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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 어느 시골교사가 세상에 물음을 제기하는 방법
황주환 지음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1994년부터 경상도의 한 시골 읍에서 국어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20년이 훌쩍 넘는 교사생활에서 오랜 시간 자신이 선생님으로써 반성하고, 바른 길을 찾는 과정에서의 고민이 절절하게 묻어나온다.
요즘 학교에서는 사회학자 오찬오가 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 잘 나오는 것처럼 학생들 스스로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에 의해서 서로를 차별하며, 공격하고, 폭력적으로 대한다. 학생들은 이미 자본의 논리에 메몰되어 타고난 공부 재능, 그리고 지역적 유불리, 부모의 사회경제적수준 같은 성적의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거기에 학교폭력사건이 일반 어른들의 범죄수준을 능가하는 흉악함을 보인건 오래이며, 폭력의 대상은 과거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던 자신들의 스승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선생님은 이런 작금의 문제를 학생들 개개인의 인성문제도 있지만 그 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본다. 가정과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압박, 비인간적인 대우의 발산이 학교에서 보다 만만한 선생님과 다른 친구에게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아이들의 감성은 이미 메마른지 오래다.
여기에는 특정대학이 사회 대부분의 요직을 독점하고, 좋은 대학이 아니면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유지할 수 없는 지금의 헬조선 상황이 깊게 관련되어 있다. 사람들은 실제 자신의 역량이 아닌 학벌차이에 의해 큰 임금격차를 감내해야하며 모두가 나만은 혹은 나의 자식만은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지라는 착각속에 기꺼이 그 헬조선행 열차를 타고 감내해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정부, 기업, 직장, 가정, 그리고 가족구성원내로 전파되고 내면화 되가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와 학교도 여기에 한몫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사회를 비판적으로 볼수 있게 도와야 할 교사들은 정작 이 경쟁논리의 승리자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경쟁논리에서 열심히 승리할 것을 강권한다. 교사들은 시민성이 부족하기도 하다. 정부가 제시한 교육과정의 스며들은 시장논리와 경제논리를 파악하고 비판하는 능력도 부족하고, 권력과 싸워 맞설 의지도 부족하다. 학교는 매우 강압적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학교장은 학교를 수직적으로 좌지우지하는데 교장의 부족한 시민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겁이 많고 비판의식이 부족한 교사들은 이에 쉽게 동조한다. 물론 대다수의 교사들이 이런 경직된 교장에게 매우 비판적이지만 공개적인 회의에서 이에 항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이런 사태를 역시 교육에 의해서 타개해야 한다고 본다. 선생님이 보기에 가르치는 일은 언제나 시대와 불화할 수 밖에 없으며 서로의 언어가 만나고 충돌하고 스며들어 단련되는 과정이다. 즉, 의심과 질문으로 중심과 절대에 대적하여 자기의 언어를 구축하는 과정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학생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이런 자기의 언어가 없다. 그렇기에 지배층의 논리와 언어를 나 자신도 쓰고 메몰되는 것이다. 세월호사건, 10여년 전의 사학법, 노무현 시대의 부자 증세에서의 세금폭탄논란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지배층의 논리를 따랐고 재생산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항상 교과서와 교육 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주어진 것에 질문하거 따지는 것을 가르친다. 독서도 중요시한다. 선생님은 예쁘고 보드라운 책만을 읽다가는 자신도 말랑말랑해지고 급기야는 흐물흐물해진다고 한다. 독서역시 자기의 관성에 대해 끊임없는 저항과 전복을 요구하는 작업이어야하며 내 몸에 상처를 주는 급적적이고 불온한 독서를 권한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에는 자신이 불온하고 치열한 고민을 하게한 책들을 소개한다.
' 전태일 평전','지식인을 위한 변명', '예루 살렘의 아이히만', '아큐정전', '환상으로부터의 탈출', '마르크스를 말하다','열녀의 탄생','삼성을 생각하다'이다. 다음은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p75
학교에 오래 있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 아이만은 앞설거라는 이 헛된 기대 때문에 우리 모두가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p128
오래전 밖의 적을(교과서에 다수 나오는 일제시대 내용)불러들여 이 곳의 폭력을 감추려는 그들은 누구인가? 지배권력에 저항하는 법을 배울까봐 5.18, 6.10을 통째로 누락시킨 자들이 누군인지 학생들에게 살펴보자고 한다.
p130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저항을 삭제당했다는 점에서 교과서는 철저히 정치적이고 파당적이다.
p231
자기가 사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가장 혜택받지 못한 계층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
p236
실용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는 지배계급의 이익에 맞추어 탄생했지만 그 전문가가 지배권력에 봉사하기를 거부할 때 비로소 지식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