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래스룸 수업 - 따라만 하면 다 되는 실전 온라인 수업 지침서
앤미디어 지음 / 성안당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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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의 창립자들이 만든  G suit for education이 G work space로 이름이 바뀌었다. 굉장히 많은 값비싼 도구를 제공하는데도 창립자들의 뜻에 따라 서비스가 교육계엔 무료다. 구글클래스룸과 구글드라이브, 구글어스, 구글 문서, 아트앤 컬쳐, 잼보드, 구글미트등 다양한 도구가 뭉쳐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때문에 아무래도 구글을 교육에 도입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는데 북미나 유럽의 도구들이 그렇듯 동양인에겐 웬지 직관적 이해가 좀 어렵다.

 작년에 원격수업에 구글클래스룸을 전격도입하고 싶어도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학교급이 초등학교로 낮거나, 지역이 IT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이면 그렇다. 도시 아이들은 자기 이메일과 구글아이디 비번쯤 어렵지 않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미 각 교육청과 구글이 협업해서 학교에서 계정을 만들어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제공할수 있다. 이 경우 선생님계정, 아이들 계정이 모두 따로 생긴다. 이 방식이면 학교급이 낮거나 지역이 농어촌이어도 선생님의 능력만 받쳐준다면 활용이 가능하다. 

 이 책은 구글활용수업의 거의 모든 것이다. 많은 책들이 선생님 입장에서만 책을 서술해 막상 아이들이 들어오면 어떤 화면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선생님이 수업을 준비하면 아이들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바로 다음장으로 연결해 보기가 좋았다. 하지만 역시나 하나하나 직접 해봐야 자기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래교육의 초점은 학습자 주도 수업과 개별화 맞춤수업, 그리고 협력능력의 배양이다. 구글의 도구들은 그걸 모두 제공하는 듯 하다. 선생님이 준비한 과제나 프로젝트를 학생들은 구글 문서 도구를 활용해 서로 동시에 협력 작업이 가능하다. 거기에 학생의 개별 과제를 선생님이 맞춤형 피드백 하거나 학습관리과정도 제공하는게 가능해 개별화 수업에도 도움이 된다. 

 처음 접근하기엔 다소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교육계에 꼭 필요해 보이는 도구같다. 현장에 많이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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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러운 생물, 수컷 - 생물학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진화와 멸종사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혜원 옮김 / 반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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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생식은 병원균이나 기생에 대한 방어, 그리고 지구 환경변동에 대한 적응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 생식세포는 서로 달리 만들어도 새끼를 동시에 나누어 만들순 없으니 새끼를 임신하고 낳아서 기를 암컷과, 수정만을 시키는 수컷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런데 암컷은 모성확실성이 있고 그에 따른 많은 투자를 하게 되니 새끼의 양육을 도울 장기적 번식 전략을 반면에 부성확실성이 없는 수컷은 여러 암컷과 짧은 시간에 성관계를 노리는 단기적 번식 전략을 채택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암컷은 자연스레 찾아오는 수컷 중 몇몇을 고르게 되었고, 수컷은 다수의 암컷에 대해서 역시 그들을 노리는 다른 수컷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다. 경쟁을 위해서 수컷들은 다양한 적응을 하게 되었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해 골격과 근육이 커졌고, 몇몇 종들은 별 쓸모없고 비용만 들며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다양한 표식들을 신체에 만들어냈다(뿔이나 깃털, 볏등) 그리고 다른 이들은 건축물을 짓거나 암컷에게 줄 선물들에 투자를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신체 자체가 암컷에 줄 영양선물이 되기도 한다. 

 수컷의 경우 대부분의 동물이 일부다처제를 선택하는데 그러다보니 강한 수컷이 대부분의 암컷을 독차지 하고 약한 수컷은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닭의 경우 일부 수컷은 다른 수컷과 교미하려는 암컷을 쫓아내거나 울음소리, 날개짓등으로 교미를 방해한다. 실제 무려 1/3의 합의 커플이 이런 교미방해를 겪는다. 생식방해를 하여 자신의 생식기회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방해가한 암컷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교미방해에 성공하는 경우, 그 암컷과 교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약한 수탉의 행동이니 이런 위험한 행동은 반드시 상대 수탉의 분노와 보복행위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동물의 수컷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갖는데 이것은 수컷을 더욱 수컷답게 하는 호르몬이다. 수탉은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두꺼워지고 혈류가 늘어나 특유의 볏이나 육수가 커지거나 붉어진다. 인간 남성은 이것이 주로 고환에서 분비되늰데 성기의 발육과 기능 유지가 주된 작용이고 골격과 근육을 자라게 한다. 인지적으로는 공간인지력과 집중력, 실행력을 높이며 용기가 생겨 무모한 행동을 하게 하고, 운전과 모험, 연구활동을 촉진한다. 하지만 폭력과 충동적 행동을 높이며 논리적 사고력과 ,언어적 사고력을 저하시키고 집중력을 너무 고도화시켜 세밀한 부분을 놓치게 하며 거기에 공감능력의 결여까지 더해진다. 딱 사춘기나 젋은 남성의 특징을 서술한듯 하다. 

 그래서인지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가 문명화한 지금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소 적은 남성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부드러운 리더십, 온화한 언어,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의 부작용은 이뿐 만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은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거기에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수컷은 젊어서 적극적으로 구애행위를 높일 가능성이 매우 현저한데, 방울깃작은 느시라는 새를 연구한 결과 호르몬 수치가 높아 젊어서 적극적 구애행위를 한 개체는 노화속도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빨랐다고 한다. 

 로도시스란게 있는데 생쥐나 개, 고양이 같은 포유동물의 암컷이 발정기에 보이는 행동이다. 암컷이 엉덩이를 뒤로 쏙 내밀면서 하부 척추를 활 모양으로 부풀리는 행위인데 이 모양새가 수컷에게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인간 여성도 로도시스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 하이힐을 신으면 자연스레 이런 모양이 형성된다. 하이힐로 발이 높아져 엉덩이는 돌출되고 허리는 아치처럼 휘는 것이다. 이는 남성에게 매우 자극적인 포즈로 실제 SNS등에서 몸매를 과시하는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지 않았음에도 하나같이 엉덩이는 뒤로 빼고 허리는 똑바로 휘려는 고된 자세를 연출한다. 

 동물종에서 95%이상이 일부다처제를 선택하지만 사람은 부분적 일부일처제를 선택했다. 일부일처의 이유로는 암컷의 드문 분포와 새끼 살해 회피설, 양육가설이 있는데 드문 분포는 암컷종이 영양이 높은 귀한 음식을 선호하는 경우, 자연스레 그것의 확보를 위해 넓은 영역이 필요해 흩어지는 경우 수컷이 암컷을 만나기 힘들어 형성된다. 새끼 살해 회피설은 일부일처러 항상 수컷이 있으면 새끼가 다른 수컷에 살해되는 것을 막는 것이며 양육가설은 수컷이 새끼를 장기적으로 키우는데 협력하기 위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중 수컷의 협력을 넘어선 공동육아를 택한 종이다. 인간은 매우 희귀하게 자신의 어린 새끼를 쉽게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수 있다. 이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공동육아를 선택했음을 보이는 증거인데 인간은 성인이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뇌의 발달에 많은 영양이 필요해 성체가 되는데 무려 1300만kcal가 요구된다. 이는 부모양쪽의 노력만으로는 항상 공급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런 공동육아의 필요성에 집단을 형성하면서 집단 내부의 결속을 위해 자연스레 집단에서 합의된 커플에 대한 성적 경쟁은 자제하는 문화나 적응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일부일처를 선택한 까닭이다.

 그런데 이 일부일처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환경오염과 문명사회의 발달 때문이다. 환경오염으로 인간은 많은 환경호르몬과 오염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 과거 인간 남성의 정액 1ml엔 1억마리의 정자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5천만개 수준이며 이중 운동성이 떨어지는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문명의 발달로 과도한 청결이 생겨났다. 과도한 청결은 세균감염과 기생비율을 낮춰 인간의 기대수명을 극적으로 올렸지만 부작용도 생겨났다. 우선 과도한 청결은 식품에 대한 과대 포장을 낳았는데 이 포장재엔 비스페놀 A나 다이옥신등 오염물질이 많으며 이들이 쓰레기로 버려져 소각하며 다시 인간에게 흡수되는 문제를 낳았다. 거기에 문명의 발달로 하수처리 시설이 발달하며 과거 오랜 시간 존속해온 기생사이클이 깨졌다. 현대사회 이전 인간은 강에 배설을 통해 기생충알을 퍼뜨렸고 그 기생충 알은 벼룩같은 작은 수생생물 안으로 그리고 그 수생생물을 물고기가 먹고 다시 인간이 먹는 기생사이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설물이 모두 하수처리되어 기생충의 알은 더 이상 하천으로 향하지 않는다. 기생충은 대개 나쁘게 느껴지지만 오랜 시간 인간과 공생해온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생사이클이 끊어지며 인간에게 꽃가루나 여러 식품에 대한 알러지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아마도 기생생물에 이런 물질에 대한 항체가 있었거나 아니면 기생생물이 사라져 인간의 면역력이 과도하게 약했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기생생물 역시 멸종위기 동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보통 자연상태에서 한 종의 동물에 기생생물이 3종정도 존재한다. 대충 동물중 절반이 기생생물인 셈인데 인간은 다른 생물의 멸종엔 신경을 쓰면서 기생생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매우 참신한 생각이다. 

 하여튼 유성생식은 언급한 것처럼 병원균이나 기생충, 지구 환경의 변동에 대한 대처로 생겨났다. 하지만 인간에겐 더이상 병원균의 위험도 기생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거기에 과학기술의 발달로 환경에 대한 대응도 거의 필요없어졌다. 그렇다면 유성생식의 필요성은 적어도 인간에겐 없어진 셈이니 인간의 유성생식도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재미난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로 양성생식을 하다 단성생식으로 전환한 종이 있다. 미국의 벼물바구미라는 곤충이다. 이들은 1976년 일본에 침투하였는데 미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천적과 병원균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마음껏 번식이 가능했고 거추장 스런 양성생식을 버리고 단성생식으로 전환하여 일본엔 이 곤충의 암컷만이 존재하며 그들만으로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도 이렇게 되려나.

 이 책은 다른 종들의 재미난 생식도 소개되어 있다. 양성구유생물이란게 있는데 암수의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생물이다. 사람 입장에선 우스워보이지만 이방식은 장점이 있다. 가재 같은 경우 성적이형성이 적어 수컷들이 번식기가되면 보이는 가재마다 서로 뒤집기를 한다고 한다. 뒤집어야 암컷임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연계에서 수컷은 암컷과 수컷을 자주 착각하곤 하는데 그러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런데 양성구유이면 어떻게든 다른 성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달팽이의 경우도 무척 재미난데 달팽이는 서로 만나면 덩치가 큰 개체가 암컷 역할을 하고 작은 개체가 수컷역할을 해서 큰 개체가 임신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커야 새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덩치차이가 애매하면 서로가 임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절묘한 타협이다. 편형동물인 납작벌레는 더 웃긴다. 이들은 서로 만나면 페니스를 서로에게 삽입하기 위해 무려 한 시간 가량을 경쟁한다. 그러다 삽입에 성공한 개체가 자연히 수컷 역할이 되고 진 개체가 암컷으로서 임신하게 된다. 짚신 벌레는 세포분열로 단성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좀 애매하다. 집신 벌레는 스스로 세포분열을 계속해나가면 600회정도 분열후 개체가 사망한다. 하지만 많은 짚신 벌레들이 세포분열 전 다른 짚신 벌레와 세포막의 허물어 접촉해 유전물질을 교환한다. 이러면 세포는 젊음을 찾게되고 세포분열 횟수도 훨씬 늘어난다. 양성이라고 보기도 단성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책에는 무척 재밌고 쉬운 진화상식이 가득하다. 분량도 적고 서술이 재미나고 쉬워 서너시간이면 완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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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힘 - 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가
폴 몰랜드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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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토와 더불어 인구는 오랫동안 한 국가의 힘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였다. 유럽에서 시작한 산업화와 더불어 과학기술 문명이 발달하며 인구의 중요성은 잠시 잊혀지는듯 했지만 그건 착각이다. 산업화로 인해 유럽 지역은 오랜 인구정체를 탈출해 맬더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실제로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 그 작은 유럽의 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쓴 책이다. 물론 나라의 힘이 단순히 인구만 많다고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인구가 매우 많지만 미국만큼 전혀 강하지 못하며, 인도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캐나다나 호주는 인구가 적지만 그에 비해 충분히 강하다. 

 인구와 관련한 용어로 출생률과 사망률이 있다. 이는 모두 인구 1000명이 기준으로 출생률이 36명이면 해마다 인구 1000명당 36명이 출생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망률이 54명이면 해마다 인구 1000명당 54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출산률은 여성 1명당 실제로 기대되는 출산수를 의미한다. 출산률이 0.7대인 한국은 여성 한 명이 평생 1명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통 대체출산률을 2로 잡는데 부부 둘이서 두 명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이를 볼 때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의 인구는 급감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중위연령이란 개념이 있다. 중위연령은 그 나라 인구의 평균 연령으로 선진국일수록 중위연령이 높으며 인구가 성장하는 개도국일수록 중위연령이 낮다. 2021년 한국의 중위연령은 대충 40세정도이며 베트남은 20대 후반이다. 

 18세기까지 전 세계의 인구는 정체였다. 인구성장율은 매우 낮았고, 과거보다 인구가 적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멜더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은 산술적으로 늘어 인구가 늘어날수 없음을 말했는데 그 맬더스의 덫에 딱 갇혀있는 형국이었다. 그런 인구동향에 처음 변화가 일어난게 19세기 영국이다. 19세기 들어 영국의 인구성장률은 무려 1.3%이상이었다. 별것 아니지만 복리로 인구도 늘어나므로 이 수치면 불과 반세기 만에 인구가 두배로 늘어나는 수치다. 이는 영국에 일어난 여러 변화때문이었다. 새로운 파종법과 윤작법이 도입되었고 농업이 기계화 되어 수확량이 50%이상 늘어났다. 거기에 북미지역의 넓은 토지가 경작됙고 유럽의 농경기법이 도입되며 그 농산물의 수입도 가능해졌다. 

 나아진건 식량 사정만이 아니다. 하수도가 건설되고, 철도가 생겼으며 목화도 수입되어 위생과 의류, 보건등 수명과 관련한 사안들이 크게 개선되었다. 때문에 영국의 영아 사망률이 낮아지기 시작했고, 덩달아 생존율이 증가해 인구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영국의 인구 변화를 책은 인구전환이라 명명한다. 

 이 시기 영국의 인구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프랑스와의 비교로 쉽게 파악된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는 영국보다 몇배 넓은 국토를 자랑한다. 실제 1800년까지 프랑스의 인구는 영국의 4배였다. 하지만 영국의 인구전환이 시작되고 1900년에 이르면 프랑스의 인구는 영국보다 고작 25%많은 수준에 그치게 된다. 이는 양국의 운명에 큰 차이를 불러왔는데 영국은 많은 인구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게 되었고 식민지를 자국의 인구로 채울수 있게 되었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화 초기인 19세기는 지금처럼 세계 무역이 활성화 되지 않아 물건을 팔 시장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때문에 자국내의 인구 증가로 인한 내수시장의 활성화와 식민지의 확보는 경제성장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건이었다. 그리고 영국은 인구의 급성장과 산업화로 1914년에는 경제규모가 프랑스의 3배에 달하게 된다. 

 인구변화는 프랑스와 영국의 운명만을 가른 것이 아니라 영국과 스페인의 운명도 갈랐다. 유럽에서 영국이전에 미대륙과 아시아 등지에 넓은 식민지를 개척한 것은 스페인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인구전환이 일어나지 않은 16-17세기에 식민지를 경영했고, 자국내 인구조차 충분하지 않았기에 식민지를 지배만 할 뿐 인구를 충분히 파견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영국은 17-18세기에 북미와 호주에 식민지를 건설했고 19세기 인구가 자국내 인구를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로 늘어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식민지로 이민시킬 수 있었다. 때문에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국가는 현재 스페인어를 쓰고 그들의 후예가 일부 남아있음에도 현대 스페인과 무관한 국가로 독립하게 되었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는 그들의 후예가 다스리는 국가로 현재까지 영국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는 국가가 되었다. 이런 영국의 후예가 건국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이중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영국과 같은 나라라는 동질성이 있었고(그들의 국기만 봐도 알 수 있다) 평화로울 때는 풍부한 식량을 제공하고, 전쟁때는 모국의 부릅에 인적자원을 동원해주기까지 하였다. 

 영국 다음 인구전환을 겪은 나라는 미국과 독일, 러시아이다. 미국은 19세기부터 신규이민과 높은 출생률로 인구가 폭발하였다. 1820년에 이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당시 미국여성은 평균 7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1850년엔 인구가 2300만, 그리고 1900년엔 7600만에 이르렀다. 이런 인구증가로 인해 나폴레옹은 루이지애나를 멕시코는 캘리포니아를 속절없이 미국에 내줄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런 광대한 인구증가로 서부 개척에 나설수 있었고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달하는 국토를 메울수 있었다. 이민자의 수도 엄청났는데 1920년까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800만 이상, 독일에서 5-600만,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서 각 400만, 러시아에서 300만, 스칸디나비아에서 200만이 유입되었다. 결국 영국이외의 지역에서 온 인구가 더 많은 셈이지만 영국인의 후예가 초기 자리를 잡고 나라의 정체성과 사회규범 성장을 주도하였기에 나머지 문화권의 인구들은 결국 영국문화에 융합되어야 했다. 

 독일은 19세기 초만해도 분열된 유럽의 소국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영국보다 인구가 항상 많았는데 1800년엔 영국의 두배였지만 1900년엔 프랑스처럼 영국이 독일인구의 2/3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독일은 통일 후 농업국에서 강력한 산업국으로 탈바꿈한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높은 출생률이 나타났다. 독일인구는 1800년 2500만에서 1870년 4000만 1913년엔 6700만이었다. 제조업 규모두 1880년 영국의 1/3에 불과하던게 1913년엔 영국을 추월하게 된다. 인구전환은 선발주자보다 후발주자가 더 급격하게 나타난다. 이는 세계적 추세인데 영국의 입장에선 독일이 그러했다. 독일도 영국처럼 북미지역의 개간으로 값싼 식량수입의 혜택을 보았고, 농업의 기계화와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식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독일은 영국과 달리 식민지가 적어 자국의 농업 보호를 위해 식량 수입을 제한해 자급적 식량 기술의 혜택과 도시생활의 개선이 자국 인구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는 19세기 동안 광대한 영토에서 인구가 무려 4배나 증가했다. 1차대전쯤엔 연 1.5%의 인구성장률을 보였고, 1914년엔 인구가 무려 1억3천200만으로 전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 경제도 1885년부터 1913년까지 연 3.4%성장했고, 못지 않은 인구증가로 러시아도 미국처럼 오지인 시베리아에 개척이 가능해졌다. 이 기간 러시아는 매년 75만의 인구를 시베리아로 보낼 수 있었다. 

 이런 인구 팽창은 각국에 공포를 불어넣었다. 초반 주자인 영국은 독일의 경제와 인구성장이 매우 불안했고, 독일은 러시아의 인구성장이 매우 두려웠다. 인구가 정체인 프랑스의 공포는 말할것도 없었다. 또한 전례없는 인구전환으로 당시 이들 나라의 인구는 수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매우 젋었다.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가 호전적이었다. 젊은 인구는 혁신과 역동성, 창의력을 사회에 불어넣지만 높은 범죄률과 호전적 분위기를 낳기도 한다. 어찌보면 1차대전은 이런 각국의 인구증가로 젊은이의 증가가 불러온건지도 모른다. 

 1차대전은 결국 양쪽의 과학기술의 수준이 비슷한 덕에 인구차이로 결판이 난 싸움이라 볼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을 포함한 연합국은 무려 4600만의 병력을 동원했지만, 독일쪽의 동맹군은 겨우 2700만의 동원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실제 전쟁기간 그 나라의 인구비율과 동원한 병력 비율은 연합과 동맹쪽이 1.75:1과 1.73:1로 거의 인구규모에 대비한 병력동원이 이루어졌음을 알수 있다. 총력전이었기 때문이다.

 1차대전후 유럽 각국의 인구는 전환을 마치고 정체되기 시작한다. 높은 출산률과 높은 사망율, 적은 인구에서 사망률 하락으로 인구가 급성장하는 시기를 지나 출산률이 낮아져 사망률과 균형을 맞추어 인구가 더이상 늘지 않는 시기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의 인구성장은 없는 것 같았지만 2차대전후 다시 인구 성장이 시작된다. 베이비붐이 일어난 것이다. 

 베이비 붐은 막상 전쟁으로 인한 인구 손실과 전후, 젊은 남성들이 돌아오며 미뤘던 출산이 한꺼번이 이뤄지며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논리라면 1차대전 후에도 베이비붐이 이뤄졌어야한다. 2차대전 후의 베이비붐은 1차대전 후와 다른 요소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바로 경제성장이다. 전쟁 후 서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급성장했다.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은 서로 자기 강화적 성격을 띄며 선순환했다. 결혼이 늘고 자녀수가 늘었으며 인구가 늘자 주택수요와 제품수요도 늘며 경제도 더욱 성장했다. 낙관적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자수성가도 쉬워져, 이전 같으면 늦은 나이에 결혼하던 사람들도 이른 나이에 결혼하기 시작했으며 아이도 그만큼 많이 낳게 되었다. 

 때문에 1930년대 인구전환을 마쳐 출산률이 2명미만이던 영국도 1960년대엔 3명대의 출산률을 보이게 되었다. 1960년대는 베이비붐이 절정에 이른 시기로 1차대전 무렵처럼 각국의 인구는 많아졌고 다시 젋어졌다. 때문에 이 시기의 문화는 반항적이고 소비 지향적이었다. 68혁명이 이 시기란 것도 젊은 인구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되던 인구성장은 1968년 먹는 피임약 필이 처음 등장한 시기와 거의 일치하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은 인구를 계속 성장시킬 수 없었으며 여성의 교육수준과 고용률이 높아지며 더 이상 여성이 많은 출산을 하던 시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후폭풍이 지금 인구전환을 마친 여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령화다. 이미 서유럽과 동아시아 북미의 국가들은 고령화를 겪고 있다. 고령화는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어서 그렇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령화가 일어나면 노인 관련 산업이 생겨나고 그 분야의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이 일어난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입증했던 고령화는 그 나라를 평화롭게 하고 준법적일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소수가 되어버린 젊은 이의 가치가 높아져 어린 학생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집중 투자가 일어난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사회의 혁신성과 역동성이 떨어지고, 경제규모가 작아지며 의료와 연금등 공공부분의 지출 부담이 막대해진다. 

 세계 많은 지역이 인구전환을 끝냈지만 아직 남아있는 지역이 있으니 중동지역과 사하라 이남 지역이다. 중동지역은 인구전환의 물결이 잦아들며 마무리로 가는 지역이고 사하라이남은 인구전환이 막 시작되고 있는 지역이다. 중동지역은 사망률의 감소로 인구가 증가했으며 출산률 역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사회 특유의 다산을 유도하는 문화로 인해 아직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률을 보이고 있다. 중동지역의 인구가 증가하는데는 이민도 큰 역할을 했다. 카타르의 경우 2차대전 직후 겨우 인구 2만5천의 소국이 현재 인구 250만으로 불어났다. 이중 토착민은 20%정도이며 나머지는 이민자들이다. 

 중동은 젊은 층의 인구비율이 매우 높은데 석유와 가스라는 우연적 산물에 의한 부로 인구가 늘어난 터라 인구대비 취업율이 46%에 불과하다. 석유와 가스를 팔아서 이룬 경제체제로는 충분한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과학기술 수준도 낮아 건조지역임을 감안해도 1인당 물소비량이 세계평균의 20%수준에 불과하고 곡물의존도도 무려 50%나 된다. 거기에 석유로 인한 기업가 정신의 부재로 지대만을 추구해 위로부터의 부패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그래서인지 아랍의 6-15세 어린이중 무려 1000만명이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다. 교육이 부재하고, 일자리도 찾기 어려운 청년층의 폭발적 증가는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다. 저자는 이 지역의 이슬람 근본주의 역시 이런 젊은 층의 불만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아랍의 젊은 층의 좌절은 서유럽으로의 이민 물결로 나타나고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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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핸드북 2 : 통합 진화심리학 핸드북 2
데이비드 M. 버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아카넷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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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배와 종속, 평판

 지배와 종속 계층은 기능적 조직이 아니라 식량,짝등의 자원 경쟁에서 각 개인이 만들어낸 타협적 통계의 결과물이다. 진화적 게임이론은 경제적 게임이론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그 행위자가 유전자이고 대안 전략과 대립하는 전략을 몸속에서 구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게임이론에서는 모험과 양보, 즉, 매파와 비둘기파가 대립한다. 서로 양보하면 적당한 이득을 얻고 모험과 양보가 대립하면 모험하는 측이 이득을 얻으며, 서로 모험하면 양쪽 모두 큰 손실을 본다. 때문에 집단에서는 초기에 모험하는 개체가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모험하는 개체가 많아지면 그들은 모두 손실을 보게 되므로 양보하는 개체가 생겨나 이득을 보게 된다. 대문에 집단 내에서는 모험과 양보집단이 적당한 균형점을 찾게되는데 일단 이렇게 되면 개체가 전략을 바꾸어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집단 끼리 비교해보다아 모험자가 양보가만으로 쏠린 집단의 총수익보다 모험과 양보 양쪽이 적절히 섞인 집단의 총수익이 크다. 

 그리고 이런 지배 종속 관계가 인간 집단에서 영속적으로 나타나므로 개체의 몸에서는 각각의 상황에 따른 호르몬 조절도 일어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가 심한 개체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은 모두 다양한 생리적 체계에 공급될 에너지를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데 코르티솔은 응급상황에서 우선 순위가 낮은 생리적 비축물에서 글루코스를 뽑아내어 유기체에 순간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즉, 코르티솔은 지위가 낮은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작용을 한다. 반면 세로토닌은 높은 지위와 관련한다. 행복과 웰빙의 감정과 과련하며 집단내에서 계층이 상승하면 세로토닌도 상승한다. 즉, 세로토닌은 개인의 집단 내 지위를 보여주는 체내 단서인 셈이다. 

 인간은 집단에서 평판에 유독 크게 의존한다. 인간에게 평판이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로 다른 개체가 한 개체를 판단하는데 매번 직접 경험을 할수는 없다는 한계점과 인간에게는 언어라는 도구가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평판은 그 유기체에게 어떤 형질이 있다고 다른 개체들이 판단하는 것으로 매우 주관적이다. 인간은 매번 사회적 교환을 하고 파트너가 필요하기에 다른 개체가 평소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사기꾼탐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인간은 직접 상호작용이 어려우므로 그 상대의 제 삼자를 관찰한다. 그 주요한 행위가 바로 엿듣기이다. 인간사회에 무수한 뒷담화가 존재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평판은 대개 세 가지 형태로 전달되는데 간접 상호성과 이익 제공 능력의 신호, 이익 제공의 의지신호이다. 인간은 조건부 협력자로 매번 직접 상호를 할 수는 없기에 그것을 넘어서 자신들 도운 적이 없는 사람이나 상호성을 나눌 가능성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없는 사람도 돕는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간접 상호성인데 이 경우 평판이 매우 중요하다. 간접 상호성에 의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은 평판을 얻기 위해 값비싼 신호 행위를 한다. 개인의 민첩성, 강함, 부, 그외 다른 것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 신호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감에도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값비싼 행위 이론이라 한다. 예로 호화로운 만찬, 통 큰 자선, 대형동물 사냥, 헌혈 같은 것이 있다. 

 타인을 돕는 다는 평판은 이익제공의 의지 신호로 읽힌다. 때문에 협조적인 사람은 다른 집단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으며 친화성 같은 안정적 성격 형질은 이런 것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2. 의례

 의례는 집단 구성원을 확인하고 집단을 향한 그들의 헌신을 보증하고 연합과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며 집단의 응집력을 유지시켜 집단과 관련한 적응적 문제를 해결한다. 의례는 집단의 가증 큰 과제인 조정과 협력을 촉진한다. 집단을 형성하면 양자간 상호교환외에도 단체행동을 위한 구성원들의 조정과 무임승차, 공통의 목표를 위한 헌신 강화, 경쟁집단을 향한 구성원의 이탈 방지 문제가 발생한다. 의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의례는 집단 구성원임을 나타내는 실용적이면서도 심리적으로 강력한 표지를 제공하여 내집단 구성원을 확인한다. 이 표지는 누가 협력자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 구분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의례가 이런 협력자를 확인하게 되는 이유는 의례란 것이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의례는 수행하는데 시간과 능력이라는 비용이 필요한데 이는 그것을 수행하는 구성원의 집단에 대한 헌신과 신뢰도를 드러내는 과시행동이라는 점에서 그의 충성심을 확인해주는 지표가 된다. 

 또한 의례는 문화적으로 형성된 집단의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의례는 충실도 높은 모방을 조장하고 개인의 혁신을 버텨냄으로써 문화적 전달에 더 없이 적합하다.공동의 집단 의례는 대개 위험을 다루고 피하며, 완화하는 것과 관련한다. 아이와 성인이 의례행동을 충실도 높게 모방하는 것은 내집단 친화의 수단이며 구성원 자격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배제가 예고되면 집단적 의례에 참여할 동기가 증폭된다. 아이의 이른 시기에 발달하는 사회적 인지능력은 의례의 인지발달의 토대가 된다. 

 


3. 종교

 종교는 문화의 하나로써 그 토대가 되는 인간의 종교에 대한 믿음과 행동은 진화적 적응이라기보다는 그에 선행하는 다른 인지구조(아마도 문화나 의례, 집단과 관련한)의 부산물로 취급된다.  

 종교와 관련한 인간의 중요한 인지 능력 중 하나는 마음 이론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다른 마음의 존재와 내용을 탐지하고 추론할 수 있다. 즉, 신을 다룰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론은 종교적 믿음의 기초가 되는 두 가지 핵심적 직관과 관련하는데 마음과 몸이 따로 있다는 이원론과 모든 사물에는 목적이 있다는 목적론이다. 실제 신에 대한 기도나 생각을 하면 마음이론에 해당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한다. 

 종교는 그 비용을 생각할때 매우 자리잡기 힘든 것이지만 언급한 폴리네시아의 문화적 부적응처럼 일단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직관과 의례-행동 복합체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일반적인 직관 및 믿음과 공진화한다. 인간은 문화적 존재로 그것을 위한 전적응은 순응적 편향, 평판평향, 신뢰도 향상 표현가설 편향을 갖고 있는데 이는 종교가 인간의 문화로써 자리잡는데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종교가 일단 성공하게 되면 그 의례와 교리 여러가지 헌신과 행동들은 평판을 갖는 성공적인 사람이 수행하는 것이 되며 이를 평판편향으로 따라 하는 이가 생기고 다수가 되면 아이들에게 순응적 편향으로 자리잡게 되고 더 나아가 종교를 믿는 비용이 대단하다보니 신뢰도 향상 표현가설에도 부합하게 된다. 

 종교의 극단적 의례를 통한 숭배는 참여자에 대한 헌신 장치이자 문화적 전염성을 가진 신뢰할만한 협력가설인데 이는 종교가 만연한 사회에서 무신론에 대한 불관용과 관련한다. 대규모 협력사회는 평판이 있긴 하지만 익명성이 문제로 발생한다. 사람은 조건적 협력자이기에 익명성을 통한 무임승차는 사회의 커다란 문제다. 여기서 신이 할일이 생겨난다. 신에 의한 처벌과 관련한 종교의 교리는 이 무임승차자에 대한 감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벌을 내리는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믿음은 사회의 친화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현대의 큰신을 믿는 종교들은 초자연적 처벌, 저주와 구원, 천국과 지옥, 업보등 다양한 개념을 탄생시켜 이런 비협력자들의 익명성을 통한 무임승차를 위협한다. 실제로 집단이 작아 익명성이란게 존재할 수 없었던 수렵채집사회의 종교들은 이런 현대 종교의 당연한 개념들이 부재하다.

 종교의 무신론에 대한 불관용은 결국 이 익명성을 통한 무임승차에 대한 위협으로 볼수 있다. 그래서 현대적인 법 감시체제나 비교적 사회안전망이 크게 확보된 현대 복지국가사회에서는 익명성과 무임승차에 대한 감시와 대처를 충분히 해서인지 종교의 영향력이 약하다. 


4. 진화인지심리학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은 인간을 생각과 행동에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저장, 학습, 표현, 생각하는 존재라고 여긴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은 그런 일을 하게 진화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기능들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다른 기능을 통해 수행되는 부산물에 가깝다. 

 의사결정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는 모으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또 정보를 많이 모으면 모은대로 그것을 모두 고려하느라 최적의 결정이 내려지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적은 정보로 빠른 판단을 내리는 기제가 진화하게 되었다. 때문에 인간은 이용가능한 정보를 대부분 무시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일부의 정보를 토대로 부적절한 대부분의 정보를 처내고 빠르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결정은 일부 정보를 토대로 직관적으로 빠르게 그 안에서의 최고를 결정하며 정보가 순차적으로 주어지는 경우에는 우선 등장하는 정보를 토대로 빠르게 결정한다. 

 이런 인간의 의사결정성향은 기억과도 관련한다. 기억은 유기체의 의사결정 체계에 유용하고 시기적절한 정보를 공급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기억엔 비용이 든다. 유용한 기억을 위해서는 장기기억에 더해진 항목을 잘 간수 보관해야하며, 미래에 갱신할 수 있는 융통성있는 형식으로 정보를 저장해야하고 정보저장에 필요한 뇌 조직을 잘 키우고 영양을 공급해야 하며, 무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때문에 우리의 기억체제는 매우 소량의 정보만 기억한다. 장기기억의 경우 기능적으로 학습한 약 10억비트정도만의 정보를 저장하는데 이 용량은 음악 CD데이터 한개보다도 작은 용량이다. 이는 기억에 비용이 많이 들고 기억을 많이 한다는 것은 정보가 많다는 것으로 적으니 정보로 우선적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인간의 의사결정 체계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적은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망각이 필요하다. 인간은 망각을 통해서 적절한 정보만 인출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다. 기억 능력은 환경자극이 어떻게 지금까지 환경에 나타났고 앞으로 다시 나타날지에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인간의 뇌는 어떤 기억이 현재 필요한 확률, 즉,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에 의에 의해서 기억과 망각을 결정한다. 망각은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선 언급한 것처럼 적절히 정보량을 조절해 빠른 결정 체제를 돕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전략적 정보 차단이다. 이는 배신행위와 그에 대한 피해가 인간의 정신에 손상을 주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장기기억 이외에도 바로 지금의 환경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단기기억도 있다. 단기기억은 고작 7개에서 +-2개정도로 알려졌지만 최근의 연구는 그보다 적은 5개에서 +-2개정도인걸로 수정되고 있다. 인간이 기억해야하는 주요 정보인 자동차 번호판이나 휴대폰 번호자리수가 위 정도 수준인것은 이런 인간의 단기기억을 고려함이다. 이처럼 인간의 단기기억은 장기기억 못지 않게 형편없는데 이는 역시 용량을 제한하여 환경안의 작은 변수만을 기억해 빨리 탐지하고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가령 사바나의 원시 인간이 순간적으로 수풀이 이상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을 탐지하였다. 그럼 인간은 빠른 속도로 맹수가 있음을 탐지하고 도망한다. 하지만 그런 수풀소리와 함께 주변의 모든 환경이 정보로 다가온다면 자연 분석 시간은 오래걸리고 판단은 느려진다. 종합적 판단결과 맹수가 없음으로 탐지되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는 죽음이다. 때문에 인간의 작은 단기기억은 오류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오류의 비용(맹수가 없었음에도 도망)보다 오류가 맞을 경우의 비용(맹수가 있어 잡아 먹힘)이 엄청나게 크기에 적응이 된다. 


5. 인지 편향

인간의 인지는 객관적인 현실의 어떤 측면과 비교할 때 번번히 체계적으로 왜곡된 표상을 만든다. 이것을 인지 편향이라하는데 이런 편향은 다음의 이유로 생겨난다. 우선, 어떤 규범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유용한 지름길을 선택하기 위함이고, 마음이 그 해결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문제에 부딪힐때 명백한 편향이 발생하고, 적응적 문제에 대한 편향된 반응양상이 편향되지 않은 반응 양상보다 더 적은 오류비용을 낳을때 생겨난다. 

 이런 인간의 인지 편향을 결국 정보를 모두 파악할수 없는 상황에서 적응적 결정을 신속히 이뤄야할때가 많으므로 생겨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인지편향을 재밌게도 사람의 권력관계와도 관렪란다. 권력이 약한 개인은 더 불확실한 사회적 지위에 있기에 사회적 판단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배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권력자는 자신의 인지적 노력을 사회적 판단에 쏟을 이유가 적어 이를 다른 곳에 배분한다. 때문에 사람에 대한 평가에 있어 권력자들은 대개 판단을 잘 하지 못하는 반면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은 사람들이 오히려 평가가 정확한 편이다.(각 기업의 인사담당은 모두 막내급이 해야할 것 같다)

 인간의 인지편향을 성차를 드러내기도 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여성의 성적 신호를 과잉지각하며 반대로 여성은 남성의 헌신을 상대적으로 과소지각한다. 이는 양성의 성전략차를 그대로 반영한다. 남성은 여러 여성과의 단기적 짝짓기를 선호하므로 여성들이 보내는 성적 신호를 과잉지각하는 것이 유리하다. 잘못판단한 비용보다(따귀정도 맞을 것이다.) 제대로 판단한 비용(성관계의 성공)이 훨씬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장기적 짝짓기를 선호하므로 남성의 헌신이 중요하다. 때문에 웬만한 남성이 보이는 헌신이 항상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이다.(이래서 남성이 보기에 여자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요구한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자질, 미래의 긍정적인 결과 성취가능성, 환경에 대한 통제력등을 실제보다 모두 터무니없게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회적 평판 관리를위함과 동시에 안하는 것보다는 시도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6. 진화정치심리학

 인간은 집단을 이루므로 정치가 생겨난다. 정치는 집단생활에서 출현하는 조정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된 적응의 산물이다. 도덕부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집단생활에서 사회 생활의 합의된 규칙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싸움이나 협상등으로 많은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때문에 선택압이 생겨나 사회적 규칙성(도덕이나 법)을 조정하게끔 적응이 설계되었으며 이 규칙들을 역시 자신의 이익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생겨나므로 또 다른 적응이 필요하며 그것이 정치가 된다. 

 정치는 주로 친족이 아닌 사람들(다른 외집단)에게 갖는 적응적 관심으로부터 생격난다. 일반적인 집단의 지위는 이미 평가된 것이지만 아직 활동하지 않은 다른 영역에서 싸움이 생겨나며 지위투쟁이 생겨난다. 폭력은 양쪽에 큰 비용을 초래하므로 그 대신 적절한 정보를 말해서 자신의 연합에 유리하게 관계를 변경하고자 시도하는데 이는 오늘날의 네거티브 선거운동과 상당히 유사하다. 

 연합은 일종의 교환체계로 사람들은 연합의 지지를 교환한다. 다른 구성원의 중요한 이해가 걸려있을 대 개인은 자신이 중요한 이해가 걸려서 언젠가 돌려받기를 기대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이런 연합의 성격이 오늘날의 정당에도 그대로 부여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속 정당의 정책을 내용과 상관없이 지지하며 반대쪽 정당의 정책은 역시 내용과 상관없이 반대한다. 이런 특성이 반영되어 현대정당정치에서도 반대당의 쟁점에는 서로 동의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정치뉴스에도 매우 열광하는데 이는 우리당 혹은 반대당과 관련한 정보가 내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어 미래의 협조를 얻어낼지에 대한 뉴스 패션쇼와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런 정치와 관련한 연합심리는 무조건 적인 충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연히 편견의 경우처럼 연합심리와 반대하는 대응심리가 적응했다. 이 심리는 지도자가 연합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대응심리는 지도자의 이익 추구상한선을 강하게 제한한다. 이 대응심리로 인간은 지도자 위치를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편을 들고 이 편들기를 통해 지도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지도자와 추종자 간의 관계가 노동 분업적인 것임을 파악하게 하고, 대응지배 심리에 따라 추종자는 지도자가 이익을 적당하게 추구하는 선에서만 그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때문에 인간은 현대정치에서도 지도자의 부패에 강하게 저항하며 충성하면서도 쉽게 그들을 교체한다. 

 인간의 정치적 성향은 소규모 사회에서 진화한 것인 만큼 상당한 한계가 있는데 이에 걸맞게 진화한 정치적 설득전략이 있다. 프레임화와 도덕화이다. 프레임화는 인간의 작은 작업기억과 관련한다. 인간은 작업 기억이 작으므로 많은 정보를 고려하지 못한다(모든것을 파악해 옳게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어떤 사안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게 프레임화한다. 즉,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앞세워 수신자의 작업기억을 장악해버리는 전략이다. 도덕화는 인간의 대응심리에 관련한 것이다. 인간이 지배자의 사리사욕 추구에 강하게 반응하므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을 집단 전체의 이익과 관련한 것처럼 포장하여 정보를 퍼뜨리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의 정치인들은 이 두 작업에 매우 능수능란하다. 

 과거 인간은 소규모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안을 직접 경험하며 정치를 해왔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매우 방대하여 인간은 대부분의 사건들에 대해 직접 경험을 하지 못한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정보는 매스미디어나 SNS를 통해 얻게된다. 이들이 제공한 정보에 기초해 정치적 판단이 이뤄지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구체적 경험정보의 제공 부재로 정치에 과거와 달리 무감각하다. 이 경우 두 가지 해결책이 있는데 하나는 부모나 교사가 정치적 관심을 높게 가져 정치적 환경에서 자라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매스미디어가 추상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정보를 드러내는 것이다. 양자의 방법은 인간의 원시적 정치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7. 진화심리학과 공공정책

 인간은 조건적 협력자로 다른 사람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거나 보증받는 것이 자신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정책설계와 중요하게 관련한다. 신뢰는 경제적 교환과 일상적인 상호작용에 중요할 뿐더러 공공적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기부나 세금을 내도록 유도하는 공익 광고에서 그 사람이 포함된 지역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같은 지역의 사람들이 세금이나 기부를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이나 정보를 넣으면 정책 효과는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으면 대개 절약하고, 위치를 상승하기 위해 교육에 투자해야하며 모험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모순되게 인간은 반대로 행동한다. 이는 인간이 지위 신경을 쓰고 주어진 환경에 대응해 생활사 전략을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는 것은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며 이 경우 인간은 성장과 번식을 빨리 실행하는 빠른 생활사 전략을 수행한다. 즉, 장기적 투자보다는 빠른 성장과 번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은 하지 않고 빠르게 결혼 번식하려고 한다. 인간의 이런 진화심리를 공공정책은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복지는 소득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지위에 신경을 쓰는 존재로 소득의 상승은 그들의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문에 공공정책은 소득의 향상과 더불어 인간의 관계 회복과 지위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불평등한 사회는 인간이 사회적 지위를 가장 위협받는 사회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불평등한 사회에서 인간은 행복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문제행동도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진화심리적 접근은 복지사회의 경제적 평등으로 나가는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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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14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진화에 심리까지 붙어 알라딘 사잠까지 링크 탔는데
핸드북인데 1000페이지!!!
ㅜㅜ
이건 몇 kg 정도 할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닷슈 2021-02-15 00:25   좋아요 1 | URL
무거워서 읽기 쉽지않습니다 저도 이게 핸드북이야 했는데 막상보니 진화심리학 최근의 연구성과를 분야별로. 축약한것이니 핸드북이 맞긴하네요
 
진화심리학 핸드북 2 : 통합 진화심리학 핸드북 2
데이비드 M. 버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아카넷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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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기간 진화심리학2권을 읽었다. 1권이 짝짓기전략이나, 성, 공격성, 살인, 강간, 생활사, 겨루기경쟁, 매력, 공간, 길찾기 등 좀 더 인간 개체에 초점을 둔 진화심리학이라면 2권은 문화나 종교, 전쟁, 리더십, 사회성, 도덕성, 법, 문화예술등 집단으로서 사회를 구축하고 문화를 만든 집단으로서 인간의 진화심리에 대해서 다뤘다. 1권처럼 역시나 읽기 쉽지 않았는데 정리해본다.


1. 사회적 교환

 인간은 아주 오래전 부터 집단을 이뤄왔다. 집단은 이점이 참 많다.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고 포식자와 다른 인간으로부터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는다. 상호간의 이로운 사회적 교환을 위한 잠재적 파트너가 존재하고 친족이 함께 거주하며, 번식 가치가 있는 짝이 주변에 널렸다. 이런 높은 적합도로 인해 인간은 집단생활을 해왔고, 집단 생활을 위한 심리적 적응이 있으니 바로 사회적 교환 기제다. 

 사회적 교환은 모든 인간 문화권에서 관찰되고 있으며 이는 이 심리기제가 오랜 역사시간 반복적으로 나타난 인간 과제였으며 전문화된 신경 적응이 형성될만큼 충분한 시간적 깊이가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회적 교환이 매우 당연하여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심리기제는 무척 고급 기능이다. 사회적 교환을 위해서는 사람은 서로간의 상호성을 지연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기억까지 해야하며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쉽게 말해 남에게 바로 도움을 주었어도 그가 나를 도와줄때 까지 기대려야 하며, 어느 녀석이 나를 얼마만큼 도왔는지도 정확히 기억해야하고 그 녀석이 진짜 나를 돕는지 까지 기다리고 기억해야 하며, 내가 그녀석을 돕는 만큼 그녀석도 나를 돕고, 나도 그녀석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급 기능이기에 사회적 교환을 오로지 침팬지와 일부 원숭이, 흡혈 박쥐등 극히 일부종에서만 관찰 된다. 

 사회적 교환은 상대방 유기체가 요구 받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조건으로 그 이익에 대한 영수증을 상대방 유기체에게 발급함으로써 상대방 유기체의 행동을 공급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개체는 항상 이기적이기 이익을 받았음에도 이를 행하지 않는 사기꾼개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회적 교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사기꾼 개체를 탐지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구결과 인간은 이 사기꾼을 탐지하는 영역 특이적 기제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단순한 논리적 위반의 경우는 잘 찾지 못한다. 가령 P 이면 Q이다. 라는 명제가 위반되었는지를 알려면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를 감지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과제에 대해서는 25%의 정답률만을 보인다. 하지만 위 명제가 사기꾼과 관련된, 즉, 이익을 가져갈만한 조건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과제로 바뀔 경우 정답률은 무려 70%대로 상승한다. 논리구조가 같은데도 말이다. 구체적 예로 돈을 받으려면 발목에 작고 붉은 화산암 조각을 묶어야 한다라는 명제와 쓰레기를 바깥에 버리려면 사람은 발목에 작고 붉은 화산암 조각을 묶어야 한다라는 명제에서 위반 탐지를 수행할 경우 인간은 이익과 관련한 전자의 경우 좋은 탐지능력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후자의 경우 낮은 탐지능력을 보인다. 

 인간은 이런 사회적 교환과 관련한 사회적 계약 이외에도 예방 규칙에도 높은 탐지를 보인다. 예방규칙이 사회적 교환 못지 않게 높은 수행률을 보이는 것은 이것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입게되는 적합도 손해가 높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양자는 모두 70%대의 높은 정답률을 보이는데 내측안와 전두피질과 전측 두피질 양측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예방규칙은 여전히 높은 수행률을 보이나 사회적 규칙을 30%대로 점수가 떨어져 사회적 교환을 담당하는 특정 해부학적 위치에 있음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교환의 생성은 매우 빨라 아이들은 대충 3세가 되면 사회적 계약에서 부정행위로 간주되는 것을 이해하며 4세 아동은 벌써 이 부분에 대해서 성인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다. 


2. 여성의 공격성

 남성을 성경쟁을 하기에 매우 공격적인 반면 여성은 성경쟁을 하지 않아 그 공격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여성에겐 파트너 남성간의 갈등, 그리고 여성들간의 성경쟁이 있다는 점에서 공격성이 발현하기에 충분한다. 공격성이 하나의 진화전략으로 채택되려면 반드시 보상이 그 비용을 초과해야하는데 여성 역시 생태환경의 위험, 영아살해 위험, 다른 여성의 위해로부터 자식을 보호해야 함으로 공격성이 채택될 수 있다.

 여성은 장기적 파트너와 자식이라는 큰 이익을 공유하지만 갈등 상황 역시 충분하다. 우선 은밀한 짝외 수정을 시도하기, 이전 결합에서 태어난 의존적인 어린 자식, 방계 친족들에 대한 족벌주의적 지원, 파트너의 노력에 다른 짝에게서 태어난 자식을 부응시켜 무임승차하고자 하는 노력, 배우자 풀을 관리하고 업그레이드까지 하고 싶은 마음, 복수의 배우자를 갖고 싶은 마음등이 남성 파트너와의 갈등을 유발한다. 

 하지만 여성의 공격성은 힘의 차이가 분명한 남성과의 사이에서보다는 당연히 여성과의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여성의 위계는 주로 암컷 중심 결속 종에서 잘 드러나는데 서열결정을 위해 싸움보다는 상속을 통해 결정한다. 암컷은 서열이나 위계를 위해 수컷과는 달리 목숨을 거는 일이 무처 드문데 이는 어머니의 생존이 자식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컷의 경우와 달리 암컷이 사망하면 자식의 생존율은 2%에서 50%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성은 공격성을 드러냄에 있어 소극적이 되고 비용에 민감해지며 갈등상황에서 회피동기가 강하다. 그래서 수컷은 노여움의 감정을 표출한다. 이는 목표달성에 방해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여움은 그 강도와 빈도에 있어 성차가 의외로 별로 없어 공격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보인다. 오히려 공격성과 관련이 있어보이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양성이 두려움을 느끼는 빈도와 강도차는 상당하다. 극단적 공포는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어 유기체가 해로운 상황에 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두려움은 여아가 일찍 발현하며 여성이 빈도와 강도가 높고 그 감정의 지속시간도 길다. 특히, 여성은 자식이 있는 경우 위험감수에 특히 민감해진다. 편도체가 위험과 관련한 역할을 하는데 위협에 노출될 때 여성은 대체로 변연계, 편도체가 강하게 활성화한다. 

 여성의 공격성은 주로 성을 놓고 경쟁하는 상대 여성을 향한다. 남성이 여성에 요구하고 민감한 것이 젊음과 외모, 생식에서의 충성심이므로 여성들의 상대 여성에 대한 공격 역시 이에 부합하여 외모와 정절이 중요한 무기가 된다. 여성들은 낙인 찍기, 배척하기, 그 밖의 방법으로 타인을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배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가급적 만들지 않는다. 이는 상대에게 스트레스는 주어 그의 평판과 사회적 지지를 훼손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이런 우회적 공격은 당연히 성경쟁이니 만큼 젋고 매력적 여성에게 집중된다. 

 여성의 신체적 폭력은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주로 젊은 남성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하여 발생하며 상대방은 주로 지인이다. 여성이 폭력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자신의 성적 편판을 방어하고 잠재적 파트너를 두고 경쟁하며, 현재 파트너를 두고도 경쟁하여 질투가 폭발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젊은 여성은 남성보다 성적으로 일찍 성숙하므로 그에 부응하여 폭력이 남성보다 2년가량 먼저 정점에 달한다. 


3.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그리고 연합

 인간의 사회성을 높은 적합도를 주지만 비용도 존재한다. 전염병의 위험과 사회적 절도와 폭력, 타인의 무임승차등이다.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서 인간은 사회적 파트너를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기제도 발달했다. 인간은 상대방을 택할때 친족으로 보이고, 협력적이고, 믿을만 하며, 우리와 자신의 노력을 조화하고 미래에 수월하게 상호작용할 만한 상대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런 기제로 나타난 것이 편견, 고정관념, 차별이다. 이는 상대방을 통한 위협(폭력이나 병원체)을 직접 경험하고 탐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런 이후는 이미 늦으므로 그의 형태나 행동 편판으로 간접 짐작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기에 생겨나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이런 인간 고유의 고정관념을 그 사회적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검증되었다시피 이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제법 큰 편이다. 이는 당연히 간접적 단서에 의한 판단이 부정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 인간은 이런 부작용을 갖고 있음에도 사회적 편견을 아직까지 널리 수용한다. 이는 비용의 차이 때문인데 편견을 갖고 사람을 판단하여 잘못 판단할 경우 좋은 파트너를 놓치게 되는 비용을 치루게 되지만 그 파트너가 치명적 병원균을 갖고 있었거나 폭력적이거나 사기꾼인 것을 놓칠 경우 그로 인해 치루게 되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에는 인간이 엽합을 이룬다는 점도 관련한다. 싸움은 의외로 일종의 협력 게임이다. 싸움참가자는 누가 자원을 더 차지하느냐에 대해서 서로 동의하지 않고 이로인해 싸움이 생겨나는데, 갈등이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더 큰 싸움으로 번져나간다면 생명이 위험해지므로 큰 비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싸움 당사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그들의 결정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나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이 신호들은 주로 상대적 위압성을 드러내는 단서(덩치, 목소리, 등), 이전의 싸움 전적, 복종과 지배를 드러내는 의사표현등이다. 이런 개별적 전략으로 개체들은 위험한 싸움을 피하고 많은 사회적 동물들이 선형적 계층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개체는 어떤 개체를 이길수 없어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부여해야하는지, 혹은 어떤 개체를 이길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부여할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강자와 약자 모두의 싸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전략이지만 이 경우 약자는 자원을 모두 수탈당하게 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약자에게서는 강자에 맞서기 위한 동맹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게임의 연장일 뿐이다. 연합 역시 강한 연합과 약한 연합이 생겨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전략과 마찬가지의 전략이 연합간에도 구사되며 이로 인해 약한 연합 역시 자원을 수탈당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연합은 이것의 해결을 위해 약한 연합끼리 결합하게 되며 강한 연합도 이에 대응해 결합하게 되어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커다른 몇개의 큰 연합이 남게 된다. 

 연합들 역시 개인간의 전술이었던 전력평가, 과시, 지배와 복종의 신호를 꾸준히 내보내며 임시적인 비대칭과 관습의 사용등 기존과 유사한 전술을 사용한다. 그 결과 개인과 유사한 집단-기반 계층구조가 형성되며 특별한 형태의 내집단 편견과 차별이 생겨난다. 연합은 개인들의 편파적 행위, 제도적 차별, 신화의 정당성을 통해서 자신의 규모, 집단의 영역, 타집단보다의 우월한 힘을 광고한다. 

 내집단 관계에서는 협력과 갈등의 균형이 필요한데 외국인은 처음부터 경쟁자이고 협력이 잘 되지 않는다. 때문에 외국인과의 상호작용은 주로 대립이며 집단간 조우도 대부분 폭력적으로 귀결된다. 이주민은 건강, 자원, 신체적 안정, 가치관등 여러면에서 위협적이다. 인간은 반면 신체적으로 친숙해 보이고 같은 언어를 쓰며, 현지의 관습에 맞게 행동하면 덜 위협적으로 느낀다. 그렇기에 외지인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와는 반대로 편견에 대항하는 적응설계가 있을 수도 있다. 연합의 내부는 항상 불안하기에 인가은 잠재적인 교차 동맹자가 필요하며 이를 찾으려는 인지적 적응역시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편견, 고정관념, 차별로 가득찬 존재이지만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다. 그리고 편견에 대항하는 적응설계는 점점 강화되는 동맹을 분산하도록 할 필요성 때문에 생겨났을 가능성도 있다. 연합을 서로 합쳐지며 몇개만 남게되지만 하나가 되지는 못한다. 때문에 동맹에 기초한 분쟁은 계속 확대되어가는데 이는 모두가 편파적 자기편들기 전략만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한 편들기가 생겨난다면 연합간의 편파적 편들기에 의한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 이러한 공정한 편들기 기능은 도덕적 인지능력의 근간일 가능성이 있다. 도덕적 인지능력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잘못된 행위를 계산하여 자신의 연합소속이나 정체성과는 별도로 그것을 계산하여 편을 드는 것이다. 

 

4. 전쟁과 리더십

 다른 종에 없는 인간만의 주요 특성 중 하나로 전쟁을 꼽을 수 있다. 간혹 침팬지 같은 종이 기습적으로 다른 집단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인간처럼 조직적이고 상대방을 전멸에까지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공격을 하는 동물종은 없다. 그리고 이 전쟁엔 인간의 리더십이 관여한다. 

 소규모 채집사회에서 집단은 부족 수준으로 부족전쟁은 현대국가와 큰 사회에서와는 다르게 합의와 자발적 참여에 의해 수행된다. 때문에 전쟁에서 리더십은 존재하지만 제한적이며 전쟁지도자는 스스로 전투에 참여까지 한다. 전사의 통제가 여럽고 명망과 지위를 얻기 위함이다. 

 인간은 어느 순간 평등사회에서 위계사회로 넘어갔는데 이 때 전쟁지도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전쟁후에도 전쟁에서 얻은 막강한 명성과 권력을 갖고 있으며 다른 분야의 지도자와는 다르게 자신의 권력, 자원, 충성스러운 전사동맹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친족에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사회에서도 군사지도자는 흔히 최고지도자지위에 오르거나 찬탈한다. 

 인간의 리더십은 정교한 인지작용인데 마음이론과 언어, 미래계획, 전략수립의 능력이 필요하며 정교한 사회조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쟁은 생사가 걸린 복잡한 활동으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견고하게 조직한 쪽이 승리한다. 즉 리더십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진화심리학자 중 일부는 집단간 갈등은 매우 인지적으로 까다로운 문제이며 그 문제의 해결을 생사를 가름짓기에 적합도에 매우 중요함으로 전쟁이 인간 지능의 진화와 리더십의 출현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집단의 형성으로 인한 협력 뿐만 아니라 갈등 역시 인지적 진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5. 문화의 탄생

 신경과학은 우리의 뇌가 유전자와 문화 양자를 통해 형성됨을 입증했다. 서로 다른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인간은 문화적으로 다르게 진화한 사회적 규범과 제도, 기술을 학습하고 헤쳐나가면서 각양 각색의 신경학적 반응과 호르몬 반응이 일어나 서로 다른 지각과 판단, 동기, 행동을 만든다. 즉, 문화적 작용은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발달에 그리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유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인간을 빚어낸다 할수 있다. 실제로 우유를 섭취하기 위한 유당분해효소유전자와, 알콜처리유전자, 파란눈 유전자 등은 문화로 인해 유전자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인간이 이렇게 문화적 종이 될 수 밖에 없던 것은 지구 환경의 적정한 변화 때문이다. 환경의 변화가 작았다면 유전자 차원에서 미리 대응하는 것이 낫다. 반면 환경 변화가 너무 극적이어서 매 세대마다 다른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면 역시 문화는 의미가 없어지고 비사회적 학습이나 그를 위한 유전적 프로그래밍이 최선이 된다. 때문에 지구의 적정한 환경변화는 우리가 문화적 종이 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문화적 종이 되려면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우선 언급한 것처럼 적정한 환경의 변화다. 환경이 꾸준히 변화하면 유전자 수준의 대응이 어려워진다. 다음은 적합도와 관련된 도전들이 지나치게 어려워 각 개인이 쉽게 비사회적으로 재정복하는게 어려워야 한다. 마지막은 어떤 종에게 문화가 창발할 만한 인지적 전적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그 환경은 이런 조건으 모두 충족한다. 

 인간이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진 인지적 전적응은 모범편향, 순응적 학습, 신뢰도 향상 표현가설이다. 모범 편향은 더 뛰어나 보이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모방학습하는 경향이다. 아이들은 뛰어난 성인, 열중하는 성인, 자신감이 있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선호하는데 놀랍게도 이 성향은 부모나 친족이 아닌 사람의 경우에도 해당한다. 즉, 뛰어나다면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에게서도 배우는 것은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가장 숙련된 모범을 전부 고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인간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모범을 선호하는 경우가 만으며 이는 자신과 나이가 같거나 자신보다 약간 나이가 많은 또래의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간은 역시 사회적 존재이기에 자신과 비슷한 억양이나 친숙한 억양을 가진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다음은 순응적 학습이다. 인간은 가장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시연자의 절대수가 많은 사회적 정보에 더 민감하고 많이 의존한다. 신뢰도 향상 표현가설은 성공한 사람의 모든 것을 따라하는 경향이다. 스타가 사용한 우유, 향수, 속옷등이 잘 팔리는 이유다. 신뢰도 향상 표현가설은 맹목적이지는 않으며 그 신호를 보내는 자가 꾸준히 평판이나 명성을 유지해야만 이뤄진다. 

 이 같은 인지 편향으로 인간은 문화를 위한 적응체계를 갖는다. 그리고 이 같은 문화적 학습은 인간의 여러가지 선호나 기호까지 변화시켜가며 우리의 뇌를 변형한다. 집단이 커질수록 이런 경향은 가속화하는데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을 수록 기술과 문화가 복잡해지는 경향을 갖는다. 하지만 유전적 진화가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많은 부작용을 갖듯 문화적 진화 역시 문화적 부적응을 갖는다. 

 예로 폴리네시아의 문신 시술은 매우 비싸고 위험하다. 감염 우려로 한 번에 한 뼘 밖에 시술을 못하고, 한 번 시술마다 무려 8-12주를 회복해야 한다. 이 경우 당연히 식량이나 자원을 친족에 의지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이 문신이 한번 명망의 표지가 되자 매우 경쟁적인 문화적 부적응이 되고 말았다. 이는 문화에 있어 매우 비싸고 무의미한 행동이라도 평판, 신호보내기, 값비싼 처벌 같은 기제들이 작동하면 그 행동이 타인아니 집단에 기여하는지와 무관하게 유지되고 확산됨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사회와 세계에는 이런 쓸모 없는 문화적 부적응들이 많이 존재한다. 뉴기니인들은 사망한 친척의 뇌를 먹고 치명적 뇌질환에 걸리며 아직도 일부 아프리키아 중동은 여아의 음핵을 무의미하게 절제한다. 

 문화는 우리 뇌를 형성하고 진화시켰다. 일단 문화가 축적되면 선택은 사용가능한 문화의 정보를습득하고, 조직하며, 저장하고, 재전달하는 뇌를 선호하게 된다. 이로 인해 뇌는 커지고 문화적 학습에 더 숙달되며 문화적 진화도 그에 따라 학습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적응적 정보의 종류를 확장한다. 그래서 인간은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문화적 진화가 가속화하며 적응적 정보의 수도 늘어나는 순순환에 들어가게 된다. 문화적 뇌가설은 인간의 큰 뇌는 일반적 지능이나 문제해결, 기만, 전략등이 아닌 바로 이 문화학습때문이라는 주장이다. 


5. 도덕성

 인간의 도덕성은 상당히 특이하다. 이타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타주의나, 자녀양육, 정직한 소통, 일부일처, 재산존중, 공격성 억제등의 도덕성은 다른 동물종에서도 폭넓게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인간의 도덕성은 그보다 훨씬 폭넓으며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의 도덕은 낙태를 금지하고 동성애를 싫어하며, 마약에 대해 금지적이다. 이로 인해 수백만이 매년 상해를 입고 투옥된다. 인간은 도덕적 판단과 도덕적 행위가 일치하지 않는데 이는 양자가 서로 다르게 진화한 기능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진화한 도덕적 적응은 다양한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계산하는 연산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를 통해 행동을 만들어내는 체계도 아니다. 도덕적 판단이 그저 피해의 방지와 이타주의의 촉진에만 초점을 두고 생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종종 비결과주의적이다. 도덕적 판단체계는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행동이 어떻게 완결되는지에 주목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독살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라 여기지만 해독제를 주지 않은 것은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양자가 불러온 행위의 결과는 같은데도 말이다. 

 그리고 인간의 도덕성에는 감정과 동기가 그 뒤를 따른다. 도덕적 위반은 노여움과 역겨움을 불러 일으키고 일반적으로 행위자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직관을 불러온다. 이런 처벌 추구는 도덕적 판단의 기능을 보여준다고 볼수 있는데 도덕적 판단이 단순히 파트너를 고르는 용도, 즉, 이타주의용도라면 사람들은 위반자를 피해기만 하지 처벌 동기가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벌동기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가해자 처벌 욕구는 있으나 자기가 직접 처벌할 의향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벌 방식을 상당히 가변적이며 도덕적 위반의 상대적인 심각성과 그에 따른 처벌의 강조에는 폭넓은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처벌동기외에도 도덕성에는 공평성이 공통적으로 중시된다. 관계에 따라 상대를 서로 다르게 대하는 인간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공평성은 매우 특이한 특질이라 할 수 있다. 공평성은 조정을 위한 필요성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개인전략으로 신호를 보내고 약자는 강자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을 형성한다. 하지만 연합간 혹은 연합 내에서는 다양성에 의해 편이 형성된다. 그래서 편들기 전략이 필요하다. 편들기 전략은 편승전략과 동맹전략이 있다. 편승전략은 글자 그대로 강해 보이는 쪽에 붙는 것이다. 그리고 동맹전략은 친족이나 친구쪽에 붙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힘에 의한 전략이며 갈등을 단기적으로는 해소할수 있으니 사실상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전략이다. 그래서 도덕은 또다른 편들기 전략이 될 수 있다. 도덕적 편들기는 이들 양자도 아닌 인간이 옳다고 정해놓은 쪽에 붙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편승이나 동맹전략과는 다르게 제 삼자가 어느쪽에 붙은지 예상할수 있게 하며 모두가 인정할수 있는 전략이기에 갈등을 장기적으로 해소할수 있다. 

 이와 같은 도덕의 조정기능은 왜 도덕이 비결과주의인지를 설명한다. 조정에는 판단의 결과가 타인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무관하게 다른 사람과 똑같은 표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덕은 항상 공평하지만은 않다. 인간은 도덕적 인지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규칙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수 있도록 자신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게 도덕규칙을 동조화하는 적응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의 조정으로 인해 여러 문화에 걸쳐 도덕 규칙은 그 공평성과 조정기능에도 주제와 변주가 존재한다. 이런 도덕의 측면은 도덕의 공통성을 해치는 것 같지만 하이든의 도덕기반 이론에 의하면 모든 문화권의 도덕에는 6가지의 공통적 내용영역이 들어간다.

 위해/보살핌, 공평성/상호성, 내집단/충성심, 권위/존중, 순수/신성, 자유/억압이 그것이다. 그리고 도덕의 지역마다의 불일치는 이 6가지 영역중 어느 부분에 가중치를 주느냐로 결정된다. 서로 다른 집단 구성원들이 여려 근거중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반영하는 도덕체계를 그 사회에 구성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도덕은 절대적이기도 상대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간의 도덕은 더 좋은 규칙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도덕적으로 좋은 규칙을 갖춘 집단이 아무래도 나쁜 규칙을 갖춘 집단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도덕적 위반을 목격하면 노여움과 분노의 감정을 촉발한다. 도덕인 비결과주의적이기에 이런 행동이 집단이나 개인에 아무런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음에도 그런 기능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도덕적 분노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공감을 그리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감을 감소시켜 처벌을 쉽게한다. 이런 감정은 사람들을 협력집단으로 묶고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할 의욕을 꺾어놓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하려는 행동을 금지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역겨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규칙에 저항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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