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니언 사이언스 강석기의 과학카페 7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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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최신 과학잡지를 가볍게 교양수준으로 풀어놓은 느낌이다. 저자 강석기는 워낙 유명하고 이 분의 책을 다 접하진 못했지만 일전에 생명과학의 기원을 보고 배운바가 많았다. 책 표지에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즌 7이라 쓴 것을 보면 이 책은 강석기의 7번째 책인 듯 하다. 책에는 과학분야를 중심으로 다른 분야의 이야기들을 최신 연구성과를 곁들여 소개하였다. 재밌었던 부분 위주로 소개한다.

 

1. 반려동물의 과학

 개가 늑대에서 유래했음을 주지의 사실이다. 저자도 책에서 말하지만 나 역시 비교적 늑대같은 세퍼드나 진도를 보면 과연 늑대에서 유래했구나 싶지만 정말 작은 종류를 보면 저게 정말 늑대인가 싶다. 하여튼 러시아의 한 과학자는 늑대에서 개가 유래한 것에 착안해 보다 작은 여우라면 빠른 시일에 개로 가축화 할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선정한 것이 여우였는데 당시 러시아에는 모피 수요의 급증으로 여우농장이 매우 많았다. 은빛여우는 매우 사나워 농장관계자들이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순한 개체들만 골라 교배를 시작했다. 특히 여우는 개처럼 1년이면 생식이 가능해 비교적 빠른 세대교체도 가능했다. 실험을 시작한지 몇세대 지나지 않아 여우는 여우개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두개골이 작아지고 낯선 사람에게는 짖으며 주둥이와 다리가 짧아지는등 개의 특징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교배는 지금도 유지되어 2017년에 이르러 58세대까지 이어졌으며 책에 등장하는 여우개들은 정말 개와 전혀 다르지 않아보인다.

 

2. 동물의 수명

포유류는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긴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심장의 박동 비율과 관련짓기도 하지만 보다 관련이 있는 것은 유전적 관점이다. 덩치가 클수록 포식될 확률이 적고, 그렇다보니 유전자입장에선 개체를 오래 가져가는 것이 가능하고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쥐처럼 작아서 먹힐 확률이 높다면 개체의 생리적 작용을 힘들게 조절하는 것 보다는 수명을 짧게 하고 새끼를 많이 낳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대형동물과 인간, 새는 수명이 길다. 특히 박쥐는 역시 날개가 있어 쥐에 비해 수명이 10배가량이나 길다.

 이런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이 몇가지 있다. 하나는 알려진 것처럼 적당한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소식이다. 이들은 분명한 수명연장효과가 있다. 최근엔 먹는 약들도 수명연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스피린, 아카보스, 라파마이신이 그것들이다. 이들 중 라파마이신이 가장 강력한데 이 녀석은 대사경롤에 개입하여 단백질과 지질 합성을 줄이고, 자식작용을 늘리며 ,염증을 억제해 수명을 늘리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이젠 수명을 늘리는 약을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도 먹어야 할 판이다.

 

3. 미세먼지

어느 덧 미세먼지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 미세먼지가 심한 줄 아는데 사실 호주나 뉴질랜드, 북미지역과 서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우리만큼이나 심각한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WHO에서는 초미세먼지를 고혈압, 흡연, 당뇨, 비만에 이은 다섯번째 위험인자로 규정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자는 무려 연간 420만이다. 인구가 많아서인지 이들의 절반인 220만이 중국과 인도인이며 서로 110만 정도씩 나누어 갖는다. 중국은 산업화와 사막화로 인해 초미세먼지가 심하고, 인도 역시 같은 이유에 히말라야가 바람을 막아 초미세먼지가 심하다.

 미세먼지는 3가지 경로로 인체에 침투한다. 후각망울로 침투하며, 비강상피로 오염물질이 투과되며, 마지막 하나는 익히 알려진 폐로의 침투다. 미세먼지는 세포에 침투한 후 다른 세포로 확산하며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염증을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치매의 주원인으로도 여겨진다. 치매의 전조증상이 후각의 쇠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미세먼지의 주 침투경로도 후각이다보니 이들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보인다.

 미세먼지가 비교적 청정한 지역에서도 부분별로 미세먼지 농도는 큰 차이가 난다. 가장 심각한 곳을 도로변으로 주도로에서 50미터 미만 거리에 거주하는 경우 200미터 이상인 경우에 비해 치매가 12%높게 발생한다고 한다. 지하철도 연구해볼 일이다.

 

4.살충제의 발전

살충제는 가장 전통적인 것이 화학살충제 방식이다. 하지만 내성이 점차 강화되고 몇몇 해충들은 자신의 체중의 1%가량이 화학살충제의 내성에 관련한 효소로 구성될 정도로 이것에 적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유전자 조작 방식의 살충제다. 농작물에 해충에 치명적인 성분이 나오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체에 대한 유해성 논란, 환경 교란등의 단점이 있다.

 내성과 환경 교란 및 인체 위해성의 문제점을 모두 극복하는 가장최근의 살충 방식은 놀랍게도 RNA방식이다. 절지동물은 RNA를 장에서 쉽게 흡수하는 특징을 갖는데 이를 이용하여 RNA물을 뿌려 식물이 이를 흡수하고 절지동물이 이를 먹어 제거하는 방식이다. RNA가 절지동물의 몸에 침투하여 유전자를 파괴하여 제거하는 방식으로 해충이 돌연변이를 갖어도 RNA역시 이에 맞추어 변화가 가능하며 특정염기서열만 공격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환경에 무해한 방식이다.

 

5.구조생물학 도구의 발전

생물체의 구조를 살펴 생물학을 발전시키는 도구를 꾸준히 발전했다.

첫번째 방식은 x선 결정학이다. 고분자 물질의 3차원 구조를 원자단의 해상도로 규명하는 방식이다.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고분자 결정이 필요하므로 관측가능한 생물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극복한 방식이 전자현미경이다. 기존 현미경이 빛으로 생물을 관측한다면 이 녀석은 전자로 확대 관찰한다. 전자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아 보다 세밀한 관찰이 가능했다. 또한 x선 방식에 비해 관측 가능한 생물부분이 많았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원자 수준인 x선방식보다 세밀한 측정이 불가능하고 2d 형태의 사진만 생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치 단층촬영방식처럼 이 2d 형태의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3d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점을 극복하였다.

 

가장 최근 3명의 연구자에게 노벨상을 안긴 방식이 극저온 전자 현미경이다. 시료를 -196도에서 얼려 관측하는 방법으로 이 온도에서 급속냉동하면 시료의 수분이 얼면서 결정화되어 관측 부분을 파괴하고 교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해상도 역시 x선 방식의 원자수준이다.

 

책에는 이 것 말고도 플라스틱을 소화하느 애벌레나 남여의 수면차이, 인간과 운동의 관계 등 재밌는 주제들이 총망라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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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 꼿꼿하고 당당한 털의 역사 사소한 이야기
커트 스텐 지음, 하인해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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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부를 가진 상당수의 동물은 표피에 무언가 있기 마련이다. 어류와 파충류에게는 비늘이 있고, 새에게는 깃털이 포유류에게는 털이 있다. 양서류나 달팽이 같은 연체류 등 뭔가 없는 녀석들도 점액질로 피부를  보호한다. 인간은 동물중에서 머리 털과 중요 부위를 제외하고는 마치 털이 없는 것처럼 보이곤 하는데 잘 안보이게끔 가늘게 퇴화해서 그렇지 아직 인간 역시 털복숭이를 벗어나질 못했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 처럼 위기상황이나 공포를 느낄때 털을 쭈뼛 세운다. 사실상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아 아무효과가 없음에도 이런 기제가 남아있는 건 인간이 아직까지  털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책 헤어는 이런 털의 과학적 기원과 역할, 그리고 사회문화적 측면까지 그야말로 털에 대한 모든 것을 두루 살핀다.

 

1. 털의 기원 

우선 털의 기원. 털이 생기기 위해서는 피부 다층구조가 필요하다. 때문에 무척추동물은 피부가 단층구조라 털이 생길 수 없다. 생명체에 척추가 생겨나며 몸의 단일 세포층에서 다층구조로 변모하는데 털이 생겨나는 기본전제가 확립된 셈이다.

 생물이 육상으로 진출하며 생명체는 물과는 다르게 건조한 대기,  태양의 전자기 복사, 산소 중독, 물리적 충격, 극단적 기온 변화를 견뎌야 했다. 때문에 피부는 물과는 다르게 두꺼워지고 단단해져 수분장벽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털의 기원에는 3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비늘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며 둘째는 털인 모간이 분비기관에서 진화했다는 설이다. 모든 모낭에는 피지선이 있고, 모간의 큐티클 구조 역시 지방질을 피부표면으로 배출하기 위한 구조라는 점, 그리고 고대동물은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이런 역할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마지막은 털이 어류와 양서류의 감각기관에서 발전했다는 설로 실제 물고기들에 이런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역시 그럴 듯 하다.

 

이처럼 책 헤어는 얇지만 털에 대한 종합서적이다. 나와 동물이 갖고 있는 털에 보다 관심을 갖기 좋은 책이다.

 

2. 털의 역할과 인간

다음은 털의 역할이다. 우선은 감각작용이다. 털은 피부위로 솟아난 일종의 안테나 같아 감각을 크게 도운다. 털이 있는 상태에서 동물은 해충의 침입을 훨씬더 잘 감지한다. 그리고 털은 보온효과가 있다. 인간에겐 많이 상실된 능력이나 과거 포유류는 털의 보온효과로 인해 밤에도 활동하여 냉혈동물과 시간차를 낼수있었다. 털은 열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전도율이 크게 낮아 납의 고작 8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추위를 느끼면 털이 솟아 두터운 보온층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런 보온효과에 부작용도 있으니 바로 열배출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털에 둘러쌓인 다른 동물들은 여름철 열배출에 상당한 곤욕을 겪는다. 기껏하는 것이 혀를 내밀거나 털이 작은 부위로 열을 간신히 배출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장거리 운동과 뜨거운 볕에서의 운동을 금물이며 열대지방에서 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털을 없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큰뇌와 관련한 가설이 설득력이 있다. 뇌조직은 열에 매우 민감한데 42도만 되어도 조직이 괴사한다. 인간이 털을 버리고 두뇌를 키울수 있었으며 더불어 열대지방으로도 마음껏 진출할수 있었다. 털의 상실은 사회성의 발달도 촉진했다. 유인원의 경우 어린 유인원이 어미의 털을 잡아 버텨 어미가 양손이 자유로운 반면 인간은 털이 없어 새끼를 안아야해 두팔이 자유롭지 못하다. 바로 이지점에서 인간 어미는 다른 개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이것이 사회성의 발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3. 털이 성장과 퇴화

털은 4단계의 주기를 갖는다. 성장기-퇴화기-휴지기-탈락기가 그것이다.

성장기에 모낭이 새로운 모간을 형성하는 시기다. 성장기에 모낭은 피부 깊숙히 파고들어 가장 안쪽의 세포들이 맹렬히 분열한다. 새로운 세포가 한달에 1cm정도씩 자라서 올라오는데 이러면서 털이자란다. 털의 길이는 이 성장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머리털은 성장기가 6-7년에 달하는 반면 눈썹은 한달에 불과하다. 그래서 눈썹이 짧은 것이다.

 모간이 이처럼 주기적 교체를 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모간의 마모, 더러워진 모간의 해충과 먼지제거, 모간의 교체를 통한 주변환경변화로의 적응이다.

 이에외도 모간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임산부의 경우 태아로 인해 모낭성장인자 호르몬이 많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모낭의 성장기는 길어지고 탈락기는 지연되는데 아이를 출산하면서 탈락기가 한꺼번에 오게 된다. 출산후 머리가 한움큼씩 동시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4. 털과 문화

털은 많은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지닌다. 털은 비문명이자 야만을 의미하기도 했고, 반면 삭발은 비인간화와 정복을 표시하기도 한다.  처형전의 죄수를 삭발하거나 수인을 삭발하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털은 대개 건강이나 힘 성적매력과 관련지어지는데 이로 인해 탈모는 좋지 못하게 받아들여지며 질병과 동일시 되기도 한다. 젊고 건강한 머리는 성적 순종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머리를 길러 남자를 기다리는 라푼젤이 이런 이미지를 투영한 대표예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과장된 머리 스타일이 지위 권력 부를 상징한다. 이는 가발이나 머리는 준비하는데 많은 재력이 소요되고 헤어스타일의 치장에도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전들의 가채를 보라] 중세유럽에서는 머리가 풍성할수록 정치적 지위와 권력이 강하다고 생각되어 가발이 유행했다.

 한편 과거 털의 손질은 의료와 동일시되기도 했다. 1215년 라테란 공의회에서 성직자의 수술이 금지된 이래로 이발사는 의사로서 활동해왔다. 양자는 구분이 되기도 했지만 엄격하지 않았으며 1745년에서야 확실히 분리된다. 지금 이발소의 간판에는 의료행위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과거 이발소에는 큰 기둥이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묶고 시술하는 기둥이었는데 처치가 끝나면 환자가 없다는 뜻으로 이 기둥에 흰 붕대를 걸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차차 동맥혈의 붉은 색과 정맥혈의 푸른색 흰 붕대가 결합하여 지금의 광고기둥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발소가 흑인과 관련이 깊다. 미국백인들은 흑인 노예에게 자신들의 치장을 맡겼는데 그중 솜씨 좋은 이들을 이용하여 주인들이 이발소를 차리기 시작한다. 몇몇 대담한 흑인은 이를 통해 주인으로 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이발소를 차리고 가족까지 해방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흑인 이발소의 손님은 당연히 백인이고 흑인은 이용이 불가했으며 이는 19세기 말에서야 풀린다. 흑인 이발소의 손님들은 이발을 기다리며 다양한 종류의 노래를 부르고 새로운 음악의 탄생에 기여했다.

 20세기 질레트가 안전면도기를 개발하며 남자와 여자 모두 집에서 면도를 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이발소는 많은 고객을 잃게 된다. 지금은 미장원이 많고 머리의 치장이 다소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17세기 까지만 해도 남성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머리를 만지는 것이 금기시되어 여성용 미장원은 나중에야 등장한다.

 

5.큐티클과 헤어스타일

모간에는 큐티클이 있는데 모든 동물의 큐티클 방향은 뿌리에서 바깥쪽을 향한다. 큐티클은 살짝 벌어져 튀어나온 것으로 실제로 자신으 모발을 뿌리에서 바깥쪽으로 쓰다듬으면 부드러우나 반대방향일 경우 매우 저항이 심하다. 이런 큐티클로 인해 머리카락을 서로를 엉키게 되며 단단해진다. 그리고 이런 원리로 양모를 이용한 펠트천이 탄생한다.

 모간의 단백질은 케라틴 단백질인데 모발은 85%-90%가 단백질이다.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동물은 케라틴을 소화하지 못한다. 케라틴 단백질의 성질을 이용하여 우리는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한데 우선 케라틴 단백질의 약한 수소결합을 끊는 방법이다. 수소결합은 물에 젖으면 쉽게 끊어진후 다시 형성되므로 머리를 물어 젖게 한후 말리며 헤어스타일을 바꿀수 있다. 하지만 다시 젖으면 바꾼 형태로 변형되므로 매우 일시적이다. 우리가 머리를 감은 후 드라이어와 빗질로 헤어를 만들 수 있는게 이런 원리다.

 보다 영구적인 방식은 황결합을 끊는 것이다. 이 결합은 강고하며 물에 젖어도 상관이 없어 영구적 변화가 가능하다. 물론 모간이 빠지므로 영구성이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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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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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 실록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단한 그림과 군데군데 숨어 있는 익살, 거기에 왕들의 성격에 맞는 인물 작화와 용포의 색상, 실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수많은 대신들간의 업적과 알력 다툼까지. 뭐하나가 빠지지 않았다. 만화라고 우습게 볼게 아니었다. 상당히 깊이 있는 만화이기에 완성까지도 근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런 작가의 다음 작품이 일제35년이다.

 아무래도 이 책은 7권시리즈인 것 같은데 5년단위로 끊어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역사이고 굴곡진 역사로 쓸 거리는 많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길게 잡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온지 좀 시간이 되긴 했지만 기대를 갖고 1권을 잡았다.

 역시나 책 내용이 쉽지가 않았다.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여러가지 일을 하는데 제법 역사에 관심좀 있다고 자부해온 나로써도 대부분의 인물들이 익숙치가 않았다. 한때 공무원공부좀 했었던 동생이 책을 살펴보면서 하는 말이 역사교재로 삼아도 되겠다고 할 정도였다.

 재밌는 부분은 종교 관련 부분이었다. 구한말 우리의 기존 종교들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이는 일제의 적극적 포섭때문이었다. 우선 가장 큰 일제의 근심거리는 불교와 유교였다. 워낙 오래되었고 세가 강해 민족세력으로 집결시 무시못할 수준이었기 때문. 하지만 의외로 순순히 포섭된다. 불교는 우선 사찰을 정비하고 큰 사찰의 주지를 일제가 자격을 허가해주는 형식을 구사했는데 대신 주지에게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에 대부분의 주지 후보자들은 일제에 충성하며 쉽게 포섭되었다.

 유교는 더욱 어이가 없다. 형식적으로나마 유교를 우대했으며 실권이 없는 자문기구인 중추원이 많은 사람들을 넣었기 때문이다. 겨우 이것에 낚여 많은 유학자들이 일제에 그대로 포섭디었다. 물론 이미 쓸만한 유학자들이 이 시점에서는 거의 항일운동이나 자결등으로 희생되었단 점도 컸다.

 반면 동학이 완전히 와해된 시점에서 나철의 대종교가 민족저항운동에서 역할을 하였고,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기독교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개화사상에 눈뜬 이들중 기독교를 자연스레 신봉하게 된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있었으며 아무리 서슬이 퍼런 일제라도 서양 선교사들의 비호를 받는 기독교 세력은 쉽사리 건드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승만에 대한 부분도 좀 나온다. 이승만은 사실 당시 많은 제3세계 국가들에 헛바람을 주었던 미국 대통령 윌슨을 어쩌다 접견하게 되어 상당한 후광을 업는다. 그는 상당히 빠른 기간에 석사와 박사를 마치는데 여기에 외교적이유를 댓고 그것을 허락한 프린스턴에서 말도 안되는 기간에 박사를 거저 얻는다. (그리고 평생 이박사로 칭송되니 웃길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하와이로 향한 후의 행보인데 이승만은 당시 하와이에서 민족지도자로 명성을 얻던 박용만의 도움으로 하와이에 정착한다. 하지만 이승만은 점차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는데 박용만의 일궈논 하와이 한인 사회를 가로채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한인 단체를 만들고 어용들로 그 밑을 채웠으며 놀랍게도 법인이 되야할 단체를 사익화하려는 시도를 수차례한다. 개인적 친분으로 이를 묵인하던 박용만과도 부딪히게 되며 결국 하와이 사회는 상당부분 이승만의 차지가 된다.

 독립운동을 개인영달의 도구로 사용한 셈인데 이후 이루어질 그의 행보를 잘 보여줄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실력양성에서 이젠 무장투쟁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한 독립운동을 어이없게 보았는데 그가 보기에 강대한 일본을 상대로 해외에서 보잘것 없는 세력으로 큰 돈을 써가며 무력을 키우는 것보단 외교적 압박이 더욱 효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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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5-08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승만은 ‘대통령’이란 직함을 유독 좋아했죠
 
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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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찌보면 보기와는 달리 제법 강력한 유물론 책이다. 걷기를 통해서 인간이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물질운동을 통해 자신의 신체와 정신과 외부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유물론적 주장이다. 그리고 이에 강하게 동의하는 편이다.

 사람이 걷기에 적합한 동물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걷는 다는 것은 직립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사람의 커다란 뇌가 걷기 등의 다른 인간적 특질을 낳은 것으로 보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직립등의 환경의 압력에 적응한 신체적 요소의 변화가 큰 뇌를 낳았다는 가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걷기에만 집중하다면 사람은 직립함으로써 머리와 손에 자유를 얻었고, 특히 걸을 때 머리의 자유로 인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하늘위를 바라볼수도 있으며 주변 풍경을 자연히 감상할수도 있다. 걸으면서 사람은 온전히 자신의 신체를 느끼게 된다. 저자는 걷는 것은 매우 불안한 자세라고 하는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조절하고 언제든지 넘어질 위기를 겪는 실존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걷기가 실존과 관련함은 미처 몰랐다.

 걷기는 또한 생각을 없애준다. 걷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래걷다보면 결국 잡념은 사라진다. 물아일체라고 할까. 갖가지 잡념과 스트레스 속세의 생각이 사라지며 자연스레 자연과 하나가 된다. 반대로 걸은 후에는 사람은 생각이 넘쳐난다. 철학자 칸트가 그토록 오래 걸으며 생각한것도 이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도 있는데 그 내용은 책 운동화 신은 뇌에 나온다.

 책의 골자는 과거의 통념과는 다르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뇌 조직의 생성이 일어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힘뺀다고 체육과 수업을 자습으로 대체하는 고등학교의 행태나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오후에 체육수업을 하는게 오히려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 책의 영향으로 교육계에서는 체육수업을 가급적 1교시에 배치하는 것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걷기는 또한 건강에도 좋다. 과거 만난 한 기관의 장학사는 점심을 먹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단다. 교사에서 장학사가 되면서 운동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장학사는 교사와 다르게 점심을 나가사 먹어야만 하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식사후 거의 30분 이상을 걷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뱃살의 사라짐이었다. 그래서 위처럼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는 책이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중병을 앓아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환자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 치매환자에게도 걷기를 시키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승마를 시키는 것들은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자동차를 비판한다. 자동차가 등장함으로써 그리고 현대의 다양한 이동수단이 우리를 빠르게 움직이게 함으로써 우리는 걷기 본능을 잃었고 나의 발은 사용처를 잃었다. 풍경은 수동적으로 지나갈 뿐이며 우리는 더욱 자연과 멀어진다. 빠른 이동수단으로 공간과 시간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진 셈이지만 역으로 시간과 공간에 더욱 얽메이데 되었다. 예전이면 그 시간에 갈수 없는 공간에 우리는 자본에 얽메여 반드시 가야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도시도 걷기와 관련이 있다. 도시는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수와 양태로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새벽을 걷는 사람들, 술에 취한 사람, 점심시간에서의 사람들의 사라짐. 밤의 붐빔등. 도시에서 걷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다양한 만남을 만들어내며 여러가지 도시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최근 자동차의 발달로 인도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도시 계획과 프랜차이즈 가가게들의 등장은 이런 걷기가 만들어낸 다양한 도시의 색깔을 지워낸다.

 저자는 역사적으로도 걷기를 살핀다. 걷기는 지금이야 자신의 건강과 여유를 위해서 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생존의 문제인 적도 있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걸음과 스페인 침략자들이 아메리카 토착민에게 되레 당해 수년에 걸쳐 수천킬로미터를 걸어 자신의 근거지로 돌아간 일, 종교순례를 위한 걸음들은 모두 위험했고 생존을 위협했다. 걷다가 잠을 청하는 순간에는 갖가지 곤충과 동물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중국의 삼장이 인도로 향하면 쓴 서유기는 책에 등장하는 온갖 요괴들의 수만큼 과거의 장거리 걷기가 생존에 위협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장거리 걸음이 주는 극도의 피곤함 후의 휴식, 그리고 극도의 갈증후에 느끼는 물마심의 쾌감과 시원함이 걸음이 주는 또하나의 선물이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봄날을 만끽하며 걸어봄이 어떠한지. 한국인은 안그래도 비타민 D 결핍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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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08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자동차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활하게 되면 두뇌 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람이 상대방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는 행위도 뇌의 진화와 관련이 있어요.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삶이 무조건 좋지만 않은 것 같아요.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모나리자, 진주귀고리 소녀 출처-네이버블로그]

뒷글에서 역자는 모나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만큼 매혹적이지도 않고, 여러 의미를 보이는 미소가 비웃는 것 처럼 보였다고 한다. 가장 끌린 그림은 얀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 소녀라고 한다. 뭔가 우수에 찬 눈빛에 촉촉한 입술과 큰 눈동자, 사연이 있어 보이는 얼굴. 거기에 검은 배경까지. 그래서 진주귀고리소녀를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자나 역자는 이를 기분나빠할 것 같다. 화가인 얀 베르메르 역시 별로 유명치 않다. 남긴 그림도 적으며 당대에 유명한 다른 네덜란드 작가들에 빛이 가렸다.

 소설 진주귀고리 소녀는 이 사연있어 보이는 얼굴의 주인공과 화가인 얀 베르메르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저 소녀의 이름을 그리트로 정했다.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활동지인 네덜란드 소도시 델프트에 살고 있으며 네덜란드 답게 이 도시에도 운하가 있다. 그리트의 아버지는 타일을 만드는 타일쟁이였는데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며 그리트의 집 가세가 급격히 기운다. 아버지는 공장과 더불어 양눈을 잃었고, 삼남매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그리트는 집을 돕기 위해 남동생과 여동생을 나두고 하녀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그리트가 하녀가 된집은 운명적이게도 얀 베르메르의 집이었다. 얀 베르메르는 화가였다. 대책없이 아이를 많이 낳고 있었는데 베르메르는 무려 11명의 자식을 두었다고 한다. 그 집에서 그리트는 고된 하녀생활을 하며 주말에만 집을 향한다. 생활은 고되었지만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될 수 있었고, 꼼꼼한 성격의 그리트는 하녀역할을 잘 해 큰 마님의 눈에 든다. 하지만 웬일인지 베르메르의 아내 카타리나와 선배 하녀 타네커는 그리트를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긴다. 거기에 베르메르의 딸 중 한명인 코넬리아는 이상스레 그리트를 자꾸 괴롭힌다.

 그리트는 시장의 푸줏간이나 야채가게로 심부름을 가는 일도 많았는데 특히 푸줏간을 자주갔다. 그건 그리트의 고기고르는 솜씨와 흥정하는 재주가 제법 괜찮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리트는 시장엘 자주가서 바람을 쐬고 친동생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푸줏간집 아들 피터가 그리트에게 보이는 눈이 심상찮다. 그리트는 이상스레 그의 손톱 밑의 빠지지 않는 핏물과 고기 냄새가 싫었다. 피터가 제법 근사한 외모의 소유자였음에도 말이다. 시장엔 카타리나의 아이들을 데려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이들과 시장에 나선 어느날 그리트는 자신의 친여동생을 만나고 반가워하는  동생을 향해 심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자신의 여동생과 비슷한 또래의 집주인 아이들의 심기가 불편해질까봐서였다.

 동생에게 전할 미안할 마음을 털어버릴 요량으로 주말만 기다리던 그리트에게 비보가 전해든다. 자신의 집이 있는 구역이 전염병으로 격리된 것이다. 수개월후 격리는 풀리나 그리트의 여동생은 전염병으로 죽고만다.

 상심에 빠진 그리트에게 큰 마님은 다락방의 청소를 맡긴다. 다락방은 베르메르의 작업화실이었다. 그곳엔 많은 신기한 물건과 그림이 있었고, 그런 그림들을 그리트는 좋아했다. 그리트는 타고난 예솔적 기질이 좀 있었던 탓인지 청소하는 과정에서 물건들의 배치를 잘 기억하고 손대지 않았으며 이게 마음에 든 베르메르가 그리트에게 물감을 만드는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남자 안주인의 이런 행태는 그리트의 위치를 불안하게 한다. 카타리나와 타네커는 이일을 계기로 그리트와 더욱 멀어지게 되었으며 큰 마님은 이를 염려하면서도 묵인한다. 어려운 집안 형편과 그림 그리는 속도가 시원찮은 사위가 그래도 그리트가 작업을 도운 이후로는 속도가 제법 붙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리트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피터외에도 베르메르에게 그림을 청탁하는 부호는 툭하면 추문을 던져댔다. 그가 최종적으로 원한 것은 바로 그리트의 그림이었는데 이는 그리트를 더욱 곤란하게 했다. 이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어려운 부모님의 형편을 돕는 피터에게도,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에게도, 카타리나와 타네커에게도 허용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처녀여성이 그것도 하녀가 그려진다는건 여러모로 곤란한 시대였다.

 그럼에도 그리트는 모델이 된다. 싫었지만 좋기도 했다. 사실 그리트는 얀 베르메르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얀 베르메르와 큰마님 역시 매우 곤란했으나 작업을 맡기로 한다. 돈은 현실적으로 필요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림은 완성되나 뭔가 허전했다. 감각이 예민한 그리트 역시 이를 알았다. 빈 공간을 메울 무언가는 바로 베르메르의 아내 카타리나의 진주귀고리였다. 베르메르는 그리트에게 감히 자신의 아내의 진주귀고리를 착용할 것을 명한다.

 그리트는 거부하고 싶었으나 힘이 없었다. 하녀이기에 그를 사모하기에 그리고 그림을 보고 싶었기에 받아들여야 했다. 귀를 뚫는 과정도 아팠다. 자신의 적은 급여를 틀어 마취약을 샀고 바늘을 달궈 한쪽 귀를 뚫어냈다. 그런 그리트에게 베르메르는 매정하게 반대쪽 귀마저 뚫기를 지시한다. 반대쪽은 그림에 나오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림은 그렇게 완성된다. 당시는 여성이 머리카락을 드러내는게 정숙치 못한 것으로 취급되어 그리트는 모자를 항상 썼지만 베르메르가 추천한 천을 머리에 터번처럼 둘렀다. 입을 열고 있는 것 또한 정숙치 못한 것이었으나 베르메르가 요구했다. 우수에 젖은 눈은 방금 생살을 뚤어낸 귀의 아픔일수도 복잡한 마음이 만들어낸걸수도 있었다.

 그렇게 그림은 완성되고  못된 아이 코넬리아의 고자질로 모든 것을 뒤늦게 알아낸 카타리나로 인해 그리트는 그집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날은 피터가 그리트의 부모님께 청혼을 허락받으로 간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십년이 지나며 어느새 피터의 아내이자 푸줏간 안주인이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리트에게 타네커가 찾아온다. 그리트의 몸에선 어느새 그토록 싫어하던 고기냄새가 떠날줄 몰랐고, 피터처럼 손톱 밑 사이로 핏물이 빠지질 않았다. 십년만에 찾은 저택에서 그리트는 베르메르가 죽었으며 자신에게 유언을 남긴것을 알게 된다. 바로 그 진주귀고리의 상속이었다.  

 그리트는 그 진주귀고리를 갖고 고민한다. 피터의 아내이며 과거에 하녀였고, 고기집의 안주인은 그리트에게 귀고리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리트는 귀고리를 처분한다. 그리고 받은 돈 20길더중 15길더는 남편 피터에게 주려한다. 베르메르의 집은 피터의 고깃집에 15길더의 외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5길더만이 그리트에게 남았고,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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