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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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 7선을 모아놓은 책이다. 유명한 한강의 작품이 수상해서 가장 앞에 있고 나머지들이 차례로다. 색깔이 매우 다른 독특한 작품들을 모아 놓아 짧은 책임에도 생각보다 읽기가 쉽진 않았다.

 두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한강의 작별, 주인공은 겨우 24살에 엄마가 되어 이젠 그 아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버린 여성이다. 그러니 나이가 30대 후반일 것이다. 요즘은 이나이에 연애를 하거나 결혼했어도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주인공도 연애를 하고 있다.

 연애를 하는 사람은 지독히도 가난하고 여기서 벗어날 마땅한 재주도 없는 남자다. 나이차이는 제법 나는데 이 남자는 주인공이 일하는 자그마한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왔다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그래도 독한 면은 있어 3-4일을 회사에 죽치고 찾아와 못받은 몇달치 마지막 급여를 받아갔다.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은 한국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나쁜 사장이다.

 이런 주인공의 일상에서 그녀는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하고 눈내리는 날 잠시 앉아서 졸다 눈사람이 되어 버린다. 몸이 쉽게 부서져버리고 녹기까지 한다. 어릴적 애써 만들었지만 잘 녹거나 망가지는 눈사람은 보관한다고 냉동실에 넣어본 기억이 있어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눈에는 공기가 있어 기온이 유지되어도 눈사람은 쪼그라들었다. 자신도 그렇게 되고 말것이다.

 재밌게도 주인공도 생각보단 태연하고, 남자친구도, 심지어 아들녀석도 놀라지만 태연하다. 작가가 말하려는게 뭔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인지, 악덕기업들에 대한 비판인지 모호하다. 하지만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언니다. 이것도 우리의 무거운 갑질사회가 드리워져있다. 주인공은 서울 북부의 대학을 다닌다. 오래전 독서실에서 인회언니를 알게되는데 중어중문과에 진학해보니 그 언니가 그 과의 조교였다. 언니의 지도교수는 민교수로 여성이다. 한국의 교수 갑질은 유명한지라 민교수는 나이도 젊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제법 좋지만 인회언니에게 프로젝트를 하나 던지고 무책임하게 외국의 가족에게로 떠나버린다.

 언니에게 던진 것은 한 중국어 책의 번역이었는데 초벌 번역이 워낙 형편없는 수준이라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그걸 인회언니가 주인공과 그 친구 성주에게 부탁하여 시작한다. 인회언니는 누구나 한번 쯤 만났을 법한 여느 대학의 생활력 강한 여선배를 생각나게 한다. 꾸미지 않고 성실하며 밥도 잘 사주고 헌신적이다. 그렇게 방학 수개월을 번역에 몰두하여 프로젝트를 해낸 언니에게 민교수는 외국에서 사온 백하나를 던져준다.

 그렇게 출간 된 책에는 버젓히 민교수와 역시 교수인 그녀의 남편의 추천사가 들어있었고 인회언니의 이름은 전혀없었다. 언니는 그 일에 대한 항의로 대학에서 멀어진다. 석사논문이 좌절되고 학교에서 밀려난다. 복수는 유치하지만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교수갑질이 가능한 것이겠지. 언니는 대학당국에 항의하지만 얻는건 없었다. 그렇게 인회언니와 주인공은 이별한다. 공감하고 유대하지만 헤어지며 다신 볼것 같지 않은 헤어지는 말이 더 무서웠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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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마음 - 전중환의 본격 진화심리학
전중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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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문이나 책에는 총론과 각론이 있다. 학문의 기저 배경이나 핵심원리를 담은 짤막한 원리가 총론이며 그 뼈대를 기반으로 살을 붙여나간 것이 각론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학문을 인문학이라고 보면 이 학문의 배경이 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핵심원리를 다룬 진화론이고 다른 학문은 각론에 불과해진다. 물론 각론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생각을 담은 책이 사회생물학이었고, 이 책은 대충 40년 정도 전에 엄청난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생각은 아직도 일부에겐 수용되고 일부에겐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온다.

 그래서인지 진화심리학을 다루는 이 책도 방어적인 설명이 많았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공격은 우선 방법론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끼워맞추기 식이라는 점과, 인간의 본성을 설명한 것들이 현대사회 민주주의나 성평등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공격에 대해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의 연구는 우선 독특한 인간의 한 심리적 특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이유로 인간의 적응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여러 문화권에서 실제로 그런 이유로 적응도를 높였는지 검증한다. 쉽게 말해 자식을 더 많이 낳고 생존도를 높였냐는 것이다. 그리고 가설이 맞는 것으로 판명되면 그것은 인정된다. 즉, 방식이 단순히 끼워맞추기 식이 아니라 결국 과학적이라는 것이다.(그리고 사실 과학조차도 완벽한 방법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다른 학문의 방법도 그다지 과학적이지 못하다. 진화론만 비판할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화론이 그나마 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밝혀진 인간의 진화한 심리기제가 비민주적이거나 비도덕적 혹은 성평등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그저 인간이 이런 경향을 많이 갖게된 설명이며, 정당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폭력성이 적응도에 도움이 되었다는게 밝혀졌다고 해서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설명을 통해 그 원인을 알게 되어 그런 것을 방지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책은 말한다.

 서론이 지나치게 길었다. 책은 인간의 성과 생존, 폭력성, 정신병, 교육, 우정, 가족, 정치성등 많은 재밌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전에 여러 책에서 접해서 익숙한 부분을 빼고 이번에 여러 재밌는 생각거리를 준  부분만 정리해보았다.

 

1. 폭력성

인간이 폭력적인 동물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상당히 폭력적인 영화와 스포츠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것도 모자라 꾸준히 직간접적으로 저지르며 그 대상이 자신과 혈연관계인 사람도 예외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는 무척 자명해보인다.

 책은 폭력이 인간의 본성임을 보이는 증거로 3가지를 든다. 일단 아기에게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기는 통념과 다르게 상당히 폭력적이다. 그녀석들이 얼마나 물고 뜯고 할퀴고 때리는가! 폭력 빈도를 계산해본 결과 인간의 그 어느시기에 비해 아기 때가 가장 폭력빈도가 높으며 절정은 만2세시기다. 이후로 오히려 사회성과 교육으로 감소하는듯 보인다. 어릴때 폭력빈도가 높다는 것은 인간이 폭력적으로 태어났다는 증거가 된다.

 다음은 인간의 대다수가 자신을 괴롭히거나 싫어하는 누군가를 살해하는 상상을 진지하게 여러번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제한된 자원과 성기회를 놓고 결국 경쟁해야한다는 면에서 동종끼리 실제로 폭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고 있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은 인간의 뇌와 신체가 타인을 공격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양성중 보다 공격적인 남성은 팔근육량이 여성에 비해 무려 75%가 높다. 다리 근육은 50%정도임에도 말이다. 상체는 공격을 하체는 주로 도망가는데 쓰인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차이는 유의미해 보인다. 실제로 헬스클럽에가면 많은 남성들이 상체위주의 운동을 하며 상체를 적극 드러낸다. 다리운동에 집중하거나 다리근육을 드러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tv에서도 남자 아이돌이 드러내는 근육은 주로 상체다. 어디 다리드러내는거 본적 있는가?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간은 폭력성이라는 심리기제를 진화시켰을까? 우선 도구적 폭력이다. 언급한 것처럼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해서 경쟁상태에서는 폭력은 적응도를 높이는 심리기제였을 것이다. 다음은 복수다. 인간은 복수심이 상당하고 공감한다. 복수를 다룬 책이나 영화가 얼마나 많고 그것을 다루는 장면을 보았을때 우리가 느끼는 쾌감은 상당하다. 복수는 얼핏 자신을 위험에 빠뜨려 적응도를 낮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빚진만큼 돌려준다는 행위는 남이 자신을 우습게 보이지 못하게 하여 상대의 선제공격효과를 낮춘다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은 지배다.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단순한 욕설이나 모함, 가벼운 신체적 부딪힘에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살인사건이나 우발적 폭행은 그다지 심하지 않은 모욕이나 충돌에서 비롯된다. 이는 폭력으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해 적응도를 높이려는 심리기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 보수와 진보

인간의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우선 일반성향모델을 거론한다. 이는 우리의 마음속에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는 스펙트럼에 속하는 하나의 성향이 있고, 이게 하나의 본성으로 진화햇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인간이 모든 사안에서 진보다 보수적 성향을 일관되게 보이지 않는 점에서, 그리고 이럴 경우 그것 자체가 복잡한 인간사회에서 오히려 적응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영역-특이적 모델이다. 이는 사람들이 일관된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화적 이득에 따라 각 쟁점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부딪히는 사회적 사안은 폭넓지만 위든가 커즈번은 세영역으로 단순화했다.

 경제영역과 사회집단적 영역, 성번식 생활영역이다. 경제영역은 소득 재분배나 사회복지에 관한 부분이며 사회집단적 영역이 다른 집단에 대한 수용성이나 배타성 여부, 성번식 생활영역은 성적인 개방성에 관한 것이다.

 경제영역에 대한 연구결과 저소득층은 당연히 진화적으로 적합도를 높이는 소득 재분배와 사회복지를 선호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인 혈연이나 지연, 종교가 추가되면 입장은 다소 달라진다. 저소득층이라도 주류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으면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로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가 다소 낮아졌다. 반면 고소득층에 고학력자라도 이런 네트워크가 약하다면 경제영역에 대해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내었다.

 사회집단적 영역에서는 자신의 소속집단과 자신의 실력에 따라 입장이 다양했다. 실력있는 비주류집단(고학력 비종교)의 경우는 집단에 따른 차별에 당연히 반대했으며 반대로 실력없는 주류진단은 경우(저학력 종교)의 경우에는 집단에 따른 차별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엿다.

 성번식 생활양식 영역에서는 우선 순정파전략 집단과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전략집단의 입장이 엇갈렸다. 순정파집단 전략은 한 배우자에 충성하므로 당연히 성적인 개방에 반대한다. 반면 바람둥이 잡단은 보다 많은 성기회를 위해 이런 개방성에 찬성한다. 묘하게 약물에 대한 개방성은 성적인 개방성에 대한 태도와 상당히 일치했는데 약물과 성이 상당히 연결되었다는 증거로 보이기도한다.(실제로 현실세계에선 그런일이 많이 일어난다)

 위의 예를 한국에 적용해보면 저소득이며 저학력이지만 조상대대로 살아 학연지연이 막강하고 교회를 다니며 이성애자이고 순정파인 영남의 서민을 생각해볼수 있다. 그는 가난하니 소득재분배에 찬성하지만 네트워크가 충실하여 경제적 진보정책엔 주로 반대한다. 저학력에 주류집단에 속하니 외국인아니 외부집단에 혐오감을 갖고 배타적이며, 순정파에 이성애자니이 마약등에 반대하고 성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며 성소수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3.교육

인간은 누구나 직관을 갖고 있으며 이는 빠른 판단을 욕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며 실제로 정확도도 의외로 상당하다. 하지만 정확하지 못하고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직관 이론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현상에 대해 과학 이론을 배우기 전에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나름대로 품는 추측이다.

 직관은 단지 틀린 것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고 일관된 체계를 갖는다. 또한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모든 정상인의 마음에 어려서부터 자리하며, 매우 튼튼해 이를 반증하는 증거나 주장을 접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과거 수렵시대에는 이런 직관으로도 충분했지만 인간의 과학기술과 학문이 양적질적으로 엄청나게 쌓이면서 인간의 직관은 문제를 맞이한다. 직관에 의해 얻는 인간의 지식이 1차지식이라면 인간의 문명이 이룩한 지식을 2차지식이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인간은 2차지식을 쌓는데 적합한 진화적 심리기제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되는 것이다.

 학교교육은 결국 이 1차와 2차지식 간의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가 되는 셈이며 모두가 알다시피 이는 매우 어려운 시도다. 실제로 심리학을 교육과 접목한 교육 심리학은 만은 편이지만  진화심리학과 교육을 연결하는 시도는 매우 미약하다. 물론 책에는 교육진화심리학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 내용도 빈약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2차지식의 습득에 약한 것은 아닌것 같다. 인간에게 매우 익숙치 않은 도구인 활자를 좋아하고, 이를 엮은 책을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소수이지만 있다. 그리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도 역시 존재한다.)

 

4. 성격

인간은 모두 제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성격을 파악하는 5개의 특질로 개방성, 성실상, 외향성, 원만성, 신경성을 제안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성격을 상당히 파악하는게 가능해졌지만 왜 그런 성격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단지 기술할 뿐이다.

 인간의 성격이 다양한 이유는 환경에 따라 최적의 형질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핵인싸라고(무척싫어하는 용어다)탁월한 개방성과 적극성으로 무리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성격이 주목받는다. 그리고 아싸인 우리들은 그런 인싸를 부러워한다. 인싸는 인기가 많고 주목받으며 성기회도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싸가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책은 난데없이 거피라는 물고기를 예로 든다. 인싸인 거피는 무척이나 대담하다. 반면 아싸들은 겁이 많고 소심하다. 이들은 강에 사는데 강의 중류는 무척 좁아 거피의 천적이 좀처럼 침투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성격이 대담한 거피들이 적합도가 높았다. 반면 드넓은 하류에서는 천적을 겁내고 도망하는 소심한 거피가 오히려 적합도가 높았던 것이다. 인간사회도 비슷했을 것이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인간은 전쟁이나 재난시 오히려 적합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반대의 성격은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이런 인해 인간의 성격은 다양해진다.

 다른 이유로는 한 행동전략이 드물수록 높은 성공을 거둔다는 점이다. 한 인간 무리의 성격이 모두 원만해 웬만한 배신자는 용납하고 있다. 이 경우 원만한 성격들은 자기들만 있으면 별 무리가 없지만 극악한 배신자나 사기꾼이 등장하며 적합도가 크게 떨어지며 사기꾼은 올라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균형은 맞춰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의 성격도 다양해지는 것이다.

 책에서 재밌는 점은 전염병과 성격도 관련지었다는 것이다. 책은 전염병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라면 외향적인 성격보다는 사회적 접촉이 적고 보수적인 내향적 성격이 적합도가 높을 것으로 보았다. 아무래도 접촉이 적은 것이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덥고 습하여 전염병이 잘 창궐하는 아프리카나 동아시아의 경우 내향적인 성격이 다수 나타났다. 동아시아의 권위적 문화가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내향적이고 순종적인 사람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었을까? 재밌는 추론이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내가 너무 길어서 정리하지 않은 도덕성이나 정신병 부분도 무척이나 재밌게 실려있다. 진화심리학과 진화론을 무척 좋아하고 믿는 편이이서 무척 재밌게 보았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 역시 적응도를 높이는 심리기제가 진화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전제에 동의하는 편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은 논쟁이 있는 만큼 생각해볼 부분이다. 물론 인위적인 것이 있긴 했지만 인간이 불과 일만년 정도 만에 동물을 가축화하고 식물을 식용작물화한 것을 보면 진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를수도 있다. 실제로 인간 역시 지난 일만년간 많이 변했다. 피부색이 다르게 변했고 체격들도 다양해졌다. 이것은 모두 농경과 더불어 일어난 일인데 문화적 폭발이 일어난 이 시기에 심리상의 진화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해볼 부분같다. 몸보다 마음이 변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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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문해력, 배움을 디자인하다 -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38
최무연 지음 / 행복한미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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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평 일체화에 이어 그것을 위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재구성 실행력을 의미하는 교육과정 문해력이 최근 화제인 것 같다. 인터넷에 교육과정 문해력을 검색하면 오직 두 권의 책만 나오는데 지난번 읽은 유영식 선생님의 교육과정 문해력과 이번 책인 교육과정 문해력 배움을 디자인하다이다.

 유영식 선생님의 교육과정 문해력은 교육과정 문해력을 갖출 수 있는 눈을 준 책이었으며 정말 2015개정교육과정을 문해력이란 측면에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 매우 뛰어났다. 이번 책은 이론 적인 것도 있지만 문해력을 갖춘 교사의 교육과정 구성과 그 수업이 잘 드러나는 책이었다. 보다 실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책은 이렇게 좀 다른 면이 있지만 일단 교육과정을 재구성을 위한 접근방법이 동일했다. 대부분 교육과정 내 성취기준에서 재구성이 시작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도 '교육과정 문해력'의 백워드 교육과정의 형성처럼 학생 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먼저 정하고 그 결과물까지 고려한 후, 이에 맞게 성취기준을 찾아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수들은 쓰는 용어는 달라도 서로 통하는 법이었다.

 정리하면 주제정하기-현실의 반영-주제에 맞는 스토리 라인 구성하기-스토리에 맞는 교과 찾기-교과에 맞는 성취기준 짜기-평가기준 정하기-교육과정 매핑하기 의 순이다.

 두 책의 이 거꾸로 가는 방식은 보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쉽게해주고 교수평 일체화를 돕는 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역량중심교육과정이나 성취기준들이 모두 결국은 실제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한 것이라는 점, 그렇기에 결국 학생이 보일 실제모습인 평가에서 출발하는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책에는 교수평 일체화와 일관성을 구분할 것을 요구한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를 모두 일관된 관점에서 수행하는 것은 얼핏 일체화처럼 느껴지지만 이들이 분절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사실 일관성이란게 책의 주장이다. 진정한 일체화는 일관성은 물론이고 수업현자에서 교육과정과 그것을 반영한 수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과정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교사는 학생의 발전을 위한 피드백을 주며 동시에 기록까지 이루어지는 것이 일체화라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 책은 지식적인 측면을 절대무시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계는 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으로 지식을 소홀히하는 경향이 있곤 하다. 하지만 학생이 역량을 갖춰 뭔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식에 대힌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책은 지식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교과서를 잘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으며 지식을 빠른 습득을 위한 강의식 수업도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한 교육과정 문해력을 바탕으로 수행한 교수평일체화의 예는 6학년 국어과의 '비유적 표현'이다. 이 예는 주제 선정에서 학생중심적이진 않았었는데 책에선 때론 학생중심적인 것 보다 교사가 보다 흥미를 갖는 주제의 선정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교사가 관심이 있고 흥미를 갖고 있는 것다 힘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여튼 주제는 비유적 표현이며 다음으로는 관련 성취기준을 분석한다. 여기서 성취기준의 지식부분과 기능부분을 분리하는데 주로 기능부분이 평가의 대상이 된다.

 다음은 스토리보드다. 여기선 전체적인 흐름이 등장하는데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별로 기획사를 설립하고,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소속 가수를 홍보하거나 소개한다. 자회사 소속가수의 가사를 분석하여 비유적 표현을 찾아보고 소속가수를 홍보하거나 소개하는 시나 글을 쓰는 것이다.' 이어서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을만들고 모둠을 구성한다. 학생 모둠에서는 현실과 매우 유사하게 기획사 사장이나 가사분석팀, 글 창작팀, 운영총괄팀등이 등장한다.

 모둠활동이므로 모둠을 구성하는데 좋아하는 가수를 선택한 아이들이 모둠이 된다. 반면 한 가수를 좋아하는 학생이 한 명인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이 아이들을 억지로 모둠으로 구성짓기보단 그대로 개인활동으로 진행하는게 인상적이었다. 동기를 강조한 부분이다.

 다음으론 수행평가 장면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알려주며 비유적 표현에 대한 지식을 담은 게시판을 만들어 학생들이 늘 참고할 수 있도록 세워둔다. 수업전에는 교육과정을 매핑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강한 동기유발 자료로 시작하며 프로젝트의 전반을 알려 학생들이 다소 지루해 할 수 있는 지식학습을 시작한다. 수업프로젝트를 평가하는 부분에선 실제 발표회가 아닌 리허설 부분을 교사가 평가하는데 긴장하지 않은 모습을 통해 보다 참평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평가에서는 학생들의 동료평가가 인상적이었는데 평가의 관점을 교사가 진지하게 제시하여 얼픗 보기엔 형평없어 보이는 수행물도 온당한 평가기준에 의해 제대로 평가받고 학생들도 평가를 통해 더욱 성취기준에 진정성 있게 도달할 수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육과정 문해력에 관한 두 책을 읽었는데 매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문해력에 관한 책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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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문해력 -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와 과정중심평가 KEY
유영식 지음 / 테크빌교육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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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교육과정 문해력에 관한 책이다. 문해력이란 글자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지만 그 글이 교육과정이라면 다소 복잡해진다. 책에 의하면 교육과정 문해력이란 국가에서 주는 교육과정 문서를 이해하고 이를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과 학교 및 지역사회의 사정을 고려하여 재구성하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이 일체활 될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능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의 달성을 위해 책에 등장하는 교육과정의 체계를 정리해보았다. 

 

1. 교육과정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을 미군정하의 교수요목기부터 시작해 이후 1차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따기 시작해 7차교육과정까지 거의 헌법개정과 비슷한 순으로 개정해왔다. 백년지대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교육이 전면적으로 정권마다 바뀌자 7차 이후로는 수시개정이란 말로 전면개정을 뜻하는 몇차식의 용어는 버렸다. 하지만 그후로도 정권에 맞게 전면에 가까운 개정이 여러차례 이루어졌고,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던 2015개정교육과정이 올해부턴 전학년에 적용되게 되었다.

 

2. 역량중심교육과정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이다. 교육계에선 장학사든 각 학교에 교육과정담당자든 교장이든 교감이든 누구나 역량을 많이 말하지만 정작 역량이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역량은 쉽게 말해 뭔가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 교육이 걷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암기시키고 선다형으로 옳게 걷는 방법을 고르게 했다면 역량교육과정하에선 실제 맥락에서 걷는게 중요시된다. 때문에 2015개정교육과정에선 학생이 학습한 것을 맥락에 맞게 실생활에서 할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의 총력은 여기에 집중된다.

 하지만 교육목표인 역량의 배양은 결국 학생이 자라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에 미래와 관련되며 당연히 4차산업혁명과 연결된다. 그래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6가지역량이 선정되었고, 이들은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의사소통역량, 창의적사고역량, 공동체역량, 심미적 감성역량들이다. 이것들은 교육과정의 전체를 다룬 총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모두 알다시피 총론 및에는 각 교과인 각론들이 자리한다.

 

3. 성취기준

 때문에 각 교과들은 이 6가지 역량의 배양에 해당하는 각 교과의 지식, 기능, 태도의 정수들을 모아냈으며 이것들이 각 교과에서 학습자가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되는데 이 녀석들의 이름은 바로 '성취기준'이다. 성취기준은 [3국어01-03]이런 식으로 표기되는데 앞의 3은 학년이며 과목이름 다음의 01은 각 교과의 영역, 그리고 마지막 03은 그 영역에서 세번째 성취기준이라는 의미이다.(암호같다.) 즉, 이에 따르면[3국어01-03]은 3학년 국어교과의 첫번째 영역인 듣기말하기의 세번째 성취기준이란 뜻이된다. 정부가 조만간 도입하려는 절대평가 형태의 성취기준평가제는 지금까지의 상대평가를 버리고 모든 학생이 이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하는 형태로 평가제를 전면 바꾸려는 시도라고 볼수 있다.

 하여튼 이 역량과 그 역량의 달성을 위한 각 교과의 성취기준까지는 교사가 손댈수 있는게 전혀없다. 위에서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교사가 성취기준 두세개를 엮에서 재구조화하는건을 허락한다. 하지만 하나하나성취기준 자체를 완전히 바꾸거나 첨가하는건 불가능하기에 각 교과의 교육목표로서의 성취기준은 개개인의 교사가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 되고 만다.

 

4. 교육과정의 재구성

 우리가 사용하는 각 교과별 교과서는 바로 이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단원을 만들고 그 안에 소단원들을 채워넣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는 그냥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 만들어 놓은 하나의 교수학습자료에 불과하게 된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성취기준의 수는 생각보다 그리 많진 않다. 게다가 교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폭넓게 서술된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실현방법에서 교육전문가인 교사의 손길이 침투할 여지가 많아진다. 즉, 재구성이 상당히 가능해지는 것이다.

 만약 우리반에 다문화 아이들이 많다면 국어를 비롯한 다른 교과를 엮어 '다문화'를 주제로 여러 성취기준을 모아 다문화 이해도를 높이는 형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 국어시간에 다문화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사회시간에 지역의 다문화 센터를 견학하여 사례를 조사발표하고, 국어시간에 그 사례들에 대해 토의 토론하고, 각 토론결과의 학습의 결과물들을 미술시간이나 실과시간을 활용해 ucc나 자료로 제작해 발표회를 갖는 형태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재구성을 통해 교사는 교과서를 벗어날 수 있게 되며 학습자의 실생활과 지역사회의 현실과 무관한 교육과정과 수업을 학습자의 실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된다.

 

5. 수업

교육과정이 재구성되면 수업역시 변화한다. 교과서만으로 주어진대로 수업한다면 아무래도 전국표준적이고 일제식 스타일의 강의식 수업이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위처럼 주제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면 온책읽기 활동이 생겨나고, 토의토론식 수업이 발생하며, 프로젝트 학습이 진행된다.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식중심의 수업에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행동하면서부터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당연히 지식의 학습이 필요하며 일제식 수업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지식을 얻는 수업도 학생중심의 배움중심수업으로 구성해 나갈수 있으며 과감히 '거꾸로 수업'등의 형태로 강의식으로 미리 제공할 수 도 있다.

 

6. 평가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한다. 즉, 평가를 수업과 별도로 행하지 말고, 수업과 평가가 자연히 어우러져 이루어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다문화를 주제로 실컷 토의토론을 하게 하고, 온책 읽기를 하게하고, 직접조사발표까지 시키는 등의 수준 높은 수업을 하고도 정작 평가는 시험지에서 선다형으로 행할 수 있다. 이는 수업과 평가가 분리된 것으로 좋지 못한 평가가 되며 역량을 측정하는데도 실패한 타당도가 떨어진 평가가 된다. 수업을 위처럼 구성하였다면 학생이 토의 토론 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평가하며 조사발표한 것을 수업과 동시에 평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과정중심평가는 이루어지며 수업 및 교육과정과도 일체화되게 된다. 

 또한 과정중심 평가는 일회성 평가도 지양한다. 학생에게 여러 번의 도전기회를 주어 중간중간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여 궁극적으로는 모든 학생이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학생이 다문화 센터의 실정과 정책에 대해 조사발표를 한다면 중간 점검을 통해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마지막 결과물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게 그런 방법이다. 여기서 피드백은 반드시 성취기준에 미도달하는 현재점을 보이는 학생뿐 아니라 잘하는 학생도 해당한다. 잘하는 만큼 더 난도 높은 과제를 추가로 부여하거나 난이도를 높여 그 학생 역시 더욱 성장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7. 기록

매우 바쁘지만 교사는 이런 재구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수업현장과 과정중심평가속에서 학생들의 상황과 발달과정을 기록해야한다. 그리고 이런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나이스나 학교별 성적표에 수록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록이 온전히 마무리 되었을때 교육과정 문해력을 가진 교사에 의한 올바른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가 일어나게 된다.

 

8. 백워드형 교육과정 설계

 이 책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안 중 백워드형 설계가 인상에 남았다. 기존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가 주제를 정하고 성취기준을 파악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을 진행하며, 평가문항을 개발하는 형태였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백워드형은 반대로 일이 진행된다. 교사가 주제를 정하고 필요한 성취기준을 모으는 것 까진 같지만 이후 바로 평가를 구성한다. 즉, 다문화라는 주제로 토의토론에 관한 성취기준을 사용하기로 했다면 '다문화를 주제로 토의토론을 하는 수행평가 문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수업은 바로 이 수행평가 문항을 학생들이 해결할수 있도록 진행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이 방식이 훨씬더 손쉬우며 저자가 연수한 많은 교사들이 이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교수평일체화를 이루어냈다고 한다.

 

이 책은 복잡하고 잘 다가오지 않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매우 상세하고 강력한 가이드였다. 많은 교사들이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부담을 갖고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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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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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자주 즐겨 보지 않는 편이고(거의 독서가 어려운 상황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읽고나면 빠르게 소비하듯 중고로 판매하는 편이다. 뭔가 남지 않는다는 느낌에 그런 편인데 간혹 남기고 싶은 소설도 있곤 하다. 오래전 읽었던 천명관의 고래(책을 좀처럼 보지 않는 우리 아내도 이걸 한숨에 읽었으며 무려 3번을 봤다), 그리고 (작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학소설이었던 '멀리가는 이야기', 2차원 세계를 재밌게 다룬 '플랫'이란 소설이 그랬다. 이번엔 '디디의 우산'을 읽었는데 이것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소설엔 매력이 있다. 표현력이 부족한 내가 말하기 어려운 득톡한 분위기와 문체와 그에 따른 인물 표현력, 머릿속에 풍경을 나도 모르게 그리게하는 묘사력, 그리고 사회를 교묘히 다루는 솜씨다. 연작소설이라 표지에 써있기에 이전 작과 연결이 되나 싶어 처음엔 아차싶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책에 있는 두 개의 소설이 접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연작인듯하다. 접점은 사회적 사건들이다. 박근혜의 탄핵, 세월호 사건, 명박산성 등 지난 민주주의 파괴의 10년이 두 소설의 접점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티를 전혀 내지 않으며 실제로고 그렇지만 그냥 보면 이 책은 사회적 사건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더욱 매력이 있었다.

 디디의 우산은 제목이 좀 그랬다. 난 왠지 한국이나 일본 소설에서 자국인을 영어명칭으로 표현하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 굳이 그럴필요가 있을까? 독특한 인물 표현과 다른 느낌을 주는 효과는 충분해 보이지만 정작 서구인들이 이런 방법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들 중심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이 워낙 매력적이라 이런 생각은 곧 사라졌고, dd는 정감있게 느껴졌다. 

 소설 dd의 우산엔 서툰 솜씨로 가족을 힘들게한 아버지를 둔 d라는 남자와 어려서 그와 학교에 남아 낙뢰가 떨어진 사건을 함께한 dd란 여자가 나온다. 둘은 동창회서 만나 끌리고 함께 동거한다. 결혼은 아니었다. d는 시끄러운 목공소에서 자랐고, 가난했으며 소음에 시달리며 살았다. 민감해져서인지 둔감해져서인지 자꾸 사물에서 온도가 느껴졌고, 그게 싫었다. 하지만 dd를 다시 만나고서 그런건 아무렇지 않아졌다. 

 둘다 돈이 없기에 강서구의 목2동 반지하 빌라에 자리잡았다. 서로의 직장과 동등한 거리. 창밖으론 주인집 할매가 키우는 화단과 양귀비가 보였고, 하필 그 창가가 응달인지라 동네 할매들이 연인의 창가에 상시 모여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그게 미안했는지 떡이며 식혜며 먹을걸 주곤했다. 달착지근한 연애소설을 기대했거만 불과 십여페이지만에 퇴근길에 dd는 죽어버린다. 버스사고였는데 하필 정말 운이 없어 창밖으로 dd는 튕겨나갔다. d는 폐인처럼 몇달을 월세도 내지 않은체 방안에만 칩거한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을터인데 dd의 짐도 모두 그녀의 가족에게 보낸다. 그리고 세운상가 인근에서 택배일을 시작한다.

 남들이 며칠이면 떨어져나가는 일을 하며 d는 생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쇠락한 세운상가에 전축수리점에서 백만원자리 전축을 사 dd가 즐겨든던 LP판을 듣곤한다. 그것도 자기가 사는 고시원에서. 소설은 전반적으로 d가 일과 dd가 듣던 음반을 통해 치유되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인물의 심리묘사가 독특한데, 무척 만연체로 묘사하며 실제로 사람이 그렇듯이 심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왔다갔다하며 모순된다. 이런 면에 소설을 좀 읽기 힘들게 만들면서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연작으로 나오는 다음 소설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다. 이번엔 서수경과 김소영, 김소리, 정진원이 나온다. 시점은 김소영이고 서수경과 김소영은 오래전 중학교부터 알던 사이로 육상대회서 만났다. 그리고 대학에서 운동권활동을 하며 둘은 서로 만나고 이끌려 동거인이 된다. 김소리는 김소영의 여동생이고 정진원은 김소리의 아들, 즉 김소영의 조카다.

 김소영의 시점이면서도 동생을 김소영, 다섯살 배기 조카를 진원이도 아닌 정진영, 연인을 서수경이라 표현하면서부터 독특함이 느껴진다. 인물 표현과 심리묘사는 디디의 우산과 매우 다르다. 순차적이며 쉽게 파악된다. 하지만 사회적 사건이 많고 둘은 이 사건에 항상 참여하고 공감하고 담백하게 분노하며 이를 다루는 점이 차이점이다. 

 공통점은 이들 역시 디디의 우산에서처럼 강서구에 거주한다는 점이고 세운상가라는 공간을 앞소설과 공유한다는 것과 박근혜 탄핵이라는 큰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다.

 분위기가 제법 다른 다 연작소설을 교묘하게 이은 점이 이 책의 재미였다. 둘다 분위기와 느낌이 무척 독특하다는 면도 재미다. 책의 굿즈로 책에도 잘 나오지 않는 d의 선곡음악 cd가 담겨있었는데 비오는 날 이 책과 더불어 다시 읽는다면 많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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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2-22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는 최근에 a부터 h까지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는데 뭔가 몰입이 안되는 느낌이더라구요. 지금 읽고 있는데, d와 dd를 어떤 이름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9-02-22 14:27   좋아요 2 | URL
dd는 <아무도 아닌>에서 나왔죠 ~지금 읽는중인데 팍팍 진도가 안나가는군요 ㅎ

닷슈 2019-02-22 14:30   좋아요 2 | URL
저도 읽으며 같은 고민을 했죠

카알벨루치 2019-02-22 14:33   좋아요 2 | URL
작가가 몰입 안되게 만들어놓았네요 고얀 황정은님! 미워할 수 없는!!!ㅜㅜㅋ

닷슈 2019-02-22 14:39   좋아요 1 | URL
네 몰입이 안되는 면이 있어요

뒷북소녀 2019-02-22 14:41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어쩐지. 낯설지 않다 했어요. 저도 아무도 아닌 읽었는데 도통 기억이ㅠㅠ

카알벨루치 2019-02-22 14:46   좋아요 1 | URL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는 어쩔수 없는 부분이니 여기저기 산재할수도 있다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전의 쓴 소설을 토대로 한 소설이니 더 그러할듯 싶기도...암튼 작가들은 다들 대단한듯 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