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앞둔 2월 말, 저는 마음이 심난했습니다.
'개강을 하면 수업준비도 해야 하고, 연구비 땄으니 실험도 해야 하는데다
논문까지 써야 하니 엄청 바쁘겠네...?'
그래서 아내에게 여행을 제안했고,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죠.
여행장소를 고르는 데 또 하루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활동적인 아내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올레길을 가자고 했고
전 피지에 가서 조용히 바다나 보고 오자고 했거든요.
결국 우리는 프랑스로 타협을 봤습니다.
8시간 가량의 비행 끝에 드골 공항에 내렸습니다.
거기 화장실에 잠깐 들렀는데, 좌변기 높이가 높아 발이 땅에 안닿더군요.
프랑스 사람들의 긴 다리가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념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인지라 숨 돌릴 틈도 없이 평소 보고싶었던 관광명소로 달려가야 했으니깐요.
제일 처음 간 곳은 에펠탑이었습니다.
에펠이 만든, 당시로선 최고로 높은 건물.
가보니까 정말 웅장하더이다.
그림설명: 2월인데도 파리는 따뜻했습니다. 저 목걸이가 결혼예물로 받은 겁니다.
그 다음에 간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습니다.
곰브리치의 미술사를 다 읽고 난 직후부터 루브르 갈 날을 꿈꿔 왔거든요.
아내 역시 미술이 전공인지라 반대를 안하더라고요.
한 여섯시간 정도 루브르를 돌았습니다.
다 보진 못했고, 모나리자 등등 그림 열점 정도를 관찰하는 데 한시간을 썼고,
나머지는 파리의 여인들을 관찰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파리 5구의 여인>이란 책을 읽어서인지 파리 여인들에 관심이 갔거든요.
역시나 다리가 길더군요.
참, 루브르 앞에서 한 컷.
그림설명: 걷다보니 더워서 아예 반팔로 갈아입었습니다.
오는 길에 잠깐 뉴욕에 들러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왔습니다.
진정한 자유가 뭔지 그 앞에 서니까 딱 알겠더라고요.
사진설명: 미국은 좀 춥더라고요. 서둘러 긴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2박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결혼 후 아내와 처음으로 한 여행이라 그런지
참 좋았습니다.
외국 가면 견문이 넓어진다는데 그게 정말이더라고요.
여러분도 사정이 되시면 외국 한번 나갔다 오심이 어떨까요?
이왕 나가시려면 프랑스를 추천합니다.
안가본 사람은 말을 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