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 고종 즉위부터 임시정부 수립까지, 개정판
김태웅.김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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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대사 중 고종 즉위에서 대한 제국까지 시기에 일어난 주요 사건 29가지를 주제로 정리한 책이다. 당시 세계는 격변하고 있었고 한국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시기로 조선의 주체적인 면이 많이 부정되고는 하지만 책은 이것은 결과론적인 설명일 뿐 우리 나름대로의 노력이 드러났음을 보여준다. 물론 충분치 못했고, 방향성에도 문제가 있으며, 얼마 되지 않는 힘도 충분히 뭉치지 못했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주 이유다. 

 우리는 강화도 조약으로 알고 있는 것의 실제 이름은 조일수호조규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은 기존 유교질서에서는 외교 관계를 조규나 장정으로 맺었다. 조선 역시 전통적인 관계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조규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향후 청과는 조청상민수륙장정을 맺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일수호조규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교과서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문제로 관세 문제가 있다. 일본은 처음엔 조선 측에 5%정도의 관세를 허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선은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전통적으로 일본 상인과 거래하는 조선 상인의 각 포구에 세금을 물려왔었기에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관세 문제는 이후 조미수호 통상조약을 맺게 되어서야 자주권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비싼 수업료를 치뤄가며 하나하나 근대 조약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이다. 

 갑신 정변은 급진 개화파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당시 20-30대로 무척 이나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정변을 일으킨 이유는 임오군란 이후 청의 내정 간섭으로 개혁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에 의해 민씨 일가가 적극 등용되어 급진 개화파 자신들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또한 정부가 심각한 재정 위기로 이렇다 할 개혁을 하기 어려운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불과 삼일천하로 끝나게 된다. 실패 이유로는 이들이 지나치게 젊어서 주변에서 신의를 얻기 어려웠다는 것, 이합집산하는 것처럼 보였던 개화 반대 세력들이 정변 시 의외로 결집한 것, 의지했으나 일본인 너무나도 쉽게 물러난 것, 마지막으로 백성의 지지가 없었던 것이 꼽힌다.  

 임오군란 이후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이 체결된다. 장정은 언급한 것처럼 청과 조선의 전통적인 규정이다. 청은 이 장정으로 5% 관세율, 치외법권, 내지 통상권을 얻는다. 내지 통상권으로 인해 조선의 상인 집단이 큰 타격을 입는다. 이전만 해도 개항장의 조석 객주는 상품중개, 숙박업, 자금대여를 했고 기존의 외국 상인은 이 객주를 통해 물건을 사들이고 판매했다. 하지만 내지 통상권으로 객주가 배제되었고 유통단계가 줄어 청으로부터의 수입품 가격이 싸져 조선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상실된다. 청은 일본 상인을 압도했는데 양쪽다 유럽에서 수입한 물건을 판매하면서 청은 직수입해 판매했고, 일본은 청에 유럽에서 수입한 물건을 다시 수입해 파는 형태였기에 가격 경쟁력이 더 낮았기 때문이었다. 

 동학농민군은 어찌보면 망해가는 조선의 마지막 보루였다. 하지만 패배했는데 책은 그 요인으로 4가지를 꼽는다. 우선 군사전문가가 아니었던 전봉준의 전술적 패착이다. 물론 무기나 훈련도 면에서 동학군은 일본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수가 훨씬 많았고, 지리적 우위가 있었던 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다음은 남접과 북접의 노선 차이다. 양자는 서로를 적대하기 까지 했고 보다 호전적이던 남접에 비해 북접은 그렇지 못했다. 마지막은 늦은 봉기다. 청일전쟁으로 일본군이 7월에 경복궁을 불법 점령했는데 농민군은 10월에서야 봉기한다. 이 3개월 간 일본군은 후방의 불안한 없이 청군에 집중해 그들을 제압하고 편안하게 조선군까지 장악 후 농민군을 상대할 수 있었다. 농민군은 좌충우돌하느라 결정적 시기를 놓쳤고 빨리 올라오지 못해 충분한 병력 규합도 이뤄지지 않았다. 

 청일전쟁은 조선을 무대로 일어난 만큼 큰 피해를 안겼다. 일본은 전쟁 중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군으로 협박하여 각종 협정을 강제로 체결해 조선 내 병참기지를 건설하고 인부와 우마, 군량을 마구잡이로 징발했다. 말을 듣지 않는 조선인은 쉽게 살해하기도 하였다. 대포는 20문, 소총은 무려 2천정을 조선군에게서 약탈한다. 일본군과 관련자 20만을 위한 물자를 조선에 강요하였고 각종 성범죄를 일으켜 성병을 퍼뜨리기도 하였다. 청군과의 평양성 전투에서는 수많은 시체와 동물사체를 방치해 이질이 발생하였다. 결국 청일전쟁으로 조선인은 무려 30만이 사망하게 되는데 이중 주 무대였던 평안도에서만 6만이 사망하게 된다.  

 청은 이 전쟁에서의 패배로 자신들의 중화질서 최후의 보루인 조선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시모노셰키 조약으로 요동반도와, 타이완, 펑후열도를 상실하고 전쟁배상금을 무려 은 2억냥을 물게 된다. 이는 당시 청의 3년치 재정으로 청은 배상금을 내기 위해 유럽 국가에 차관을 빌려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된다. 여기에 청은 약체로 취급되어 유럽열강들의 마구잡이 침략에 더욱 시달리게 된다. 반면 일본은 서구 열강의 재평가를 받게 되며 사실상 열강의 반열에 올라선다. 또한 청에 조계를 설치하게 되어 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을 확보하게 되고 적자가 흑자로 전환된다. 그리고 청에게서 받은 배상금으로 제철소를 설립하고 배상금의 84%를 군비확장에 이용해 또 다른 침략을 준비하게 된다. 

 갑오개혁은 4시기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1894년 7월에서 -12월로 군국기무처가 중심이 되었다. 당시 청일전쟁으로 일본의 간섭이 적어 조선의 자율성이 컸다. 2기는 12월에서 1895년 7월로 일본이 승리하고 농민군 마저 진압해 박영효를 내세워 내정에 개입했다. 일본인 고문관이 간섭을 했고 홍범14조가 반포된다. 3기는 1895년 7월에서 8월로 러시아, 프랑스, 독일의 3국 간섭으로 일본의 조선 보호국 시도가 실패한다. 박영효는 역모로 몰렸고 조선의 자율성이 다시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4기는 을미사변기로 1895년 8월에서 96년 2월까지다. 을미개혁 시기로 태양력, 단발력, 종두법이 시행되며 이로 인해 반일, 반정부 투쟁이 강화된다. 

 갑오개혁으로 조선은 사실상 근대사회로 편입된다. 군주권을 제한하고, 의정부와 내각의 결정권을 높였다. 8아문과 이를 관리하는 대신이 생겨난다. 탁지아문은 중구난방이었던 조선의 조세를 체계화하고 관리했다. 신분제도와 과거제가 폐지되었고, 학무아문으로 교육을 강화한다. 

 을미사변으로 고종은 신변에 큰 위기를 느끼고 아관파천한다. 첫 시대는 병사를 일으켜 크게 움직이는 바람에 실패했으므로 2차 시도는 엄비를 통해 소규모로 실시해 성공한다. 고종은 엄비를 궁으로 불러들였고 당시 궁녀들인 수시로 궁과 바깥을 드나들었기에 엄비가 궁에서 나가는 가마 두 개를 이용해 세자와 함께 탈출한다. 아관파천으로 갑오정부 대신들은 몰락한다. 이후 박정양, 이완용, 이범진 등 러시아는 미국을 중시하는 관리를 등용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한다. 하지만 아관파천으로 여러 이권을 상실한다. 러시아는 삼림채벌권을 획득해간다. 아관파천 신 내각은 반일 왕권강화 세력이었다. 과거 의정부 시스템을 부활시키고 일본인 고문관과 교관을 파면하고 러시아인 고문과 사관을 초청한다. 아관파천 이후 열강은 이전보다 적극적인 직접 투자를 통한 이권 약탈을 시도한다. 광산채굴권이나 삼림벌채권, 철도 부설권 등이다. 이에 대규모 사업에 필요한 필요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투입된다.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와 일본은 3개의 의정서를 체결한다. 1차는 러시아가 유리해서 조선내에서 일본 상인과 균형을 맞추는 합의가 이뤄진다. 2차에선 일본과 러시아의 이익이 균형을 이루고 

3차에서는 러시아가 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이는 당시 러시아가 만주의 뤼순과 다렌을 조차하여 만주에서의 이권을 강화했기에 일본을 달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종은 결국 궁으로 돌아온다. 경복궁은 을미사변이 일어나기도 했고 방어가 어려웠기에 고민 끝에 경운궁으로 환궁을 결정한다. 훈련 받은 친위대 80명을 배치했고 수리 공사 후 환궁하게 된다. 돌아온 고종은 칭제건원한다. 고민이 있었으나 수많은 관료들이 찬성한다. 칭제건원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느냐가 문제였는데 공사가 반대의견을 냈던 러시아가 의외로 가장 먼저 이를 인정하고 축하전문을 보냈다. 일본도 조문하여 이를 인정한다. 당시 극심했던 조선 내 반일감정을 누그러트리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되니 조선과 큰 이해가 없던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도 제국 선포를 인정하게 된다. 가장 불만을 가진 건 청이었다. 청의 일부 사람들은 이를 청일전쟁의 패배보다 더 수치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조선 내에 청의 상인이 상당히 많이 진출해있었기에 이들의 보호를 위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독립신문은 서재필이 창간했다. 서재필은 갑신정변 주역 중 하나로 이후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10년이 지나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고 의사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미국시민권을 가진 의사자격으로 귀국해 신문을 창간한다. 서재필은 청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을 헐고 독립문을 세운다. 대한제국의 선포와 이에 따른 각계각층의 호응이 이어졌고 고종은 공사비의 20%를 지원한다. 독립신문은 순한글로 발행한 근대신문이었다. 신문은 무려 3천부나 발행되었는데 당시 신문 1부를 거의 200명 정도가 돌려보거나 공공장소에서 낭독을 통해 같이 읽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영향력이었다. 하지만 독립신문은 근대화를 이끌었으나 서구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전통을 지나치게 냉소하고 혐오하며 멸시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민중 역시 교화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고 의병은 심지어 도적으로 취급했다. 때문에 독립신문은 역사적 평가와는 달리 위로부터의 개혁을 강조한 셈이다. 독립신문은 의회 설립을 추진한다.그들은 정부 25인 독립협회 선출 25인으로 구성된 중추원을 제안했으며 민의를 반영하는 하원에는 관심이 없었다. 

 간도는 아쉬움의 땅이다. 청은 자신들의 발원지인 이 지역을 신성시해 봉금정책을 폈다. 하지만 청이 약해지며 19세기에 봉금정책이 느슨해지자 조선 농민 다수가 세도정치를 피해 두만강 너머로 이주한다. 영국과 러시아의 위협으로 청은 1881년 봉금을 해제하고 자국민을 이 지역으로 이주시킨다. 이로 인해 청인과 조선인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청일 전쟁 후, 청의 세력이 조선에서 약해지자 조선은 간도문제를 다시 거론한다. 그리고 1897-98년 조사를 하여 토문강이 두만강이 아닌 쑹화강의 지류하고 확신한다. 1900년 청에서 의화단 사건이 일어나자 산둥성에서 수천명의 피난민이 발생하여 간도로 이주한다. 대한 제국은 이에 1901년 함경북도 국경에 경무서와 본서를 설치하고 200명 규모의 경찰을 파견해 자국민을 보호한다. 대한제국은 이범윤을 간도 시찰원으로 파견해 조사를 한다. 1903년 2만 7천여호에 10만에 달하는 조선인이 간도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청이 파견한 관리가 세금을 강요하고 변발에 호복까지 요구해 피해가 많았다. 이범윤은 청의 관리를 포박하고 납세의 의무가 없음을 선언한다. 대한제국은 이범윤을 북변간도 관리사로 임명했으며 현명한 이범윤은 정식 군대를 동원할 시 국제 문제의 발생을 우려해 사병을 조직해 조선인을 보호한다. 하지만 러일 전쟁 후 일본 통감부는 간도를 대한제국령으로 승인하려다 구미 열강을 의식해 간도협약을 맺어 간도를 청에 일방적으로 양도한다. 대신 만주에서의 이권을 확보하게 된다. 

 러일전쟁은 일본 함대가 인천과 뤼순을 동시 기습 선제공격하며 발발한다. 일본은 뤼순을 핵심 목표로 삼았는데 해안 포대로 러시아군이 이곳을 요새화하자 점령이 불가능했다. 이에 대규모 육군을 동원한다. 하지만 방어가 강해 무려 3만이 사망하자 인근 고지를 점령하여 러시아 군의 동태를 파악해 극동함대를 제압하고 뤼순을 점령한다. 러시아의 사상자는 3만이었으나 일본군은 무려 6만이 사망한 승리 아닌 승리였다. 뤼순의 점령은 양국의 운명을 갈랐는데 일본의 승리를 점친 열강이 일본의 국채를 사들여 일본은 전비 확보가 유리해졌고 러시아는 국제적 위상이 추락하고 내부분열에 휩싸인다. 

 뤼순 전투 이후 양국은 만주 평텐에서 격돌한다. 러시아군 31만에 일본군 25만의 대전투에서 러시아는 9만 일본은 7만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일본은 여기서도 승리해 승기를 잡았으나 대규모 병력 손실로 더 이상의 전투여력이 남지 않았다. 반면 당시 인구대국 러시아는 본토에 충분한 병력이 남아있었다. 여기에 일본은 재정난도 심각했다. 하지만 1905년 러시아에서 피의 일요일 사건이 발생하며 전쟁수행이 어려워진다. 러시아의 발트함대는 220일간 지구의 3/4를 돌아 동해에 당도한다. 발트함대는 영국이 일본을 도왔기에 수에즈를 이용할 수 없었고 인도, 싱가폴, 말레이시아에 정박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패배했고 포츠머스 회담이 열린다. 

 이 회담에서 러시아는 조선에 대한 모든 일본의 권리를 인정하게 된다. 일본은 뤼순, 다롄의 조차권과 창춘 이남 철도 부설권, 북위 50도 이하의 사할린 섬에 대한 권리를 얻는다. 여기에 동해, 오츠크해, 베링해의 러이사령 어업권도 얻어낸다. 어이없게도 조선을 사실상 넘긴 이 조약을 중재한 미국의 루스벨트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조약 후 일본에서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다. 1905년 9월 동경 히비야 공원에서 시작한 폭동으로 파출소 70%가 전소하고 1000명이 사상자가 생겼다. 일본인들은 러일전쟁으로 무려 20만 이상의 사상자가 생겼고, 전비부담으로 크게 가난해졌다. 이들은 청일전쟁처럼 막대한 배상금을 기대했는데 배상금은 전혀없었고 이권만 챙겨오니 이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러일전쟁은 어이없게도 쑨원, 호치민, 네루등 아시아의 주요 지도자들에게 식민지 독립의지를 고취시켰다. 이들은 이 전쟁을 찬양했는데 제국주의 일본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의병은 구한말부터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내부 문제가 많았는데 가장 심각했던 것은 신분갈드이었다. 실전에 무능한 양반이 신분을 이유로 요직을 차지했는데 이는 전투력 약화와 갈등을 불러왔다. 실제 의병장 유인석은 평민 대장 김백선을 처형했는데 다른 양반 대장이 김백선을 제때 지원하지 않아 김백선이 이에 강하게 항의하지 군기 문란으로 처형한 것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1907년 경기도 양주에서 각 도의 13도 창의대진소라는 연합부대가 결성된다. 10만에 달하는 대병력이었지만 총대장 이인영이 부친상으로 물러나자 이합집산 흩어진다. 성리학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의병의 전투력은 막강했다. 스스로 무기를 개량했고 일제의 것을 탈취하고 지리적 이점과 지역의 도움을 받아 일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에 일제는 1909년 9월에서 11월까지 남한 폭도 대토벌 작전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의병 1만 7천명이 사망하고 부상만 3만 7천명이 발생한다. 일제는 의병에 협력한 정황만 보여도 민가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약탈하였다. 의병토벌엔 한국인 헌병 보조원 4200명도 합세했다. 이들은 대한제국 시기 하급군인 출신으로 악소배들이었다. 당대 지식인들은 의병에 대한 의견도 좋지못했다. 이들은 의병은 시대착오적인 무지몽매한 이들로 취급했고 그래서 무시했다.  

 1차대전의 종전과 파리강화회의에서의 민족자결주의가 널리 알려진다. 이에 고무된 일본 유학생들은 1919년 2월 8일 600명이 몰려 2.8독립선언문을 낭독한다. 이들 중 359명이 귀국해 3.1운동의 선두가 된다. 이들은 종교계의 대표인사들과 만나 독립선언문을 준비하는데 비폭력 만세운동을 원칙으로 한다. 3.1독립선언서에는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하는데 이들은 모두 종교인사였다. 기독교 16명 천도교 15명 불교 2명이었다. 기독교는 일제가 사립학교 법을 통해 종교 수업을 금지시키가 반발심이 컸고, 천도교는 민족 종교로 100만 신자에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었다. 불교는 조선의 억불정책에서 일제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해 일제의 협력적이었기에 참여가 적었으며 천주교는 안중근의 의거 후 탄압이 이어질까 두려워 프랑스 주교들이 신자들에게 단속하여 참여가 어려웠다. 유교계의 참여가 적었던 것이 의외인 부분이다. 민족대표의 구성은 아쉬운 부분이다. 자본가, 교육자, 지식인이 모두 제외되고 종교인사로만 채워졌고 사실상 국민의 대부분인 농민도 없었다. 때문에 대표성이 크게 부족했다. 이들은 민중으로 채워진 탑골공원이 아닌 요릿집에서 선언문을 발표하고 체포된다. 3.1운동은 고종의 갑작스런 승하와 이에 따른 독살설로 달아올랐다. 서울에서만 수십만이 참여했고 전국적으로는 200만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는 폭력으로 일관하여 서울에서의 만세 운동은 잦아들고 지방으로 퍼지게 된다. 3.1운동은 사실상 혁명의 성격이 강했고 그래서 3.1혁명으로 오랫동안 불렸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제헌헌법초안을 다듬는 과정에서 한민당 계열 의원들이 3.1운동으로 이를 격하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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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후, 한국교육을 말하다 - 교육대전환의 시기, 쟁점과 전망
이광호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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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은 교육 정책이 거의 실종된 선거였다. 양 후보 모두 학교에 큰 관심이 없었고 한쪽은 교육 공약을 스스로 발표하지도 않았으며, 토론회에서도 교육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들을 서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앞으로 마주할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초, 중, 고등 교육 모두 엄청나게 줄어든 학령기 인구를 맞이해야 한다. 당초 2050년대에야 마주했을 것으로 예상했던 연간 출생아 수 20만명이 벌써 도래했다. 초중등학교 교실이 텅 빌 것이고 상대적으로 과밀한 신도시나 도심권 학교와의 비교 문제가 생겨난다. 여기에 대학은 향후 10년 안에 1/4정도가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진영 대결이 다시금 살아나며 더욱 첨단 인재 양성이 중요해졌다. 교육 역시 디지털 대전환을 이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디지털 인프라의 확충과 그에 걸맞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완성해나가야 한다. 

 이 책은 이런 교육 문제와 현안들의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고등학교 교사로 이우학교 교장을 역임했고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교육 비서관을 지냈다. 그만큼 현장과 교육 현안에 대해 경험과 통찰력이 깊다. 

 한국 교육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몇 차례 개혁을 하긴 했다. 1969년의 중학교 무시험제도, 1974년의 고교평준화제도, 1980년의 과외 금지 조치다. 물론 이는 진정한 개혁이라기 보다는 정권의 서민 지지 획득을 위한 정책에 가까웠다. 진정한 개혁은 사실상 김영삼 정권의 5.31교육 개혁으로 평가된다. 당시 세계화의 흐름 속에 이뤄진 정책으로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을 밀어붙은 김영상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이뤄졌다. 1기는 교육개혁 위원회가 주로 교육학 비전공자들로만 이뤄져 폭넓은 신뢰를 받으며 종합적인 교육청사진을 제시했다. 2기는 교육자, 학부모, 학생으로 구성되어 1기에서 수립한 철학은 교육학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당시 개혁의 주요 골자는 GDP대비 5%  교육 예산 달성(아직도 미완이다), 교원 양성체제개편(역시 미완이다) 등 이었다. 당시 세계적 흐름에 걸맞게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하여 교육 현자에 수요자 중심 개념과 소비자 주권 개념을 등장시켰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아직도 현장에 남아있다. 반면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와 ,수준별 학습, 학교 다양화 등 민주적인 요소도 도입했다.

 김대중 정부는 교육 정책에서 5.31 개혁을 큰 폭으로 승계했다. 하지만 새교육 공동체 위원회를 만들었고 아래로부터의 개혁과 현장중심교육 개혁을 지향했다. 이는 오늘날 혁신교육지구와 마을교육 공동체 등의 원형이 되었다. 

 오늘날의 한국 교육은 그 개혁이 매우 어렵다. 민주화로 강한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고, 양당제의 고착화로 서로 집권할 때마다 교육 정책도 같이 갈아엎어 지속적인 변화가 사실상 어렵다. 또한 저성장과 경제위기의 빈번함으로 오랜 업적주의가 더욱 강화되었고, 기존의 교육열과 결합해 학부모와 학생은 각자도생하는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때문에 사회전반적인 공동체적 가치를 지닌 교육정책에 대해 시민으로서 반응하기 보다는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반응하기만 한다. 이래저래 전면적 개혁이 어려운 형국이다. 때문에 향후의 교육정책은 좌우의 대립을 넘어서고,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향후 한국 교육 개혁의 방법 및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언급한 것처럼 교육계 전문가들과 주체들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존 국가주도의 상명하달식에서 분권과 자율의 원리에서 나아가야 하며 이는 학습자의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평생학습체제와 성인학습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향후 요구된다. 셋째는 더 이상 무분별한 선진국의 교육정책을 마구 잡이로 도입하는 것이 아닌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진보와 보수의 논리에서 벗어나 폭넓은 합의를 이루고 교육 정책에 대해 크게 무관심한 시민들과 교육계의 각종 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을 주장한다. 

 한국의 교육 재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루어진다. 이 금액은 역대 항상 모자랐는데, 최근 2021-2022년 추경을 통해 증가분이 많이 발생하는 바람에 최근 넘쳐난다는 인상을 전국민에게 심어주고 말았다. 물론 이 추경은 기재부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며 교육청과 교육부는 사실상 갑작스레 떨어진 돈을 처리하느라 고생한 피해자에 가깝다. 하여튼 최근의 지방교육부금의 과다 발생과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인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어야 하며, 초중등교육에만 쓰던 이돈의 일부를 고등교육에 투입하자는 주장이 현정부 들어 강해졌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방교부금에 대한 추이 분석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여분이 발생하였고 학생 수가 주는 것을 토대로 함부로 줄이다 보면 다시 교육 재정이 크게 악화되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둘째는 현재의 좋은 재정상황을 토대로 이를 시설의 현대화와 첨단화에 집중 투자하자는 것이다. 전국에는 40년이 넘은 학교가 무려 1400개에 달한다. 학교 공간이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 현재 대세이고 미래형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더욱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유아 교육 및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다. 유아 교육은 그 교육 효과가 매우 높음에도 지원이 미비했으며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은 무려 5만 명에 달함에도 이들에 대한 지원이 없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공교육 학생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 때 추진되어 드디어 완성되었다. 국교위는 양당의 대립으로 매번 교육 정책이 180도 바뀌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으로 발족했다. 교육정책의 전문성, 안정성, 자주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국교위는 예산에 대한 권한이 없다. 한국에는 교육계 관료가 퇴직 후 사립대학이나 교육기관에 취업하는 교피아 현상이 있다. 2000년 이후 13명의 교육부차관 중 11명이  사립대학의 총장이 되었고 2010-2014년 서기관급 이상 교육부 관룐 39명 중 28명이 대학이나 대학 부속기관에 취업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교육부는 물론이고 산업부, 과학부에서 대학에 각종 사업일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재정은 등록금보다는 상당수 이 사업에서 따내는 돈에 의존하며 이로 인해 교피아가 힘을 갖고 향후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각 중앙부처의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통폐합하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며 국교위는 자체적으로 사업과 예산에 대한 조정권한을 갖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이를 해줄 필요가 있다. 

 대선에 이은 지선에서 교육감 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2018 지선에서는 대부분의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으로 채워진 반면 이번엔 얼추 비슷해질 정도로 보수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에 진보교육감들이 실천해온 혁신교육에 대한 점검과 반성이 필요해졌다. 

 혁신교육은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로 생겨났으며 한국 교육에 많은 혁신과 긍정적 개선을 불러왔다. 중앙집중, 상명하달에서 벗어나 지역과 학교현장이 주도하는 교육정책의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학교안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창의적이고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천했다. 혁신교육 이전 이렇다할 딱딱한 교육서적 밖에 없었는데 이후 실천연구를 담아낸 현장교사들의 책이 봇물을 이루듯 쏟아진게 그 증거다.

 하지만 혁신교육은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고 사실상 실패했다. 우선 자발성만을 강조하고 제도 개선에 미흡했다는 점이다. 초기 혁신교육들은 이상적 소수의 혁신가들의 결집으로 이뤄졌다. 경기도의 남한산초가 대표적 예다. 이들 성공사례들은 양적확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기존 교사들이 전보라 다른 학교로 이동하며 기존의 성공사례도 유지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혁신교육은 교사의 자발성과 전문성을 믿고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현장교사들은 이것을 현장과 자기 개선이 아닌 편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기편의로 대응했다. 더군다나 90년대성이 현장교사로 오면서 학교권력은 조직에서 개인으로 넘어갔고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학교는 책임지지 않는 교사 개개인의 공화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둘째는 혁신학교 학력 저하 논란이다. 한국처럼 강한 업적주의와 각자도생의 사교육에 대한 의존, 이에 따른 교육의 타당성보다는 공정성에 크게 민감한 나라에선 학력 논란은 크게 다가왔다. 사실 학력 저하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공격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학력개념은 전통적 문제풀이 능력에 불과하다는 면에서 시대착오적이지만 여전히 먹힌다. 그런 능력으로 대학에 가기 때문이다. 혁신학교가 학력을 저하시킨다는건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적절한 대응도 없었다. 세 번째는 대입 공정성 논란이다. 한 학교 교사의 비리로 시작된 이 논란은 정시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불러왔고, 교육의 혁신과 타당성보다는 혁신교육의 동력을 약화시켰다. 네 번째는 세계적 양적완화 흐름으로 인한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폭등이다. 혁신교육은 자산시장의 하락기였던 2008 금융 위기 이후 시작되었다. 자산폭등기엔 강남을 위시로 한 엘리트 교육을 따라하는 현상이 강해지며 반대의 경우는 그와는 다른 흐름을 쫓는데 자산시장 폭등도 혁신교육의 약화 원인으로 꼽힌다. 마지막은 혁신의 유효기간 이다. 혁신교육은 학교장의 아침맞이, 중간놀이시간, 블록타임제, 계절학기 및 방학 등 여러 형식적 혁신을 학교 현장에 일반화했다. 이들은 시도만으로도 초기엔 매우 혁신적이었고 효과도 컸지만 어느 새 일상화 되었다. 이런 동력들이 떨어진 것이다. 

 저자는 혁신교육이 디지털 대전환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꼽는다. 향후 혁신교육은 기존의 장점을 유지해나가며 디지털 대전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기존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에 무조건 반대만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교육지원청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전국엔 176개 지역교육지원청이 있다. 한국은 가장 상위기관으로 교육부가 있고 그 밑에 시도 등 광역지자체급의 교육청이 있으며 그 아래 시군구 규모의 교육지원청이 있고 일선 학교들이 있는 구조다. 지역교육지원청은 고도의 자치성을 바탕으로 특색있는 지역 교육의 실현을 지원하는 곳이 되어야 하나 사실상 교육청의 하부기관으로 예산 및 공문을 내려보내는 역할에 주력한다. 이곳의 수장은 교육장으로 임명직이며 대부분 정년을 앞둔 학교장들이 맡는 편이다. 이들의 임기는 2년 내외로 사실 뭔가를 하기엔 매우 짧다. 때문에 저자는 교육장 직선제나 같은 급의 시군구 등 지자체 장들과의 러닝메이트 선거제를 주장한다. 이를 통해 임기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자치권한을 부여해 지역 차원의 교육적 변화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고등교육의 개혁도 시급하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대학 서열화 문제와 인구절벽으로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사위기 문제, 향후 뛰어난 인재를 공급해야하는 질적인 문제를 여러 면으로 갖고 있다. 대학서열화는 사회문화적인 것도 있지만 1인당 교육비가 큰 것에서도 기인한다. 2019년 기준 서울대는 4800만원, 연고대는 2800만원, 서성한은 2300만원, 중경외시는 1500만원, 지방거점국립대는 1700만원 정도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사용한다. 대학등록금이 대부분 비슷한데도 이처럼 교육비 차이가 큰 것은 교육비가 등록금 뿐만 아니라 산학협력회계 대학발전기금회계에서 충당되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은 정부의 사업비나 기업의 연구비 등을 따내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수도권 명문대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대학 서열화와 지방대학을 살려낼 방안으로 RIS를 제안한다. 이는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 혁신 사업으로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도 일정비율 재정을 대학에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과 지자체, 교육청, 산업계 등이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그 지역에 맞게 예산을 사용하여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역의 대학을 살려내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인구 10만 정도의 지방 소도시의 경우 지역 내 4년제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인구가 1만 가량 감소한다고 한다. 향후 10년이면 지방 4년제 대학의 1/3이 문을 닫을 것이며 이는 지역 경제에 엄청난 타격과 인구유출을 가속화 할 것이다. 또한 이는 사학 연금에도 큰 압박이 된다. 사립학교 연금은 공무원 연금과 별도로 운영되는데 재정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 연금은 사학이 문을 닫을 경우 교직원들에게 일시불로 수령된다. 때문에 향후 10년간 사립대학이 줄지어 문을 닫는다면 대규모 일시불 수령으로 인해 사학 연금을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기에 부족분을 국가재정으로 매꾸는 것에 대한 동의와 실행도 매우 어렵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방안으로 외국인 유학생도 거론된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은 10만명대 규모로 점차 늘어나다가 코로나로 인해 감소했다. 이들은 40만명대로 유치하면 대학 소멸의 위기는 거의 해결된다. 하지만 이문제의 해결은 질과 양이 모두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 입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대개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이들의 학력은 좋지 못한 편이다. 때문에 지방대학 교수들은 한국어 능력과 학력이 모두 부족한 이들로 인해 강의의 질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피해는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과 유학생 모두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유학생들은 졸업후에도 한국에 직장을 잡기보다는 유흥업이나 제조업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학을 많이 유도하면서도 한국어 능력시험 기준등을 강화하여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편입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은 이들에 대한 국가적 또는 체계적 관리가 거의 없는 편인데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한국을 이들에게 제2의 조국 혹은 정착할 만한 국가로 인식시키는게 중요하다. 

 학교의 변신도 중요하다. 지방 읍면 소재의 학교들은 1인당 학생수가 매우 적고 오히려 교직원 수가 많은 등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다. 반면 학교당 투입되는 예산은 학생 수에 비례해서 편성되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지역은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가 1억 가까이 되는 반면 경기도의 과밀학급은 수백만원에 불과해진다. 이런 차이를 메꿔야 한다. 때문에 읍면 지역 같은 경우 학군제를 풀어 도시 지역 학생도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거나 도시 지역 학생의 유치를 위해 장기유학제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학생만 오는 경우 기숙사가 필요하며 일부 지역에서 하는 것처럼 직장까지 보장하여 온가족이 이주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시설복합화도 필요하다. 돌봄 및 방과후의 경우 예산과 장소의 편재성으로 지자체에서 여러 곳에서 따로 운영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기존 학교건물에 여러 건물을 추가하여 돌봄 및 방과후, 지역민의 평생교육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는 학교시설복합화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여러 방향에 대해 상세히 진단하고 해결책도 제시한다. 한국의 교육 문제는 시민들이 교육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많은 수의 교육정책이 충분히 합리적이로 미래지향적임에도 실패하는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각자도생상태에서 업적주의와 이를 위하 공정성에만 매달리고, 공공성을 가진 시민으로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교사와 시민, 학생 모두가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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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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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물리학의 흐름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끈이론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향하는 지향점은 우주 전체를 완벽히 설명하는 대통일 이론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이후 끈이론이 대통일 이론의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되었고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갇혀 사는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아낸 것치고는 정말 대단하다. 인간은 과학과 수학적 도구, 그리고 기술 개발로 발명한 몇몇 관측  도구와 뛰어난 통찰력으로 우주의 비밀을 이처럼 어느 정도 알아냈다. 우주의 신비와 몇몇 인류 원리 같은 절묘한 상황 때문에 몇몇 학자들은 지금의 우리 우주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게임같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게임은 몇몇 생성규칙을 갖고 있고 한 점에서 무한히 뻗어나가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물질과 에너지를 퍼뜨렸다. 그리고 그 물질들은 창조자가 만든 규칙에 의해 계속 퍼지면서 뭉치고 변화하는데, 물질과 에너지가 뭉친 부분에서 구조가 생겨났고 이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몇몇 개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진화 발전하여 지능을 발전시키고 게임 자체의 물질과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게임의 몇몇 규칙까지 알아내는데 이른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겠는가? 

 하여튼 인간은 우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아직 고전하고 있다. 특히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의 상대성이론은 좀처럼 통합되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많은 물리학자들이 힘을 쏟고 있는 듯 하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을 환상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지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변화라는게 중력과 속도가 빠른 곳에선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소리다. 즉, 시간은 중력과 물체의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다. 여기에 물체의 변화, 즉 정보는 빛에 의해 전달되는데 이 빛이란게 속도 제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2억광년 떨어진 곳에서는 서로의 2억년 전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다 보니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우주의 공간적 한계, 그리고 물질의 질량에 따른 중력과 속도에 철저히 종속되는 변수로 실재하는 것이 아닌 환상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론 상으론 거의 불가능해서 그렇지 심지어 과거로 갈 수 있기까지 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자 얽힘이란게 있다. 얽힌 입자들은 서로 반대 속성을 띠게 되는데 얽힌 입자 하나가 +전하를 띠면 반대 입자는 -전하를 띠게 되는 그런 것이다. 문제는 이 얽힘이 빛의 속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얽힌 입자에 하나의 속성을 관측하면 반대입자는 그 반대 속성을 바로 갖게 되는데 이게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뤄진다. 정보전달이 빛의 속도에 얽매이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단한 현대 물리학에서 모르는건 이 뿐만이 아니다. 왜 우리 우주가 이렇게 생명체에 친화적인 물리법칙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며, 각 기본 입자들과 힘이 왜 그런 성질과 값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전자는 원자 안에서 궤도의 특정 부분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정수값의 에너지를 가지며 각 궤도로 도약하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에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들이 왜 이런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며, 무엇보다 빅뱅이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빅뱅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또한 우주 바깥이 있는지 있다면 대체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우주 자체만 있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사실 이런 건 대통일 이론이 발견 되도 모를 일이다. 

 앞의 게임으로 돌아가서 게임 세계에서 자체 구축된 개체가 발전하여 그 게임에 적용된 물리 법칙과 원리들을 모두 알아내는데 성공했다쳐도 이들은 자신들이 바깥에서 만들어진 세계에 의해 창조되고 살고 있으며 창조자들이 왜 그런 물리 법칙을 적용했는지 알 순 없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알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물리학은 철학적 성격도 상당히 갖고 있다.  

 시간의 물리학에서 저자 리 스몰린은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이 시간에 대해서 보여준 태도를 부정한다. 그가 보기에 시간은 절대적이며 비가역적인 것으로 실재한다. 시간이 실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비가역적이어야하며 우주의 모든 것에게 동시성이 있어야 한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에게 이 두 가지를 빼앗아가 사실상 환상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는 자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주의 설명에는 외부의 계가 필요하지 않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 자체로 자기충족적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세 가지 논리를 제시한다. 충분한 근거의 원리,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다. 충부한 근거의 원리는 우주를 설명하는데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는 우주 안에 완전히 모든 조건이 같은 물질은 서로 식별이 불가능하며 이런 것들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되려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로 요동에 의해 균일성이 깨져 중력에 의해 뭉친 물질과 에너지가 항성을 형성하고 이 항성이 내뿜는 광자로 인해 주변 세계가 고도로 점점 조직화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가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데 이 때문에 묘하게도 인류원리가 등장할 만큼 생명체와 그 토대인 은하계와 항성, 행성의 생성에 친화적인 물리법칙들을 설명한다. 그는 새로운 우주는 블랙홀안에서 새로이 생성되므로 각각의 우주들은 블랙홀을 많이 생성하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블랙홀을 많이 만들어내는 물리법칙과 값을 가지고 있는 우리 은하가 왜 그런 법칙을 갖게 되었는지가 설명된다. 오랜 진화끝에 만들어진 법칙과 값인 것이다. 

 리 스몰린은 공간을 다시 설명한다. 그는 공간이 사실 물질보다도 더 작은 격자구조라 생각한다. 공간을 확대해보면 매듭들이 존재하고 이 매듭 간의 길이는 딱 플랑크 길이다. 그리고 물질인 입자는 공간의 매듭들에만 존재할 수 있는데 그래서 물질들의 공간에서의 이동은 사실상 건너뛰기가 되게 된다. 우리는 연속적으로 공간을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사실상 건너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꽉 찬것처럼 보이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텅 빈것임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주장도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질이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전자가 원자에서 궤도간 이동을 할 때 왜 정수값으로 점프를 하는지도 설명된다.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의 격자 공간은 양자얽힘도 설명한다. 이 격자들은 사방으로 연결되는데 각 매듭들은 인접한 매듭과 연결되지만 간혹 차원을 넘어서 멀리 있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입자는 이 매듭들을 계속 건너뛰어야 하기에 이동은 속도제한을 갖게 된다. 빛의 속도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어떤 입자들은 멀리 연결된 매듭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양자얽힘상태다. 때문에 얽힌 입자는 멀리 떨어진 매듭으로 같이 얽힌 입자와 연결되어 있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바로 정보전달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리 스몰린이 제시한 격자공간은 굳이 지금의 우주와 같은 3차원 형태를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3차원인데 스몰린은 이에 대해 이런 설명을 제시한다. 우주 초기 빅뱅이 전 공간은 모두 사방으로 매듭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엔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요동으로 빅뱅이 발생하며 에너지와 물질이 퍼져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매듭연결이 끊어지고 대부분 인접한 매듭끼리만 연결되어 3차원 형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공간이 이런 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시간은 사실상 실재하게 된다. 동시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이 이런 공간 구조로 상대성 이론도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책엔 아쉽게도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격자 공간이더라도 중력으로 공간이 크게 휘어지면 많은 격자 공간이 움푹 패일테고 당연히 입자가 직선으로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더 많은 매듭을 이동해야 한다. 시간이 느려지는 것이다. 

 리 스몰린의 이런 대담한 주장은 당연히 입증된 것이 아니며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는 카를로 로벨리와 같이 양자고리중력을 연구했는데 그럼에도 둘의 시간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환상임이 분명하고 리 스몰린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실재하고 공간이 환상 같다. 

 리 스몰린은 메타상태를 제시한다. 우주가 블랙홀이 많은 상태로 진화한다면 그 진화를 추동하는 법칙을 찾게 된다. 즉, 메타법칙을 찾게 되는데 그 메타법칙 역시 또 다른 메타법칙을 당연히 갖게 된다. 무한 퇴행하는 셈인데 그래서 리 스몰린은 메타법칙에 보편적인 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법칙과 상태 두 가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메타배열을 제시한다. 즉, 우주를 외부가 아닌 자기 충족적으로 꾸준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쉽지 않았다. 잘 이해가 안되어 여러 번 앞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검색도 해야했다. 대충 이해한 것 같은 지금도 사실 완전히 이해했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책은 무척 재밌었다. 상당히 신선한 주장이었고, 앞으로 물리학이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검증과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책은 2013년 책으로 이미 10년 전의 책이다. 이제서야 번역이 된 셈인데 그간 더 많은 연구와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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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 - 삶이 깃든 학교 공간을 위한 초중고 교사들의 소소한 실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학교 교사들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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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것은 교육의 한 주제로 이미 많이 이뤄지고 있다. 책도 많이 나오고 있으며 교육부의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도 잘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꾸민 전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의도가 불순하긴 했을 수도 있으나 교실 앞면과 뒷면의 환경을 강조하던 쓸데없던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그 부분을 맡기는 선생님도 있곤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걸 잘 꾸미곤 했었다. 물론 교장, 교감이 보는 것이니 선생님은 온전히 아이들에게 맡기지만은 않았었다.

 책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이라면 공간 구조화 사업에 예산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 서두에 나오지만 이들은 이런 교육 계획은 수립하고 진행했는데 예산은 없었기에 각자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육을 실천했다. 그래서 이 책의 차별성은 예산이 없는 대부분의 교사에게 목돈이 드는 공간 구조화를 실천해보는 사례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초중고 16개 사례가 실려있어 모두 보기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은 서두에서 나름 총론을 제공하긴 했지만 각론은 어김없이 모두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 책에서 배울만한 공통점이나 논리는 딱히 없어 깊이가 약하다는 점이다. 

 초등사례에서는 화이트보드를 교실 옆면에 부착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쓰고, 서로의 감정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한편 교실 뒷켠의 빈공간을 확보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쉬며 카페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모두 높이가 같은 교실에서 개인석, 앉아서 공부하는 석, 모둠석 등을 만들어 자리에 다변화를 꾀한 모습도 있다. 중등사례는 대부분 특별실 관련이다. 음악실, 가정실 등을 꾸미고 좀 더 활동을 다양하게 교육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 사이언스 룸도 있었는데 교실 바깥의 과학실로 학생들이 간단하고 재미난 과학적 체험을 할 수있는 공간이다. 탄성 진자도 있고 만지면 정전기로 내부에 전기가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처럼 예산과 지원이 없어도 교사가 아이들과 어느 정도의 의지만 있으면 교실 공간을 재구조화하여 이를 학습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많다. 물론 이 같은 것들이 돈을 제대로 들여 전문가 및 건축가와 협의하고 큰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사업 만큼의 효과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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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식 -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
이의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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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미식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이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류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음식의 선택과 소비다. 기후 미식은 식단의 탈동물화를 의미하고 음식의 지방함량이 15%이내이며(그래서 크림소스와 치즈같은 유제품을 배제한다), 첨가제 및 보존제의 사용을 지양하고, 에너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조리법, 가공법, 냉장방법을 사용한다. 때문에 기후미식은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비건주의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건강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생소한 이 기후미식에 대해서 일부 국가들은 이를 식이지침 및 교육과정에까지 반영하고 있다. 한국에겐 매우 먼일이다. 우린 학교급식에 친환경 유기농품과 국산육류를 주로 사용하지만 여기에서 육류를 배제하자고 나서면 우리 아이 키 못 큰다고 난리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기후 미식은 지구 온난화를 막을 매우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다. 책은 우선 지구온난화로 인한 주요 피해를 열거한다. 대부분은 알고 있는 것들인데 이중 녹조에 대한 피해는 처음 보는 것이라 눈에 들어왔다. 기온이 상승하면 당연히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은 강력한 간독성 물질인 마이크로 시스틴을 포함하여 다양한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녹조 물이 상수원으로 유입되면 이를 정수해야하는데 여기에 수백억의 관리비가 들어가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필요하다. 녹조에 물이 오염되면 여기서 수상활동을 하거나 녹조를 먹은 수산류의 섭취, 그리고 녹조물로 자라난 농산물 등에 독성물질이 남아 이를 인간이 흡수하게 된다. 녹조 물은 지하수로도 흡수되는데 지하수로 대부분의 용수를 사용하는 제주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기 중 온실가스 함량이 높아지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꽃가루의 생산량과 발생 기간이 늘어난다. 세계 인구의 무려 30%가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꽃가루 관련 호흡기성 질환을 갖고 있다. 온난화로 꽃가루 량이 늘어나고 접촉 기간이 늘어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기후 위기는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 태풍이나 가뭄, 극단적 더위, 한파 등의 극단적 기상 현상에 의한 사망, 온열 질환 사망, 호흡기 질환 사망, 수인성 질환 사망, 인수 공통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심혈관 질환 사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 대한 사실도 흥미롭다. 바다는 바닷물과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초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바다는 지난 10년 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26%를 흡수했는데 바다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저장하기도 한다. 저장 방법은 해양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 중 먹이가 되거나 분해되지 않은 것이 고압, 저온의 해저로 가라앉아 묻혀 탄소를 해저에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를 블루 카본이라 한다. 어류가 배설물의 형태로 해저에 퇴적 시키는 탄소가 연간 15억 톤에 달한다.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55억 톤이다. 큰 고래 한 마리는 약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저장하는데 이는 나무 1500그루에 해당하는 양이다. 고래 개체 수가 남획 이전으로 회복된다면 무려 연간 70만 7천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인망 어선은 물고기의 남획뿐만 아니라 해저 바닥을 긁는 어로 행위를 하는데 이로 인해 해저의 탄소가 물에서 우러나와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짓을 하게 된다. 저인망 어선의 어로 행위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무려 14억 7천만 톤에 달한다.

 육류의 사육은 그 자체로 엄청난 온실 가스의 배출을 유발한다. 하지만 육류의 섭취는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밥 대신 오로지 끼니를 육류,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으로 채우게 되면 당뇨위험이 각각 653%, 246%, 1918%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인은 1973년 쌀, 보리, 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등의 녹말 음식 섭취량이 하루 772.1g이었다. 하지만 2019년 이것이 460.3g으로 40%나 감소한다. 그리고 같은 기간 육류는 17.4에서 230.8로 어패류는 94.8에서 156.3으로 우유, 유제품은 8.4에서 29.1로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당뇨 유병률은 2-3%였던 것이 13.%로 다섯 배나 폭증했다. 

 동물성 단백질은 각종 성인병의 유발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키와 성장속도도 빠르게 했다. 지난 100년간 한국인은 여성은 20.1cm 남성은 15cm나 더 커져 이 부분에서 세계 1위다. 문제는 큰 키는 암의 발병과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2018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 암 연구소는 공동 보고서를 통해 키가 클수록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증가가 확실해지고, 췌장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신장암, 피부암 등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한국인 2280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키가 5cm 증가할 때마다 평균 9%정도로 모든 부위에서 암발생이 증가했다. 남자는 5% 여자는 11%로 여자가 더 큰 상관관계를 보였다.

 세계암연구기금은 키와 암발생 증가의 중요 연결고리로 IGF-1이라는 성장호르몬을 지목했다. 이 호르몬이 높아지면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세포사멸기능억제세포의 성장이 촉진되고 이것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IGF-1은 우유, 유제품류, 붉은 육류의 섭취를 통해 높아진다. 때문에 큰 키와 암이 상관있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키가 크다는 것은 세포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많다는 것이기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암발생률이 높을 수 있을 것 같다. 세포가 많으면 더 많은 복제가 일어나고 오류확률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로 한국인은 더 커졌지만 신체적으로 빨리 조숙해지고 있다. 1920년대 여성의 초경은 만 16.9세로 고2-3정도의 시기였다. 지금은 만 12세정도로 불과 초등학교 고학년의 나이에 초경을 한다. 여성은 초경전 1년간 급성장하며 초경 이후 5-9cm 정도만 성장한다. 이런 조기성장은 성장기간을 짧게 하여 원래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작용을 하게 하기도 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난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산되는 단백질 호르몬으로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로 흡수시키고 세포에 흡수되고 남은 여분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다시 저장한다. 그런데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흡수하면 지방 흡수율이 높아지게 된다. 세포는 음식물에서 가장 먼저 지방을 흡수한다. 때문에 지방이 가득찬 세포로 혈액 내 포도당이 들어가지 못하고 이것이 떠돌게 된다. 이로 인해 인슐린이 더욱 많이 분비되게 되고 세포들은 인슐린에 대해 저항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떠돌던 혈당은 단백질과 결합해 변성을 초래하기 까지 한다. 

 이처럼 인슐린이 필요이상으로 높아지면 간, 근육 등에 지방이 더욱 축적된다. 혈액 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트롤이 증가하고, 혈당이 올라가서 혈관 내피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즉, 인슐린 저항성과 이에 통한 과다 분비는 당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사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책은 기후 미식을 주장하며 말미에서는 다양한 한국의 음식을 추천한다. 한국의 음식은 대개 식물성이며 가공이 거의 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김치류와 나물반찬류, 국류, 밥류가 거의 그렇다. 한국인은 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식사를 식물성으로 해결했는데 그렇다고 열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비슷한 열량을 흡수한다고 한다. 저자는 자연식물식으로 식품을 섭취할 것을 주장하는데 이것을 다시 세 부류로 나눈다. 자연상태 식물성 식품과 경미한 가공식품, 고도로 가공한 식품이다. 밥류로 예를 든다면 그냥 통곡물 상태가 자연상태 식물성 식품이다. 이것을 껍질을 벗기거나, 간단히 볶거나 튀기면 경미한 가공식품이 된다. 그리고 이를 고압 고온으로 빻거나 뭉치고 기름에 튀기거나 설탕을 잔뜩 넣으면 고도의 가공 식품이 된다. 현미밥, 백미밥, 떡의 순서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은 다행히 전통 식단이 남아 채소를 많이 먹는다. 미국인이 하루 390g을 먹으면 한국인은 거의 두 배인 682g을 먹는다. 이처럼 전통을 잘 살려 기후 미식을 실천해야 지구위기에서 우리를 구하고, 신체도 구할 수 있으며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매우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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