다. 잎이 다 뽑혀 다섯가닥 쯤 남았을 무렵, 난 난초가 담긴 화분을 조교선생에게 가져갔다.
“중요한 난초인데 좀 살려줄 수 있어요?”
그녀는 링거액도 꽂고, 물도 잘 주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날 가보니까 난초가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니까 죽었단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난초가 죽었음에도 난 잘리지 않았다.
작년 8월, 학장실에서 날 불렀다. 새로 학장이 바뀌었는데, 기념으로 여기저기서 난을 보내온 모양이다.
“와서 하나씩 가져가요”
열댓개나 되는 난 중에서 가장 평범한, 기르기 쉬워 보이는 걸 골라 그때 그 자리에 놨다. 난초를 한번 죽여봤던 노하우에 입각해 열심히 물을 줬다. 내가 한번도 빠짐없이 물을 줬다는 건 아니지만, 식물 기르기에 별 취미가 없는 것 치고는 정말 열심히 노력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정한 난초는 점차 갈색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일년도 안되어 그러는 걸 보니, 잘해야 2-3년 더 살지 않을까?
우리 조상들은 난초를 좋아했다. 난초에서 고상함, 우아함, 절개 이딴 걸 연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연약하고 까다로운 난초보다는, 밟아도 다시피는 잡초가 좋다. 잡초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