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이광수 지음 / 이든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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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가계 자산은 5억 2700만원에 달한다. 엄청난 부유층까지 모두 합산한 평균의 함정을 내포한 값을 감안한다면 실제 중위값은 4억 중반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평균 재산 금액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금액은 3억 7700만원으로 무려 70%에 달한다. 이 정도는 한국에선 당연한 값이겠으나 세계적으로 본다면 매우 이상한 수치다. 참고로 미국인은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28%에 불과하다. 

 이렇기에 한국인의 경제적 삶은 철저히 부동산과 관련한다. 부동산이 오르면 다같이 이성을 잃고 불타오르며 그 와중에 무주택자는 엄청난 소외감과 분노를 느낀다. 지난 문재인 정권도 사실상 이 부동산으로 인해 무너졌다. 여러 가지 정책이 결국 모두 실패했고 해결의지도 미약했다.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 부동산에 관해 한국인이 가져야할 입장을 매우 잘 설명한다. 책의 초입은 너무 구체적 방안과 수치가 부족한 일반 상식 이야기가 나열된 듯한 느낌이 들어 실망했으나 중후반부로 갈수록 매우 강력한 논리와 독특한 시야가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한국의 부동산은 여러 변화를 거쳤지만 1987년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시기 이전의 한국 주택가격은 공급증가와 규제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가격이 회복하고 급등하여 사회적 혼란을 낳았다. 당시는 노태우 정부 시기로 정권은 이를 다스리고자 토지공개념 도입과 수도권 200만호 건설로 대응했다. 

 그 효과는 커서 1990년 한 해에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38%나 폭락한다. 이후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 부동산은 대세 하락 및 보합세를 겪었으며 집값은 오르지 않을 거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대폭락한 후 신자유주의 물결과 양적완화의 흐름 속에 2006년까지 폭등기를 경험한다. 이후 2007 금융위기의 대폭락 후 2010년대 중반까지 역시 긴 하락과 보합세를 보인다. 2014년 부동산 베스트 저서가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였을 정도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지금의 말도 안되는 집값을 만든 대폭등기가 다시 도래했다.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매우 다른 특성을 갖는다. 일반 재화는 가격이 오르면 비싸니 수요가 감소한다. 그리고 가격이 내리면 싼 맛에 수요가 증가한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면 이윤이 커지니 공급이 증가하고, 가격이 내리면 팔아도 남는 게 적어지니 공급이 감소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가격이 오르면 미래에 대한 자산 희망으로 수요가 오른다. 반면 가격이 내리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수요가 줄어든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고 가격이 줄면 공급이 줄어든다. 

 한국은 지금까지 고도의 자본 성장을 해왔다. 자본주의는 돈의 총량을 늘리는 것으로 부를 증대한다. 돈의 총량이 늘려면 생산성이 늘거나 시중에 도는 통화량이 늘어야 한다. 통화량이 늘려면 돈을 기관에서 대출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을 요구하는 적정 인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향후 한국은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하고 있다. 즉, 돈을 차입할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경제성장이 둔화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본은 돈을 굴려야 살아남으므로 어떻게 든 저금리를 유지해 차입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한국의 집값, 특히 아파트 가격은 국민소득에 비해 매우 비싸다. 2024년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무려 4억 5천만원이다. 수도권은 6억 6천만원이고 특히 서울은 10억이 넘는다. 집값이 올라가기를 소망하는 여러 전문가와 무리들은 늘 공급부족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절대적 아파트 총량이 부족하다 말하고, 가격 상승이 둔화하면 살만한 새 집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가격이 하락하면 지역별 공급격차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주택 역시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가격이 움직인다. 그래서 주목해야 하는 본질은 이것들이 된다. 먼저 주택의 수요는 다른 재화의 수요와 좀 다르다. 주택은 실제 거주를 위한 사용 수요와 투자를 위한 수요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둘이 합쳐지기에 한국 부동산의 수요는 좀처럼 예측이 어렵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자가 점유 비율은 전국 57%, 서울은 43.5%다. 그리고 자가보유비율은 전국 61.3%다. 자가보유비율에서 자가 점유비율을 뺀 수치가 부동산 투자 수요가 된다. 자가 점유는 자기 집을 자신이 살고 있기에 가격이 폭등해도 처분이 어렵다. 설사 처분하더라도 가격이 싼 지방으로 이주할 것이 아니라면 인근 비슷한 지역으로 가야하기에 수익도 사실상 없다. 반면 자가보유는 집을 가지고만 있고 그것을 투자 목적으로 전월세를 주기에 폭등기에 투자수요로 작용한다. 그리고 폭등기에 매도가 쉬워 수익 실현에도 용이하다. 이미 자신의 주거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아파트는 총 1014만호다. 이중 16%인 163만호를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1주택자임에도 직접거주 하지 않는 아파트가 280만호로 28%에 달한다. 즉, 총44%정도의 아파트가 이미 투자목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한국 아파트는 경기 흐름에 따라 매수 매매가 자주 일어난다. 이로 인해 한국인의 주택 평균 거주 기간은 6.6년에 불과하게 되는데 미국의 경우는 13년이나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부동산은 투자 수요인 거래량과 공급인 매도 물량의 추이를 파악하는게 부동산 예측과 전망의 본질이 된다.

 한국 부동산은 점차 실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빠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구매 여력을 가진 유효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아파트 매수지수가 100이하로 감소했는데 30대 무주택자들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한 이런 경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세대는 근대화 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 세대로 추정된다. 또한 그 절대숫자도 부모세대보다 한참 모자라다. 

 주택구입물량지수는 전체 주택 중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 가능한 주택의 비율이다. 2023년 기준 서울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놀랍게도 6.4에 불과하다. 10년 전만해도 이 수치는 30정도였다. 경기는 44, 제주 49, 부산 50, 인천 52, 대전 55, 광주 68, 울산 73, 충북 80, 전북 82, 강원 84, 충남 87, 전남87, 경북 91의 순이다. 

 향후 한국 부동산의 공급은 9년 초과 보유한 아파트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양도세법에 의하면 보유기간 9년 초과 시 장기보유 특별 공제율이 40%로 최대에 달한다. 부동산은 3년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6%가 공제되고 이후 보유기간이 1년 늘때마다 공제율이 2%씩 증가한다. 그래서 15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30%공제율이 이르고 이것이 최대값이다. 하지만 1세대 1주택이고 양도가액이 12억 이상인 경우라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나누어 10년 이상일 때 40%를 공제한다. 그리고 보유기간 10년, 거주기간도 10년이면 무려 80%가 공제된다. 그래서 9년 이상 보유하면서 거주기간도 2년 이상인 1세대 1주택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주택 수요는 줄어들 예정인데 이 매도물량은 증가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매도물량이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 몰리느냐에 따라 집값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2023년 기준 9년 이상 보유 아파트 매도 최고 지역은 대구였으나 다음은 울산, 서울, 경기 순이었다. 

 서울을 살피면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의 표준 편차를 내면 가장 높은 지역이 동작구, 구로구, 동대문구, 관악구, 서대문구, 강북구, 강서구, 은평구의 순이었다. 표준편차가 높다는 것은 매물의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당 지역은 향후 매도 물량증가 가능성이 높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 하락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가격과 거래량을 기준으로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시점이다. 반면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량이 줄어든다면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상승시점이다. 그리고 가격이 내리면서 거래량은 늘어나면 수요가 많아지고 매도 물량도 많은 시점으로 이 시점이 매수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이 내리면서 거래량도 줄면 수요가 감소하고 매도 물량만 많은 대세 하락 시점이다. 

 시점을 안다면 매수 지역과 아파트도 골라야 한다.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은 회전율과 투자 비율, 주거 만족도 등이다. 회전율은 전체 세대에서 1년 간 거래 비율이다. 거래가 많아요 수요과 공급이 꾸준한 곳으로 안정적이다. 투자 비율은 2년간 전월세 비중이다. 전월세 비중은 해당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다. 주거 만족도는 해당 아파트가 가진 교육, 교통, 안전, 신축 여부다. 이들은 하나에 치중 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높은 값을 보이는 게 더 낫다. 

 과거 한국의 부동산 구매는 수도권에서 서울 외곽, 한강벨트, 강남지역으로 향하는 경향성이 강했고 가격도 이 순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부동산 공급매도물량을 잔뜩 가진 고령층은 은퇴 이후 길어진 수명을 감당하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크기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의 부동산 구매는 위와 반대 방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도권 지역의 교통망이 확충될수록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저자는 향후 한국의 부동산의 공급의 강화와 수요의 약화를 대세적이고 장기적 요인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장도 어느 정도의 대세 상승기와 구매 적정 시기는 온다. 그런 것을 파악하는 안목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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