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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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찌보면 보기와는 달리 제법 강력한 유물론 책이다. 걷기를 통해서 인간이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물질운동을 통해 자신의 신체와 정신과 외부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유물론적 주장이다. 그리고 이에 강하게 동의하는 편이다.

 사람이 걷기에 적합한 동물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걷는 다는 것은 직립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사람의 커다란 뇌가 걷기 등의 다른 인간적 특질을 낳은 것으로 보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직립등의 환경의 압력에 적응한 신체적 요소의 변화가 큰 뇌를 낳았다는 가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걷기에만 집중하다면 사람은 직립함으로써 머리와 손에 자유를 얻었고, 특히 걸을 때 머리의 자유로 인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하늘위를 바라볼수도 있으며 주변 풍경을 자연히 감상할수도 있다. 걸으면서 사람은 온전히 자신의 신체를 느끼게 된다. 저자는 걷는 것은 매우 불안한 자세라고 하는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조절하고 언제든지 넘어질 위기를 겪는 실존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걷기가 실존과 관련함은 미처 몰랐다.

 걷기는 또한 생각을 없애준다. 걷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래걷다보면 결국 잡념은 사라진다. 물아일체라고 할까. 갖가지 잡념과 스트레스 속세의 생각이 사라지며 자연스레 자연과 하나가 된다. 반대로 걸은 후에는 사람은 생각이 넘쳐난다. 철학자 칸트가 그토록 오래 걸으며 생각한것도 이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도 있는데 그 내용은 책 운동화 신은 뇌에 나온다.

 책의 골자는 과거의 통념과는 다르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뇌 조직의 생성이 일어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힘뺀다고 체육과 수업을 자습으로 대체하는 고등학교의 행태나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오후에 체육수업을 하는게 오히려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 책의 영향으로 교육계에서는 체육수업을 가급적 1교시에 배치하는 것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걷기는 또한 건강에도 좋다. 과거 만난 한 기관의 장학사는 점심을 먹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단다. 교사에서 장학사가 되면서 운동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장학사는 교사와 다르게 점심을 나가사 먹어야만 하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식사후 거의 30분 이상을 걷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뱃살의 사라짐이었다. 그래서 위처럼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는 책이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중병을 앓아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환자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 치매환자에게도 걷기를 시키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승마를 시키는 것들은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자동차를 비판한다. 자동차가 등장함으로써 그리고 현대의 다양한 이동수단이 우리를 빠르게 움직이게 함으로써 우리는 걷기 본능을 잃었고 나의 발은 사용처를 잃었다. 풍경은 수동적으로 지나갈 뿐이며 우리는 더욱 자연과 멀어진다. 빠른 이동수단으로 공간과 시간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진 셈이지만 역으로 시간과 공간에 더욱 얽메이데 되었다. 예전이면 그 시간에 갈수 없는 공간에 우리는 자본에 얽메여 반드시 가야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도시도 걷기와 관련이 있다. 도시는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수와 양태로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새벽을 걷는 사람들, 술에 취한 사람, 점심시간에서의 사람들의 사라짐. 밤의 붐빔등. 도시에서 걷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다양한 만남을 만들어내며 여러가지 도시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최근 자동차의 발달로 인도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도시 계획과 프랜차이즈 가가게들의 등장은 이런 걷기가 만들어낸 다양한 도시의 색깔을 지워낸다.

 저자는 역사적으로도 걷기를 살핀다. 걷기는 지금이야 자신의 건강과 여유를 위해서 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생존의 문제인 적도 있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걸음과 스페인 침략자들이 아메리카 토착민에게 되레 당해 수년에 걸쳐 수천킬로미터를 걸어 자신의 근거지로 돌아간 일, 종교순례를 위한 걸음들은 모두 위험했고 생존을 위협했다. 걷다가 잠을 청하는 순간에는 갖가지 곤충과 동물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중국의 삼장이 인도로 향하면 쓴 서유기는 책에 등장하는 온갖 요괴들의 수만큼 과거의 장거리 걷기가 생존에 위협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장거리 걸음이 주는 극도의 피곤함 후의 휴식, 그리고 극도의 갈증후에 느끼는 물마심의 쾌감과 시원함이 걸음이 주는 또하나의 선물이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봄날을 만끽하며 걸어봄이 어떠한지. 한국인은 안그래도 비타민 D 결핍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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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08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자동차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활하게 되면 두뇌 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람이 상대방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는 행위도 뇌의 진화와 관련이 있어요.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삶이 무조건 좋지만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