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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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총선 이후, 방송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칩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책의 집필에 있었다.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서도 변하지 않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보며 이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알리며 집대성할 필요를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유시민 작가의 책은 매우 주관적이며 따라서 가장 읽기가 쉽다. 책을 지난 주에 주문하고 오늘 오후 점심을 먹고 3시간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그만큼 책은 가독성이 높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읽는 사람 자신의 정치색에 따라 극명히 갈릴 것 같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현재 한국 언론에 대한 분석과, 대통령의 향후에 대한 것이었다. 

 언론 부분을 다루자면 유시민 작가는 현재 한국 언론이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본다. 기성 종이 신문과 이들이 만들어낸 종편 언론, 또한 이들의 기사를 헤드로 도배하는 포털을 보면 보수를 옹호하는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겉으론 저널리즘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기자 개인은 엘리트 주의에 빠져있다. 또한 이들이 종사하는 언론은 사영 언론으로 모기업이 기업이나 부유층이거나 혹은 조중동처럼 그 자체가 재벌인 경우다. 그렇기에 이들은 한국 대기업과 기업, 부유층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리고 한국의 보수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러한 정책을 취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기에 마땅히 보수를 지지한다.

 다른 한 쪽엔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공영 방송이 있다. KBS와 MBC이다. 이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정권 교체가 잦았기에 상층부에 다양한 이익과 세계관, 정치적 색채를 갖는 임원직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정권이 자신들의 상층부를 함부로 교체하지 않는 한 저널리즘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기계적이며 시민과 국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자만의 언론이 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프레시안 등이다. 이들은 비교적 여태까지의 집단 중 가장 저널리즘에 충실하다. 권력과 자본, 그리고 시민으로부터도 언론 자유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기자만의 언론이 되었다는게 유시민의 판단이다. 한겨레의 경우, 국민의 자본으로 출발하였는데 국민의 언론이 되지 못하다보니 결국 독자 및 시민사회와 이별하게 되었으며 한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김어준으로 대변되는 새 미디어다. 그가 만든 뉴스공장, 뉴스타파, 서울의 소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기계적 중립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들이 보기에 정의, 시민의 권리,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김어준은 지난 대선에서의 박빙패배의 원인을 여론조사에서 찾았다. 기존 여론 조사에서 이재명은 윤석렬에 항상 열세를 보였고, 심지어 10%정도이 격차를 꾸준히 유지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0.7%차이였다. 가짜 여론 조사를 뿜어대는 언론에 휘둘려 포기한 이재명 쪽 지지자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제대론 된 여론조사만 있었다면 결과를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어준은 여론조사 꽃을 만들었고 그걸로 이번 총선내내 흔들리지 않는 일관되고 결과적으로도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를 진보진영에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김어준의 활약을 유시민의 삼국지의 장판교를 지켜낸 장비에 비견한다.

 유시민은 책 말미에 대통령의 향후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하나는 자진 사임이다. 그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이상 국가사회 및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은 대통령의 자질과 성향을 볼 때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본다.

 다른 하나는 협치다. 자신이 탈당하고 민주당이 1당, 국힘이 2당이 되어 민주당 주도로 대연정을 펼치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허수아비이자 상왕정도로 물러나고 내각제를 운영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대연정에는 나라를 위한 강한 생각과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의 요구를 받아내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유시민은 이 역시 불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은 탄핵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에서의 자의반타의반 사임이다. 아직은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고 지방선거까지도 2년이 남아 총선민심의 확인 후에도 국힘은 대통령을 옹호한다. 하지만 향후 정국 상황에 따라 보수층 내부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도덕적 결함과 비리가 밝혀진다면 급격한 민심이반과 더불어 국힘 내부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통령은 5년 단임제이나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재선 여부에 따라 정치를 지속하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향후 지선과 대선, 그리고 대선 고작 1년 후 치뤄지는 총선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민이 대통령이 힘을 밀어주는 성향으로 인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총선까지 그 여세를 몰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기에 국힘쪽 국회의원이 상황에 따라 넘어와 탄핵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탄핵을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 이명박은 그럴 이유가 없으면서도 노무현을 검찰 조직을 이용해 몰아세워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 강한 반발의 힘이 촛불 집회로 이어졌고 결국 박근혜의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명박을 수감시켰다. 또한 이로 인해 보수층에서도 강한 반발 에너지가 생겨났으며 이것이 윤석렬 정권이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강한 에너지는 양진영이 극단으로 달리며 이런 일련의 사건에도 소진되지 않고 커지는 양상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하면 그를 탄핵하기 보다는 자진 사임을 유도해 이러한 에너지를 소진시키자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무척 현명한 생각이라 판단한다. 

 책에는 대통령이 무능한 이유, 그리고 한국이 처한 현 상황, 이재명과 조국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펼쳐진다. 모두 재밌으면서도 날카롭다. 유시민의 책 중 가장 빠르게 일면 재밌고 현 시국에 대한 판단에 무릎을 치면서도 안타깝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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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유신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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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이 상당 부분 자본주의 세계에 편입되며 세계는 호황을 맞았다. 인구도 지난 20-30년 간 20억 가까이 불어났으며, 경제가 상당히 성장했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과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저물가로 좋은 제품들이 세계 각지에 공급되었다. 하지만 좋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났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들이 밀었고, 러시아는 미국와 유럽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이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상당하다. 이미 편가르기가 시작되어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었고,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자신의 편이 되길 강요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까지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는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지난 20년간 경제 위기 때마다 풀어놓은 막대한 달러는 좀처럼 회수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산가치를 세계적으로 부풀려 놓았으며, 그에 따라 각 가계와 국가, 지역 사회의 빚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 형국 속에서도 미국의 경제적 패권은 계속 될 것이며 달러의 위상도 여전할 것이란게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하다'의 골자다. 

 2023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만 2023년 3/4분기에 980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의 달러 보유량은 이런 이런 이자로 인해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미국의 채권국들은 또한 세계적으로 달러 빚은 진 채무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런 달러 이자를 자신들의 채무를 탕감하는데 혹은 미래를 위해 비축한다. 그래서 세계의 달러량은 미국이 남발해도 좀처럼 늘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달러는 결국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의 달러 가치는 잘 하락 하질 않는다. 이는 미국과 미국 이외의 국가가 지불하는 채무에 대한 금리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외의 국가들은 미국보다 낮은 신뢰도와 경제력으로 인해 보다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달러가 필요하고 이를 보유하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실질 이자율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차입의 비중이 작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현대화폐이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대화폐이론은 오스트리아 학파와는 다르게 정부와 재무부 혹은 중앙은행이 위기 시 화폐를 발행하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실물경제 이상의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주기적 경제위기의 근원이라 본다. 물론 현대화폐이론학자들이더라도 지나친 화폐 남발이 부채규모를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한다. 

 현대화폐이론은 수도꼭지가 있는 세면대와 비유된다. 수도꼭지의 물을 트는 것은 정부의 역할로 정부가 확장재정지출을 하면 세면대에 물, 즉 화폐가 들어차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수도꼭지를 조절하는데 그 방법은 세금이다. 세금 정책은 그 자체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화폐를 받아들이고 쓰고 보유하게 만들어 경제 내에 돈이 잘 돌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수도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세금이다. 세금으로 세면대의 물을 적절히 빼어내 물이 넘치는 즉,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원래 세계 기축통화의 위치는 달러가 아닌 영국 파운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2차 대전이 끝아면서 바로 달러가 패권통화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한 패권의 교체는 70년대에 이르러 완성된다. 영국은 1930년대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환율위기를 겪었고, 채무 평가액에 혼란이 생겼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들은 스털링 블록을 구축한다. 이는 해당 블록국가들에 스털링 준비금을 준칙에 맞게 보유하게 하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은 대개 영국이 식민지 훗날 영연방 국가들에 해당한다.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다양한 인프라 재건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경제재건과 성장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돈이 필요하였는데 달러에 의존한게 문제였다. 부채 누적 규모는 점점 커졌고, 실제 성장보다 채무 증가의 속도가 컸다. 영국정부는 이에 채무 부담에 따른 파운드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스털링 블록 내에서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편다.

 이에 스털링 블록 국가들은 반발하게 된다. 이는 파운드화가 가치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파운드 화는 영국의 채무로 인해 가치가 크게 흔들렸고, 영국의 성장세 약화와 채무 불이행 위험으로 한 때 30%가까이 폭락한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의 세계 무역 결제 비중도 1950년대 10%에서 1970년 6.2%로 하락한다. 

 먼저 반응한 것은 경제가 취약한 이집트로 이들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금을 다양한 통화로 마련하였다 스털링 블록에서 퇴출된다. 이러한 강경책은 다른 국가들에게 오히려 불안을 일으켜 1970년대에 이르면 대부분 국가가 스털링 블록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달러가 바야흐로 글로벌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주요 비중의 준비금 통화역할을 하게 된다.

 화폐에는 3가지 기능이 있다. 가치 척도 기능, 교환 매개 기능, 가치 저장 기능이다. 교환 매개 기능은 글자 그대로 다른 상품이나 화폐와의 교환을 매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환을 위해서는 그 발행주체자에 대한 강력한 믿음 이라 할 수 있는 화폐의 진정성이 요구되며, 어디서나 쉽게 교환이 가능한 국제적 결제 시스템이 요구된다. 가치 척도 기능은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그래야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의 가치가 측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경제적 규모, 1인당 소득, 물가등을 달러와 비교한다. 가정 안정되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가치 저장 기능은 그 화폐의 안정성에서 유도 되는 것으로 항상 경제와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의 교환이 일정하게 가능하기에 부를 저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화폐의 3가지 기능을 모두 완벽히 충족하는 것이 달러다. 달러가 이런 위치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방대한 상품거래를 하게 하는 내수시장 그리고 페트로 달러 덕분이다. 미국은 1974년 6월 사우디와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미국이 사우디에 기술과 안보를 보장하는 소위 페트로 달러 협정을 체결한다. 이후 달러는 대표적 가치저장 통화로 인식된다. 이 페트로 달러 개념은 2000년대까지 확장한다. 달러는 산유국에 지급되는 화폐로 고정되었고, 달러는 석유가격은 책정하는 계산 화폐였고, 유가가 오를 때에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화폐였다. 

 하지만 최근 이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일정 수준의 금액을 Fed에 예치했다. 이것이 지급 준비금이다. 이는 은행 예금과 유동성 부족사태에 대한 예방조치다. Fed는 지급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데 은행은 이것으로 대출을 하기에 Fed의 이자는 경제의 대출에 큰 영향을 줬다. Fed가 지급준비율 이자를 높이면 은행의 예치금이 올라가 대출이 증가하고, 이자율을 내리면 예치금이 줄어 시중 대출이 주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과 미국 채권 사이의 이자율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래면서 이 조정이 무용지물이 되기 사작했다. 미 상업은행들이 지급준비금보다는 미 채권 구입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Fed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맞추어 미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한다. 그러다보니 상업은행은 채권에 더욱 매력을 느껴 채권 보유욕구가 더욱 커졌다. 거기에 2008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은 상업은행의 무분별한 위험한 투자에 크게 제동을 걸었다. 때문에 이들의 투자처로 채권은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의 고금리 이자가 장기적으로는 Fed의 매입으로 만기까지 가면 더욱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로 인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 상업은행들은 재산상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하기에 상승한 금리로 인해 장부상엔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손실금액으로 채권을 팔지 않았기에 손실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많은 투자자에게 큰 불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Fed의 번 버냉키 전 의장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 공급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크게 세 가지 오류를 낳았다. 우선 미상업은행들은 위기 때 건정성을 지키기 위해 공급받은 유동성을 정작 경제 활성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곳이 아닌 자금 회수가 가능한 건전한 곳에만 공급한다. 그래서 돈이 불필요한 곳에 계속 쌓이고 없는 곳은 더욱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로는 선택오류와 군집화 현상이다. 언급한 돈의 양극화로 좋은 곳에만 돈이 모여 기업자산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세번째는 Fed의 과다한 미국 채권 선호에 따른 채권의 과수요현상이다. 

 이러한 달러 패권 시대에 통화주권력이 약한 신흥국은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과 금리차이로 인해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시 항상 안전자산을 찾아 투자금이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국 통화의 수요가 줄어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경제 위기 때 외국 투자자금이 철수해 금융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거나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 환율방어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신흥국은 항상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동성으로 인해 달러가 넘치는 시기에 지구상의 많은 신흥국이 달러 부족에 시달린다는게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국화폐가 아닌 달러로 채권을 발행한다. 이 경우 채권을 사고자하는 수요가 많아 안정적 자금 확보가 되고,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기시 바로 달러로 채무를 갚아야 한다. 때문에 외화가 부족한 이들은 곧바로 다른 달러 채권을 발행하여 돌려막기를 하는데 이를 차환발행이라 한다. 이런 식의 달러표기 채권 발행은 신흥국을 더욱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고 세계적 달러 수요를 가중시켜 미국 달러는 더욱 강하게 만든다. 

 미국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자금은 산업현장, 실물경제에 직접 투입하기 보다는 금융계에 투입해 돈을 엉뚱한데 붓고, 자산가치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미국의 가계는 많은 금융,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여 부채가 존재함에도 순채권자로의 위치를 유지중이다. 반면에 기업은 채무가 과한 수준으로 늘어 기업의 부채는 위험하다. 미 정부는 지속적 재정적자 속에서도 소비규모의 유지를 위해서 가계를 순채권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각종 사회정책분야에 돈을 쏟는데 그 자금은 가계 소득의 10-30%에 달한다. 

 미국은 사실 세금을 가계와 기업에 부여해 지나친 유동성을 빼고 빚을 상환하여 건강한 실물경제와 재정을 유지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선 현재 고물가 상황으로 이는 가계에 실질 세금처럼 작용한다. 물가가 오른데 세금까지 걷다니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은 2008년 위기를 다시 불러오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다. 때문에 쉽게 과세를 주장하지 못한다.

 미국에 투입된 유동성은 주로 서비스업에만 이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가계에 들어간 돈은 대개 미국 대기업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해외 제품등에 사용된다. 그래서 일부 혁신적 대기업만 성장하고 일반 제조업은 성장이 약해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가계는 언급한 것처럼 정부로부터 과다한 사회적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계의 노동의지가 감퇴하고 있다. 이들은 육체노동을 꺼리고, 코로나 19이후 육아, 가정 돌봄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위기 때마다의 양적완화로 자신들이 투자한 금융,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 더욱 노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미국의 기업들은 노동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임금수준이 올라가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수준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혁명이 일어나면 미국의 비자발적 실업과 노동포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향후 디지털 달러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는 글자 그대로 달러를 디지털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법정 통화로 자리 매김해야 하며, 1:1로 준비금 잔액이 존재하고 언제든지 디지털 달러가 지폐 달러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즉시, 결제 지급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 1500만명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데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면 이들에게 많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려면 그것 역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각종 규제 및 정책, 다른 나라와의 협력 구조가 필수적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향후에도 유동성을 포기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십수년간의 정책으로 가계, 정부, 기업, 금융계가 이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미국 경제와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 소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려려면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은 가계에 사회이전지출로 소득을 제공하여 소비를 유지시키고, 여력이 생긴 가계가 금융,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도 유동성이 들어가 기업과 가계의 자산이 모두 부풀어 더욱 소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유동성을 남발해도 달러 패권이 유지되어 세계적으로 달러가 흡수되어 가치가 유지됨을 전제로 한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달러의 패권을 대체할 만한 다른 통화가 등장한다면 혹은 미국의 과도한 빚에 대해 자체 경제내에 붕괴와 다른 세계의 불신이 퍼진다면 견고해 보이던 이 패권은 사상누각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달러로의 성공적 정착은 더욱 달러 패권을 강하게 할 것이란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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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팀 잉골드 지음, 차은정.권혜윤.김성인 옮김 / 이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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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고르거나 구매하면서 제목과 목차를 많이 본다. 서평도 좀 보긴 하지만 신간의 경우엔 그 수가 적기도 하고 사람마다의 주관으로 인해 썩 믿진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 목차에 의해 구매한 책이다. 하지만 상당히 예상과 달랐다는게 책을 간신히 마무리 한 지금의 생각이다.

 제목과 목차를 보곤 솔직히 과학과 관련한 책 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선이다. 물론 그것을 과학적으로 고찰할 수 있겠지만 책은 철저히 인문적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을 자각하든 아니든 홀로 존재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서로 간에 연결을 필요로 한다. 연결은 상대나 사물을 부속지를 이용하여 붙잡거나 아니면 자신이 이동하거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동이나 이동을 위한 부속지들은 소위 선이라는 걸 남긴다. 선은 부속지 자체의 생김새에서 나오기도 하고, 바닥이나 물에서 이동하며 그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공기 중에 잠시 남기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사고에 기초해서 사물이나 생명을 덩이와 선의 조합으로 본다. 각 개체는 안과 밖을 구분해주는 덩이로 구성된다. 물론 이 덩이도 완전히 닫혀있지 않다. 그래선 생존이 불가능하다. 여닫을수 있긴 하지만 안팎을 연결하는 구멍이 있고 외벽도 사실 많은 부분에서 외부와 소통하는 반밀폐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동으로 인함과 부속지들은 이런 개체를 더욱 서로 간에 의존하게 끔 도와준다. 

 그래서 저자는 이 세계에 완전히 독립된 개체는 없기에, 세상을 객체없는 세계라 칭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책의 100쪽 정도 되는 분량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진 읽을만 했다. 세상을 과학적으로 관통하는 시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의 분량은 상당히 인문학적이다. 이런 생각의 근거로 각종 언어의 근원을 찾고, 철학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덮씌운다. 이것을 인상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적어도는 난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후의 책 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읽어나가며 이걸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는 상당히 개인적 입장이다. 이 책을 무척 인상깊게 읽고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여튼 읽기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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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이광수 지음 / 이든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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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가계 자산은 5억 2700만원에 달한다. 엄청난 부유층까지 모두 합산한 평균의 함정을 내포한 값을 감안한다면 실제 중위값은 4억 중반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평균 재산 금액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금액은 3억 7700만원으로 무려 70%에 달한다. 이 정도는 한국에선 당연한 값이겠으나 세계적으로 본다면 매우 이상한 수치다. 참고로 미국인은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28%에 불과하다. 

 이렇기에 한국인의 경제적 삶은 철저히 부동산과 관련한다. 부동산이 오르면 다같이 이성을 잃고 불타오르며 그 와중에 무주택자는 엄청난 소외감과 분노를 느낀다. 지난 문재인 정권도 사실상 이 부동산으로 인해 무너졌다. 여러 가지 정책이 결국 모두 실패했고 해결의지도 미약했다.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 부동산에 관해 한국인이 가져야할 입장을 매우 잘 설명한다. 책의 초입은 너무 구체적 방안과 수치가 부족한 일반 상식 이야기가 나열된 듯한 느낌이 들어 실망했으나 중후반부로 갈수록 매우 강력한 논리와 독특한 시야가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한국의 부동산은 여러 변화를 거쳤지만 1987년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시기 이전의 한국 주택가격은 공급증가와 규제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가격이 회복하고 급등하여 사회적 혼란을 낳았다. 당시는 노태우 정부 시기로 정권은 이를 다스리고자 토지공개념 도입과 수도권 200만호 건설로 대응했다. 

 그 효과는 커서 1990년 한 해에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38%나 폭락한다. 이후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 부동산은 대세 하락 및 보합세를 겪었으며 집값은 오르지 않을 거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대폭락한 후 신자유주의 물결과 양적완화의 흐름 속에 2006년까지 폭등기를 경험한다. 이후 2007 금융위기의 대폭락 후 2010년대 중반까지 역시 긴 하락과 보합세를 보인다. 2014년 부동산 베스트 저서가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였을 정도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지금의 말도 안되는 집값을 만든 대폭등기가 다시 도래했다.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매우 다른 특성을 갖는다. 일반 재화는 가격이 오르면 비싸니 수요가 감소한다. 그리고 가격이 내리면 싼 맛에 수요가 증가한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면 이윤이 커지니 공급이 증가하고, 가격이 내리면 팔아도 남는 게 적어지니 공급이 감소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가격이 오르면 미래에 대한 자산 희망으로 수요가 오른다. 반면 가격이 내리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수요가 줄어든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고 가격이 줄면 공급이 줄어든다. 

 한국은 지금까지 고도의 자본 성장을 해왔다. 자본주의는 돈의 총량을 늘리는 것으로 부를 증대한다. 돈의 총량이 늘려면 생산성이 늘거나 시중에 도는 통화량이 늘어야 한다. 통화량이 늘려면 돈을 기관에서 대출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을 요구하는 적정 인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향후 한국은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하고 있다. 즉, 돈을 차입할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경제성장이 둔화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본은 돈을 굴려야 살아남으므로 어떻게 든 저금리를 유지해 차입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한국의 집값, 특히 아파트 가격은 국민소득에 비해 매우 비싸다. 2024년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무려 4억 5천만원이다. 수도권은 6억 6천만원이고 특히 서울은 10억이 넘는다. 집값이 올라가기를 소망하는 여러 전문가와 무리들은 늘 공급부족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절대적 아파트 총량이 부족하다 말하고, 가격 상승이 둔화하면 살만한 새 집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가격이 하락하면 지역별 공급격차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주택 역시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가격이 움직인다. 그래서 주목해야 하는 본질은 이것들이 된다. 먼저 주택의 수요는 다른 재화의 수요와 좀 다르다. 주택은 실제 거주를 위한 사용 수요와 투자를 위한 수요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둘이 합쳐지기에 한국 부동산의 수요는 좀처럼 예측이 어렵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자가 점유 비율은 전국 57%, 서울은 43.5%다. 그리고 자가보유비율은 전국 61.3%다. 자가보유비율에서 자가 점유비율을 뺀 수치가 부동산 투자 수요가 된다. 자가 점유는 자기 집을 자신이 살고 있기에 가격이 폭등해도 처분이 어렵다. 설사 처분하더라도 가격이 싼 지방으로 이주할 것이 아니라면 인근 비슷한 지역으로 가야하기에 수익도 사실상 없다. 반면 자가보유는 집을 가지고만 있고 그것을 투자 목적으로 전월세를 주기에 폭등기에 투자수요로 작용한다. 그리고 폭등기에 매도가 쉬워 수익 실현에도 용이하다. 이미 자신의 주거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아파트는 총 1014만호다. 이중 16%인 163만호를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1주택자임에도 직접거주 하지 않는 아파트가 280만호로 28%에 달한다. 즉, 총44%정도의 아파트가 이미 투자목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한국 아파트는 경기 흐름에 따라 매수 매매가 자주 일어난다. 이로 인해 한국인의 주택 평균 거주 기간은 6.6년에 불과하게 되는데 미국의 경우는 13년이나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부동산은 투자 수요인 거래량과 공급인 매도 물량의 추이를 파악하는게 부동산 예측과 전망의 본질이 된다.

 한국 부동산은 점차 실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빠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구매 여력을 가진 유효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아파트 매수지수가 100이하로 감소했는데 30대 무주택자들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한 이런 경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세대는 근대화 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 세대로 추정된다. 또한 그 절대숫자도 부모세대보다 한참 모자라다. 

 주택구입물량지수는 전체 주택 중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 가능한 주택의 비율이다. 2023년 기준 서울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놀랍게도 6.4에 불과하다. 10년 전만해도 이 수치는 30정도였다. 경기는 44, 제주 49, 부산 50, 인천 52, 대전 55, 광주 68, 울산 73, 충북 80, 전북 82, 강원 84, 충남 87, 전남87, 경북 91의 순이다. 

 향후 한국 부동산의 공급은 9년 초과 보유한 아파트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양도세법에 의하면 보유기간 9년 초과 시 장기보유 특별 공제율이 40%로 최대에 달한다. 부동산은 3년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6%가 공제되고 이후 보유기간이 1년 늘때마다 공제율이 2%씩 증가한다. 그래서 15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30%공제율이 이르고 이것이 최대값이다. 하지만 1세대 1주택이고 양도가액이 12억 이상인 경우라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나누어 10년 이상일 때 40%를 공제한다. 그리고 보유기간 10년, 거주기간도 10년이면 무려 80%가 공제된다. 그래서 9년 이상 보유하면서 거주기간도 2년 이상인 1세대 1주택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주택 수요는 줄어들 예정인데 이 매도물량은 증가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매도물량이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 몰리느냐에 따라 집값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2023년 기준 9년 이상 보유 아파트 매도 최고 지역은 대구였으나 다음은 울산, 서울, 경기 순이었다. 

 서울을 살피면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의 표준 편차를 내면 가장 높은 지역이 동작구, 구로구, 동대문구, 관악구, 서대문구, 강북구, 강서구, 은평구의 순이었다. 표준편차가 높다는 것은 매물의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당 지역은 향후 매도 물량증가 가능성이 높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 하락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가격과 거래량을 기준으로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시점이다. 반면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량이 줄어든다면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상승시점이다. 그리고 가격이 내리면서 거래량은 늘어나면 수요가 많아지고 매도 물량도 많은 시점으로 이 시점이 매수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이 내리면서 거래량도 줄면 수요가 감소하고 매도 물량만 많은 대세 하락 시점이다. 

 시점을 안다면 매수 지역과 아파트도 골라야 한다.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은 회전율과 투자 비율, 주거 만족도 등이다. 회전율은 전체 세대에서 1년 간 거래 비율이다. 거래가 많아요 수요과 공급이 꾸준한 곳으로 안정적이다. 투자 비율은 2년간 전월세 비중이다. 전월세 비중은 해당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다. 주거 만족도는 해당 아파트가 가진 교육, 교통, 안전, 신축 여부다. 이들은 하나에 치중 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높은 값을 보이는 게 더 낫다. 

 과거 한국의 부동산 구매는 수도권에서 서울 외곽, 한강벨트, 강남지역으로 향하는 경향성이 강했고 가격도 이 순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부동산 공급매도물량을 잔뜩 가진 고령층은 은퇴 이후 길어진 수명을 감당하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크기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의 부동산 구매는 위와 반대 방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도권 지역의 교통망이 확충될수록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저자는 향후 한국의 부동산의 공급의 강화와 수요의 약화를 대세적이고 장기적 요인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장도 어느 정도의 대세 상승기와 구매 적정 시기는 온다. 그런 것을 파악하는 안목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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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 성적의 판도를 가르는 뇌 최적화의 기술
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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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 이후 숙련된 공장 노동 인력이 필요해지며 학교교육이 현대국가에서 대중화되었다. 그 이후로 사회에서 더 좋은 직위와 돈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거의 반드시 공부를 잘 할 필요가 있었다. 문명 이후 인간에게 학습은 늘 중요한 것이었지만 이렇게 분과되고 실생활과 유리되어 보이는 것에 대한 대대적인 강요는 아마 사실상 처음이었다. 우린 아직 글쓰기 능력조차 유전자에 새기지 못했기에 이런 학문에 대한 학습은 더욱 취약하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소위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꾸준히 탐구하고 그것에 시달린다. 책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은 이런 공부를 잘 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상당히 많은 팁을 제공하고 있는데 다 읽고 보니 뻔하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한다. 그래도 적정하고 일반적으로 적용될 만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러 부분에선 의미가 있기도 하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상당히 방대한데 크게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필기하기,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기, 자신을 적절히 통제하기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은 상당히 많은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수업을 메타적 측면에서 바라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을 계획하는 것은 교사고 학생은 아직 인지적 능력이 부족해 처음 듣는 내용으로 가득찬 수업을 그렇게 상위에서 바라보는게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업은 계획되어 있고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게끔 그것을 만든다. 때문에 학생은 그것을 가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선 수업시간에서의 집중과 우리가 무엇을 배우려는 지에 대한 질문, 혹은 그것을 알기 위한 필기가 필요하다.

 필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과거 지식 위주 수업에선 교사가 암기해야할 내용을 정리해주고 그것을 단순히 받아 적기만 했지만 최근의 수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사는 필기를 매우 적은 내용만 제시하고 학생은 학습한다. 그래서 무엇을 필기해야 할지 자신이 결정하고 판단하여 적어야 한다. 그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필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수업내용을 놓치는 주객전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학생은 제대로 필기를 하려면 수업 내용에 대한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것을 필기하게 되고 수업에 대한 메타인지도 가능해진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녹음 및 녹화한다. 이것은 다시 보기를 위해서다. 하지만 좀처럼 다시 재생하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저자는 이것을 매우 제한하여 보조도구로만 쓸 것을 강변한다. 그리고 노트북을 쓰는 것도 지양한다.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필기하려 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트북은 인터넷과 온갖 흥미거리의 종합도구다. 과연 필기만으로 활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거의 반드시 다른 짓을 하게 된다.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물론 적정수가 중요하다. 3-6명이다. 그 이상이 되면 주의가 분산되어 흩어진다. 친구들과는 서로 질문하기나 노트필기한 것을 공유하여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놓친 부분을 서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다르니 강점과 약점도 다르기에 이런 면에서 상호보완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은 생각만큼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잘 다루지도 못한다. 인간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고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지도 않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부산물이거나 아주 미약하게 제한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공부를 잘 못하고 하기 싫어하는 자신을 잘 다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자신의 장기적인 목표와 연관시키고, 적정량을 수행해야 하며, 수고한 자신에게 보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에게 공부는 어떤 분야에서든 평생과제다. 그리고 상당부분 분야에 따라 타고난다. 아무리 뛰어난 타고난 물리학자더라도 축구에 대한 학습은 형편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부분이든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개선도 가능하다. 그런 입장에서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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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7-06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에 당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