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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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처음 접했던 것은 교과서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70% 이상의 중학교, 고등학교의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난쏘공’은 시험 문제에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곤 했었습니다. 특히, 문학 추천 도서로 유명한 도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영수, 영호, 영희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매일을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의 소외 계층입니다. 아버지는 ‘키 117cm, 몸무게 37kg’의 왜소한 체격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았습니다. 그의 가난도 그렇습니다. 하수도 오물을 뒤집어쓰고, 부엌칼을 갈아주고, 건물 유리창을 닦으며 뼈빠지게 일해도 갈수록 더 궁핍해집니다. 살던 판잣집마저 아파트 개발로 철거됩니다. 대가로 입주권을 받지만 입주비가 없습니다. 입주권은 결국 돈 있는 거간꾼의 차지가 됩니다. 실낱 같은 기대감으로 천국을 꿈꾸지만 통장으로부터 재개발 사업으로 말미암아 철거 계고장을 받는 순간 이들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영수네 동네인 낙원구 행복동주민들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입주권이 있어도 입주비가 없는 마을 빈민들은 시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약간은 더 받고 거간꾼들에게 입주권을 팔고 맙니다. 그 동안 난쟁이 아버지가 채권 매매, 칼 갈기, 건물 유리창 닦기, 수도 고치기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으나 어느날, 아버지는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어머니는 인쇄소 제본 공장에 나가고 영수는 인쇄소 공무부 조역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영호와 영희도 몇 달 간격으로 학교를 그만둡니다.

투기업자들의 농간으로 입주권의 값이 뛰어오르고 영수네도 승용차를 타고 온 사내에게 입주권을 팝니다. 그러나 명희 어머니에게 전셋값을 갚고 나니 남는 것이 없게 됩니다.

영희는 집을 나갑니다. 영희는 승용차를 타고 온 그 투기업자 사무실에서 일하며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투기업자가 자기에게 했듯이 그의 얼굴에 마취를 하고 가방에 있는 입주권과 돈을 가지고 행복동 동사무소로 향합니다. 서류 신청을 마치고 가족을 찾으러 이웃에 살던 신애 아주머니를 찾아갑니다.

이 소설이 다루는 사회적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도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빈민들의 생존권은 무시당한 채로 이뤄지는 철거정책과 그 사이에서 농간을 부리는 악덕 부동산업자를 고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난장이의 큰 아들 영수를 통해 시대와의 대결을 보여줍니다. 영수와 은광그룹의 대결은 노동쟁의를 막으려는 기업의 횡포와 여기에 항거하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나타냅니다.

소외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당한 노동 행위, 노동 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극한적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밝은 미래, 희망도 던져주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그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을 뿐입니다.

197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소설이 쓰이게 된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책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란 상당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내용의 소설처럼 보이지만, 개별 작품 하나하나에 난장이 가족과 그 주변 인물의 사연이 녹아 있습니다. 이러한 사연을 모아 낸 난쏘공 초판 1쇄가 나온 시점은 1978년 6월이었습니다. 무려 4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 책을 공유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러한 비극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자신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을지 모릅니다. 1970년대보다는 근로조건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또 다른 성격의 불평등 사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20년 도시의 박탈감은 오히려 행복동보다 초현실적입니다. 유례없는 전염병이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간극을 더 헤집어놓았고 각종 사고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삶은 변함이 없습니다. 공동체의 위기나 비상 상황에서는 가진 것 없고 소외돼 있는 약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막내 영희는 큰 오빠를 다그치며,

“화도 안나?”

라고 말합니다. 영희의 절규는 더 이상 난쟁이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암울한 시대를 보여주는 과거이자 현재, 혹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직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이 있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난쏘공’을 느끼고 그것의 의미를 계속 질문하는 것이야말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 사회가 이쪽과 저쪽으로 양분된 것이 아니란 것을 드러내면서 타인을 공감하기 위한 노력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의사들은 아버지가 아무도 찾아낼수 없는 병으로 곧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뒤에도 무서운 동통과 싸우며 두 해나 더 살았다. 아버지는 전생애를 통해서 그의 시개 사회와 불화했던 사람이다. 신애는 남편이 같은 형통의 사람임을 잘 알았다. 좋은 책을 쓰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던 남편은 단 한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실어증 환자로 생각했다. 중오하는 돈도 죽어라 벌었으나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부모의 병을 고쳐주지도 못하면서 병원은 그가 죽어라 하고 벌어들이는 액수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늘 요구했다. 아버지가 돌아갔을 때 그에게는 울 힘조차 없었다
- P29

아버지의 신장은 백십칠 센티미터, 체중은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은 이 신체적 결함이 주는 선입관에 사로 잡혀 아버지가 늙는 것을 몰랐다. 아버지는 스스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체념과 우울에 빠졌다. 실제로 이가 망가져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눈도 어두어 지고, 머리의 숱도 많이 빠졌다.의욕은 물론 주의력과 판단력도 줄었다
- P95

리는 출생부터 달랐다. 나의 첫 울음은 비명으로 들렸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나의 첫 호흡이 지옥의 불길처럼 뜨거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모태에서 충분한 영양을 보급받지 못했다. 그의 출생은 따뜻한 것이었다. 나의 첫 호흡은 상처난 곳에 산을 흘려넣는 아픔이었지만, 그의 첫 호흡은 편안하고 달콤한 것이었다. 성장 기반도 달랐다. 그에게는 선택할 것이 많았다. 나나 두 오빠는 주어지는 것 이외의 것을 가져본 경험이 없다. 어머니는 주머니가 없는 옷을 우리들에게 입혔다. 그는 자라면서 더욱 강해졌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반대로 약해졌다. 그가 나를 원했다.
- P131

동생은 병실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간호사가 나가면서 손가락을 입에 댔다. 동생 머리맡에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아내가 갖다놓은 것이다. 동생의 아이들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사람을 제일 약하게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웃고 있었다.
- P158

나에게는 우연 같지가 않았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그림 ③의 실체가 내 눈앞에 있는데 그 실체를 무시하고 상상의 세계에서만 그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림 ③을 들고 "그럼 이것은 뭡니까?" 내가 물었는데 그는 간단히 "그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P260


p300 "정말 끔찍한 건 이 세계라구요. 몇몇 나라들이 그들의 사회제도로 부터 이탈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미 약물을 투여하기 시작했어요."
"병이 난 사람들이겠지"
"질병하곤 상관이 없는 일예요."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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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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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그 아파트가 가장 두려운 장소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나를 보호해야 할 집이 가장 위협적인 공간이 된다면 도망갈 곳은 사라지고 맙니다. 가장 보편적인 주거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이 있습니다.

런던에 사는 '케이트'는 보스턴에 사는 육촌 '코빈'과 육개월 동안 집을 바꿔 지내기로 합니다. 그러나 사실 케이트는 코빈을 어렸을 때 본 적이 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친척입니다.

코빈이 일 때문에 한동안 런던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케이트의 엄마가 듣게 되면서, 케이트와 둘이 집을 바꿔 지내는 것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케이트는 과거 전 남자친구에게 감금당해 살해 당할뻔한 사건을 겪었고, 그 이후 불안장애를 겪으며 살아왔기에, 이번 시도는 상당히 용기를 낸 것이었습니다.

보스턴의 부촌에 있는 코빈의 아파트는 ‘ㄷ’자 모양의 특이한 구조를 가진 고급 이탈리아 식 건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습니다. 케이트가 처음 건물에 들어오던 때, 한 여자가 303호의 문을 두드리며 ‘오드리’란 여자를 애타게 부르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303호에 살던 오드리 마셜은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첫날부터 마주한 사건에 케이트는 불안함을 느끼지만, 본인의 불안 장애 때문이라고 여기며 애써 무시합니다. 그러나 코빈의 아파트에서 케이트는 열쇠 하나를 발견하고, 그 열쇠가 살해당한 오드리 마셜의 집, 303호의 열쇠임을 알게 됩니다.

정황은 코빈을 용의자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303호의 맞은편 312호에서 오드리를 쌍안경으로 매일 훔쳐본 관음증 환자는 그녀와 코빈이 연인이었다고 말합니다. 코빈이 그녀를 죽였다고 주장하는 전 애인도 나타납니다. 코빈은 부인하지만, 그의 집에서는 수상한 단서들이 계속 발견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중요한 설정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독특한 구조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마주 보도록 설계된 독특한 아파트 구조는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특별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다른 하나는 케이트가 앓고 있는 불안 장애입니다. 이 증상은 케이트를 ‘믿을 수 없는 화자’로 만들어 줍니다. 케이트가 하는 의심을 의심하게 만들고, 케이트가 느끼는 불안함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서술을 믿어야 할까’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빠른 전개보다 한 장면을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바꿔가며 보여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312호에 사는 관음증 환자처럼 이를 훔쳐보던 독자는 결국 자신이 소설 속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점점 범인으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좁혀져서 과연 이들 중 누가 범인일까 긴장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 소재의 소설이 그렇듯 여성혐오적 범인과 그에 따른 결말은 다른 소설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라는 공간으로부터 독특한 공포를 자아냈다는 점에서 독특한 소설이었고, 순식간에 읽히는 작가의 필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 작가 책은 계속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오드리의 집을 보고 있었던 건 당연하다. 살인 사건 현장이니까. 그도 분명 소문을 들었을 테고 궁금했으리라. 궁금하면서 불안했겠지, 아마도. 당연하다. 나쁜 일이 터지면 사람들은 늘 지켜보는 법이다. 케이트는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P110

앨런은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미행하느라 긴장하면서도 흥분된 상태임을 깨달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쩌면 그가 오드리에게 집착한 이유는 오드리 때문이라기보다 그녀를 멀리서 훔쳐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모른다
- P128

오드리는 창밖을 내다봤다.
"우리 집 맞은편에 사는 남자네. 여기서도 그 집이 보여. 그러니까 아마 그 사람도 우리집을 보다가 당신을 봤겠지. 그뿐이야."
코빈은 거실 창밖으로 안뜰 건너편 건물의 불 꺼진 창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그럴까?"
- P222

가시는 꽤 깊이 박혀 있었다. 그 자리를 빨았더니 비릿한 피 맛이 날 뿐 가시는 꼼짝하지 않았다. 족집게를 찾아야 했지만 찾을 생각을 하니 피곤했다. 가시를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결국 저절로 빠질까? 아니면 영원히 남아 살이 될까?
- P312

실룩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숨 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녀의 일부, 동물적인 본능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 터였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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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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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영화도 즐겨보고 TV 드라마도 종종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책 읽을 때의 쾌감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나만의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고,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먼저 생각하고 설계하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작은 기쁨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9월 셋째 주 토요일, 동네 주민들을 위한 파티에서 시작됩니다. 그 파티에서 한 부부를 만난 주인공 헨은 그 부부의 집을 구경하다 남자의 서재에서 의미심장한 물건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이 동네에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없어진 트로피였습니다. 헨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랬으며, 이 집의 남자 매슈는 헨이 그 물건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또한 헨의 부부가 돌아간 후 그 물건을 들고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놓았습니다.

이제 헨과 앞집에 사는 매슈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그들 주위에서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납니다. 헨은 매슈가 연쇄살인자라는 것을 알고, 또 그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보았지만, 아무도 헨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바로 과거일로 인해서 헨이 정신적으로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죠. 그리고 매슈는 헨의 이야기를 경찰들 조차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서슴없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그 모든 것을 헨에게 고백합니다. 매슈가 하는 살인에는 다 이유가 있었는데, 자신의 주변의 여자들에게 나쁜짓을 하는 남자만 골라 살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아주 무서운 연쇄살인마인데, 책에서는 정작 그를 아주 나쁜 인간으로 분류하지 않는듯 합니다. 매슈에게는 부모로 인한 불행한 과거가 있으며, 그 불행으로 인해 올바른 인격이 형성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식의 결론이 그것입니다.

그의 상황들을 고려하여 자꾸 이해하려 하는 듯한 부분도 나오고, 분명 살인자인데 그의 살인을 정당화시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로 확고히 자리잡은 작가 피터스완슨의 최신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짜인 구성과 뒤통수를 탁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적인 결말은 마치 시속 100㎞로 질주하던 차가 일순간 급정거를 하는 듯한 충격을 안기며 '심리 스릴러'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자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설사 더스틴 밀러가 정말로 성폭행을 했다고 해도, 매슈가 그를 죽이고 트로피를 기념품으로 가져왔다는 뜻은 아니잖아."
"그냥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굉장한 우연의 일치로군."
"뭐가 굉장한 우연의 일치야? 더스틴 밀러는 정말로 살해됐어."
"그게 아니라 우리가 처음에는 피해자와 같은 길에 살다가 이번에는 범인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는 거 말이야."
- P81

어머니의 얼굴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증인의 얼굴이었다. 그 일을 겪는 게 아니라 그냥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 그게 바로 헨리에타의 표정이었다. 그녀 역시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매슈는 그 순간 그녀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 P200

그들은 세상에 불행을 퍼뜨렸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그런 자들을 세상에서 삭제하는 건 곧 세상에 행복을 더하는 겁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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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xt Person You Meet in Heaven: The Sequel to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 (Paperback) - 미치 앨봄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후속작,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원서
Harper Press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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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맞아 사후세계로 떠나지만, 그 누구도 현생으로 되돌아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더 궁금합니다.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류의 유사종교단체들은 여전히 조상 천도재를 지내야 업장을 소멸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꼬드깁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아버지, 어머니 제사를 지내 해원을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조부모, 조부모 천도재가 끝나고 나면 다음은 증조부모, 증조부모가 끝나고 나면 고조부모…. 제사는 호주머니가 텅 빌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들이 진짜 사후생을 믿는다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조상과 맺힌 것을 풀어준다며, 원한 살 짓을 할 리가 없는 것입니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는 완전한 사후세계 속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승법에 의해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을 기준으로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영화가 시작됩니다. 비록 사후세계의 실존 여부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모든 인간이 겪는 죽음과 삶, 그 경계에서 인간은 삶을 관통하는 희로애락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주인공 애니의 결혼식으로 시작됩니다. 결혼식 다음 날 남편인 파울로와 열기구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갑니다. 애니는 자신을 먼저 구출하고 뒤늦게 탈출하다 폐손상을 입은 파울로에게 폐를 떼어주는 수술을 하게 되고 눈을 떠보니 천국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애니는 자신의 인생과 연결된 5개의 영혼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인생이야기도 나옵니다. 애니의 엄마 로레인은 열아홉살에 제리를 만나 결혼하지만 1년후 애니가 태어날 때 제리는 곁에 없었고 4년후 집을 나가고 로레인은 계속해서 남자를 바꿉니다. 애니가 여덟살 때 놀이공원에서 드롭타워 카트가 떨어져 죽을뻔 하는데 직원 에디가 애니를 구해내다 대신 깔려 죽고 애니는 팔을 크게 다쳐 봉합수술을 받습니다.

그후부터 엄마는 애니를 과보호하면서 애견보호소에서 데려온 클레오와 같이 지내고, 중학교때 만난 파울로를 좋아하지만 그가 이탈리아로 떠나 곧 헤어지고 아는 사람이 없는 애리조나로 이사를 가지만 친구들이 애니의 사고내용을 찾아내 다시 전학을 가게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자친구와 동거하면서 엄마와 연락을 끊는데 엄마가 암에 걸려 죽고, 스무살때 임신을 해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지만 일찍 태어난 아기가 죽자 바로 헤어지고 데니스 삼촌의 도움으로 간호사가 됩니다.

어느날 출근도중 돌아와 목수가 된 파울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다시 결혼을 합니다. 알래스카로 신혼여행을 가던 중 애니의 고집으로 차가 고장 난 열기구 사업자 톨버트를 도와줍니다. 새벽에 애니의 요청으로 열기구를 타다가 착륙중 전선과 부딪혀 파울로가 폐를 다치고 애니의 폐를 이식하기 위해 수술하던 중 둘 다 죽게 됩니다. 죽은 애니는 천국에 가서 지상에서 인연이 있던 다섯 사람을 만나는데 첫 번째는 팔 봉합 수술을 해준 의사 사미르, 두 번째는 클레오를 데려올 때 만난 애견보호소 운영자인데 사실은 그녀가 클레오였습니다. 세 번째로 로레인을 만나 놀이공원 사고 현장과 딸을 과보호한 이유를 듣고 엄마가 죽은 후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화해를 하고, 네 번째로 애니 대신 죽은 에디를 만나 놀이공원 사고 순간을 보면서 에디가 애니를 구한 것이 2차대전 때 그가 필리핀의 소녀를 죽인 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로 남편 파울로를 만나는데 파울로는 애니에게 다시 살아서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라는 말을 하고, 애니는 깨어납니다.

애니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죽음이라는 사후 세계를 함께 여행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다섯 사람 그리고 다섯 개의 가르침은 죽을 만큼 힘겹게 '지금'을 살아 내는 우리에게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 합니다. 빠른 전개와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는 독특한 이야기 구성은 쉽게 마음속에 흡수되어 버렸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또, ‘천국’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공간을 눈앞에 펼쳐지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 놀랍니다.

자신조차도 모르게 했던 일이 선행이 되어 다른 시공간의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멋집니다. 인생사는 씨줄과 날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여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않습니다. 죽음이란 두려움을 느끼거나 슬픈 게 아니라 삶을 더욱 열정적으로 살게 하는 확실한 마침표일 뿐입니다. 죽음을 단순한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철학적 고찰을 통해 삶을 층 더 의미있게 만드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겠습니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환상적이고 따스한 공간에서 생을 되새기고, 그곳에서 다른 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거나 다음 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상상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후세계를 상상하고, 그렇게 믿고싶은 것일지 모릅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긍정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후회, 용서을 통찰하게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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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유대인처럼 - 세계 상위 1퍼센트 유대인의 생각 수업
자오모.자오레이 지음, 김정자 옮김 / BOOKULOVE(북유럽)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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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은 수많은 민족들로부터 박해를 받고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하는 등 오랜 시련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민족' '타지인'이라 불리며 더부살이 신세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한 유대인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민족으로 불립니다.

저자는 유태인이 특별한 이유를 그들의 사고력에서 찾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현실주의자인 그들의 사고력으로 대변되는 9가지 키워드(긍정, 역발상, 협력, 모험, 기회, 창조, 체계적 사고, 확산적 사고, 비판적 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1. 긍정의 사고방식, 좋은 생각이 좋은 에너지를 만든다

긍정적인 생각은 적극적, 능동적, 낙관적인 태도로 문제를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안내한다. 유대인은 실패해도 ‘아직도 희망은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쉽게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참고 견뎌낸 민족이다.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유대인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2. 역발상의 사고방식, 물길을 거스르기 어렵다면 따르는 것도 좋다

유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정형화된 사고의 노예가 되길 거부하고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추구했던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굳은 사고의 틀을 깨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사고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협력의 사고방식, 역경을 이겨낸 공동의 지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워진다. 도덕을 기반으로 우정을 쌓고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로 소통하는 유대인처럼 되고 싶다면,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모험의 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거침없는 여정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 도망친다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5. 기회의 힘,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이라는 자원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며 세상에서 가난한 자와 부자를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유대인 문화에서 시간은 생명이며 돈과 같다.

6. 창조의 힘, 다른 빛깔을 발산하다

유대인은 어떤 상황이든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좀 더 나은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틀에 박힌 사고를 깨고 나아갈 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수 있다.

7. 체계적 사고의 힘, 높은 곳에 올라 전체를 장악하다

유대인은 시련의 역사를 겪으며 위기의식을 키웠고 덕분에 무슨 일이든 신중하게 처리하는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8. 확산적 사고의 힘, 생각에 날개를 달아라

유대인은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그 안에 포함된 의미를 탐구하려고 노력한다. 인생의 기회는 잠재된 것들 속에 숨어 있다. 그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과 의지가 관건이다.

9. 비판적 사고의 힘, 모든 일에 “왜?” 라고 물어라.

유대인은 학습 과정에서 항상 의심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언제든지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많이 던지는 사람만이 발전한다.

각 장마다 성공한 유대인들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한 챕터마다 버릴 것 없이 하나하나 필사하고 싶은 구절이 참 많았습니다. 뻔한 자기계발서와 비슷했지만,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인생의 문제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낙오자가 없는 성공이란 신화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냈습니다. 유대민족은 우리 시대 최고의 성공모델입니다. 그들에게는 삶에 대한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절제되고 긍정적인 사람들이 결국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대인들의 지혜와 신념들을 받아들이고 실제로 적용해나가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역사는 참 불가사의한 것이다. 타국의 권력자가 유대인을 멸시해 고향에서 쫓아내고 온갖 박해를 가했는데 오히려 그들은 돈 버는 재능을 이용해 안락한 생활을 누렸다. 지금은 유대인이 ‘세계 최고의 사업가‘로 불리지만 처음에는 생존해야 한다는 비장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승리했고 지금까지 승자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 P43

인생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다. 모든 생각을 고통스러운 감정에 집중한다면 고통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아름다움, 활력, 재물, 영예, 지혜, 만족 등의 행복한 감정은 현실에 발을 딛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자들의 것이다
- P49

살면서 마음속에 원대한 포부를 품은 사람은 많지만 사소하고 작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꿈을 이루고 싶다면 마음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조급한 마음과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처리하는 습관을 버리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P63

유대인은 근면한 태도와 성공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근면한 태도를 갖췄다고 전부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태한 태도는 비범한 자질을 가진 사람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근면한 태도는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만하다.
- P76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은 실패의 쓴맛을 보고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겪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인내심은 상대방이 성숙한 사람인지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지표다. 힘든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좋은 성과를 얻는다.
- P91

유대인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남을 돕는 것은 나를 돕는 것이다." 살면서 남들에게 도움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유대인이 남을 돕는 일을 습관처럼 행한 데에도 언젠가 자신이 도움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 P148

성공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를 ‘체면을 구기는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유대인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실패 속에서도 배울 점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 P173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해보라. 폭넓은 식견과 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적성을 확인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무언가를 시도한다고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시도하면서 스스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자기만의 성공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
- P185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이 남들보다 못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갖가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집집마다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말이 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소중히 대하는 사람만이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
- P257

과감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깨고 성공을 거둔다. 그렇다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리기 때문이다.

- P317

유대인은 무슨 일이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며, 절대 자신의 밥그릇을 저당 잡혀서는 안된다고 여긴다. 자신의 생계수단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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