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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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한 번씩 인생 전체가 의문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대개 고통스러울 때 그렇습니다. 질병, 죽음, 궁핍, 실패, 이별 등등 수백 가지 이유로 우리는 고통의 나락에 굴러 떨어집니다. 고통은 아프고 괴롭기 때문에 고통에서 벗어날 궁리에 낑낑대다가 그만 힘에 부치면 삶을 통째로 부정해 버립니다.

이 책은 살면서 누구나 수없이 던지는 질문,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 등 누구나 느끼는 인생에 대한 10가지 고민과 이에 대한 니체의 조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자인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 교수는 국내 최고의 니체 권위자로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니체의 인생론을 풀어냈습니다.

니체는 실제로 험난한 운명을 사랑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란 고난과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정신적 평정과 충일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힘을 증대시키려고 서로 투쟁하며 갈등하는 것이 세계의 실상이기 때문에 경쟁과 고통은 필연이라 파악했습니다. 그 자신 또한 가진 것 없이 가난했고, 제자 루 살로메를 사랑했지만 거절당해 독신으로 살았으며, 10년을 식물인간처럼 지내다 죽었습니다.

니체가 살던 시대와 요즘 우리의 현실은 그 맥락이 맞닿아 있습니다. 니체가 살았던 19세기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주던 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대였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인생은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이라 여기며 삶에서 맞닥뜨리는 고통과 시련을 피하려고만 했습니다.

이때 니체는 인간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기에 피할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행복이란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 앞에 주어진 어려움과 시련을 헤쳐 나갈 때 자신이 고양되고 강화되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복한 인간은 고통이나 어려움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그런 삶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니체는 자신의 삶의 앞에 놓여진 고난과 싸우면서 힘이 증대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안락함에 젖어 작은 것에도 불평불만을 하며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말세인이 아닌, 삶 앞에 놓인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끝까지 싸워나가는 초인. 그렇다면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 같은 그런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니체가 보기에 현대인의 고통의 본질은 염세주의 철학과 과민증일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고통을 피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 고통에 빠지고 길을 잃습니다. 고통을 근절시켜야 하는 실존의 오점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고통은 '삶에 이탈'함으로써 오는 것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그의 철학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생에 묻는 열 번의 질문들을 통해 니체의 철학으로 어떻게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야 하는지 깨달음을 주는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촌철살인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일침을 줄 때가 있는 반면, 좌절에 빠져 절망하고 있을 때 기운을 북돋아주는 힘 있는 말로 일으켜 주기도 합니다.

삶이 무기력하다고 생각했던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민들도 어쩌면 우리를 불필요하게 가둬두는 굴레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피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모두 현실 속에서 직면해야 할 일들입니다. 적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려면 지레 겁먹고 도전을 포기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 같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느냐‘라고 묻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혹자들은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 오를 뿐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니체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내 힘을 느끼고 싶어서, 험난하고 높은 산을 겁내지 않고 올라가는 나의 강한 힘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했겠지요
- P39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행복한 인간‘은 고난과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 않고, 그런 것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평정과 충일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입니다.
- P43

니체가 말하는 운명애는 숙명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운명을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로 이용하고 승화시키라는 철학입니다. 특히 그는 고난의 운명이야말로 한 인간이 위대한 인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절호의 조건이라고 보았습니다
- P84

네 가지 훌륭한 태도 - 우리 자신과 친구에게는 정직하게, 적에게는 용감하게, 피정복자에게는 관대하고, 그리고 언제나 예의바르게, 이것이 우리가 따라가야 할 네 가지 주요한 미덕들이다
- P104

따라서 우리는 경쟁과 투쟁을 제거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람직한 형태를 갖도록 승화시켜야 하고, 우리 자신부터 바람직한 방식으로 경쟁과 투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 자신과 대등한 사람과 투쟁해야 하지 비겁하게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손쉽게 짓누르려고 해서 안 된다는 뜻입니다
- P115

이 유성에 살고 있는 온갖 주민들 가운데서도 내게는 수목들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확실히 가장 완벽한 균형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을 낳아준 대지 속으로 더욱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는 저들의 뿌리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끊임없이 위를 향해 뻗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 P156

신앙을 가진 인간, 모든 종류의 ‘믿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의존적인 인간이며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정립할 수 없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목적을 정립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신앙인‘이란 자기 자신에게 속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뿐이고 사용되어야 하며, 자기를 사용하고 버릴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의 본능은 자기소멸의 도덕에 최고의 명예를 부여한다. 모든 것이 그에게 자기를 소멸시키도록 설득한다. 확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게 만든다
- P168

사람들을 삶에 보다 충실하게 만들고, 모든 비극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게 만들 정도로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것이 비극 예술을 포함한 예술의 목적이라는 것이죠.
- P197

더 이상 긍지를 갖고 살 수 없을 때 당당하게 죽는 것,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 자식들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명료한 의식을 갖고 기뻐하면서 적시에 이루어지는 죽음, 그리하여 떠나는 자가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 가능한 죽음, 또한 생전에 성취한 것과 원했던 것에 대한 진정한 평가와 삶에 대한 총 결산이 가능한 죽음
- P204

우리는 저마다 다른 성격과 적성 등을 타고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겪을 여러 사건들 역시 우리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사건들은 무수한 힘에의 의지들이 서로 맞부딪히고 서로 부대끼는 가운데 생겨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건들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운명을 자신의 성격과 적성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P230

니체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성격과 적성 그리고 환경 등을 잘 고려하면서 그것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주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남의 평가에 민감한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니체‘는 말합니다
- P235

‘모든 위대한 것과 충일한 힘은 끊임없는 자기극복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는 인간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인가를 성취한 위대한 인간이 되고 충일한 힘을 갖는 것이지 본능과 욕망을 무분별하게 멋대로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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