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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평점 :
현대 물리학의 흐름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끈이론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향하는 지향점은 우주 전체를 완벽히 설명하는 대통일 이론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이후 끈이론이 대통일 이론의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되었고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갇혀 사는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아낸 것치고는 정말 대단하다. 인간은 과학과 수학적 도구, 그리고 기술 개발로 발명한 몇몇 관측 도구와 뛰어난 통찰력으로 우주의 비밀을 이처럼 어느 정도 알아냈다. 우주의 신비와 몇몇 인류 원리 같은 절묘한 상황 때문에 몇몇 학자들은 지금의 우리 우주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게임같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게임은 몇몇 생성규칙을 갖고 있고 한 점에서 무한히 뻗어나가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물질과 에너지를 퍼뜨렸다. 그리고 그 물질들은 창조자가 만든 규칙에 의해 계속 퍼지면서 뭉치고 변화하는데, 물질과 에너지가 뭉친 부분에서 구조가 생겨났고 이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몇몇 개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진화 발전하여 지능을 발전시키고 게임 자체의 물질과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게임의 몇몇 규칙까지 알아내는데 이른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겠는가?
하여튼 인간은 우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아직 고전하고 있다. 특히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의 상대성이론은 좀처럼 통합되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많은 물리학자들이 힘을 쏟고 있는 듯 하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을 환상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지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변화라는게 중력과 속도가 빠른 곳에선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소리다. 즉, 시간은 중력과 물체의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다. 여기에 물체의 변화, 즉 정보는 빛에 의해 전달되는데 이 빛이란게 속도 제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2억광년 떨어진 곳에서는 서로의 2억년 전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다 보니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우주의 공간적 한계, 그리고 물질의 질량에 따른 중력과 속도에 철저히 종속되는 변수로 실재하는 것이 아닌 환상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론 상으론 거의 불가능해서 그렇지 심지어 과거로 갈 수 있기까지 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자 얽힘이란게 있다. 얽힌 입자들은 서로 반대 속성을 띠게 되는데 얽힌 입자 하나가 +전하를 띠면 반대 입자는 -전하를 띠게 되는 그런 것이다. 문제는 이 얽힘이 빛의 속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얽힌 입자에 하나의 속성을 관측하면 반대입자는 그 반대 속성을 바로 갖게 되는데 이게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뤄진다. 정보전달이 빛의 속도에 얽매이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단한 현대 물리학에서 모르는건 이 뿐만이 아니다. 왜 우리 우주가 이렇게 생명체에 친화적인 물리법칙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며, 각 기본 입자들과 힘이 왜 그런 성질과 값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전자는 원자 안에서 궤도의 특정 부분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정수값의 에너지를 가지며 각 궤도로 도약하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에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들이 왜 이런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며, 무엇보다 빅뱅이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빅뱅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또한 우주 바깥이 있는지 있다면 대체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우주 자체만 있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사실 이런 건 대통일 이론이 발견 되도 모를 일이다.
앞의 게임으로 돌아가서 게임 세계에서 자체 구축된 개체가 발전하여 그 게임에 적용된 물리 법칙과 원리들을 모두 알아내는데 성공했다쳐도 이들은 자신들이 바깥에서 만들어진 세계에 의해 창조되고 살고 있으며 창조자들이 왜 그런 물리 법칙을 적용했는지 알 순 없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알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물리학은 철학적 성격도 상당히 갖고 있다.
시간의 물리학에서 저자 리 스몰린은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이 시간에 대해서 보여준 태도를 부정한다. 그가 보기에 시간은 절대적이며 비가역적인 것으로 실재한다. 시간이 실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비가역적이어야하며 우주의 모든 것에게 동시성이 있어야 한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에게 이 두 가지를 빼앗아가 사실상 환상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는 자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주의 설명에는 외부의 계가 필요하지 않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 자체로 자기충족적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세 가지 논리를 제시한다. 충분한 근거의 원리,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다. 충부한 근거의 원리는 우주를 설명하는데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는 우주 안에 완전히 모든 조건이 같은 물질은 서로 식별이 불가능하며 이런 것들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되려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로 요동에 의해 균일성이 깨져 중력에 의해 뭉친 물질과 에너지가 항성을 형성하고 이 항성이 내뿜는 광자로 인해 주변 세계가 고도로 점점 조직화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가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데 이 때문에 묘하게도 인류원리가 등장할 만큼 생명체와 그 토대인 은하계와 항성, 행성의 생성에 친화적인 물리법칙들을 설명한다. 그는 새로운 우주는 블랙홀안에서 새로이 생성되므로 각각의 우주들은 블랙홀을 많이 생성하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블랙홀을 많이 만들어내는 물리법칙과 값을 가지고 있는 우리 은하가 왜 그런 법칙을 갖게 되었는지가 설명된다. 오랜 진화끝에 만들어진 법칙과 값인 것이다.
리 스몰린은 공간을 다시 설명한다. 그는 공간이 사실 물질보다도 더 작은 격자구조라 생각한다. 공간을 확대해보면 매듭들이 존재하고 이 매듭 간의 길이는 딱 플랑크 길이다. 그리고 물질인 입자는 공간의 매듭들에만 존재할 수 있는데 그래서 물질들의 공간에서의 이동은 사실상 건너뛰기가 되게 된다. 우리는 연속적으로 공간을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사실상 건너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꽉 찬것처럼 보이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텅 빈것임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주장도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질이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전자가 원자에서 궤도간 이동을 할 때 왜 정수값으로 점프를 하는지도 설명된다.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의 격자 공간은 양자얽힘도 설명한다. 이 격자들은 사방으로 연결되는데 각 매듭들은 인접한 매듭과 연결되지만 간혹 차원을 넘어서 멀리 있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입자는 이 매듭들을 계속 건너뛰어야 하기에 이동은 속도제한을 갖게 된다. 빛의 속도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어떤 입자들은 멀리 연결된 매듭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양자얽힘상태다. 때문에 얽힌 입자는 멀리 떨어진 매듭으로 같이 얽힌 입자와 연결되어 있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바로 정보전달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리 스몰린이 제시한 격자공간은 굳이 지금의 우주와 같은 3차원 형태를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3차원인데 스몰린은 이에 대해 이런 설명을 제시한다. 우주 초기 빅뱅이 전 공간은 모두 사방으로 매듭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엔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요동으로 빅뱅이 발생하며 에너지와 물질이 퍼져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매듭연결이 끊어지고 대부분 인접한 매듭끼리만 연결되어 3차원 형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공간이 이런 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시간은 사실상 실재하게 된다. 동시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이 이런 공간 구조로 상대성 이론도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책엔 아쉽게도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격자 공간이더라도 중력으로 공간이 크게 휘어지면 많은 격자 공간이 움푹 패일테고 당연히 입자가 직선으로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더 많은 매듭을 이동해야 한다. 시간이 느려지는 것이다.
리 스몰린의 이런 대담한 주장은 당연히 입증된 것이 아니며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는 카를로 로벨리와 같이 양자고리중력을 연구했는데 그럼에도 둘의 시간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환상임이 분명하고 리 스몰린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실재하고 공간이 환상 같다.
리 스몰린은 메타상태를 제시한다. 우주가 블랙홀이 많은 상태로 진화한다면 그 진화를 추동하는 법칙을 찾게 된다. 즉, 메타법칙을 찾게 되는데 그 메타법칙 역시 또 다른 메타법칙을 당연히 갖게 된다. 무한 퇴행하는 셈인데 그래서 리 스몰린은 메타법칙에 보편적인 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법칙과 상태 두 가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메타배열을 제시한다. 즉, 우주를 외부가 아닌 자기 충족적으로 꾸준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쉽지 않았다. 잘 이해가 안되어 여러 번 앞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검색도 해야했다. 대충 이해한 것 같은 지금도 사실 완전히 이해했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책은 무척 재밌었다. 상당히 신선한 주장이었고, 앞으로 물리학이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검증과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책은 2013년 책으로 이미 10년 전의 책이다. 이제서야 번역이 된 셈인데 그간 더 많은 연구와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