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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 실록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단한 그림과 군데군데 숨어 있는 익살, 거기에 왕들의 성격에 맞는 인물 작화와 용포의 색상, 실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수많은 대신들간의 업적과 알력 다툼까지. 뭐하나가 빠지지 않았다. 만화라고 우습게 볼게 아니었다. 상당히 깊이 있는 만화이기에 완성까지도 근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런 작가의 다음 작품이 일제35년이다.
아무래도 이 책은 7권시리즈인 것 같은데 5년단위로 끊어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역사이고 굴곡진 역사로 쓸 거리는 많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길게 잡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온지 좀 시간이 되긴 했지만 기대를 갖고 1권을 잡았다.
역시나 책 내용이 쉽지가 않았다.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여러가지 일을 하는데 제법 역사에 관심좀 있다고 자부해온 나로써도 대부분의 인물들이 익숙치가 않았다. 한때 공무원공부좀 했었던 동생이 책을 살펴보면서 하는 말이 역사교재로 삼아도 되겠다고 할 정도였다.
재밌는 부분은 종교 관련 부분이었다. 구한말 우리의 기존 종교들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이는 일제의 적극적 포섭때문이었다. 우선 가장 큰 일제의 근심거리는 불교와 유교였다. 워낙 오래되었고 세가 강해 민족세력으로 집결시 무시못할 수준이었기 때문. 하지만 의외로 순순히 포섭된다. 불교는 우선 사찰을 정비하고 큰 사찰의 주지를 일제가 자격을 허가해주는 형식을 구사했는데 대신 주지에게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에 대부분의 주지 후보자들은 일제에 충성하며 쉽게 포섭되었다.
유교는 더욱 어이가 없다. 형식적으로나마 유교를 우대했으며 실권이 없는 자문기구인 중추원이 많은 사람들을 넣었기 때문이다. 겨우 이것에 낚여 많은 유학자들이 일제에 그대로 포섭디었다. 물론 이미 쓸만한 유학자들이 이 시점에서는 거의 항일운동이나 자결등으로 희생되었단 점도 컸다.
반면 동학이 완전히 와해된 시점에서 나철의 대종교가 민족저항운동에서 역할을 하였고,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기독교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개화사상에 눈뜬 이들중 기독교를 자연스레 신봉하게 된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있었으며 아무리 서슬이 퍼런 일제라도 서양 선교사들의 비호를 받는 기독교 세력은 쉽사리 건드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승만에 대한 부분도 좀 나온다. 이승만은 사실 당시 많은 제3세계 국가들에 헛바람을 주었던 미국 대통령 윌슨을 어쩌다 접견하게 되어 상당한 후광을 업는다. 그는 상당히 빠른 기간에 석사와 박사를 마치는데 여기에 외교적이유를 댓고 그것을 허락한 프린스턴에서 말도 안되는 기간에 박사를 거저 얻는다. (그리고 평생 이박사로 칭송되니 웃길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하와이로 향한 후의 행보인데 이승만은 당시 하와이에서 민족지도자로 명성을 얻던 박용만의 도움으로 하와이에 정착한다. 하지만 이승만은 점차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는데 박용만의 일궈논 하와이 한인 사회를 가로채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한인 단체를 만들고 어용들로 그 밑을 채웠으며 놀랍게도 법인이 되야할 단체를 사익화하려는 시도를 수차례한다. 개인적 친분으로 이를 묵인하던 박용만과도 부딪히게 되며 결국 하와이 사회는 상당부분 이승만의 차지가 된다.
독립운동을 개인영달의 도구로 사용한 셈인데 이후 이루어질 그의 행보를 잘 보여줄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실력양성에서 이젠 무장투쟁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한 독립운동을 어이없게 보았는데 그가 보기에 강대한 일본을 상대로 해외에서 보잘것 없는 세력으로 큰 돈을 써가며 무력을 키우는 것보단 외교적 압박이 더욱 효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