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30대 여성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82년생 김지영’ 출간 이후 페미니즘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었으며, 관련 서적의 연이은 출간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여성들의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에 대해 세계의 여성들이 여성의 올바른 권리를 되찾고자 노력했지만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곳에서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비인간적인 대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책에는 젊은 20, 30대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실린 작품들로, 소설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 이웃이나 가족에게 일어났을 법한 실체적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단순히 선악 구도로 ‘편’을 가르지 않고 사건 발생 이후의 혼란과 심리적 갈등, 주체와 객체를 분별하기 어려운 희미한 회색 지대를 탐구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사건들에 주인공(그녀)들이 있습니다.

새벽의 방문자들

주인공의 오피스텔에 새벽마다 낯선 남자들이 초인종을 누른다. 주인공은 자신의 오피스텔을 성매매업소로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벽의 방문자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관찰하는데 어느 날 헤어진 전남친도 찾아온다.

베이비 그루피

락그룹 멤버들이 미성년인 소녀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섹슈얼리티를 자극하는 성적대상으로 취급 하는 이야기다

유미의 기분

성소수자인 고등학교 교사 형석은 수업 도중 무심코 내뱉은 “여자는 꼬리가 아홉이라서 꼬리를 잘 친다”는 말 때문에 유미로부터 지적을 받는다. 유미는 교사들의 성폭력을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여 ‘스쿨미투’를 주도한 학생이다. 형석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유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학교는 형식적으로 유미에게 사과하지만, 오히려 유미는 고립된다.성폭행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룰루와 랄라

노동자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멸시를 그녀는 여성 연대(남편을 포함시키면 남녀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누구세요

주인공은 늘 밝히기만 하는 남자 친구 재영과 헤어진다. 직장 상사의 성추행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하니 화를 내며 가버리고 그게 끝이었다. 문제는 월세 입금 독촉을 받지만 돈이 없다. 데이트 통장에 월급에서 많은 돈을 입금을 한 것이다. 통장 명의는 재영 이름으로 되어 있어 돈을 돌려달라고 하지만 위자료라고 생각하고 못 준다는 것이다. 성적 대상으로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말이 궁금한 나머지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성매매, 직장 내 차별, 그루밍, 성희롱, 성적 대상화 등을 소재로 이 시대의 여성들이 겪는 불합리함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각 작품의 그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로는 답답하고 화도 나기도 했지만, 결국 작품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한 인격체로 존중받기를 바라며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는 작가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제 이야기를 살짝 덧붙여 보자면, 저는 종가집 장녀입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에는 무엇이든지 오빠인 장남 먼저였습니다. 집안 어른들도 명절에 모이면, 한술 더 떠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다는 말도 듣기도 했습니다. ‘여자답게 행동하고 해야지 얌전하고 조신하게’라는 성차별적인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사회가 변해서 여성의 지위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리천장은 존재하고, 아직 이 사회에는 ‘여성’이라서 겪어야 하는 부당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성인 저는 ‘인간’ 자체로 인정받길 바랬고 대접받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절대 남자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라고,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고 깎아내리고 돈으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기술이 발전했고 사람들의 시각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니 의식도 그만큼 발전되길 바래봅니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새벽의 방문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왔다. 여자는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비디오 폰에 달린 모니터로 남자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주문을 거는 듯한 태연함, 남에게 들키기 싫은 일을 할 때의 부끄러움, 돌연 술이 확 깨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주저함, 그러면서도 어쨌든 곧 벌어지게 될 눈먼 섹스에 대한 설렘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얼굴들. 머뭇거리는 그들의 얼굴이 비디오 폰의 카메라에 정면으로 잡히는 순간, 여자는 휴대폰 카메라로 모니터를 촬영했다. 그들이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나면 찍어둔 사진을 프린트했다
- P31

결국 삶이란,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의 덧셈이나 뺄셈이 아닐까. 했어야 하는 일과 하지 못한 일의 곱셈이나 나눗셈일지도 모르고.
- P52

지긋지긋하다고, 작작 좀 하라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내가 지겨워졌다. 평화와 고요를 원하는 사람에게 얘기 좀 하자며 추근거리기는 싫었다. 어차피 우리는 싸움닭 체질이 아니었다. 도전을 포기하자 관계는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결혼, 거기가 우리의 목적지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전진했을까, 후퇴했을까. 아니면 결혼이란 관계의 제자리걸음인 것일까.
- P62

룰루의 눈 속에서, 조그만 꼬맹이가 조그만 손으로 터뜨린 조그만 폭죽 같은 불빛이 타올랐다가, 사그라졌다. 룰루의 그리움은 나의 고독이 되었다. 우리 것이 되었다. 나는 그 눈부시고 고결한 고통을 받아들였다. 내 뒤에 올 또 다른 여자의 고통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룰루,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당신의 권리예요. 그러니까 계속 싸워줘요. 공장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나는 룰루에게 말하게 될 것이다.
- P82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때때로는 절망일지라도, 대체로는 위로와 용기을 주는 노랫소리라고 믿는다. 이 소설 속에서 몇몇 사람은 노랫소리를 들었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당신의 삶 속에서
- P87

초가 아니 진짜로, 하고 말하면서 몸을 돌려 내 앞에 와서 섰다. 교정의 가로등 불빛이 초를 희미하게 비췄다. 초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겨우 입을 열어 그러니까, 너도, 하고 답했다. 열여덟의 초와 지금의 초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얼굴이었다. 쌍꺼풀이 없이도 큰 눈은 물론이고 입꼬리 양쪽으로 붙은 약간의 젖살과 그 주근깨들까지도. 나는 초의 얼굴을 새삼스레 살펴보다 비실 웃음이 터졌다. 잠깐 어리둥절해하던 초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초와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웃었다. 뭐가 웃긴지도 모르면서. 웃음은 잦아든 뒤에도 딸꾹질처럼 입가에 남아 좀체 완전히 멎지 않았다. 초와 나는 여전히 웃음을 좀 흘리면서, 천천히 문을 밀고 찬바람이 부는 바깥쪽으로 걸어 나갔다
- P144

우리는 결코 우리일 수 없었다. 보라는 애써 잊고 있던 장면 하나를 불러온다. 그해 여름, 우리는 함께 걸었고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보라의 곁에는 그가 있고 돌아보면 지나가 있다. 그러나 지나는 틈만 나면 돌아보는 보라를 대놓고 외면한다. 행렬의 밀도가 낮아질 때마다 보라는 긴장을 풀고 생각한다. 내게 상처를 준 건 너희들이잖아. 보라의 상상 속에서 언제나 지나는 그의 은밀한 연인이다. 그들은 그토록 보라를 기만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보라와 보폭을 맞추어 걷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P188

그 종이 한 장 한 장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한 놈 한 놈을 떠올리게 했다. 그 노랗고 작은 것들이, 그 보잘것없는 종이 쪼가리가 한데 모이자 크고 넓고 거대한 것이 이루어졌다. 많은 여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네모난 세계에 연결됐다. 그것이 마치 자유로의 입구라도 되는 양 환호했다. 또한 많은 남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정체불명의 세계에서 눈을 돌렸다. 그것이 마치 자신들의 내면으로 향하는 입구라도 되는 양 헐, 존나, 대박, 메갈, 꼴펨, 진지충이라는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 P214

형석은 사과할 자격을 잃어버리지 않는 인간이야말로 자신을 만만히 여기지 않는 이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사과하지 못했다는 것을 평생 기억하는 인간이야말로 누군가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이라고 생각했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 테마소설 1990 플레이리스트
조우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별을 하고 나면 세상의 모든 이별 노래가 내 노래 같이 들리고, 사랑에 빠지면 세상의 모든 사랑 노래가 내 이야기같이 들리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노래들을 모티브로, 일곱 명의 여성작가들이 단편소설을 썼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듣고 자랐거나 기억하는 90년대의 노래를 직접 골랐다고 합니다.

이사랑은 처음이라서

1990년대 활동했던 ‘밀크드림’이라는 아이돌그룹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도서관 글쓰기 강사인 주영은 학생 민아와 함께 ‘밀크드림’팬의 시위에 보호자로 참석하는데 우연히 현정을 봅니다.

30년 전 주영은 전학 첫날 짝이 된 현정과 단짝 친구가 되어 교환일기를 주고 받습니다. 현정은 ‘밀크드림’의 팬이었습니다. 주영은 현정의 전화사서함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말들을 녹음합니다. 그러나, 현정의 사서함에 다른 사람도 메시지를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름방학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절교합니다.

기획사 사무실에 가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고 주영의 부모가 그것을 봅니다. 근처에 사는 주민의 신고로 미성년자인 민아가 집회에 참석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현정은 주영 앞에 막아섭니다.

p27 주영은 딱 한 사람만 있으면 모든 게 괜찮아지는 마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아가 정말 괜찮다는 걸 믿었다. 그리고 민아의 마음이 오래 지켜지기를 빌었다.

에코체임버

주인공은 코인노래방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앞 타임에 일하는 ‘웅이’라는 친구는 유투버로 일합니다. 우연히 50대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수지밴드의 ‘오락실’을 부르는 모습을 봅니다. 웅이와 고깃집에서 우연히 그 아저씨와 합석하게 되는데, 서바이벌 음악프로그램의 우승후보인 박수지의 아버지라고 합니다.

p60 아빠 사랑해요, 난 아빠를 믿어요. 청소도구를 들고 복도를 오갈 대마다 들려오는 처절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믿음과 사랑이 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부담과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A.A모임봉사자로 일하는 나흔은 새로운 멤버 영현을 만납니다. 그의 상냥함과 여유로움에 사랑을 느끼고 그의 제안으로 A.A를 그만두고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나흔의 생일날 와인을 나누어 마시고 잠이 들었을 때, 나흔은 영현이 ‘가흔’이라는 이름을 잠결에 부르는 것을 듣습니다.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나흔은 다시 중독센터로 향합니다. 그러나 다시 술에 취했을 때 자신에게 말하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매일의 메뉴

입시미술학원의 실장인 ‘나’는 학생 유미를 보며 자신의 학생시절을 떠올립니다.

학생시절 ‘L'과 같은 학원에서 입시준비를 했는데 일방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고 절교를 합니다. L대신 ’영일언니‘와 채팅을 하며 그녀를 닮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녀는 과도하게 우울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녀와 붙어다니며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의도적으로 전화를 피하고 연락이 끊어집니다.

‘음악과 소설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 새로운 장르는 낯설지가 않습니다. 익숙한 두 장르를 결합하자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게 됩니다. 소설을 먼저 읽어야 하나, 아니 음악을 먼저 들어야 하나 결정해야 하지만, 어떤 것을 먼저 하든 상관없습니다.

이 책이 지닌 매력은 단순히 ‘글’ 하나로 독자를 매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에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까지 더해지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혀 싫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문화 공연 관람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 시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큼 홀로 집에서 멋지게 시간을 보낼 방법이 또 있을까요?

각 소설의 말미에 각 작가의 '작가 노트'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소설을 읽으면 더 공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잠시동안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가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거기에 뭔가 특별한 음악이 있었다, 라고 할까, 그때마다 그 장소에서 나는 뭔가 특별한 음악을 필요로 했다.

음악은 그때 어쩌다보니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걸 무심히 집어들어 보이지 않는 옷으로 몸에 걸쳤다.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무라카미 하루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유사 이래 인간이 발명한 가장 뛰어난 타임머신은 가정법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과고는 되돌아오는 법이 없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미래뿐이었다 - P135

틀린 말은 아니지 뭐. 선택한다는 건 포기한다는 거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 포기할지 선택하는 거니까.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장동선 지음, 염정용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의 작동 방식은 때로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습니다. 배가 고프거나 부른 느낌을 조절하는 것은 바로 뇌입니다. 배가 부른데도 식욕이 일고 먹고 싶은 현상은 뇌의 문제란 이야기입니다.

책에서는 45가지의 실험 사례를 통해 공존하는 삶을 위해 우리의 뇌가 진화하는 메커니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일상의 호기심을 뇌과학으로 풀어줍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진실과 왜곡되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라고 하기 전에 다르게 인지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인간의 뇌는 특히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심전심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진화하고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 핵심주장입니다.

저자이자 한국계 독일인 뇌과학자인 장동선 박사는 인간의 뇌가 지금처럼 진화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사회집단이 커지고 상대해야 할 사람이 늘어날수록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고 친구와 적을 구분해 적절히 대응하는 데 더 큰 두뇌가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종종 다른 사람의 뇌를 복사해 놓고 연구하는데, 이런 뇌를 '사회적 뇌'라고 명명합니다.

인류의 지능 발달을 이끄는 것은 공동체 생활이라며,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합니다. 애정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물실험으로도 입증되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쓰다듬은 새끼 쥐는 인지능력이 개선되었으며 놀라운 것은 세대를 넘어서까지 이런 특성이 전달되었습니다. 섬세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아이는 사회에 더 잘 적응하고 파트너와 친구관계가 안정적입니다.

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으로 저자는 사랑을 꼽았습니다. 사랑이야말로 뇌 발달의 최고 영양분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뇌과학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뇌를 알면 사람을, 나를 더 잘 알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복잡한 연구결과를 인용해서 내린 ‘뇌를 개발하는 방법’은 새롭지는 않지만, 아주 쉽고 명쾌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자주 경험하는 일을 다루며,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뇌과학의 이야기를 쉽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매 순간 다른 사람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지각하기 때문에 늘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실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학습을 더 잘하게 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것이 소중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인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은 우리 몸과 뇌가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만들어 낸 구성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몸과 뇌는 재료로 신경세포와 감각기관, 인상과 기억, 문화적 규범과 남들의 경험을 사용합니다. 이 모든 것은 유연하고 역동적입니다. 오늘의 나의 자아는 어제의 나의 자아와는 다른 것이죠. 그러나 나의 자아는 남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서 동일한 윤리적 척도를 유지할 때만 동일한 자아인 것입니다. 그 척도가 바뀌면 나는 다른 사람으로 인지됩니다.
- P138

우리 자신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위험할 정도로 일방적인 사전 선별을 통해 제한합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정보 원천 자체를 선별하며, 가능한 한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와 동일한 견해를 내세우는 사람들과 우선적으로 교류하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우리와 비슷할수록 우리는 그에게 더욱 호감을 가집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입장이 옳다는 것을 서로 확인합니다
- P202

남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법에 적응하게 된 우리의 뇌는 외부의 타인을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어떠한 공동체에 속해 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 P251

우리는 마치 ‘나‘라는 존재가 예전부터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늘 그대로 존재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나‘가 어디에 있나요? 알고 보면 우리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나‘라는 존재는 허깨비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신을 이루고 있는 ‘나‘라는 자아는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 P3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 뇌과학으로 일상의 조바심을 덜어내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 습관
양은우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쁜 출근길에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른 기억이나 엘리베이터가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아 다급해졌던 순간. 친구에게 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거나 블로그나 SNS에 글을 올렸는데 조회 수나 공감 개수가 올라가지 않아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기억.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느끼는 감정을 우리는 ‘조바심’이라고 부릅니다.

조바심이란 마음을 졸이며 애태우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조마조마하여 안달복달하는 것입니다. ‘조바심’에서 ‘조’는 우리가 먹는 5곡 중 하나로 아주 작은 곡식인 ‘조’를 의미하고, 바심은 우리말로 ‘곡식의 이삭을 털어내고 낱알을 거두는 일’을 뜻합니다. 그런데 조는 이삭을 털기 까다롭고 알곡도 한 곳으로 모으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바람이라도 불면 작은 알곡들이 날리기 십상이라, 조를 털 때 쉽게 되지 않아 초조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조바심이란 마음이 급하여 자신을 들들 볶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조바심은 사람을 조심하고 주의집중하게 만들지만, 부정적인 측면에서 조바심은 자신의 애를 태우고 자신을 과하게 괴롭힙니다. 결국 조바심 때문에 어떤 일의 결과를 좋게 만들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조바심을 줄이고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우리가 왜 불안하고 초조한지, 어떻게 하면 조바심을 떨쳐내는지를 다양한 실험과 뇌과학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조바심’을 내지 않는 습관에 대해 3단계로 정의합니다.

1단계 명명: 자신이 조바심이 낸다는 사실을 명명한다.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 혹은 의식 등을 정확히 알아야만 그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하며 그 상황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단계 인지 전환: 적극적인 심리적 대응을 통해 조바심을 억누른다.

조바심 낸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조바심으로 나쁜 결과가 생겼던 것을 떠올려라.

이번에도 조바심을 내면 과거의 잘못된 사례가 번복된다고 생각한다.

3단계 상황 대처: 조바심에서 탈피할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조바심의 증폭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에서 벗어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조바심을 고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여유 있는 자세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저자는 게으름이 정서조절장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상태는 몰라도 고질적으로 게으름이 반복된다면, 게으름은 정서조절장애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게으름에 대해 뇌과학 측면에서도 다루고, 게으름을 부리게 되는 원인도 설명해 줍니다.

저자는 조바심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순간부터는 자신을 얽매던 쇠사슬에서 풀려난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이 기록한 방법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더 이상 조급함에 빠져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리학과 뇌 과학 분야의 관련 전문 용어들과 기존 학자들의 주장도 친절히 예시를 들어가며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내용 이해를 돕는 도표와 그림 자료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며, 게으름에 빠지지 않는 삶을 살도록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여, 조바심에서 놓여나고 싶은 독자가 읽을만한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20대에는 오늘당장 무엇을 하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무언가 안 되면 걱정되고 조바심이 나서 일을 그르친 적도 있습니다. 왜 그리 급했는지.. 아마 항상 가장 어리고 가장 빠르게 남들보다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계속 그래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일이 잘 안 풀릴 때 스트레스의 강도는 남들보다 훨씬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보다 조금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가며 변한 것은 이제는 조급함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약간은 옆도 보고 때론 뒤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항상 일어납니다. 또한 바쁜 삶 속에서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예상할 수 없는 규모로 터진다는 점에서 기대한 일이 안되었을 때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곧 우리 자신을 말해줍니다. 감정을 과도하게 억압하여 정작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거나 불안이나 초조, 조바심과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은 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되,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바심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이러한 조바심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조바심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다스린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마음이 급해 서두르다 보면 본질에 이르기도 전에 피상적인 문제만 다루게 된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핵심을 놓친다
- P36

조바심은 수많은 문제점을 만들어낼 뿐이다. 지나치게 서두름으로써 자주 실수하거나 경솔하게 설익은 행동을 하고 더 좋은 기회를 놓친다. 때로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게다가 비굴해지거나 부도덕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바심이 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조바심을 내봐야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 P80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들어보라. 무조건 나에 대해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은 필요 없다.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충고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서는 안 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너무 친하거나 은연중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제외하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나의 강점과 약점,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정리해본다
- P141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는 온갖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지만 지난 일에 대해서는 평온하다. 요동을 치며 심란하게 다가오는 미래의 일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두려워하거나 근심과 걱정을 껴안고 살 필요가 없지 않을까? 조금은 대범한 마음으로 다가올 미래를 맞이하는 것도 좋다
- P206

조바심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실행력의 부족은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루게 한다. 그러면 시간이 흐를수록 해야 할 일을 수행할 시간은 점차 부족해지고, 그것을 제시간에 완료하지 못할 것 같다고 여기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 P216

뇌는 무언가를 꾸준히 3주 정도만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회로를 형성하고,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고 한다.
- P244

멀티태스킹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을 뛰어난 능력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멀티태스킹은 인간의 뇌 특성을 거스르는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이다
- P2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 (Paperback)
미치 앨봄 지음 / Hyperion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생은 만남이며 인간은 만남의 존재이며 인류의 역사는 만남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주의 모든 것과 만나는데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만남 중에는 그 사람의 일생을 결정짓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 에디는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터에서 다리를 다치고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애증의 관계인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했으나 아이도 없고 그녀는 일찍 병으로 죽고 맙니다. 매일매일 그날이 그날인 에디에게도 가슴 떨리는 사랑이 있었고, 평생 마음속에 짐이 된 아픈 기억이 있기도 했습니다.

‘루비피어’라는 오래된 놀이공원에서 일하다가, 사고로부터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에디는 다섯명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블루맨, 캡틴, 루비, 마그리트, 그리고 탈라까지..

정말 아무생각 없이, 물론 아무런 적의도 없이 저질렀던 일들이 어떤 사람의 목숨을 가져가기도 했고, 에디 또한 그런 이유로 죽음에 이르기도 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단순히 휴머니즘적이고 감동적인 소설이겠구나 하고 예상을 했는데

읽을수록 세상의 아픈 부분들을 파고드는 작가의 글에 같이 아프기도 하며 더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감동적인 소설이었다면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을 듯합니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이라는 설정은 우리가 사후세계를 증명할 바가 없으니 비현실적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죽음에 연관되어 있는 상황만큼은 현실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아픈 요소들을 소재로 삼은 것은 꺼내듦과 동시에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살아오면서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누군가의 목숨에 영향을 준 적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과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나의 다섯 사람은 누가 될 것이며 내가 다른 사람의 다섯 사람 중 기다리게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만남입니다. 우리는 유한한 만남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만남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만남, 즉 일생은 어떻게 남겨질까요?

죽어서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뉘우쳐도 좋겠지만 살면서 자신을 뒤돌아 보고, 주변을 살펴서 눈 감을 때 회한이 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인간(人間)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사이’ 즉 ‘인간관계’를 말함이 아닐까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인생에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만남을 소중히 하고 잘 가꾸어 나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나가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