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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평점 :
우리는 ‘니체’ 하면 이 책을 쉽게 떠올릴 만큼 이 책과 니체는 밀착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예언서, 잠언, 철학책 중 어디에 속할까요? 이 책의 구성은 여느 철학서와는 다릅니다.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고 이 각각에 20개 정도의 독립된 이야기가 있고, 앞에 10개 단락으로 된 긴 머리말이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가 망라되어 있으며, 전혀 논리적이거나 체계적인 철학책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책의 등장 인물이자 주인공은 물론 단연 차라투스트라입니다. 그는 10년간 산 속에서 명상을 마치고 새로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이는 마치 예수가 서른 살에 고향을 떠나 갈릴리 호수로 구도자의 길을 떠난 후 40일 간의 명상을 거친 후 다시 돌아 오는 장면과 겹치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형식적인 유사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차라투스트라가 니체를 왜 찾아 왔는지, 그는 누구인지, 우리에게 무엇을 설파하려고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제1부에서 ‘세 변화에 대하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 이제 너희에게 정신의 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된다”
낙타는 스스로가 삶을 견뎌야 할 고통으로 생각하고, ‘삶은 고된 것이다’라고 말하는 착하면서도 인내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짐깨나 지는 정신(낙타)은 더없이 무거운 짐 모두를 짊어진다.” 그러나 이 낙타로 정신은 만족할 수 없습니다. 정신은 다른 변신을 꾀합니다. 정신은 사자로 변합니다. 사자가 된다는 것은 정신이 자유를 쟁취하여, 그 자신이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이 사자는 자신이 섬겨온 주인을 찾아 나서며, 마지막 신에게 대적하려 하여, 신의 한 형태인 용과 일전을 벌입니다. 마땅히 해야 함을 할 줄 알고, 창조된 모든 가치를 아는 사자,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유의 쟁취를 강탈하는 사자가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사자는 어린 아이의 순진 무구와 망각을 알지 못합니다.
사실 니체에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것은 책이 아니라 ‘신은 죽었다’라는 말일 것입니다. 이 말을 안다고 해서, 니체를 단언해서는 안됩니다. 니체는 누구보다도 극단적이고, 누구보다도 신랄합니다. 그에 대한 이해는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니체의 철학은 많은 걸 담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초인과 최후의 인간에 대한 구분입니다. 그에 따르면 최후의 인간은 곧 허무주의입니다. 초인은 신앙에 의존하는 최후의 인간을 극복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의 철학은 쉽게 말해 형상적이고 내세적인 관념에 대한 파괴입니다. 인간은 현상에서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두번째로 주목할 점은 역시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니체가 기독교 그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니체가 예수에 대한 찬양과 믿음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의 주장이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만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로 주목할 점은 그가 보여주는 일종의 '인간다운' 교훈입니다. 니체는 말하길,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시련으로 생각하지 말며, 선과 악을 자신의 안에서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니체에 따르면, 우리는 자연적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신에 대한 의존을 벗어던지고 창조의지를 깨우쳐, 세계를 사랑하고 나를 극복하며 나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낙타와 같이 고뇌를 받아들이고, 사자와 같이 독립적으로 외부의 영향을 부정하고, 어린 아이와 같이 새로운 창조활동으로 나아가야합니다. 하지만 그 창조성은 필연적인 구조, 즉 영원회귀 안에 갇혀있습니다. 즉, 삶은 계속 반복해서 살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인간이 자기 자신의 힘과 의지만으로 삶을 긍정해낼 수 있는가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은 읽었다기보단 한번 훑어보았다고 보는게 맞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방대한 상징 체계와 성경을 비롯한 고문헌을 자주 인용한 탓에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비판을 하는 건지 칭찬을 하는 건지 조차 도통 알아차리기 힘들었습니다.
고전(古典)이란 ‘누구나 들어서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어 본 적 없는 책’이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무수한 시대를 건너오며 살아 남은 강력한 힘을 가진 책일 것입니다.
책에는 우리에게 주는 주옥 같은 구절이 참 많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고 중심이 되는 주제는 누가 왜 만들어 놓은지도 모르는 가치와 규범에 복종하고, 미리 정해져 있던 길을 따라 의미 없는 삶을 살지 말고,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에서 많이 봤던 내용입니다. 그만큼 니체의 영향을 받은 책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또한, 철학이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학문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나만의 철학을 가져야 겠다고 느꼈습니다.
참으로, 천천히 죽을 것을 설교하는 자들이 존경하는 저 히브리 사람은 너무 일찍 죽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의 때 이른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불운이 되었다. 그가, 이 히브리 사람 예수가 알고 있었던 것은 히브리 사람들의 눈물과 비애, 그리고 착하고 의로운 자들의 증오 뿐이었다. 그리하여 죽음에 대한 동경이 그를 엄습했던 것이다. 그가 황야에 머물러 있으면서 어떻게든 착하고 의로운 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그는 사는 법을 배우고 대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웃음까지 배웠을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형제들이여! 그는 너무 일찍 죽었다. 내 나이만큼만 살았더라도 그는 자신의 가르침을 철회했으리라! 그는 철회할 수 있을 만큼 고귀한 자였다! 그러나 그는 채 성숙하지 못했다. 그 젊은이의 사랑은 미숙했고, 인간과 대지에 대한 그의 증오도 미숙했다. 그의 마음과 정신의 날개는 아직도 묶인 채 무거웠다. - P127
무언가 서로에게 줄 것이 있어, 자신에게 넘쳐나는 것이 있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받고 싶은 것이 있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어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이다. 풍성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서로를 선물하는 친구를 만들어주지만,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상대방을 구속하는 가시 울타리로 자라난다 - P130
참으로, 형제들이여, 그때가 오면 나는 다른 눈으로 내가 잃은 자들을 찾으리라. 또 다른 사랑으로 그대들을 사랑하리라. 언젠가 그대들은 나의 벗이 되어야 하며, ‘하나의’ 희망을 품은 아이들이 되어야 하리라. 그러면 나는 세 번째로 그대들과 함께 하면서 위대한 정오를 축복하리라. 위대한 정오란 인간이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길의 한 가운데에 서 있을 때이며, 저녁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길을 최고의 희망으로서 축복하는 때이다. 왜냐하면 그 길은 새로운 아침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몰락해 가는 자는 자신이 저 너머로 건너가는 자임을 알고 스스로를 축복할 것이며, 그때 그의 인식의 태양은 그에게 정오의 태양이리라. "모든 신은 죽었다. 이제 우리는 초인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언젠가 찾아올 위대한 정오에 우리의 마지막 의지가 되기를! - P136
니체는 삶에 대한 사랑을 ‘운명애’(amor fati)라고 불렀다. 그는 그것을 ‘운명과 대결하지만 패하고 마는’ 터키 식 운명론이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복종하다 쓰러지는’ 러시아 식 운명론과 구분지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에 순종하는 것도 아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아름답게 창조해 주는 것이다. 물론 그 창조에는 고통이 따른다. 재창조되기 위해 하나의 삶은 다음 삶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 P148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 그리고 참으로 사람들은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는 것을 배워야한 한다. 이것이 나의 미감이다. 그것은 좋은 미감도 나쁜 미감도 아니며, 내가 부끄러워 하지도 숨기지도 않는 나의 미감이다."이것이 지금 나의 길이다. 그대들의 길은 어디있는가?"라고 나는 나에게 길을 물은 자들에게 대답했다. 말하자면 모두가 가야할 그런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 P346
얼마나 많은 일이 아직도 가능한가! 그러므로 부디 그대들 자신을 넘어서서 웃는 것을 배우라! 그대들의 마음을 고양시켜라, 그대들 멋지게 춤추는 자들이여, 높게! 더 높게! 그리고 멋지게 웃음 짓는 것도 제발 잊지 마라! 웃는 자의 이 면류관, 이 장미꽃 다발의 화관, 그대들에게, 형제들이여, 이 화관을 던진다! 웃음은 신성하다고 나는 말했다. 그러므로 그대들, 차원 높은 인간들이여, 배우라, 웃는 것을! - P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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