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우주 - 스스로 계산하는 가장 거대한 양자컴퓨터
박권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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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보기에 인류 역사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에 가깝다. 여기엔 자신에 대한 이해도 포함이다.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더 강력한 컴퓨터를 개발해왔다. 이는 자신의 두뇌와 이 두뇌를 이용해 만든 컴퓨터가 포함된다. 그리고 이들 역시 우주의 일부다. 따라서 어찌보면 우주는 자기 자신을 점점 정밀하게 이해하고 시뮬레이션 하는 진화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려면 측정이 필수다. 그리고 측정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된다. 즉, 인간의 우주 이해를 위한 시도는 우주의 정체성을 결정하게 된다. 

 지구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인간이라는 작은 CPU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 병렬 컴퓨터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한 개인이 하는 일이 아무리 하찮아도 그 모든 일은 궁극의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계산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것이다.

 1989년 존 아치볼터 휠러는 모든 물리량, 즉 모든 것의 궁극적 실체는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근거가 있다. 우선 DNA다.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고 이를 전달하며, 이것에 따라 몸이 설계되고 움직인다. 그리고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된다. 그런데 원자의 물리적 성질은 양자궤도의 전자수, 특히 최외곽 전자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이 오비탈 정보다. 마지막을 열역학 2법칙이다. 무질서도인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엔트로피는 무질서 시스템을 알기 위한 정보량과 같다. 이 정보량이 시간과 같이 증가한다. 즉, 시간의 방향은 정보량의 증가와 같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것에 의하면 어떤 시간에 주어진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그 입자의 모든 움직임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라플라스의 악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뉴턴의 물리법칙은 빛의 속도에 비해 충분히 느린 거시세계에서만 적용된다. 그리고 뉴턴의 법칙이 완벽해도 물체의 처음 위치와 속도는 정확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불확정성 원리 때문이다.

 이처럼 초기 조건이 조금만 변화해도 전혀 다른 결말로 치닫는 카오스이론과 양자역학으로 인해 미래의 모든 것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의 함의는 우주는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섀년은 정보가 에너지와 같은 물리량이라 생각했다. 그는 정보가 엔트로피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정보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어떤 기초체계가 가지는 정보의 양은 그 체계를 표현하는 최소한의 비트수와 같다. 엔트로피 공식에 따르면 기호체계의 모든 기호가 똑같은 빈도확률로 나타나거나 물리 시스템의 모든 상태가 모든 상태가 같이 발생할 확륙은 최대가 된다. 이는 질서정연한 글이 아닌 무작위로 쓴 글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 

 파이는 무리수다. 소수점 아래 유한으로 끝나거나 패턴이 있으면 유리수다. 유리수는 서로 공약수가 없는 두 정수의 비율이다. 파이는 초월수다. 이는 정수를 계수로 갖는 유한차식 다항 방정식의 해가 아닌 수다. 원주율은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값이다. 놀랍게도 원주율은 어떤 일이 일어나느 확률의 총합인 스털링 근사 공식의 확률분포와 상당히 일치한다. 이는 원주율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 일어난다는 사실과 연결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무질서하게 발생하는 일을 이용해 신기하게도 원주율이 계산 가능하다. 

 무작위 운동은 브라운 운동을 기술해 원자의 존재를 입증했다 .무작위 걸음을 하는 입자가 원점으로부터 멀어진 거리는 무작위 걸음의 횟수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무작위 걸음의 횟수는 시간에 비례한다. 시간이 길수록 많은 걸음이 생겨나고 그리고 온도가 높으면 걸음이 많아진다. 즉, 무작위 걸음시 입자가 원점에서 멀어질 확률은 시간과 온도의 제곱근에 비례하다. 

 미로찾기에는 네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벽따라가기다 .입구와 출구는 결국 벽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벽 하나를 꾸준히 손을 대고 따라가면 결국 출구에 도달한다. 다른 하나는 깊이 우선 탐색 전략이다. 길이 막힐 때까지 가보고 막다른 길이 나오면 그 길로 가기 직전의 갈림길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새 길로 간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나 최단 경로가 보장되지 않는다. 다음은 너비 우선 탐색 전략이다. 모든 갈림길을 다 탐색한다. 가다가 갈림길에 도착하면 둘 중 아무 곳이나 선택하여 간다. 그러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그 전 갈림길로 가서 다른 길로 간다. 막힌 곳이면 다시 돌아간다. 이런 방식이면 모든 갈림길을 탐색하여 최단 거리를 반드시 찾을 수 있다. 다만 매우 비효율적이다. 마지막은 가장 성공적인 경사하강법이다. 이는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선 입구와 출구를 알고 입구에서 출구쪽으로 물을 흐르게 한다. 그러면 물은 사방으로 퍼진다. 막히지 않은 곳은 자연스레 흐르나 막힌 곳에서는 물이 더 이상 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물이 공간을 채울 수록 막힌 곳의 공기가 압력이 강해져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구는 물의 저항이 가장 약한 곳이 된다. 

 열의 흐름은 물의 이동과 유사하다. 그래서 열의 흐름을 과거 컴퓨터 없이도 계산해내었다. 장치가 필요한데 먼저 물의 흐르는 큰 압력 유리관이다. 그리고 압력 유리관에 같은 간격으로 수직 방향으로 물길 유리관을 붙인다. 그리고 물을 압력 유리관으로 흘리면 자연스레 가까운 물길 유리관부터 물이찬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모든 물길 유리관의 높이가 비슷해진다. 그리고 이는 무작위의 확률분포인 가우시안 분포와 일치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물리시스템은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 방금 언급한 유리간도 그렇고 영화 삼체에서는 수많은 삼체인들이 하나의 컴퓨터 역할을 수행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럴듯한 첫번째 계산기는 진공관이다. 진공관은 백열전구다. 백열전구는 필라멘트가 가열되면 전자를 방출하는데 이걸로 계산을 하는 것이다. 3극 진공관은 3개의 전극으로 구성된다. 1전극은 필라멘트 자체나 주변의 전선으로 가열시 전자를 배출한다. 캐소드라 한다. 2전극은 판모양구조로 캐소드에서 방출한 전자가 흘러드는 전극이다. 플레이트나 애소드라한다. 3전극은 캐소드와 애노드 사이의 철판 구조다. 양자 사이의 전자 흐름을 제어하는 그리드다. 진공관이 진공인 이유는 공기가 없어야 분자 산란이 적어 캐소드와 애노드로 전자가 잘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의 전압을 켜면 캐소드에선 전자가 방출되지 않는다. 진공관은 논리 연산이 가능해 이진법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백열 전구이기에 무겁고 열이 발생하며 수명도 짧다. 애니악은 1만 8천개 진공관으로 구성되어 1초에 10만회 계산이 가능했다. 지금의 컴퓨터는 이보다 1만배 빠르다. 애니악은 3톤이나 되었고 전력도 많이 잡아먹고 수명이 짧은 진공관을 수시로 교체해야 했다.

 물질은 근볹거으로 수많은 원자집합이다. 원자들이 가지런히 배열되면 결정성 물질이고 그것이 아니면 비결정성 물질이다. 결정성 물질은 원자가 규칙적 격자구조라서 전자가 각 원자를 잘 건너뛸수 있다. 그래서 도체가 된다. 반면 비결정성 물질은 이게 잘 되지 않아 반도체나 부도체가 된다.

 전자는 서로 같은 극이라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이 원자 사이를 돌아다닐 때 다른 전자가 같은 속도로 따라 붙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전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갖고 움직인다. 그리고 낮은 에너지부터 높은 에너지까지 궤도를 채운다. 이것이 파울로 배타원리다. 이미 다른 전자가 채운 에너지 궤도는 다른 전자는 진입하지 못한다. 

 물체에서 전자들이 아직 최상위 에너지 띠를 가득채우지 못하면 전자가 들어올 공간이 있어 올 수 있는데 이것이 도체다. 부도체와 반도체는 최상위 까지 가득 찬 상태다. 부도체와 반도체의 차이는 에너지 간격 차이다. 여기서 빛이나 열등의 에너지 공급이 이뤄지면 전자는 궤도에 진입이 가능해지는데 에너지 간격이 너무크면 들어오지 못하고, 에너지 간격이 적당하면 그게 가능하다. 가능한 것이 반도체가 된다.  

 대표적 반도체가 게르마늄과 실리콘이다. 둘다 탄소족으로 최외곽 오비탈에 4게 전자가 있다. 실리콘은 규소로 산소와 결합에 규산염 광물을 형성한다. 지각의 90%다. 실리콘 자체는 전자들이 최상위 에너지띠를 가득채운다. 하지만 약간의 불순물을 투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로콘에 오비탈 외곽 전자가 3개인 붕소를 첨가시 전자가 모자란다. 구멍이 생겨나 전자가 이동가능해지는데 이것이 P형 반도체다. 그리고 오비탈 최외곽 전자가 5개인 질소족을 첨가하면 전자가 남은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N형 반도체다. 둘을 결합하면 다이오드가 생긴다. 그러면 전자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그래서 다이오드는 정류작용을 한다.

 트랜지스트는 2개의 P형 반도체 사이에 얇은 N형 반도체를 끼워 넣거나 2개의 N형 반도체에 P형을 끼워넣는 것이다. 트랜지스터 자체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야 하지만 가운데가 얇기에 전류가 흐른다. 즉, 전압이 약하면 원래대로 전류가 흐르지 않고 세면 흐르기에 스위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과 원리는 같으나 훨씬 작고 전자의 흐름을 양자역학으로 미세조정가능하다. 이것이 집적회로다. 집적회로는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다양한 반도체 소자와 그것을 연결하는 전자회로를 종합해 하나의 칩으로 구성한 것이다. 

 현대의 컴퓨터의 집적 회로는 무려 1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한다. 그리고 현대의 반도체는 아주 얇은 고순도의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고 이를 아주 작게 작아 칩으로 만들고 그 위에 아주 가느다란 전선을 새긴 것이다. 그 선이 2나노 수준까지 온 것이고, 더 작아지는데 병목이 생겨 칩을 쌓아서 연결하는 HBM의 시대까지 온 것이다. 

 뉴런은 핵세포체와 외부자극을 받는 가지돌기, 다른 뉴런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로 구성된다. 인간 뇌는 뉴런이 860억개로 우리 은하의 항성 수준이다. 뉴런 간은 붙어 있지 않다. 시냅스라는 작은 물리적 틈이 있는데 축삭의 끝 부분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이 가지돌기 수용체에 결합하며 시냅스를 뛰어 넘어 전달이 된다. 이런 뉴런 사이의 연결을 커넥톰이라 한다. 커넥톰의 완전한 파악은 원칙적으로 해당 생물의 모든 행동판단의 예측을 의미한다. 예쁜 꼬마선충은 그것의 갯수가 302개라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뉴런만 860억이며 이것의 개별적 연결은 또 다른 이야기다. 뉴런은 외부 자극의 세기인 입력 값을 모종의 가중치를 곱해 다 더한 뒤 그 값이 기준치인 역치를 넘을 때만 축삭으로 전기신호를 전달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인공 커넥톰을 구축한 것이 퍼셉트론이다. 

 1개의 층을 가진 단일 퍼셉트론은 1950년대 고안되었다. 이 기기는 천공카드의 구멍을 완전히 인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배타적논리합의 계산이 불가능해짐이 밝혀져 한계를 맞았다. 하지만 2개층의 퍼셉트론은 이게 가능하다. 입력신호를 받아 숨은 신호로 바꾸는 입력층과 이를 최종 출력하는 출력 층 두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층 퍼셉트론이 도래하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다층 퍼셉트론으로 0-9까지의 숫자를 인식하는 학습을 시행한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1. 처음에는 다층 퍼셉트론의 가충치 행렬과 역치 벡터를 임의 입력한다.

2. 수 이미지와 실제 수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한다.

3. 수집 데이터 중 손으로 쓴 이미지를 입력한다.

4. 퍼셉트론의 마지막 은닉층에서 벌어지는 최종 출력 신호와 실제 숫자 사이의 차이를 계산한다.

5. 이 과정을 앞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에서 반복하여 차이를 모두 더한다.

6. 최종적으로 퍼셉트론의 가중치 행렬과 역치 벡터를 적절히 저장하여 차이의 합을 최소화한다. 즉, 손실함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주의 시뮬레이션은 모든 원자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마도 우주는 격자일텐데 각 그리드에 양자를 모두 배치해야 한다. 파울리 배타 원리로 각 그리드엔 전자가 하나만 위치한다. 이 정도면 그래도 해볼만 할텐데 스핀의 문제가 있다. 입자가 반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면 스핀 업이고 시계방향 회전이면 다운스핀이다. 파울리 배타원리에서 같은 스핀 전자는 한 위치에 존재하지 못하지만 반대라면 가능하다. 여기에 위치는 확정이 아니고 중첩이다. 이로 인해 시뮬레이션 양이 폭증한다. 

 결국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고 우주는 자신의 일부인 인간으로 하여금 우주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인 양자역학으로 돌아가는 컴퓨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시뮬레이션 하여 자기 자신을 이해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간을 통해 스스로를 계산하는 컴퓨터로 진화하는 셈이다. 

 이는 음의 스무고개와 비슷하다. 그냥 스무고개는 답변자가 답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질문자의 질문에 답하며 질문자가 결국 답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음의 스무고개는 답변자가 답을 모른다. 질문자의 질문에 따라 답을 해가면서 같이 최종 답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휠러는 측정을 매개로 인간와 상호작용하여 서서히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우주를 참여우주라고 불렀다. 즉, 인간은 우주를 외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주는 생겨났다. 그리고 물질이 그 원리에 의해 생겨났다. 이 물질이 조금이라도 생겨나면 우주는 물질과 음의 스무고개를 하며 더 많은 물질을 구축한다. 그리고 물질에서 자연스레 스스로 작동하고 유지하며 발전하는 생명체가 탄생했다. 이 생명체는 진화하며 유전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해 갖가지 기능 및 지능을 발전시켰다. 이 지적생명체는 측정이라는 상호작용으로 자신의 존재를 더 강화하고 있다. 그렇게 우주를 성찰하며 변형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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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기원 - 세계 질서와 부의 운명을 뒤바꾼 방향의 역사
제리 브로턴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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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는 우주공간에 머무른다.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스스로 자전하면서 태양과 같이 우리 은하계를 회전한다. 그냥 우주공간에 머물기에 여기에는 사실 방향이란게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구에 사는 인간은 몇 가지 물리적 지표로 방위를 정했다. 우선 인간은 네 방위를 사용한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가 앞과 뒤, 좌와 우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만약 8면이거나 6면이었다면 반드시 그런 수의 방위를 어떻게든 채택했을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손가락이 10개이기에 우리가 십진수를 채택한 것과 같은 이유다.

 그리고 이 네 방위는 물리적 근거가 있다. 우선 동과 서는 태양의 자전으로 인해 생겨난다. 이는 시간에 따른 변화축으로 동서 방위의 기준이다. 남과 북은 지구의 극점인 진북과 나침반 발견 이후에는 자북이 근거가 된다. 또한 북쪽의 북극성과 남쪽의 남극성, 정오에 북반구에서는 태양이 남중하고 남반구에서는 북중하는 모습이 물리적 근거가 되었다. 

 인간은 자신들이 설정한 네 방위에 종교적, 과학적, 문화적 원인으로 나름의 해석과 가치를 부여했다. 책 지리의 기원은 동서남북 네 방위의 역사적 변천을 살펴본다.


1. 동쪽

 동쪽은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기본방위로 사용한 방향이다. 인간은 네 방위 중 하나를 기본으로 삼는다. 지금의 현대의 거의 모든 지도는 북쪽이 위에 있는데 이는 지금의 지도의 기본 방위가 북쪽이란 의미다. 그래서 동쪽이 기본 방위인 과거엔 동쪽이 위 방향인 경우가 많다. 

 동쪽이 기본 방위인 이유는 지구의 자전방향으로 인해 인간 입장에서 해가 뜨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쪽은 하루의 시작, 삶의 시작, 생명의 시작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대부분의 문명이 동쪽을 신성시했다.

 문명이 좀 더 정교화하며 동쪽에 대한 숭배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과 연결될면서 사회적, 도덕적 의미로까지 확장한다. 동쪽은 고대 중국에서 한자로 태양이 나무에 걸려있는 것을 형상화한 모양이다. 중국은 계절의 흐름을 시계방향으로 따라가는 순환적 기본 방위체계를 고안했다. 그래서 이들은 방위를 동-남-서-북의 순으로 지정한다. 

 중국의 우주적 세계관에서 쯔웨이는 북극성을 뜻하며, 이는 북극성의 대제인 천상의 쯔웨이 황제가 기거하는 곳이다. 중국의 황제는 천자로 북극성의 천상의 황제가 땅위에 현현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 황제는 북에서 남쪽으로 신하를 굽어본다. 그리고 황제가 왼편으로 보는 것이 오른편보다 우월하다. 이 방향은 신하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오른쪽이자 동쪽이 된다. 그래서 동쪽은 반대인 서쪽보다 우월한 위치다. 그래서 중국 문화권에서 오른편은 왼편에 비해 우월하고 귀족이나 고위 가문을 의미한다. 

 유대교, 기독교 같은 유일신 종교들은 동쪽에 대해 애매하다. 이들 문화권 역시 고대에는 동쪽은 신성시하고 우선했다. 하지만 유일신을 발명하며서 태양과 관련된 동쪽에 대한 숭배는 우상은 모시는 행위와 비슷해진다. 그래서 이들은 동쪽에 대한 지나친 신성시는 거리를 두면서도 고대부터 이어져온 동쪽에 대한 우선성도 같이 가져간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신자들에게 동쪽은 시간의 시작과 끝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신학적 관점에서 시간의 개념과 네 기본 방위 개념을 동시에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이는 삶과 생명이 동에서 시작되어 서에서 끝남과 동시에 하늘이 위이고 지옥이 아래라는 것을 융합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정통 교리의 행동방식은 기독교에서 동쪽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신자들은 동쪽을 에덴 동산이 있는 방향이자 재림의 날에 예수가 예루 살렘을 향해 오게될 방향이라 믿는다. 기독교인들은 동쪽을 향해 기도한다. 그리고 교회들은 제단과 더불어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와 신자들이 모두 낙원이 있는 동쪽을 보도록 설계된다. 

 이런 기독교의 동쪽에 대한 관념과 원칙을 아드 오리엔템이라 한다. 이는 지금도 전통적 카톨릭 신앙을 구분하는 중요 기준으로 남아있다. 2009년 보수적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아드 오리엔템 원칙에 따라 바티칸에서 공개 미사를 집전했다. 

 중세의 지도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네 방위를 어떻게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이라는 수직적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신학에 접목시킬지 고민이었다. 위고는 지구를 노아의 방주에 비유했다. 방주의 전면은 동쪽, 후면은 서쪽이다. 서쪽은 최후의 심판이 이뤄지는 곳으로 지옥은 북쪽의 먼 꼭대기다. 남쪽은 다양한 세속적 의미다. 

 동쪽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고 생명과 관련하지만 다른 방위들처럼 모순되는 의미도 함축한다. 동은 기본적으로 성스럽고 경의의 대상이지만, 다른 맥락에서는 황무지와 파괴적인 바람, 험난한 바다가 있는 방향으로 두려움과 의심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쪽은 형벌과 추방의 방향이기도 하다. 아담과 이브, 아브라함의 첩의 자식들이 동쪽으로 추방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쪽은 전반적으로 창조의 방향이다. 기독교는 서쪽은 부활의 방향 동쪽은 생명창조의 방향으로 설득력 있게 동과 서를 구성한다. 이슬람교 역시 동쪽을 신성시하는 기독교의 전통을 계승하지만 강력한 유일신교인 만틈 태양숭배의식을 배척한다. 그래서 코란은 별이나 행성에 대한 숭배를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태양숭배 인상을 피하기 위해 기도 시간이 일출이나 일몰, 정오를 의도적으로 피해 실시한다. 

 근세에 항해도구가 발달하면서 방위 개념이 변화한다. 실제적 항해가 중요해지며 성스런 의미로의 동쪽은 의미를 점차 상실하고 안전한 항해가 중요해진다. 15세기 유럽에서는 동쪽에 담긴 종교적 의미에 상업적 의미가 추가된다. 이는 마르코 폴로가 중국과의 상업 육로를 개척하고, 대서양 항해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해양탐사는 네 방위 모두로 확장되며 동쪽을 낙원의 방향으로 보는 기독교적 전통은 희미해진다. 

 1494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토르데시야스 조약으로 이들은 지구의 반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갖는다. 그리고 마젤란의 항해로 유럽인들이 지리적 상상 속에서 동반구와 서반구가 서서히 구분되기 시작한다. 유럽인들의 항해는 동쪽 방향이었는데 동서 방향은 명확한 천문학적 기준이 없기에 항로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 다만 적도와 평행한 위도를 이용이 가능했는데 이를 위하 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가상의 자오선이 생겨났다. 1884년 기준 자오선을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그리니치로 결정하게 된다. 

 동서 항해는 거리 측정 문제도 있었다. 동서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지구의 순행과 정확한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문제는 선상위에서 온도, 습도, 기압, 해상의 출렁임으로 이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1730년대 영국의 시계 제작자인 존 해리슨인 부유식 매커니즘을 채택한 해양용 크로노미터를 개발하며 이것이 해결된다. 이느 해상의 시간과 경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게 했다. 

 이 거리와 경도 문제의 해결로 영국은 해상무역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나침반과 크로노미터의 사용으로 서와 북을 유럽과 동일시하며 문명, 창의, 번영의 장소로 보는 새로운 지정학이 생겨난다. 

 동에 대한 관념은 심지어 오리엔탈리즘으로 치닫는다 이는 1747년 영국의 역사가 조지프 스펜서가 창안한 개념이다. 그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낭맍거이고 숭고한 오리엔탈리즘을 언급했다. 그래서 이 개념은 처음에 호메로스 당시의 동쪽인 터키, 팔레스타인, 시리아, 아라비아를 다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도, 일본, 중국, 한국 등 극동을 아우른다. 

 유럽의 내재적 우월성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자 동양국가의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자리한다. 그 뿌리는 헤로도토스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는 동과 서의 문화적 차이로 갈등하는 모형을 바탕으로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아테네 전쟁을 설명한다.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아테네와 전제적 노예사회로 페르시아를 대비시킨다. 헤겔은 오리엔탈 문화를 19세기 제국주의 기독교 역사철학의 열등한 발현으로 이해했다. 그는 동양의 특징을 전제주의, 비합리성, 잔임함, 야만성으로 꼽았고 그러면서도 정신의 여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역사의 방향이 동에서 시작해 서에서 끝났다고 믿었고, 이런 시작은 아시아, 아프리카에 대한 식민화와 노예화를 정당화했다. 

 최근 동아시아가 경제적으로 다시 부상하며 동쪽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은 많이 희석되고 있다. 동은 더 이상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기회의 땅이 아니며 어쩌면 세계의 미래가 나아갈 곳으로 재해석될 수 도 있다.


2. 남쪽

 동서축과 달리 남쪽은 북쪽 대비 매혹적인 공간이자 가난한 공간이다. 남쪽은 수세기의 역사가 사라진 공간이며 북반구 사람들의 이상과 환상이 머무는 이미지다. 그리고 남쪽에 대해서만 영어로 딥사우스, 다운 사우스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이는 남쪽만이 깊이가 부여된다는 의미다. 

 고대 이집트에서 나일강은 남북으로 흘러 상이집트에서 하이집트로 흐른다. 그래서 여기서는 남쪽이 주요 방위로 자리한다. 고대 중국에서도 남쪽은 정치적, 제국주의적으로 중요했다. 중 황제는 용좌에 앉고 이는 남향이었다. 황제는 신하를 남으로 내려봤고, 그곳은 성장과 풍요의 방향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방위 체계는 2가지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를 5대 기후대로 설정했고, 민족지학적 차원의 방위 개념이었다. 중세유럽은 그리스, 로마 전통에 성경의 창조관과 조화를 이뤘다. 처음엔 남쪽을 순수성의 이미지로 다루다가 다양한 부정적 의미가 등장한다. 남쪽은 문명화 되지 않은 유목생활을 하는 호전적 사람들과 뱀과 같이 기이한 동물이 산다는 이미지다. 

 중세에는 이런 흐름의 변화가 생긴다. 중세지도에서는 남족에 기이한 동물과 사람 그림은 사라진다. 대신 지도제작자들은 남쪽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가미하여 바람의 머리를 창안한다. 이는 전형적인 곱슬머리 흑인의 얼굴이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에 대해서 거대한 나라가 존재한다는 희망적 믿음이 생겨난다. 유토피아나 아틀란티스에 대한 관념이 그러하다. 그래서 남쪽은 무한한 가능성과 재생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고 이는 남쪽에 대한 탐사로 이어진다. 1640년 네덜란드인들은 호주 서해안과 테즈메니아에 도착한다. 1711년 영국은 남해회사를 설립까지한다. 이는 위의 생각에 지구가 균형을 이루려면 북반구 만큼의 땅이 남반구에도 마땅히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에 기댄 것이다. 하지만 남쪽엔 북반구 만큼의 땅이 없었고 남해회사는 파산으로 이어진다. 제임스 쿡은 3차례 남쪽을 항해했고 이로써 그는 남반구에 커다란 땅이 없음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남에 대한 신화는 소멸하지 않았고, 일부 유럽 작가와 예술가들은 이 지역을 경이로움으로 생각했다.

 남반구의 식민국가들이 독립 및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남쪽으로 규정되고 북쪽이 기준인 생각에 불만이 생긴다. 19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독립투쟁이 이어지는데 이들은 제국주의에 맞서 콜럼버스 이전에 중앙아메리카 우주관에서 가져온 개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창안한다. 

 그리고 미개발된 남반구 지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란 개념이 20세기 등장한다. 이는 장소보다는 관계에 가까운 개념이다. 왜냐하면 남반구는 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를 통칭하는 매우 넓은 지역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이다. 남쪽은 그 드넓음에도 그냥 통칭된다. 동쪽과 달리 중남이나 극남 같은 표현은 그래서 없다. 동쪽과 달리 남쪽은 방향이라기보다는 사고의 틀이기 때문이다. 


3. 북쪽

 북쪽은 황량하고, 춥고, 어두운 이미지다. 그리고 북은 개인 정체성을 정의하는 강력한 지표다. 이탈리아 미국에서 북쪽 출신은 번영과 부유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가난하고 억센 지역이다. 북쪽은 당연히 초기 문명에서 동서 축보다 늦게 주목받는다. 하지만 기후나 나침반에서 지리적 극점과 개인의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에서 주요 방위로의 위치를 차지한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여러 고대사회는 마니교 같은 이원론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빛과 어둠, 선과 악처럼 대립하는 힘과 같은 영적 존재가 세상을 움직인다 생각했다. 그리고 빛과 영적 계시가 북쪽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마니교에서 생명의 나무는 위인 북쪽에 위치하고 죽음의 나무는 남쪽에 위치한다. 조로아스터교는 반대로 창조신 아후라마즈다가 기거하는 방향이 남쪽이다. 그래서 반대쪽인 북쪽은 지옥이 있는 곳이다. 

 고대 중국에서 북쪽은 복합적이다. 제국의 조화로움과 죽음을 같이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는 기하학을 근거로 북쪽을 방위로 삼았다. 하지만 유대기독교에서는 그리스에서 형성한 북에대 한 자연주의적 과학적 개념을 수용하지 않았다. 유대교는 오랜 기간 동쪽이 기본 방위였다. 구약에서도 북쪽은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이런 북쪽에 대한 유대교의 부정적 인식은 기독교의 종교의식과 건축에 영향을 미친다. 중세시대 일부 교회는 북쪽을 악마의 문을 내었고 세례식 같은 경건한 의식에서 악이 빠져나가도록 문을 열어두었다. 또한 살인이나 자살, 추방된 이들의 시신을 교회의 북쪽에 매장했다. 중세지도에서도 북쪽은 얼어붙고 괴물과 악령이 가득한 곳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북쪽은 창조의 중심이면서 구원의 중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위상이 동쪽의 전통성에 비하면 중세까지 크게 미진했다. 이 관계를 역전시킨게 나침잔이다. 북쪽은 나침반 시대이후 지도의 상단, 즉 기준을 차지한다. 그것을 고대 그리스 기히학과 중세 지중해 항해에서 나침반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성향은 매우 강해져서 16세가 열강이 세계를 집어 삼킬 무렵 다른 방위를 기준으로 하는 전통적 지도들은 거의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북과 남의 관계도 북이 남을 정복하는 구도가 형성된다. 

 북쪽은 뜻하는 north는 고대 그리스어로 아래나 저승을 의미하는 네테토스, 산스크리트어로 지옥을 뜻하는 나라카, 고대 움트리어로 동을 볼 때 태양의 왼편을 뜻하는 네르투르와 연결된다. 그만큼 어원은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이게 나침반 시대에 방위의 기준이 된 것이다. 그 시작은 프톨레마이오서의 지리학이다. 그는 북쪽을 기본 방위로 삼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플랑드르의 지리학자 메르카도로가 자신의 이름을 딴 투영법 지도를 고안하면서 북을 방위 기준으로 삼은 것이 상당했다. 당시 항해사들은 자기 편각과 지구곡률로 인해 지도상 직선을 따라가면 실제 항로와 점차 괴리가 생기는 문제를 갖고 있었다. 메르카도로는 이를 적도를 기준으로 평행선이 점점 길어지는 비율에 따라 극점으로 갈수록 위도 간격이 넓어지는 지도를 만들어 해결했다. 이 지도상의 직선항해는 실제 직선 항해와 상당히 일치했다. 다만 이 지도는 극 지방을 무한히 확대하는 문제가 있어 메르카도로는 지도에 극부분을 다른 축척으로 따로 그려넣었다. 이 지도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무려 400년간 세계를 지배한다. 놀랍게도 메르카도르가 북을 기준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열강의 패권 지배와 이 지도의 활용한 전통적으로 죽음을 의미하는 북쪽을 기준 방위로 만들게 된다. 

 이 시기 중국 명나라는 셸던 지도를 사용한다. 이는 중국 본토와 동남아시아를 표기하는데 나침반 로제와 축척을 표시하는 막대가 있다. 나침반 로제는 72방위를 표시하고 중앙에는 나침반을 의마하는 뤠징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남을 지칭한다. 나침반은 남쪽을 가르키지만 지도 자체는 북쪽을 위로 한다. 중국에게 북쪽은 복잡하고 상호모순적 개념이다. 자금성은 자색의 금지하는 요새다. 자색은 북극성과 신화에 등장하는 옥황상제의 거처이기도 하다.

 북극권은 지구 육지 면적의 15%나 된다. 하지만 인구는 극히 적다. 이들은 식민지 시절 땅의 척박함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가 19세기 고래와 모피 무역이 성행하며 백인과의 접촉이 잦아져 감염병과 자원 경쟁으로 원주민의 50-85%가 절멸한다. 이누이트에게 북쪽 개념은 없다. 자신을 북방으로 인식하지도 않고 북위 68도 이상에서는 북극성이 상공에 너무 높게 뜨기에 항해를 위한 기준점도 되지 못한다. 

 유럽에서는 바이킹등 노르만으로 대표되는 오래된 북쪽과 백색의 민족적 순수성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결합되어 백인의 의무라는 생각이 제국주의적 이념과 결합한다. 백인의 의무는 유럽, 미국이 유색인종의 땅을 탐험, 정복, 문명화하는 것이다. 

 19세기 말 북쪽 극단을 발견하려는 경쟁이 붙는다. 1870년대 미국의 탐험가 피어리는 무려 8차례나 북극 원정을 떠난다. 그에게 북극이란 극단이자 세상의 정점, 문명화된 백인 남성의 정복을 기다리는 마지막 지점이었다. 피어리와 쿡은 북극점에 대한 도착 여부로 서로 다투었지만 사실 진정한 북극인 지구 자기와 자전축이 꾸준히 흔들리기에 역시 같이 꾸준히 조금씩 변화한다. 

 20세기 들어 유럽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탐험이 쇠퇴하고 탈식민화 흐름이 나타나면서 북을 보다 심오한 태도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는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북방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민족적 환상주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은 동부에서 시작하여 국토를 서부로 개척했기에 서부를 중심으로 삼는 국가다. 하지만 캐나다는 국토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북축이다. 캐나다의 노스웨스트 준주, 누나부터, 유콘은 캐나다 국토의 40%나 되지만 인구는 1%에 불과하다. 1960년 캐나다 지리학자 루이 에드몽 아믈랭은 민족, 지리학적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글로벌 북방지수 개념을 창안한다. 이는 위도에서 기후, 식생, 그리고 경제활동 및 생활 환경에 이르는 열 가지의 정량 요소를 0-100점으로 평가하고 북쪽 다움의 수준이나 상태를 평가한다. 이 지수 기준으로 캐나다 영토의 70%가 북방지역으로 분리된다. 

 북극은 현재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정치 싸움터가 되고 있다. 캐나라, 미국, 러시아, 노르웨어. 아이슬란드 6개 나라가 북극을 두고 영해, 경제수역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북극은 가까운 장래 새로운 지평이 될 가능성이 높다.


4. 서쪽

 서는 동과 같이 해의 움직임에 따른 시간축을 따른다. 전근대 사회에서 서는 해가 지는 방향이기에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작, 부화, 축복과 안락, 사후세계, 낙원이 있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틀란티스를 비롯한 환상의 영토를 모두 서쪽에 존재한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여정을 마친 프로도가 떠나는 땅도 서쪽이다. 

 하지만 서쪽은 전반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로 종교적 추구나 존재를 위한 방위로 선택된 적이 없다. 많은 언어에서 서쪽은 분명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윤회의 의미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시작, 새로운 세계로의 가능성이 내포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이시스와 죽음의 여신 아멘테트는 모두 서쪽에 자리한다. 이는 서쪽이 죽음의 생명의 새로운 실현 양자를 모두 내포함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인은 유럽, 아프리카 서쪽에 대륙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대서양 어딘가에 섬이 있고, 여기에 창조주의 희망과 두려움이 있다고 상상했다. 이 섬의 이름이 엘리시움이다. 축복받은자들과 영웅들이 사후에 가는 곳이라 생각했다. 헤라클레스는 12개의 과업을 수행했는데 11번째 과제가 머나먼 서쪽의 헤스페리데스가 지키는 황금 사과를 훔치는 것이다. 그는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는 아틀라스를 속여 사과를 갖고 오게하고 다시 속여 사과를 탈취하고 하늘을 다시 받치게 한다. 12개 과업의 완성으로 헤라클레스의 기둥이 완성된다. 이는 지브롤터로 유럽의 경계를 의미한다. 대서양은 아틀라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모로코의 산맥이 뻗어 나오며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플라톤은 대서양 어딘가에 아틀란티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가능성보다는 아테네의 정치를 비판하고자 이상적 섬으로 그곳을 상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진지하게 수세기간 받아들였다. 

 서쪽은 경외감을 주는 바우이였고, 이는 지형적, 역사적 가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머나먼 바다만 보였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서쪽에 대해 일관되게 거리를 두고 부정적 이미지를 유지했다. 

 다만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하자 서쪽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변화한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원주민과 조우하면서 부와 구원, 필연적 운명의 실현이 서쪽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6세기 중반부터 스페인 사람들은 남미에서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찾아서 헤맨다. 16세기 영국에서는 성직자와 식민주의자들이 서쪽이야말로 영국 신교도와 상인을 위한 곳이라 강조한다. 그리스도 왕국의 확장과 무역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태평양 연안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그곳에 정착할 신성한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주민 사회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서부 개척에 대한 사명감은 이후 미국 전반의 회화적, 문화적 원동력이 된다. 

 19세기 영어권 세상에서는 서쪽 세계 일부를 지칭하는 서구라는 개념이 정립한다. 고대부터 내려온 서쪽에 대한 상호모순적 믿음들이 하나의 지배적인 근대 정치 개념으로 변형된 것이다. 서구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전환한다. 오늘날 서구는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시작해 북미에 이르는 문화와 문명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사회 및 종교와 대립 개념이다. 

 비서구 지역들은 19세기말-20세기 초 서구 열강에 비해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 시도한다.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 터키의 지야 괴칼프가 대표적이다. 지야 괴칼프는 서구적 가치와 터키 민족주의 이슬람 사상을 융합하려 했다. 1917년 소비에트 혁명은 서구 혁명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서구 세계에 대해 도전하는 아시아 혁명으로 여겨졌다. 지배와 착취의 동양 개념인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정치인 작가들은 옥시덴탈리즘 개념을 창안한다. 

 이는 서구 인간과 사회를 다양한 형태로 물질주의적이고, 도덕적으로 타락했으며 신앙을 상실하고, 폭력적인 후기 십자군 같은 이미지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란 작가 아에다마드는 서구가 이란을 병들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나 감염원으로 묘사했다. 중국역시 마오시대까지 서구를 기피하고 동방을 진정한 기원이자 정치의 순수성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이후 모든 것이 실패하고 공허해지며 동방은 더 이상 추구하지 않았다. 

 최근 아이러니하게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가 경제적으로 감당이 힘들어지고 혼잡하고, 환경적으로 황폐하하면서 디스토피아로 자리잡고 인근 유타, 네바다, 애리조나, 텍사스등의 동부로의 이주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인 지리적으로 동쪽으로 이동함에도 이를 진정한 서부로 되돌아가기 위한 이주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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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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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지구의 지상은 포유류가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세를 떨치는 인간 역시 포유류다. 그리고 인간이 식량으로 삼기 위해 대규모로 사육하는 있는 사축들도 모두 포유류다. 이들의 생물량은 아마 지구 최고다. 어쩌면 지구 역사상 최고일지도 모른다.

 이런 포유류의 최초는 3억 2500만년 전도 전이다. 당시 고대 포유류의 계통이 파충류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이 비늘로 덮인 생명체는 이후 2개로 분화했는데 하나는 눈구멍 뒤쪽으로 두 개의 창문 같은 구멍을 발달시켜 더 크고 강력한 턱근육을 갖게 되는 이궁류다. 이들은 향후 도마뱀, 뱀, 악어, 새, 거북이로 진화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두개골 쪽에 구멍이 하나인 단궁류다. 이들이 바로 포유류의 조상이다.

 당시 지구는 로라시아대륙과 곤드와나대륙이 있었다. 훗날 둘이 충돌해 초거대대륙 판게아를 형성한다. 충돌로 인해 적도를 따라 긴 히말라야 급의 산맥이 형성되는데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이 이것의 흔적이다. 당시 적도 가운데 산맥의 양 옆에 열대, 아열대 지역이 형성되어 생명의 천국이 되었다. 성장속도가 매우 빨랐던 식물은 레피도덴트론과 갈라미테스가 주류였는데 이들이 지금의 석탄이다. 당시는 산소농도가 지금보다 70%나 높았는데 이 식물들이 석탄이 된 것은 당시 광범위한 열대, 아열대 늪지대에 자주 홍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식물이 너무 많아 대기 중 온실가스가 줄어들어 극지역에 광범위한 빙하가 형성되었고, 이들이 기후에 따라 크기가 커지가 작아짐에 따라 홍수가 자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니아기 어느 시점에 양서류에서 양막류가 분류되었다. 이들은 배아를 둘러싼 막이 있어서 물이라는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내륙진출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 양막류에서 이궁류와 단궁류가 분리되었다.

 이궁류는 눈 뒤로 턱근육을 수용하는 구멍이 2개이고 단궁류는 하나다. 훗날 등장한 수궁류는 최초로 물에서 분리된 생활을 하였다. 이들은 직접 육상을 광범위하게 돌아다녔기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때 더 높은 대사율을 위한 온혈대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대사가 활발해진 것의 증거는 뼈다. 뼈를 잘라 질감의 종류가 다르면 성장의 속도가 달랐다는 것을 의미해 대사가 활발해진 것으로 파악한다. 수궁류는 온혈대사를 위해 털을 발명했을 것으로 본다. 체열이 통제되어야 대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페름기 말기가 되면 수궁류보다 더 작고, 사지는 꽂꽂하고 성장속도가 빠르고 대사율이 높은 견치류가 등장한다. 트리낙소돈은 견치류로 2억 5100만년 전 쯤 트라이아스기 초반 등장했다. 당시는 최악의 페름기 대멸종기였다. 시베리아의 대분화로 90%의 종이 멸종한다. 당시 판게아 북부에세 수백만 km2의 분출이 일어났다. 당시 수궁류는 화산 근처의 러시아 지역에 거주했다. 대규모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지구 온난화가 심화해 수만년간 5-8도의 기온 상승이 있었다. 해양산성화가 심화했고, 바다 산소는 고갈되었다. 양치류 종자식물은 글로스프테리노와 겉씨식물의 페름기 숲은 붕괴한다. 이들은 양치식물과 석송류로 대체된다. 양자는 씨앗이 아닌 포자로 번식하여 계절과 강우의 심한 변동에 잘 대처했다. 

 그리고 식물군의 대멸종으로 지리 변화도 일어난다. 원래 식물이 있는 상태에서는 흙을 잡아주기에 강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 형태로 대개 흐른다. 이후 물이 모여 넓게 흐르는게 통상인데 식물이 없어지자 강은 모이지 않고 직선으로 여러 갈래로 빠르게 흐르는 수계로 변모한다. 이러면 강이 수시로 범람하게 되므로 당시 강 근처의 수궁류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후 무려 500만년 간 흥망을 거듭하다 화산 분출이 멎고 기온이 정상화되어 마침내 생태계가 안정된다. 견치류는 이 시기를 견뎌내고 안정기가 되자 번성한다. 견치류는 수궁류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았다. 체구가 작으면 이런 혼란기에 유리하다. 기상 상황이나 악조건시 땅굴을 파고 대피가 가능하고, 성장과 번식이 짧고 빠르다. 트리낙소돈은 신체가 더 꽂꽂하고 빨리 달리고, 운동능력이 좋았다. 굴에 자리 잡기도 유리했고 치악력도 강력했다. 그래서 이들은 판게아 전역에서 번성한다. 

 트라이아스기 견치류는 더 작아지는데 이는 육상을 공룡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행성이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시력을 포기하고 대산 후각과 청각이 크게 발달한다. 털색도 의미가 없어져 갈색, 황갈색, 회색 등으로 칙칙해진다. 이 시력의 약화와 털색의 단순화는 지금의 포유류에게도 상당부분 남아있다. 

 이 시기의 판게아는 뜨겁고 극지방에 빙원이 없었다. 적도는 매우 더워서 생명 거주가 어려웠고, 그 양옆에는 거대 사막이 있었다. 중위도가 그나마 살짝 시원했고 작은 체구의 진화에 적합했다. 견치류는 이에 부합한다. 이들은 작은 체구, 온혈대사, 더 강한 치악력으로 진화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열량과 산소가 필요했다. 뼈세포와 뼈속의 혈관이 통과하는 관이 작아지고, 적혈구 크기도 작게 진화해 더 많은 산소 흡수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척추는 크게 변화하여 더 이상 양서류 처럼 이동중 양 옆으로 흔들리지 않고 위아래로 흔들리게 되었다. 이는 보행시 폐를 압박하지 않아 더 많은 산소 흡수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흉추에서 요추로 이어지는 복부 부분에 갈비뼈가 사라진다. 대신 횡경막이 생겨나 더 강한 호흡이 가능해졌다. 또한 2차 구개가 생겨났는데 이로 인해 구강과 비강이 분리되었고 이로 인해 먹으면 숨쉬는게 가능해졌다. 비강안에는 비갑개가 생겨났는데 이는 외부 공기를 적합한 온도와 습도로 바꾸어 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턱폐쇄근이 여러 개로 분리된다. 측두근, 교근, 익동근이다. 이 분화로 더 강력하고 복잡한 턱운동이 가능해졌다. 특근육이 커지면 더 많은 공간과 단단한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위쪽 두개골이 단순화하여 하나로 통합된다. 그리고 턱 아래의 복잡한 뼈들도 하나의 치골로 통합한다. 다른 뼈들은 더 이상 근육에 고정되지 않게 되었는데, 그러자 점차 위축되어 작아지며 턱 뒤로 이동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은 역할을 바꾸어 귀의 등자뼈와 접촉해 소리 전달 역할을 하게 된다. 턱 뒤쪽의 뼈가 작아지자 아래쪽의 치골과 위쪽 두개골 사이에서는 턱 관절이 생겨나서 이를 보완한다. 이는 향후 포유류의 섭식과, 지능, 번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관절공과 방향골 사이의 연결지점 외에도 두 번째 지렛대가 생겨났는데 이는 너무 작아져서 필요가 없어져 결국은 턱에서 탈락한다. 

 턱이 두개골에 완전히 고정되고, 턱이 정교해져서 최대의 교합력이 생겨났는데 이는 새로운 먹이 섭취의 방식인 씹기의 탄생이다. 인간인 우리는 씹기를 당연히 생각하지만 이는 거의 포유류의 산물이며 나머지 동물들은 통째로 삼키거나 먹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는 역할만을 한다. 씹기는 사실상 먹이가 위에 들어가기전에 소화를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트라이아스기 포유류는 턱이 위아래, 양옆, 앞뒤로 움직이는게 가능해진다.

 씹기가 완전해지려면 턱만으로는 안된다. 윗니와 아랫니가 만나야 한다. 기존 동물들은 이가 평생 자라나는 형식이다. 이 방식은 이가 손상나면 바로 교체가 되는 좋은 방식이지만 이의 위치가 꾸준히 변화하여 위아래가 맞지 않게 된다. 그래서 포유류는 평생 이갈기를 멈추고 성체때 영구치로 평생 살아가는 이피오돈트형으로 변모한다. 우리가 치과를 가게 된 이유다. 이가 영원히 새로 난다면 충치가 생기거나 빠져도 자연스레 새 이가 나기에 치과는 필요없었을 것이다. 

 포유류가 교합치아를 갖게 되자 두개골 속에 큰 공간이 생겨난다. 그래서 튜브 모양의 뇌가 더 둥근 형태로 변모한다. 이 공간에서 후각을 조정하는 후강망울이 커지고 소뇌 위쪽으로 6층의 신경조직인 신겉질이 생겨난다. 신겉질은 감각 통합, 학습, 기억, 지능의 핵심 요소다.

 트라이아스기가 끝난 약 2억 100만년전 마침내 판게아가 분리한다. 북미와 유럽이 떨어지고, 남미와 아프리카가 분리되었다. 거대한 균열이 생겼고 다시 대재앙이 일어난다. 약 60만년간 거대 화산이 대서양 해저를 따라 분출했다.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로 페름기 말기처럼 기온이 올라가고 바다가 산성화하고 산소가 고갈되었다. 종의 30%가 멸종한다. 포유류와 공룡은 이 격변기에 살아남는다. 하지만 많은 양서류, 공룡과 경쟁하던 악어 사촌들이 절멸한다.

 환경이 안정화하자 공룡은 대형화, 다양화한다. 포유류는 여전히 작은 크기를 유지한다. 대신 계통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털은 페름기 수궁류인 디키노돈류와 견치류에서 시작했지만 당시의 털은 빽빽히 몸을 덮은 수준이 아니었다. 털의 시작은 감각용이나 과시를 위한 구조물, 혹은 피부방수시스템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쥐라기, 백악기 포유류는 온 몸이 털로 뒤덮히게 된다. 이는 온혈동물의 완전한 탄생을 의미한다. 털은 추울때는 도움이 되지만 더울때 온도 조절 체계가 없으면 과열로 몸이 파괴된다. 몸을 털로 뒤덮을 수 있음은 이 체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시기 포유류의 주요 특징은 젖이 생긴다. 젖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어미나 새끼가 밖에 나가서 사냥이나 먹이 채집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어미는 젖의 비축이 가능하여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다. 마지막은 어미와 새끼간 유대감의 발달이다. 

 젖은 새끼를 세균 감염에서 보호하는 항균성 액체나 포유류의 작은 알이 마르지 않도록 모체에서 분비되던 액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젖은 나온다고해서 다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다. 젖을 빨기 위한 구조도 같이 완성된다. 우선 디피오돈트형 치아다. 유치는 빈약하게 형성되는데 이는 젖을 빨기 위함으로 보인다. 유치는 대개 윗니와 아랫니가 교합하지 않는데 그래야 유두의 손상없이 젖빨기에 용이하다. 또 다른 발달은 구개가 구강과 기도를 분리한 것이다. 그래야 젖을 빨며 숨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두과 설골이 필요한데 도코돈류가 이를 갖고 있다. 젖은 고영양분으로 큰 뇌의 대사와 유지에 도움이 된다. 

 오직 포유류만이 귓속에 3개의 작은 뼈가 있다.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다. 이들은 넓은 관자뼈에 융합되었다. 관자뼈는 눈과 뺨 뒤로 머리 옆면을 형성한다. 이 3가지 뼈는 핵심기능 3개를 수행한다. 우선 전화선처럼 소리를 고막에서 달팽이관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소리를 증폭하고 공기의 음파를 달팽이관 내부의 액체파동으로 전달한다. 파충류, 양서류, 조류는 등자뼈만 있어서 폭넓은 주파수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포유류만이 이게 가능하다.

 배아 초기 귓속뼈는 턱에서 생성되어 귀로 이동한다. 진화과정이 재현되는 셈이다. 망치뼈와 모루뼈는 턱의 관절골과 방형골이다. 이 두 뼈닌 지금 턱뼈와 완전히 단절되었다. 

 백악기에는 다구치류가 번성한다. 이들은 단공류와 유대류, 태반류 사이의 종류다. 다구치류는 작은 어금니와 큰 어금니 사이에 낀 먹이를 갈아버릴 수 있다. 후방으로 이어지는 이 작용으로 턱이 앞쪽으로 길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주둥이가 길어지고 긴 코에 눈은 커졌다. 볼이 토실토실한 전형적 포유류의 얼굴이 이때 생겨난다. 다구치류는 백악기말 2천만년간 번성한다. 육식에서 잡식으로 변화하여 치아도 복잡해진다. 

 백악기 말 속씨식물이 등장한다. 1억 2500만년전에서 8천만년 사이는 백악기 육상혁명기다. 다양화와 격변의 시기로 원시 공동체에서 현대적 세상으로 변모한다. 다채로운 꽃, 새, 곤충, 새로운 포유류가 등장한다. 속씨식물은 트라이아스기 말과 쥐라기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1억년 전에서 8천만년 사이 크기가 커지기 시작한다. 속씨식물은 꽃과 열매로 번식하기에 동물을 이용하여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고, 밀도가 높아진 잎맥으로 더 많은 물을 운반하고, 기공수가 증가해 광합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판게아가 완전히 분리되어 건조지역이 감소한 것도 속씨식물에게 유리했다. 영양이 풍부한 속씨식물은 다구치류에게 좋은 영양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구치류는 속씨식물을 먹기 위해 다양한 치아를 발달시켰다.

 백악기 말에는 곤충도 많아졌다. 수아강 포유류는 큰 어금니로 이들의 외골격을 부수고 섭취했다. 수아강의 큰 어금니는 자르기와 갈기가 가능하다. 이들은 더 빠르게 벌레를 먹고 영양분을 흡수했으며 이것은 트리보스패닉치아라 한다. 백악기에 트리보스패닉 수아강은 후수류와 진수류로 분화한다. 후수류는 현대의 유대류, 진수류는 태반류가 된다. 

 단공류는 하나의 구멍으로 번식, 소변, 대변을 같이 처리한다. 그래서 단공류다. 현대의 단공류인 오리너구리는 신기하게도 치아가 없는데, 사실 없는게 아니다. 이들은 아기일때는 치아가 돋았다가 부리속으로 흡수된다. 그래서 성체는 턱안쪽에 치아가 숨겨져있다. 

 팔레오세는 백악기 직후이나 소행성 충돌로 환경이 대단히 다르다. 폭10km짜리 에베레스트 산만한 소행성이 탄알의 10배 속도로 지구와 충돌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핵탄두 10억개의 힘으로 깊이 40km 폭 160km짜리 크레이터가 형성된다. 충돌지점에서 반지름 약 1000km내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인근에는 거대한 규모의 허리케인, 지진,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리탄환이 쏟아졌다. 유리탄환은 충돌로 솟은 바위와 먼지가 액화되었다가 굳으며 떨어지는 것이다. 

 대기는 오븐 처럼 뜨거워졌고 숲이 발화했다. 지구 전체를 먼지가 뒤덮어 핵겨울이 왔다. 화산들은 질소와 황을 급격하게 내뿜어 산성비를 만들었다. 소행성은 지구의 탄산염 지대와 충돌했다. 그래서 탄산염이 소멸되어 탄소와 산소가 대규모로 방출되었다. 그래서 핵겨울 이후 급격한 온난화가 발생한다. 75%의 종이 이로 인해 멸종한다. 

 소행성 충돌 이후 많은 종이 위기를 피해 북미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들 중 7%만이 살아남는다. 약 37만 5천년전에서 85만년사이에 기온이 마침내 안정화하고 생태계가 회복되어 포유류가 다시 번성한다. 

 에오세는 공룡 멸망 이후 대략 1000만년 전 이후인 5600만년전에서 3400만년전 사이다. 포유류는 영구치를 쓰기에 딱딱한 먹이를 쓰다가 치아가 부러지면 사형선고다. 그래서 포유류는 오랜 시간 씹으면서 천천히 나오는 키큰 치아를 진화시켰다. 팔레오세의 포유류 진수류는 태반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태반은 다양한 종에서 20회 정도 출현하는데 심지어 태반이 있는 어류도 있다. 

 태반은 태아의 식품 저장고이자 허파이자 배설구다. 아이가 태어나면 태반은 처분된다. 단공류와 유대류가 아닌 모든 포유류는 태반류다. 태반은 혈관으로 뒤덮여 탯줄에 연결된 케이크 모양의 연조직이다. 단공류와 유대류는 골반에서 복강으로 튀어나온 상치골이 있는데 이는 육아낭을 받치는 삼각형 모양의 뼈다. 하지만 태반 포유류는 상치골이 없다. 태아가 뱃속에서 크게 자라야 하기에 공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없어진듯 하다. 

 팔레오세는 더운 시기였다. 고위도에도 악어가 살 정도였다. 5600만년전 팔레오세에서 에오세로 넘어가며 더 더워진다. 기온이 5도에서 8도로 증가한다. 북근권에서도 악어가 살 정도였다. 이 시기가 팔레오세 최대 온난기PETM 시기다. 당시 대서양이 형성되며 대규모의 마그마가 온실가스와 메탄을 배출했는데 그래서 더워진 것이다. PETM기는 새로운 포유류 공동체가 등장한다. 바로 영장류, 짝수 발굽의 우제류, 홀수 발굽의 기제류다. 

 최초 영장류 격인 테일라르다니는 큰 눈, 나무를 움켜쥐는 손톱과 발톱, 나무 사이를 오가는 유연한 발목을 가졌다. 우제류인 디아코덱시스는 다리가 길고 가늘고 끝에 발굽이 있었다. 발목뼈인 복사뼈가 깊은 홈이 있어 탈구를 막았다. 기제류인 시프립푸스는 유연한 어깨와 고관절로 유연성이 좋은 빽빽한 삼림을 달리기 좋았다. PETM기간 이들은 더워진 기후에 맞춰 왜소해진다. 덩치가 40%정도 줄어들었다. 

 이 기간 우위를 차지한 것은 기제류다. 지금 기제류는 말, 코뿔소, 맥 등 20종에 불과하다. 반면 우제류는 300종에 달한다. 기제류는 후장발효동물로 셀룰로스 성분이 위를 통과해 장에서 분해된다. 반면 우제류는 위가 많아 셀룰로스를 자체적으로 위에서 처리한다. 당시는 풀이 없었기에 나무잎이 주식이었다. 그래서 기제류가 유리했던 것이다. 기제류 번성 시기 설치류와 식육류도 등장했다. 

 설치류는 갉아 먹을 수 있도록 앞니가 평생 자란다. 앞니는 일부만 잇몸 바깥으로 돌출되었고 대부분은 턱속에 숨겨져 있다. 설치류는 다구치류가 멸종하고 번성해 현재 2000종에 달한다. 포유류의 무려 40%다. 식육류는 개과와 고양이과다. 이들은 살을 자르로 뼈를 부수는 치아를 진화시킨다. 칼날을 닮은 큰 어금니인 열육치가 있는에 위아래 턱 양쪽으로 4개가 있다. 이것으로 뼈를 부수고 골수를 섭취한다. 

 팔레오세에서 에오세로 넘어가자 북미와 남미가 분리된다. 이후 남미에서 생태계가 독자 진화한다. 남미에는 가장 원시적인 태반류인 빈치류가 있다. 빈치는 척추뼈 사이에 추가로 존재하는 관절로 척추를 강화하고 연결한다. 빈치류는 현대의 나무늘보와 아르마딜로다. 남미에는 영장류와 설치유도 존재하는데 아프리카에서 바다를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만 해도 양자의 거리가 멀지 않았던 것이다. 

 3400만년전 육상동물은 최대 크기에 도달한다. 육상 포유류는 크기의 한계가 있는데 이는 크기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포유류는 먹이감이 끊이지 않고 일정한 초식동물이다. 다음은 기온이다. 체격이 크면 추위를 견디는데 유리하지만 그만큼 과열 우려가 있다. 그리고 포유류는 육상의 경우 공룡의 크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물론 역사상 최대 크기의 동물은 포유류인 대왕고래다. 이는 폐와 관련한 것을 보인다. 포유류는 폐과 확장 수축하며 숨을 쉰다. 반면 공룡은 기낭이 폐와 연결되었다. 기낭이 수축하고 공기는 폐를 오간다. 그래서 공기가 오갈때 두차례 모두 산소 흡수가 가능하다. 기낭은 몸 곳곳 및 뼈로 확장되어 골격의 무게를 덜었다. 따라서 대형공룡은 숨쉬기에서 더 우위가 있고 몸이 가벼워 더 커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쥐는 동력비행하는 유일한 포유류다. 척추동물의 역사에시 비행은 고도의 기술로 단 3회 진화했다. 익룡은 넷째 손가락을 길게 늘여 피부로 만들어 날았고, 조류는 팔전체를 늘려 깃털이 달린 날개를 고정했다. 박쥐는 손가락 대부분을 늘려 날개를 만들었다. 가슴뼈에 부착된 큰 근육을 수축해 비행했다. 그래서 빠른 비행이 가능하다. 박쥐는 무려 1400종이다. 이는 이들이 공존을 잘 하기 때문이다. 대신 박쥐는 감염과 질병에 약하다. 박쥐는 북반구 로라시테리아 상목으로 식육류, 기제류, 우제류와 가깝다. 박쥐는 반향정위가 가능한데, 이는 방향을 들을 수 있는 큰 코일이 감긴 달팽이 관과 후두와 귀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았던 인두히우스는 고래의 직계조상이다. 고래는 물에서 소리를 들어야 하기에 청각보조장치가 있다. 인도히우스는 3개의 귓속뼈를 감사고 있는 속이 빈 융기가 안쪽 벽이 두껍게 휘어진 소라 껍데기 형태다. 고래가 그것을 갖고 있다. 3400만년 전 고래는 이빨고래와 수염고래로 분화했다. 이빨고래류는 오늘날 향유고래, 범고래, 일각고래, 돌고래, 쇠고래를 포함한다. 이들의 치아는 복잡한 교두와 봉선, 영구치 씹기등 포유류의 특징을 잃었다. 물속에서 씹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 자르기 역할만 한다. 이빨고래류는 반향정위가 가능하고 엄청난 뇌크기를 자랑한다. 반면 수염고래는 대왕고래, 긴수염고래, 밍크고래, 혹등고래가 있다. 이들은 머리가 부풀어 올라있고 케라틴 성분의 수염으로 한번에 여과섭식으로 수천마리의 플랑크톤을 먹는다. 먹이가 일정하기에 몸이 초식이 아님에도 최대화했다. 

 3400만년전 에오세가 올리고세로 넘어가며 기온이 크게 하강한다. 대지와 바다의 냉각으로 기후가 다양화 하였고 계절이 분명해진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지구궤도의 요동으로 여름이 시원해지고, 남극대륙이 확실히 고립되며 남극해류가 생겨나 빙상이 점점 늘어나 지구를 냉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냉각화와 건조화로 인해 목질이 별로 없고, 생애 주기가 짧은 새로운 식물인 풀이 등장한다.

 현존하는 풀은 1만 7천 종으로 지표의 무려 40%를 장악했다. 인간의 주식도 풀이다. 쌀, 옥수수, 밀가루가 모두 풀이다. 지구 역사에서 풀은 포유류를 번성시켰고, 특히 말과 관련이 깊다. 풀은 늦은 백악기에 등장한다. 풀은 처음엔 널리 퍼지지 못하다가 냉각기에 정글이 줄자 탁트인 땅으로 퍼진다. 풀은 잎고 달리 아래에서 위로 성장한다. 그리고 뜯길수록 더 두껍고 빽빽하게 성장한다. 문제는 풀이 거칠고 식물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식물석은 풀이 분비하는 실리카 반응을 일으키고 땅에 인접해 필연적으로 흙과 모래를 같이 먹게한다. 이는 치아를 마무시킨다. 그래서 초식동물의 이는 현재 매년 3mm가 마모한다. 

 포유류가 찾아낸 해법은 긴 치아다. 이를 갈 수 없기에 긴 치아를 발달시켰다. 긴 치아는 평소엔 치관내 숨겨져 있다고 마모에 맞춰 조금씩 나와 이를 대체한다. 2300만년 전 마이오세가 시작되자 정글을 거의 사라지고 북미 전역에 초원이 펼쳐진다. 초원에 적응한 초식동물이 많아지자 육식동물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마이오세 이후 플라이오세는 빙하기다. 방하가 북반구 전반으로 퍼져서 초원은 더욱 많아진다. 나뭇잎을 먹는 말은 멸종하고, 풀을 먹는 말이 번성한다. 이들이 400-500만년전 번성한 말속이다. 이들이 1만년전 인간에 의해 북미에서 멸종하고 일부가 구세계로 탈출해 6천년전 가축화하고, 인간에 의해 다시 북미로 돌아가 자연화한다.

 13만년전 시작한 빙하기는 2만 6천년전 정점에 달한다. 1만 1천년전 끝난다. 빙하기는 일정하게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빙기와 간빙기가 반복된다. 플라이오세에 기온이 하강하여 빙하기가 찾아온 것은 높은 산맥이 침삭하여 이산화탄소를 녹여 온실가스가 새 광물질에 흡수되기 때문, 그리고 남미와 북미가 다시 연결되어 해류경로가 막혀 대서양의 난류가 북쪽으로 흘러 수증기를 공급해 빙하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빙하기엔 기온이 12도나 내려가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0m나 낮았다. 베링해가 연결되어 영국-스페인-아시아-베링해를 잇는 거대한 메머드 초원이 형성되었다. 강한 바람, 건조한 기후, 낮은 기온, 키작은 덤불, 강한 풀, 야생화가 이 지역의 풍경이다. 당연히 포유류는 털이 두꺼워지고 체격은 커졌다. 

 메머드는 열 배출이 필요없어 귀는 작고, 털은 90cm까지 자랐다. 안쪽에는 길이가 짧고 보슬보슬한 털이 자리했고 여기에는 큰 기름샘이 있어서 방수를 했다. 메머드의 상아는 풀밭은 헤치고 덩이줄기와 부리는 파내는 삽의 역할을 했다. 번성하던 메머드는 1만년전 급속히 희귀해진다. 

 푸르가토리우스는 플레시아디피스형류다. 이들은 영장류의 기원이 된 고대동물이다. 이들은 변형된 큰 어금니로 더 많은 식물을 먹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나무 위는 포식자를 피하고 혼란과 요동치는 기후의 피난처가 된다. 이들은 발목과 어깨와 골반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서 팔 다리가 아래 방향으로 미끄러지고 회전이 가능하다.

 포유류 DNA계통은 영장류가 백악기에 기원했음을 시사한다. 소행성 충돌 이후 등장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다. 에오세에 플레시아다피스형은 180종으로 번성한다. 이들은 초기 뇌크기가 작고 시각도 발달하지 않았으며 눈도 양 옆을 향했다. 초기 영장류는 나무가지를 잘 이동하고 잡은 손발의 특성과 과일을 먹기 위한 치아의 특성이 공진화한다.

 PETM기 영장류는 진성영장류로 진화한다. 이들은 가지와 가지 사이를 뛰어나닐 정도였고 뾰족한 발통을 납작하게 맞닿은 엄지발가락, 발목의 움직임은 조금 제약되었으나 점프후 안정된 착지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더 똑똑해지고 시력이 발달하고 뇌가 커진다. 뇌에서 후각영역을 줄고 시각영역이 늘었으며 눈도 앞쪽을 향해 정확한 거리 파악이 가능해졌다. 눈과 뇌가 커지고 코가 위축되면서 주둥이가 짧아지고 얼굴이 납작해진다.

 따뜻한 시기 영장류는 다양화하지만 빙하기가 찾아오자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우림이 주 거주지가 된다. 인간과 침팬지는 500-700만년전 분기했다. 마이오세에 유인원들은 긴 팔과 행동반경이 넓은 어깨가 발달했다. 꼬리가 사라져서 나무에 적응한다. 이 시기 아프리카 일부 유인원은 고릴라가 되고 동남아로 간 개체군이 오랑우탄이 된다. 플라이오세 건조화와 기후 하강으로 아프리카의 열대우림도 초원화한다. 고릴라와 침팬지는 숲에 남았짐나 호미닌은 초원으로 나아간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몸전체에 혁신이 일어난다. 머리는 어깨 앞으로 나오지 않고 목위로 위치했으며 지평과 수평인 척추가 회전하면서 다리와 평행하고 휘어진다. 호미닌은 340만년전부터 육식을 시작했다. 식물채집과 소화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나 육식으로 인해 치아와 씹는 근육이 줄어들어 얼굴에 지금과 같은 미소가 가능해졌다. 여유시간이 많아지자 서로 어울리고 소통하고 학습하며 문화가 생겨난다. 

 280만년전 호모, 사람 속이 등장한다. 여기서 호모 에렉투스가 생기는데 이들은 키가 크고, 꼿꼿하며 팔길이가 짧다. 이는 나무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이들은 얼굴이 더 납작해지고 뇌가 커지고 달리기 전문가였다. 그리고 그늘진 숲은 완전히 떠나게 되어 직사광선에 노출되자 털이 사라졌다. 이들은 동남아시아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하여 루손섬에서 호모 루소넨시스와 플로레스 섬의 호모 플로레시안시스로 분화한다. 

 약 30만년전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다. 이들을 구성이 다양했다. 얼굴이 평평하거나 그렇지 않고, 턱이 튀어나오거나 그렇지 않고, 등근 공의 뇌와 그렇지 않았다. 이는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속과 깨끗이 결별하며 나온 것이 아닌 아프리카 전체에서 모자이크 패턴처럼 발현했음을 의미한다. 이 해부학적 특성이 뒤섞여 10만년에서 4만년 사이에 현대 인류가 탄생한다. 2가지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집단이 커지면서 기술과 인지적 혁신이 일어나고, 지구 전역으로 집단이 확산한다.

 아프리카를 나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 탈인과 아시아의 데니소바인을 만난다. 이들과 유전자 교환이 가능할 정도였다. 오늘날 동아시아, 오세아니아인은 4.3-5.6%정도의 유전자를 데니소바인과 공유한다. 그리고 비아프리카계 사람들은 네안데르 탈인과 1.5-2.8%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인간이 빙하기에 전세계로 퍼져나가자 거대 육상동물이 대규모로 멸종한다. 이는 인간에 의한 포식 압박과 대형일수록 번식 속도가 느리고 새끼가 오래도록 자라며, 적게 낳는 특성이 같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후도 대형에 맞지 않게 온난습윤하게 변화한다.

 2만 3천년전 늑대가 길들여져 개가 되고 오늘날 개는 10억마리에 달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도 가축화했는데 가축 포유류의 생물량은 야생의 14배에 달한다. 가축화는 1만 2천년전-1만년 사이에 본격화했다. 

 역사상 환경 변화로 많은 포유류가 멸종했다. 하지만 최근의 멸종은 인간과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로 인해서라는 점에서 극적이다. 이 부분에 어떻게 대처해나갈지가 포유류의 일원인 인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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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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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잘 모를만한 예술가들의 소개가 많다는 것이다. 총 31명을 망라했는데 이중 내가 아는 사람은 8명에 불과했다. 예술 책을 많이 보지는 않아도 꾸준히 보는편인데 이렇게 적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최근 현대 미술 작가들, 그리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단점은 이런 여러 예술가를 흐름이나 시대순으로 다루지 않고, 자신이 많이 아는 입장에서 일부만 다루다보니 이해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예술가들의 작품을 책 앞부분에 도판으로 몰아서 넣었는데 이런 점도 책의 감상을 방해한다.

 책에서 몇 부분만 짚어보면 우선 프리다 칼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그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개인적으로 매우 불행했다. 사고로 의사의 꿈을 접고 평생 고통을 겪어야 했고, 남편인 리베라는 20살이나 연상이면서 꾸준히 바람을 폈다. 심지어 프리다의 동생과도 그랬다. 프리다와 리베라는 그래도 예술적 동지였다. 당시 남미 지역은 유럽 열강으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을 겪었다. 이들은 예술로 이를 지원했는데 멕시코를 올백과 마야, 아즈텍 문명의 고대 메소아메리카문화와 연결된 현대 맑스 주의 국가라고 선언했다. 

 프리다는 가장 유명한 두 명의 프리다라는 작품에서 현대적 의상과 멕시코 전통 의상을 입은 자신을 두명 그렸다. 이런 점도 멕시코의 정체성, 그리고 리베라에 대한 두 개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을 보인다. 참고로 리베라는 전통의상을 입은 프리다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공감각은 인간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유발하는 변칙적 신경 현상이다. 장미의 향기를 맡으며 입으로는 커피맛을 느끼는 것인데 일반인들은 상상정도만 간신히 할 수 있다. 칸딘스키는 공감각자로 여겨진다. 그는 보는 것과 듣는 것을 결합할 때, 우리가 보는 것들 제대로 느끼고, 듣는 것도 제대로 본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도는 입체주의로 이어진다.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는 작품 자체가 자신의 정신 질환을 치유하는 행동이었다. 그는 2차대전때 십대를 보냈다. 공장에서 군수품을 만든 경험도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공황과 발작을 반복했는데 한 번은 식탁보의 붉은 무늬를 보다가 자신이 사라지고 꽃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후 그는 물방울 무늬에 천착한다. 그리고 성에 대한 공포심도 있다.

 그래서 쿠사마는 속을 채운 흰색바탕에 검은색 물방을 무늬에 양말을 남근 모양을 만들어 방안에 가득 채운 예술을 시도했다. 본인은 붉은 색 내복같은 옷을 입고 그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추상표현주의는 2차 대전이 끝나고 10년 뒤 뉴욕에서 등장한 색면 회화다. 당시 마크 로스코나 바넷 뉴먼 같은 사람들이 화면 전체를 한 두가지 색으로 채색해 감상자의 정신 반응을 이끌었다. 이는 비객관적예술로 감상자가 맹혹되고 연관 지을 수 있는 암시가 있는 예술이다. 

 몬드리안의 x축과 y축은 좋고 나쁨, 더위와 추위, 남과 여, 낮과 밤 등 모든 이분법을 의미한다. 그가 사용한 원색은 감정의 표현이다. 그의 그림은 항상 비대칭인데 이것을 감상자의 주의를 이끄는 구조장치로 활용했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완벽함과 불완전함을 동시에 보게되어 혼란을 느끼게 작품을 지속 관찰하게 된다.

 세잔은 우리가 눈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뇌로 이해하며 이것이 결국 주어진 대상을 우리의 반응에서 느껴지는 정서적인 감각을 촉발한다고 보았다. 그는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대상을 모방하는게 아니라 그 감각을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세잔의 목표는 우리가 어느 특정 순간에 본 것들의 총체가 어떻게 상호 연결되고 포함되어서 우리 마음의 눈 안에 색과 형태의 조각들로 단순한 이미지를 구성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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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공부의 종말 - 우리가 공부라 믿는 것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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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는 21세기이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과 노동현장을 마구 휘젓고 있지만 놀랍게도 교육은 그대로다. 21세기의 학생이 19세기 탄생한 학교에서 20세기에 태어난 선생님에게 배우는 일은 여전하다. 학교는 꽤나 강직하고 뻣뻣한 조직이다. 그래서 변화와 개혁은 쉽지 않고 근본적으로 답이 정해져 있어 학생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다. 학생은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배울지, 어떤 속도로 배울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들을지에 대해서 전혀 선택권이 없다. 

 학교 교육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갖는다. 

 1. 탈맥락화한 교과 학습

 2. 모든 학생을 하나의 기준으로 분류, 번호나, 성적 등

 3. 한 주제에 흥미나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깊게 탐구하지 못하고 시간표에 따라 짧게만 다룸.

 4. 상벌 등으로 학생의 자유의지를 꺾고 지휘체계를 따르게 함.

 5. 교사가 답을 알려주어 자신만의 생각이 자라지 못함.

 6. 자신의 가치를 내면의 기준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의존하게 함.

 7. 학교에서 사생활이나 자기만의 공간이 전혀 없고,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 자율성이 없음


 학교가 이런 특성을 갖는 이유는 그 탄생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 교육이 국가수준으로 태동한 곳은 200년전 프로이센이다. 이들은 이전 나폴레옹 전쟁에서 패했기에 순종하며, 지시를 수행할 군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이센은 학교전용건물, 교사자격제도, 표준화된 교육과정, 긴 교육기간, 의무출석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모두 읽고 쓰기가 가능한 충성스런 군인 양성이 목적이다.

 1950년대 각국 정부는 교육을 국가 건설의 핵심요소로 여긴다. 그래서 미국은 프로이센의 뒤를 이어 교육발전을 주도한다. 두 핵심가치는 표준화와 효율성이다. 학생을 연령별로 묶고, 같은 교육과정을 주입한다. 교실에서 교실로 이동하고, 대화와 놀이는 효율을 떨어뜨리는 낭비로 여긴다. 틀에 맞지 않는 학생은 불량품으로 취급했다. 이 교육은 장점이 거의 없다. 이 교육체제하에서 지난 50년간 표준화 시험점수는 매우 소폭향상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인의 거의 50%가 초등6년 수준의 문해력만 갖고 있다. 

 이처럼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군인 및 노동자 양성에 초점을 둔 학교체계는 학습자로 하여금 유연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박탈하고, 배움의 동기와 흥미를 떨어뜨리며, 자존감을 낮춘다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그리고 언급한 표준화 시험도 문제다. 미국은 이런 시험으로 학교나 교육구를 평가하고는 하는데 이는 학습환경을 악화하고, 학생 정신건강을 해치며, 그 점수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고, 교육기관 전체가 성적을 조작하거나 심지어 저성적 학생을 학교에서 퇴출하는 부정적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학교에서는 학교 자체 혹은 교사가 아이들을 학습시키기 위해 외재적 보상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외재적 보상은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결국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배움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격하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학습에서는 내재적 동기를 이끌어내야한다. 내재적 동기를 끌어내는 법은 아래와 같다.

 1. 학생에게 선택권과 책임 부여

 2. 아이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킨다.

 3.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4.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대화를 자주 나눈다.

 5. 무엇보다 학습이 재밌어야 한다.


 앨빈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3R을 못하는 사람이 아닌 탈학습과 재학습을 못하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여기서 탈학습은 자신이 깊이 믿어온 신념을 알아차리고 그 신념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이 탈학습이 되어야 재학습으로 이어진다.

 학교는 강압적이고 일방적이기에 학생은 여러가지 습성이 생긴다. 실수가 두렵다는 생각, 틀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생각, 지시를 기다리는 습성, 혹시 모르느 배워둬야 한다는 생각, 권위에 무조건 순종한다는 생각이다. 

 학교는 일과 놀이를 분리한다. 하지만 둘을 사실 하나로 묶여야 하며 이 때 놀이는 생산적 놀이로 변모한다. 학습과 놀이가 일치되면 그 자체가 재미있기에 학생은 자발적으로 나서고 몰입이 일어난다. 오직 생각하고, 배우고, 실행하는 것에 집중하며, 힘든 과정이더라도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일이기에 기꺼이 감내한다. 

 이처럼 학교는 교육과정이나 필수과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선택한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상상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자발적 활동에 빠져들 자유를 줄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 뷔자데라는 순간이 찾아온다. 뷔자데는 데자뷔의 반대다. 데자뷔는 새로운 것을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반면 뷔자데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창의성이다. 뷔자데를 키우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회의적인 태도

 2. 사물을 한 발짝 멀리서 관찰

 3. 기존 안을 거부하는 습관

 4. 학생이 주목하는 대상에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


 지금은 인터넷은 넘어 인공지능의 시대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탄탄한 상식의 토대와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생각도구 상자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인지하는 멘탈 모델과 인지적 기술이 필요하다. 멘탈 모델은 사람이 자기자신과 타인, 환경 및 사물에 대해 갖는 모형이다. 인지적 기술은 과제해결을 위해 신속하게 비교하고 관련 정보를 기억하며 관련성을 발견하는 고차원적 기술이다. 

 단순 암기는 무언가를 배운 것처럼 보이게 한다. 대답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학습의 흉내에 불과하다. 진정한 학습은 원리를 도출하고 이해할 때 성립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단순한 사실과 수치뿐만 아니라 그 정답을 도출하는데 필요한 본질적 추론 과정까지 기억하게 된다. 

 혼란은 매우 강력한 인지적 감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관과 새로운 사실이 충돌하면 뇌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본능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이 때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터주면 혼란은 단순한 빡빡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지피는 거대한 불씨가 된다. 

 진정한 학습은 서로 다른 분야의 상관관계와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롯한다. 수학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사물과 현상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소개하고 아이들이 그 안에서 일정한 패턴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끌어간다면 수학은 그 자체로 창의적인 영역이 된다. 

 스페이스X는 캠프내에 애드 아스트라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혁신적인 교육을 실시하는데 가장 인기 수업이 신서시스과목이다. 통합이라는 뜻의 이 과목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복잡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는 과정에서 길러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신서시스의 성공요인은 학생이 혼란을 느끼는 태도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혼란과 학생을 친숙하게 했는데 아이들을 혼란에 의도적으로 노출시켰고, 혼란을 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섣불리 돕지 않는다. 

 학생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 흥미를 거의 갖지 않는다. 미래학자이자 게임개발자인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이 지루한 상태와 버거운 상태으로 기분좋은 상태에 머물게 한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몰입이 잘 일어난다. 몰입은 3가지 조건이 있는데 명확한 목표, 분명한 피드백, 적당한 수준의 도전이다. 문제는 학교의 수업이 몰입의 3조건이 모두 없다는 점이다. 학교 수업에서는 명확한 목표 제시가 대개 없고, 피드백이 모호하며, 수업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어렵다. 

 학교교육을 게임화하면 학생은 몰입이 일어난다. 다만 게임화와 포인트화는 구분해야 한다. 포인트화는 자유시간, 맛있는 간식, 자랑거리처럼 외재적 동기와 연결된다. 뉴욕의 한 공립도서관은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출때마다 포인트를 지급하고, 각 지점에 방문시 배지를 부여했다. 전형적인 포인트화로 효과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게임화 전략을 썼다. 우선 욕구를 파악했다. 30대 이하의 미국인들은 92%가 언젠가 책을 출판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 일과가 끝난 밤에 참가자들을 한 층에 가두고, 그 밤안에 자료를 동원하여 책을 한권 무조건 펴내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사람들은 무서운 기세로 몰입했고 효과도 대단했다. 

 이처럼 진정한 게임의 설계는 간단하다. 상대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제대로 자극하는 도전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잘 만든 게임은 관심과 참여, 그 과정에서 배움의 경험이 일어난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실패가 허용되어야 한다. 한 실험에서 한 그룹은 실패를 할 때마다 감점이 일어났고, 다른 그룹은 감점이 일어나지 않았다. 감점을 받은 그룹은 과제를 끝까지 완성하는 확률이 52%였지만 감점이 없는 그룹은 68%나 되었다. 즉, 실패에 두려움이 있어야 도전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 도전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수퍼마리오 효과다. 

 게임은 장점이 많다. 우선 복잡하고, 상호작용이 있으며, 위험 부담이 적고, 실패 비용이 낮다. 

 요즘 세상은 무척 복잡하여 사람들은 전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을 익히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실제 연결되고 복잡하여 한 가지 기술에만 정통해서는 복잡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사고의 폭을 넓힌 사람이 문제 해결을 잘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화와 전문화를 반대 개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올바른 전문화는 일반화의 토대위에서만 가능하다. 먼저 넓게 경험하고, 그 토대 위에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너무 일찍 전문 분야로 파고들면 사물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보게 되어 편협한 기능 고착에 빠지기 쉽상이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탐색의 시간을 허락하고, 자유놀이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고, 경험을 돌아보게 하며, 다양한 학습 자극에 노출하는게 필요하다. 

 이처럼 학생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강점인 특화지식을 얻게 된다. 특화지식은 노력으로 누구나 배우는 지식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특성과 다양한 경험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예로 드라마 닥터 하우스의 하우스는 특화지식이 있다. 그는 인간 행동을 잘 이해하여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 환자의 모든 진술을 믿지 않고 의심한다. 그리고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집요함이 있으며, 기꺼이 위험도 감수한다. 하우스는 이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의료를 해낸다. 

 마지막으로 사고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자동적 사고, 분석적 사고, 유연한 사고다. 자동적 사고는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자동적 발현으로 동물의 본능이다. 분석적 사고는 논리와 근거에 기반한 신중한 사고다. 유연한 사고는 새로운 연결과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사고다. 문제는 학교가 분석적 사고 수준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유연한 사고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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