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 반 전, 전 마음을 모질게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클릭을 할 때마다 카테고리가 사라지는 걸 보면서 떠나는게 이리도 쉽구나,고 생각했었죠.
어제 낮엔 상황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클릭을 했습니다.
이렇게 쉬운 일을 왜 미루고 미루었는지 잘 이해가 안갔습니다.
저같이 방황하는 영혼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 한달 반 동안 제게 일어난 변화를 정리해 봅니다.
1. 마음가짐
늘 잘릴까봐 불안해하는 게 지긋지긋해서
올해와 내년, 연구를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술을 좀 줄이고, 미녀를 덜 만나...는 건 좀 어렵겠지만
하여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2. 배
배가 더 나왔습니다.
한달 반 전에 입던 바지를 어제 입으려다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배를 들어가게 하는 건 포기하려구 합니다.
그래서 런닝머신도 때려치웠습니다.
해도 안되는 걸 뭐하러 합니까?
어느 분이 주신 채찍, 아니 줄넘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볼까요?
3. 경제
그간 나름 성실하게 사느라 하마터면 흑자를 볼 뻔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복귀한 기념은 아니고
제 은사님을 모신 자리에서 열심히 술을 먹다가
계산하는 버릇이 도지는 바람에
엄청난 액수를 제 카드로 긁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뒤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말만 하고 있습니다.
“왜그었지왜그었지왜그었지왜그었지왜그었지왜그었지왜그었지왜그었지”
4. 복귀 후유증
기억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앤티크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실시간 댓글의 여왕으로 불리던 그분은
어느날 갑자기 몇달인가를 쉬겠다고 하고
약속한 날짜에 돌아오셨죠.
그분이 처음 한 말은 “일단 그간 올라온 글을 둘러보고 다시 인사드릴께요.”였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몇달 사이에 올라온 엄청난 글들을 어찌 다 읽겠습니까.
그걸 안읽으면 소외되고-남들 아는 걸 자긴 모르니까-읽자면 끝이 없고
이런 걸 학자들은 ‘복귀 후유증’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금단증상 때문에 계속 눈팅을 해온 저는 아무런 후유증 없이 복귀가 가능합니다. 하핫.
5. 즐찾
사실 전 다른 서재로 복귀를 할까도 생각했었답니다.
하지만 어떤 분이 이러시더군요.
“왜 사람들이 즐찾을 안지우고 기다리는 줄 알아? 그래야 니가 복귀한 걸 알 수 있잖아.”
그 기간 동안 볼 것도 없는 황무지같은 제 서재를 즐찾해주신 분이 두분 계십니다.
그분들께도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6. 연애
야클님과는 각자 갈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야클님이 선녀님한테 프로포즈를 하기 전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미안해.”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는 끊어졌지만, 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요.
나중에 추적해보니 그 번호는 야클님의 회사 번호였습니다.
마음이 참 여린 분이구나 싶었고
그동안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미안했습니다.
야클님, 잘 가세요.
7. 그밖에
알라딘을 떠나 있는 동안 저를 위로해 주신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저같은 놈에게 돌아오라고 해주신 분들은 물론이고
제가 금단증상에 시달리지 않도록 도와주신 그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