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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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총선 이후, 방송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칩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책의 집필에 있었다.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서도 변하지 않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보며 이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알리며 집대성할 필요를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유시민 작가의 책은 매우 주관적이며 따라서 가장 읽기가 쉽다. 책을 지난 주에 주문하고 오늘 오후 점심을 먹고 3시간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그만큼 책은 가독성이 높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읽는 사람 자신의 정치색에 따라 극명히 갈릴 것 같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현재 한국 언론에 대한 분석과, 대통령의 향후에 대한 것이었다. 

 언론 부분을 다루자면 유시민 작가는 현재 한국 언론이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본다. 기성 종이 신문과 이들이 만들어낸 종편 언론, 또한 이들의 기사를 헤드로 도배하는 포털을 보면 보수를 옹호하는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겉으론 저널리즘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기자 개인은 엘리트 주의에 빠져있다. 또한 이들이 종사하는 언론은 사영 언론으로 모기업이 기업이나 부유층이거나 혹은 조중동처럼 그 자체가 재벌인 경우다. 그렇기에 이들은 한국 대기업과 기업, 부유층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리고 한국의 보수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러한 정책을 취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기에 마땅히 보수를 지지한다.

 다른 한 쪽엔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공영 방송이 있다. KBS와 MBC이다. 이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정권 교체가 잦았기에 상층부에 다양한 이익과 세계관, 정치적 색채를 갖는 임원직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정권이 자신들의 상층부를 함부로 교체하지 않는 한 저널리즘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기계적이며 시민과 국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자만의 언론이 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프레시안 등이다. 이들은 비교적 여태까지의 집단 중 가장 저널리즘에 충실하다. 권력과 자본, 그리고 시민으로부터도 언론 자유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기자만의 언론이 되었다는게 유시민의 판단이다. 한겨레의 경우, 국민의 자본으로 출발하였는데 국민의 언론이 되지 못하다보니 결국 독자 및 시민사회와 이별하게 되었으며 한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김어준으로 대변되는 새 미디어다. 그가 만든 뉴스공장, 뉴스타파, 서울의 소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기계적 중립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들이 보기에 정의, 시민의 권리,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김어준은 지난 대선에서의 박빙패배의 원인을 여론조사에서 찾았다. 기존 여론 조사에서 이재명은 윤석렬에 항상 열세를 보였고, 심지어 10%정도이 격차를 꾸준히 유지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0.7%차이였다. 가짜 여론 조사를 뿜어대는 언론에 휘둘려 포기한 이재명 쪽 지지자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제대론 된 여론조사만 있었다면 결과를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어준은 여론조사 꽃을 만들었고 그걸로 이번 총선내내 흔들리지 않는 일관되고 결과적으로도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를 진보진영에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김어준의 활약을 유시민의 삼국지의 장판교를 지켜낸 장비에 비견한다.

 유시민은 책 말미에 대통령의 향후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하나는 자진 사임이다. 그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이상 국가사회 및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은 대통령의 자질과 성향을 볼 때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본다.

 다른 하나는 협치다. 자신이 탈당하고 민주당이 1당, 국힘이 2당이 되어 민주당 주도로 대연정을 펼치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허수아비이자 상왕정도로 물러나고 내각제를 운영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대연정에는 나라를 위한 강한 생각과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의 요구를 받아내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유시민은 이 역시 불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은 탄핵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에서의 자의반타의반 사임이다. 아직은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고 지방선거까지도 2년이 남아 총선민심의 확인 후에도 국힘은 대통령을 옹호한다. 하지만 향후 정국 상황에 따라 보수층 내부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도덕적 결함과 비리가 밝혀진다면 급격한 민심이반과 더불어 국힘 내부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통령은 5년 단임제이나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재선 여부에 따라 정치를 지속하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향후 지선과 대선, 그리고 대선 고작 1년 후 치뤄지는 총선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민이 대통령이 힘을 밀어주는 성향으로 인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총선까지 그 여세를 몰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기에 국힘쪽 국회의원이 상황에 따라 넘어와 탄핵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탄핵을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 이명박은 그럴 이유가 없으면서도 노무현을 검찰 조직을 이용해 몰아세워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 강한 반발의 힘이 촛불 집회로 이어졌고 결국 박근혜의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명박을 수감시켰다. 또한 이로 인해 보수층에서도 강한 반발 에너지가 생겨났으며 이것이 윤석렬 정권이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강한 에너지는 양진영이 극단으로 달리며 이런 일련의 사건에도 소진되지 않고 커지는 양상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하면 그를 탄핵하기 보다는 자진 사임을 유도해 이러한 에너지를 소진시키자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무척 현명한 생각이라 판단한다. 

 책에는 대통령이 무능한 이유, 그리고 한국이 처한 현 상황, 이재명과 조국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펼쳐진다. 모두 재밌으면서도 날카롭다. 유시민의 책 중 가장 빠르게 일면 재밌고 현 시국에 대한 판단에 무릎을 치면서도 안타깝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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