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 보면 한 번씩 인생 전체가 의문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대개 고통스러울 때 그렇습니다. 질병, 죽음, 궁핍, 실패, 이별 등등 수백 가지 이유로 우리는 고통의 나락에 굴러 떨어집니다. 고통은 아프고 괴롭기 때문에 고통에서 벗어날 궁리에 낑낑대다가 그만 힘에 부치면 삶을 통째로 부정해 버립니다.

이 책은 살면서 누구나 수없이 던지는 질문,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 등 누구나 느끼는 인생에 대한 10가지 고민과 이에 대한 니체의 조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자인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 교수는 국내 최고의 니체 권위자로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니체의 인생론을 풀어냈습니다.

니체는 실제로 험난한 운명을 사랑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란 고난과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정신적 평정과 충일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힘을 증대시키려고 서로 투쟁하며 갈등하는 것이 세계의 실상이기 때문에 경쟁과 고통은 필연이라 파악했습니다. 그 자신 또한 가진 것 없이 가난했고, 제자 루 살로메를 사랑했지만 거절당해 독신으로 살았으며, 10년을 식물인간처럼 지내다 죽었습니다.

니체가 살던 시대와 요즘 우리의 현실은 그 맥락이 맞닿아 있습니다. 니체가 살았던 19세기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주던 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대였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인생은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이라 여기며 삶에서 맞닥뜨리는 고통과 시련을 피하려고만 했습니다.

이때 니체는 인간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기에 피할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행복이란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 앞에 주어진 어려움과 시련을 헤쳐 나갈 때 자신이 고양되고 강화되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복한 인간은 고통이나 어려움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그런 삶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니체는 자신의 삶의 앞에 놓여진 고난과 싸우면서 힘이 증대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안락함에 젖어 작은 것에도 불평불만을 하며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말세인이 아닌, 삶 앞에 놓인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끝까지 싸워나가는 초인. 그렇다면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 같은 그런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니체가 보기에 현대인의 고통의 본질은 염세주의 철학과 과민증일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고통을 피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 고통에 빠지고 길을 잃습니다. 고통을 근절시켜야 하는 실존의 오점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고통은 '삶에 이탈'함으로써 오는 것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그의 철학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생에 묻는 열 번의 질문들을 통해 니체의 철학으로 어떻게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야 하는지 깨달음을 주는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촌철살인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일침을 줄 때가 있는 반면, 좌절에 빠져 절망하고 있을 때 기운을 북돋아주는 힘 있는 말로 일으켜 주기도 합니다.

삶이 무기력하다고 생각했던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민들도 어쩌면 우리를 불필요하게 가둬두는 굴레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피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모두 현실 속에서 직면해야 할 일들입니다. 적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려면 지레 겁먹고 도전을 포기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 같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느냐‘라고 묻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혹자들은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 오를 뿐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니체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내 힘을 느끼고 싶어서, 험난하고 높은 산을 겁내지 않고 올라가는 나의 강한 힘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했겠지요
- P39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행복한 인간‘은 고난과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 않고, 그런 것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평정과 충일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입니다.
- P43

니체가 말하는 운명애는 숙명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운명을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로 이용하고 승화시키라는 철학입니다. 특히 그는 고난의 운명이야말로 한 인간이 위대한 인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절호의 조건이라고 보았습니다
- P84

네 가지 훌륭한 태도 - 우리 자신과 친구에게는 정직하게, 적에게는 용감하게, 피정복자에게는 관대하고, 그리고 언제나 예의바르게, 이것이 우리가 따라가야 할 네 가지 주요한 미덕들이다
- P104

따라서 우리는 경쟁과 투쟁을 제거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람직한 형태를 갖도록 승화시켜야 하고, 우리 자신부터 바람직한 방식으로 경쟁과 투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 자신과 대등한 사람과 투쟁해야 하지 비겁하게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손쉽게 짓누르려고 해서 안 된다는 뜻입니다
- P115

이 유성에 살고 있는 온갖 주민들 가운데서도 내게는 수목들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확실히 가장 완벽한 균형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을 낳아준 대지 속으로 더욱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는 저들의 뿌리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끊임없이 위를 향해 뻗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 P156

신앙을 가진 인간, 모든 종류의 ‘믿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의존적인 인간이며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정립할 수 없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목적을 정립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신앙인‘이란 자기 자신에게 속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뿐이고 사용되어야 하며, 자기를 사용하고 버릴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의 본능은 자기소멸의 도덕에 최고의 명예를 부여한다. 모든 것이 그에게 자기를 소멸시키도록 설득한다. 확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게 만든다
- P168

사람들을 삶에 보다 충실하게 만들고, 모든 비극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게 만들 정도로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것이 비극 예술을 포함한 예술의 목적이라는 것이죠.
- P197

더 이상 긍지를 갖고 살 수 없을 때 당당하게 죽는 것,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 자식들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명료한 의식을 갖고 기뻐하면서 적시에 이루어지는 죽음, 그리하여 떠나는 자가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 가능한 죽음, 또한 생전에 성취한 것과 원했던 것에 대한 진정한 평가와 삶에 대한 총 결산이 가능한 죽음
- P204

우리는 저마다 다른 성격과 적성 등을 타고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겪을 여러 사건들 역시 우리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사건들은 무수한 힘에의 의지들이 서로 맞부딪히고 서로 부대끼는 가운데 생겨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건들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운명을 자신의 성격과 적성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P230

니체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성격과 적성 그리고 환경 등을 잘 고려하면서 그것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주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남의 평가에 민감한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니체‘는 말합니다
- P235

‘모든 위대한 것과 충일한 힘은 끊임없는 자기극복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는 인간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인가를 성취한 위대한 인간이 되고 충일한 힘을 갖는 것이지 본능과 욕망을 무분별하게 멋대로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체의 인생 강의 -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사는 변신의 삶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는 과학의 시대입니다. 현대 과학은 다른 학문을 지배하며 끊임없이 정답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철학은 정답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합니다. 정답을 확신하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지만 의심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묻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철학이며 과학의 시대에 철학의 쓸모는 바로 여기서 비롯됩니다.

‘니체의 인생강의’, 제목만 봐도 정말 지루할 것 같습니다. ‘니체’라는 이름도 어쩐지 어려운 내용을 불러올 것만 같지만, 책을 실물로 보는 순간 그 부담은 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겨우 180페이지 남짓한 작고 얇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지루한 철학책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읽을수록 니체가 설파한 철학이, 저의 인생관과 들어맞는 부분이 많았고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참고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은 ‘초인 사상’,원어로 위버멘쉬라 하며 Übermensch라 쓰는 이것은 니체의 핵심 사상 중 하나로, 사람은 자신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자신을 넘어선 그 무엇이 정말로 인간을 초월해 버린 것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삶에서 이러한 태도를 중시해온 듯 합니다. 무언가 하나를 해내고 나면 또 새로운 목표를 찾고 해내고, 그것이 아주 작은 목표들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언제나 십 년 전의, 일 년 전의, 어제의 나보다 발전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니체는 삶은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죽음밖에 없습니다.

죽음과 삶은 모순적인 대립관계가 아니라, 죽음은 삶의 완성입니다. 사람들은 순간에 충실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삶을 희생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살기위해 살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노후가 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와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니체의 사상은 그 시대만이 아니라 허무주의가 만연하고, 모든 가치가 의심되며, 공허함을 견디기 힘든 우리 시대에도 꼭 필요한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공허한 일상을 사는 우리는 어떻게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변신하며 본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한 니체의 인생철학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에게 세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줍니다.

얇은 책이지만 니체의 여러 핵심 사상을 다루고 있는 만큼, 니체의 철학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니체는 나쁜 남자의 심리학 전술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을 사귈 때 너무 모범생이면 별로 매력 없잖아요. 반면 약간 삐딱하고 어딘가 빠진 듯하고 그러면서도 매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요. 니체는 살아 있을 때 이미 위험한 철학자, 백신이 없을 정도로 감염력이 뛰어난 지적인 병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P14

요즘에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야망을 가져야 할 젊은이들에게도 허무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학교에서 20대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다 보면, 왜 공부하는지도 모르고 왜 사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요. 모두 똑똑한 학생들인데, 이 똑똑함을 어디다 써야 할지 모릅니다.
- P49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자신만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의 죽음이 평범화되고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은 21세기 세속화시대. 신이 죽었다는 니체의 말을 통해, 여러분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주인이 되고, 삶의 예술가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P55

너의 내면을 들여다봐라. 그 자체가 권력에의 의지다. 그것을 직시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네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 P81

나는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너희는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 P86

형이상학적 가치, 천상의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능력을 가진 자가 초인이에요. 여기서 새로운 가치와 창조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 P95

네가 사람들과 아주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네가 지금 아주 고귀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삶조차도 과거에 무수히 반복되었던 삶 중 하나에 불과하다.
- P110

다시 생겨날 수 있기 위해서는 소멸하기를 원해야 한다. 한 날에서 다른 날로, 백 개의 영혼을 통한 변모, ― 그것이 너의 삶,너의 운명이 되도록 하라
- P120

나의 사상이 가르치는 것. 다시 살고자 원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라. 그것이 과제다
- P1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니체’ 하면 이 책을 쉽게 떠올릴 만큼 이 책과 니체는 밀착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예언서, 잠언, 철학책 중 어디에 속할까요? 이 책의 구성은 여느 철학서와는 다릅니다.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고 이 각각에 20개 정도의 독립된 이야기가 있고, 앞에 10개 단락으로 된 긴 머리말이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가 망라되어 있으며, 전혀 논리적이거나 체계적인 철학책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책의 등장 인물이자 주인공은 물론 단연 차라투스트라입니다. 그는 10년간 산 속에서 명상을 마치고 새로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이는 마치 예수가 서른 살에 고향을 떠나 갈릴리 호수로 구도자의 길을 떠난 후 40일 간의 명상을 거친 후 다시 돌아 오는 장면과 겹치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유사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차라투스트라가 니체를 왜 찾아 왔는지, 그는 누구인지, 우리에게 무엇을 설파하려고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제1부에서 ‘세 변화에 대하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 이제 너희에게 정신의 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된다”

낙타는 스스로가 삶을 견뎌야 할 고통으로 생각하고, ‘삶은 고된 것이다’라고 말하는 착하면서도 인내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짐깨나 지는 정신(낙타)은 더없이 무거운 짐 모두를 짊어진다.” 그러나 이 낙타로 정신은 만족할 수 없습니다. 정신은 다른 변신을 꾀합니다. 정신은 사자로 변합니다. 사자가 된다는 것은 정신이 자유를 쟁취하여, 그 자신이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이 사자는 자신이 섬겨온 주인을 찾아 나서며, 마지막 신에게 대적하려 하여, 신의 한 형태인 용과 일전을 벌입니다. 마땅히 해야 함을 할 줄 알고, 창조된 모든 가치를 아는 사자,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유의 쟁취를 강탈하는 사자가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사자는 어린 아이의 순진 무구와 망각을 알지 못합니다.

사실 니체에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것은 책이 아니라 ‘신은 죽었다’라는 말일 것입니다. 이 말을 안다고 해서, 니체를 단언해서는 안됩니다. 니체는 누구보다도 극단적이고, 누구보다도 신랄합니다. 그에 대한 이해는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니체의 철학은 많은 걸 담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초인과 최후의 인간에 대한 구분입니다. 그에 따르면 최후의 인간은 곧 허무주의입니다. 초인은 신앙에 의존하는 최후의 인간을 극복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의 철학은 쉽게 말해 형상적이고 내세적인 관념에 대한 파괴입니다. 인간은 현상에서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두번째로 주목할 점은 역시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니체가 기독교 그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니체가 예수에 대한 찬양과 믿음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의 주장이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만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로 주목할 점은 그가 보여주는 일종의 '인간다운' 교훈입니다. 니체는 말하길,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시련으로 생각하지 말며, 선과 악을 자신의 안에서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니체에 따르면, 우리는 자연적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신에 대한 의존을 벗어던지고 창조의지를 깨우쳐, 세계를 사랑하고 나를 극복하며 나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낙타와 같이 고뇌를 받아들이고, 사자와 같이 독립적으로 외부의 영향을 부정하고, 어린 아이와 같이 새로운 창조활동으로 나아가야합니다. 하지만 그 창조성은 필연적인 구조, 즉 영원회귀 안에 갇혀있습니다. 즉, 삶은 계속 반복해서 살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인간이 자기 자신의 힘과 의지만으로 삶을 긍정해낼 수 있는가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은 읽었다기보단 한번 훑어보았다고 보는게 맞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방대한 상징 체계와 성경을 비롯한 고문헌을 자주 인용한 탓에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비판을 하는 건지 칭찬을 하는 건지 조차 도통 알아차리기 힘들었습니다.

고전(古典)이란 ‘누구나 들어서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어 본 적 없는 책’이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무수한 시대를 건너오며 살아 남은 강력한 힘을 가진 책일 것입니다.

책에는 우리에게 주는 주옥 같은 구절이 참 많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고 중심이 되는 주제는 누가 왜 만들어 놓은지도 모르는 가치와 규범에 복종하고, 미리 정해져 있던 길을 따라 의미 없는 삶을 살지 말고,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에서 많이 봤던 내용입니다. 그만큼 니체의 영향을 받은 책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또한, 철학이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학문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나만의 철학을 가져야 겠다고 느꼈습니다.

참으로, 천천히 죽을 것을 설교하는 자들이 존경하는 저 히브리 사람은 너무 일찍 죽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의 때 이른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불운이 되었다.
그가, 이 히브리 사람 예수가 알고 있었던 것은 히브리 사람들의 눈물과 비애, 그리고 착하고 의로운 자들의 증오 뿐이었다. 그리하여 죽음에 대한 동경이 그를 엄습했던 것이다.
그가 황야에 머물러 있으면서 어떻게든 착하고 의로운 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그는 사는 법을 배우고 대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웃음까지 배웠을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형제들이여! 그는 너무 일찍 죽었다. 내 나이만큼만 살았더라도 그는 자신의 가르침을 철회했으리라! 그는 철회할 수 있을 만큼 고귀한 자였다!
그러나 그는 채 성숙하지 못했다. 그 젊은이의 사랑은 미숙했고, 인간과 대지에 대한 그의 증오도 미숙했다. 그의 마음과 정신의 날개는 아직도 묶인 채 무거웠다.
- P127

무언가 서로에게 줄 것이 있어, 자신에게 넘쳐나는 것이 있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받고 싶은 것이 있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어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이다. 풍성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서로를 선물하는 친구를 만들어주지만,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상대방을 구속하는 가시 울타리로 자라난다
- P130

참으로, 형제들이여, 그때가 오면 나는 다른 눈으로 내가 잃은 자들을 찾으리라. 또 다른 사랑으로 그대들을 사랑하리라.
언젠가 그대들은 나의 벗이 되어야 하며, ‘하나의’ 희망을 품은 아이들이 되어야 하리라. 그러면 나는 세 번째로 그대들과 함께 하면서 위대한 정오를 축복하리라.
위대한 정오란 인간이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길의 한 가운데에 서 있을 때이며, 저녁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길을 최고의 희망으로서 축복하는 때이다. 왜냐하면 그 길은 새로운 아침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몰락해 가는 자는 자신이 저 너머로 건너가는 자임을 알고 스스로를 축복할 것이며, 그때 그의 인식의 태양은 그에게 정오의 태양이리라.
"모든 신은 죽었다. 이제 우리는 초인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언젠가 찾아올 위대한 정오에 우리의 마지막 의지가 되기를!
- P136

니체는 삶에 대한 사랑을 ‘운명애’(amor fati)라고 불렀다. 그는 그것을 ‘운명과 대결하지만 패하고 마는’ 터키 식 운명론이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복종하다 쓰러지는’ 러시아 식 운명론과 구분지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에 순종하는 것도 아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아름답게 창조해 주는 것이다. 물론 그 창조에는 고통이 따른다. 재창조되기 위해 하나의 삶은 다음 삶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 P148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 그리고 참으로 사람들은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는 것을 배워야한 한다. 이것이 나의 미감이다. 그것은 좋은 미감도 나쁜 미감도 아니며, 내가 부끄러워 하지도 숨기지도 않는 나의 미감이다."이것이 지금 나의 길이다. 그대들의 길은 어디있는가?"라고 나는 나에게 길을 물은 자들에게 대답했다. 말하자면 모두가 가야할 그런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 P346

얼마나 많은 일이 아직도 가능한가! 그러므로 부디 그대들 자신을 넘어서서 웃는 것을 배우라! 그대들의 마음을 고양시켜라, 그대들 멋지게 춤추는 자들이여, 높게! 더 높게! 그리고 멋지게 웃음 짓는 것도 제발 잊지 마라!
웃는 자의 이 면류관, 이 장미꽃 다발의 화관, 그대들에게, 형제들이여, 이 화관을 던진다! 웃음은 신성하다고 나는 말했다. 그러므로 그대들, 차원 높은 인간들이여, 배우라, 웃는 것을!
- P5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분필로 교실 칠판을 가득히 채우거나 골목 담벼락에 낙서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분필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칠판에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분필이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손에 분필가루를 묻히던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작은 마을인 앤더베리에 살고 있는 12살의 다섯 명의 친구들은 동네 친구이자 학교 친구로서 소꿉친구로 성장합니다. 1986년 당시 12살인 주인공 에드와 그의 친구들은 각자가 정한 컬러 초크로 자신들만의 비밀표시를 만들어 모임을 갖게 되는데 누군가 각자의 집에 표시를 한 초크를 기준으로 친구들은 숲 속에서 만납니다. 그런데 숲속에서 머리가 없는 여자 시신이 발견됩니다. 특이한 점은 신체의 각 부위가 절단이 되어있고 각각 떨어진 장소에서 발견된 점, 단 하나 머리가 발견이 되지 않은 채 수사는 그녀를 알고 지낸 학교 선생님이 의심받게 됩니다.

책은 1986년의 12살 에드와 그의 친구들의 성장과 함께 2016년이 된 현재 시점의 그들의 이야기를 오고 가며 펼쳐집니다. 유력한 용의자가 사건의 진법임이 밝혀졌지만 현재 그들에게 각각 흰색의 분필로 얼굴로 신체부위가 표시된 편지들을 받게 되면서 잠잠했던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일반적인 추리 스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편의 아프고도 슬프고 담담한 시선이 어린 성장소설처럼 읽었습니다. 30년에 걸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데, 작은 실수에서 빚어진 일들이어서 더 비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린 마음에, 치기 어린 장난에, 또 순수한 마음에 한 작은 말과 행동이 걷잡을 수 없는 큰 사건이 되어 이후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뚱뚱이 개브가 미키의 형 션의 자전거를 강에 빠뜨리지 않았다면? 에드의 엄마가 해나 토머스의 비밀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에드가 댄싱걸의 은반지를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비극은 일라이자의 머리가 사라져 버린 일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현장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면 사건의 진실이 더 빨리 밝혀지지 않았을까요?

저자의 필력이 자신의 인생의 어떤 터닝포인트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곳곳에 스며든 인생의 아이러니함, 그 안에서 겪는 부모와 종교, 권위, 질투, 암묵적인 동조 하에 벌어진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들까지, 책은 장편소설로써 시종 에드의 시선을 중심으로 숲 속에서 벌어진 그 사건 뒤에 다섯 친구들이 어떻게 서먹서먹하게 되고 그 이후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이면서 범인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들어있습니다.

인간의 극단적이고 예외적이지 않는 보편적인 판단은 한 소녀의 죽음 뒤에 가려진 많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그들이 악의로 한 행동은 아니었으나 결국엔 각자가 불행의 사건으로 몰고 간 사람들이었음을 보입니다. 친구가 당한 안타까움에 대한 보복으로, 반려견의 죽음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이유 때문에, 선생님의 아픈 사랑을 조금이나 위로해주려 한 물건이 걷잡을 수없는 파국으로 치달았을 때의 그 소년들은 어렸고 두려웠다는 점, 결국엔 돌고 돌아 30년이 흐른 시점이 되어서야 진정한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여정은 반전의 맛을 선사합니다.

가장 크게 아쉽다고 느껴지는 건 시원하게 밝혀내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면서 긴장감은 생길 정도로, 그러나 힌트는 감춰둔 채 이야기를 전개하며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패턴은 책의 초반과 후반에는 몰입도 유지에 아주 효과적이었지만 중반부와 중후반부 즈음에는 지치게 만드는 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스토리 중간중간에 작가가 뭔가를 숨기고 있음을 계속해서 암시하면서도 알려주지 않고 다른 쪽으로 계속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된 스토리인 초크맨의 정체, 살인 사건의 전말뿐만 아니라 여러 서브 스토리들이 엉켜있기 때문에 집중력이 조금 흐려지는 면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시원하게 다 끝맺음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소 복잡한 스토리 라인과 일정 부분을 시원하게 풀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어린 소년들의 성장기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 사랑에 대한 진실,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무언의 암시를 주는 것 같습니다.

 

호포에게 거짓말을 하기는 싫었지만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공유할 수 없는 게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에게도 비밀이 있다. 어른들보다 더 많을 때도 있다. 우리 패거리에서 나는 꺼벙이 역할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조금 고지식했다. 나는 잡동사니를 수집할 만한 성격의 아이였다...나는 수집한 잡동사니들을 애지중지했다. 꽁꽁 숨겨서 안전하게 보관했다. 뭔가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아이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데, 나는 그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았고 오직 나만이 뭘 새로 넣거나 뺄 수 있었다
- P49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는 법이고,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저지르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그것이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것,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엿같게도 그걸 원래 있었던 자리에 갖다놓으려고 할 때만 꼭 탈이 났다
- P54

사람들은 그런 사건에 항상 호기심을 느낀다. 내가 보기에도 그럴 만한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 특이한 주인공, 분필로 그린 섬뜩한 그림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살인. 우리는 역사에 흔적을 남겼다. 초크맨 모양의 조그만 흔적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씁쓸해한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사실은 윤색됐고 진실은 점점 모호해졌다. 역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 P89

죽음은 우리 같은 어린아이나 우리 주변이 아니라 다른 데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죽음은 추상적이고 먼 일이었다. 나는 아마 션 쿠퍼의 장례식을 통해 서늘하고 시큼한 입김 바로 그 너머에 사신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의 가장 놀라운 전략이다. 그의 차갑고 어두컴컴한 소매 속에는 전략이 많이 숨겨져 있다
- P164

흰색 초크맨이었다. 두 팔을 올리고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입을 ‘O‘ 모양으로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다. 그 옆에 흰색 분필로 조잡하게 그린 개가 있었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초크맨을 조심해

- P176

나뭇잎들이 오그라들고 쭈글쭈글해지다 결국에는 힘없이 나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시들시들하게 죽어가는 분위기가 모든 것에 스며들었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신선하거나 다채롭거나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온 마을이 자기만의 부연 타임캡슐 안에 갇혀서 잠시 유예됐다
- P255

어른이 된다는 건 환상이다. 따지고 보면 실제로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냥 키가 커지고 털이 많아질 뿐이다. 나는 나에게 운전면허가 주어졌고 술집에서 술을 마셔도 잡혀가지 않는다는 데 지금도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어른이라는 허울을 걷으면, 한 해, 두 해가 태연하게 흘러가는 동안 켜켜이 쌓인 경험을 헤치면 까진 무릎으로 코를 흘리며 엄마, 아빠를 찾는....그리고 친구를 찾는 어린애가 숨어 있다
- P260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예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좀 더 쉽고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P2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삶에는 내 손에 닿지 않는 미스터리, 우연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바닷물이 빠지면 섬들이 연결돼 있는 게 보이는 것처럼, 우연은 인생을 이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게이브는 3년 전 자신의 부인과 딸을 잃었습니다. 한동안 사람들은 그가 책임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사망 당시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는 배우자인 그는 명백한 용의자이지만 그에 대한 실제 증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믿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딸과 아내가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3년이 지났지만, 게이브는 지금까지 살아 있다고 믿는 딸 이지에 대한 정보를 엿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고속도로를 오고 갑니다. 그는 다른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밤낮으로 고속도로 위아래로 여행하면서 주유소나 밴에서 자며, 그녀를 데려 간 차를 찾아 다니며 이지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사마리아인"이라고 부르는 신기한 남자를 만나는데, 그는 게이브를 많은 단서가 들어있는 차량으로 안내하지만, 아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케이트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주유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녀는 게이브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9년 전, 그녀의 아버지는 살해당했습니다. 그녀는 장례식 날부터 언니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때문에 그를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한편, 프랜이라는 여자와 그녀의 딸 앨리스도 밤새 미지의 위협으로 도망 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누군가를 찾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서 도망치고 있습니다. 프랜은 자신이 해서는 안되는 일을 알고 있으며, 잡히면 딸과 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습니다.

게이브는 딸을 찾을 때 다크 웹에서 인터넷의 가장 깊은 구석에 숨겨져있는 사람들 커뮤니티를 만납니다. 서로 정의를 얻도록 돕는 것 외에는 동기가 없습니다. 개념은 간단합니다. 때로는 법이 진정으로 정의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합니다. 이 그룹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은 온라인으로 요청하고, "요청"이 수락되면 다른 익명의 개인이 수행합니다.

프랜과 게이브는 모두 ‘디아더피플’이라는 어두운 웹 사이트에 연결되어있어 비극 피해자들이 원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스토리 라인을 번갈아 가면서 다른 사람들은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헌신, 그리고 "디아더피플"로 알려진 그림자 그룹을 피하기 위해 복잡하고 불길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스토리 라인 각각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복잡하게 얽혀있고 많은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줄거리와 등장 인물은 모두 매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듭니다. 간혹 초현실적인 부분이 등장했을 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습니다.

슬픔, 상실 및 희망이라는 주제와 다른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미스터리와 음모를 갖춘이 책은 진정한 페이지 터너입니다. 특히 인간 관계의 기본 원리, 특히 가족의 사랑, 부모의 희생,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음모는 종종 우연의 일치에 의존합니다. 너무 많은 ‘우연의 일치’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의외의 결말, 스릴러의 재미 등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나은 책이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스릴러의 세계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꼭 만나보길 바랍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해는 됐다. 그들은 수많은 일을 함께 겪었고 프랜은 그녀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했고 그들은 유대감을 공유했지만, 그녀가 한밤중에 찾는 사람은 프랜이 아니었다. 나쁜 꿈을 꾸었을 때 자길 토닥여주길 바라는 사람은 프랜이 아니었다.
자기 엄마였다 - P74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한때는 그들도 서로를 열정적으로 미친 듯이 사랑했다. 열렬한 사랑은 시들기 마련이다. 그래야 한다. 다른 모든 것처럼 사랑도 진화해야 한다. 계속 유지되려면 화르륵 불타오를 게 아니라 부글부글 끓어야 한다. 그래도 계속해서 온기를 유지할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면 불이 완전히 꺼져서 한때 있었던 불씨를 찾느라 잿더미를 뒤져야 한다. - P178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하더라도 자신과는 거리가 멀고 추상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어느 늦은 봄날 저녁에 우리 집 차고에서 나를 기습할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특별한 예외자이기 때문에 비극이 들이닥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과 같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다른 사람들에게만 벌어진다. - P208

아이가 느끼는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부 그냥 두면 왜 안돼요?’ 그럴 수는 없으니까. 인생은 불공평하니까. 골라서 선택해야 하는데 가끔은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가끔은 아예 선택권이 없을 때도 있다. 끈으로 묶고 풀로 발라서 고칠 수 없는 물건과 사람도 있고 누구나 앞 베란다에서 햇살을 맞으며 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니다.
- P2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