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단한 모험을 떠나는 것이 변덕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수년 동안 새로운 도전을 고려해 왔거나, 영웅적인 모험에 대한 뉴스를 읽었거나, 친구가 한 번 관련된 일을 하여 그를 능가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저자인 브라이슨은 친구와 함께 ‘한 번 가볼까’하는 기분으로 트레일 걷기에 나섭니다. 도전이라기보다 일종의 여흥에 가깝습니다. 그러기에 브라이슨은 중도에 포기하면서도 “우린 시도했다”고 만족해합니다.

p62 교묘히 치고 빠지는 산 정상은 나아갈 만큼 계속해서 후퇴한다. 그래서 전경을 볼 수 있을 만큼 시야가 열릴 때마다 가장 높이 있는 나무들이 전과 다름없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어서 결국은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고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비틀거리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 밖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저자는 숲 속에서의 자신을 어떤 약속이나 의무, 속박, 임무, 특별한 야망은 없이 투쟁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고요한 권태의 시간과 장소에 높여 있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대자연 속에 오로지 ‘나’와 만나는 시간, 자유와 여유로움이 아닐까 넌지시 생각해봅니다.

때때로 그는, 미국 산림 서비스가 과도한 자금 지출, 지도 제작, 벌목 및 개발에 대한 노골적인 위선에 대해 비판합니다. 이러한 결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지만, 그는 나무가 있던 도로를 짓는 데 끊임없는 집착을 가지고 기관을 목록화하는 동안에도 트레일에 대한 유머 감각과 진정한 사랑을 유지합니다.

p411 나는 트레일이 지겨웠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되었고,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되었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 했다.

빌과 카츠는 진정한 산악인이 되려고 하지만 적잖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결국 그들은 도중에 트레일 전체를 종주하는 것은 포기하였고, 도전한 것만으로도 큰 가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정말 현실적인 결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여러 대목에서 웃음이 터지게 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그 스토리를 엮어가는 저자의 필력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빌과 카츠의 발걸음에 맞추어 행복하게 따라가기도 했고, 때로는 잘못 가기도 했습니다. 유쾌한 일화, 세세한 설명, 정확한 묘사 등은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일부를 실제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여행 작가를 찾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 당대 최고의 수필가라는 칭송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이런 재밌는 아저씨를 아직까지 모르고 지냈다는 게 살짝 억울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굳이 환경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유머와 모험심만 있다면 책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이 책에 더 공감할 것입니다.

p416 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을 느꼈다. 나는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등산을 해왔던 나에게 답을 주었고, 읽는 내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따금씩 책을 펼치면 또다시 숲에 끌려서 저자와 함께 깊은 숲속을 걷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정말로 '산'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온통 산으로 가라는 주술적 주문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렇게까지 할 엄두는 안나지마 올레길이나 둘레길 같이 코스를 정해서 걷는 것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길을 걷느냐가 아니라 길을 걷는다는 사실과 길 위에서 무엇을 느끼느냐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트레일 종주를 준비하는 동호인이 아니더라도, 산악회 동호인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저자가 숲 속에서 일행인 친구와 부대끼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장대한 산맥을 바라보고 했던 경험 한조각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음미하면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이제 더 이상 최장거리 트레일은 아니다. 미 서부의 퍼시픽 크레스트와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은 애팔래치아 트레일보다 조금 길다. 하지만 최초의, 그리고 가장 위대한 트레일은 애팔래치아 트레일이고 영원히 그렇게 남아 있을 것이다.
- P53

우리는 전날한 것을 똑같이 되풀이했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했다. 똑같은 종류의 산봉우리를 넘고 똑같이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서 똑같이 끝없는 숲을 통과해야 했다. 나무들은 너무 빽빽해서 답답한 느낌이 들만큼 시야를 가렸고, 시야가 트였다 싶으면 언제나처럼 나무로 뒤덮인 연봉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 P96

발로 세계를 재면 거리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1km는 머나먼 길이고 2km는 상당한 길이며 10km는 엄청나며 50km는 더이상 실감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당신이나 당신의 얼마 안 되는 동료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넓다. 지구 넓이에 대한 그런 계측은 당신만의 작은 비밀이다
- P121

이렇게 기름지고 울창한 첩첩산중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다는 흥분도 있다. 이를테면 왕도롱뇽이라든지 엄청나게 큰 튤립 나무, 밤에는 푸른 색 인광을 발하는 도깨비불 버섯도 볼 수 있다. 아마 곰도 볼 수 있지 않을까─바라옵건대 멀찍이, 바람이 불어가는 쪽에서, 그리고 곰은 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만약 우리를 보고 다가온다면 카츠에게만 배타적으로 흥미를 느낀다는 조건에서, 무엇보다 거기에는 봄이 멀지 않았으리라는 희망─아니 확신─이 있었다. 매일 우리는 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는데, 자연의 에덴 동산인 스모키에서는 봄이 폭발하리라
- P149

첫날에는 등산이 끝날 무렵 자신이 조금 지저분해졌다는 걸 의식한다. 다음 날에는 지저분해졌다는 게 불쾌해진다. 그 다음 날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다음 날에는 지져분하지 않은 상태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린다. 배고픔도 역시 규정된 단계를 따른다. 첫날 밤에는 국수를 갈망한다. 다음 날 밤에는, 배는 고프지만 국수가 아니길 빈다. 그 다음 날 밤에는, 국수를 먹고 싶지 않지만 뭔가는 먹어야 한다는 걸 안다. 그 다음 날 밤에는, 전혀 식욕을 못 느끼지만 그냥 먹는다. 왜냐하면 그 시간에 내가 해 오던 일이니까. 왜 그렇게 되는지 나로선 설명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항상 그렇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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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세핀님 서재에 2021년 새해 연하장 놓고 가여

2021년 새해 행복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21년 신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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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