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핸드북 2 : 통합 진화심리학 핸드북 2
데이비드 M. 버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아카넷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지배와 종속, 평판

 지배와 종속 계층은 기능적 조직이 아니라 식량,짝등의 자원 경쟁에서 각 개인이 만들어낸 타협적 통계의 결과물이다. 진화적 게임이론은 경제적 게임이론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그 행위자가 유전자이고 대안 전략과 대립하는 전략을 몸속에서 구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게임이론에서는 모험과 양보, 즉, 매파와 비둘기파가 대립한다. 서로 양보하면 적당한 이득을 얻고 모험과 양보가 대립하면 모험하는 측이 이득을 얻으며, 서로 모험하면 양쪽 모두 큰 손실을 본다. 때문에 집단에서는 초기에 모험하는 개체가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모험하는 개체가 많아지면 그들은 모두 손실을 보게 되므로 양보하는 개체가 생겨나 이득을 보게 된다. 대문에 집단 내에서는 모험과 양보집단이 적당한 균형점을 찾게되는데 일단 이렇게 되면 개체가 전략을 바꾸어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집단 끼리 비교해보다아 모험자가 양보가만으로 쏠린 집단의 총수익보다 모험과 양보 양쪽이 적절히 섞인 집단의 총수익이 크다. 

 그리고 이런 지배 종속 관계가 인간 집단에서 영속적으로 나타나므로 개체의 몸에서는 각각의 상황에 따른 호르몬 조절도 일어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가 심한 개체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은 모두 다양한 생리적 체계에 공급될 에너지를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데 코르티솔은 응급상황에서 우선 순위가 낮은 생리적 비축물에서 글루코스를 뽑아내어 유기체에 순간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즉, 코르티솔은 지위가 낮은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작용을 한다. 반면 세로토닌은 높은 지위와 관련한다. 행복과 웰빙의 감정과 과련하며 집단내에서 계층이 상승하면 세로토닌도 상승한다. 즉, 세로토닌은 개인의 집단 내 지위를 보여주는 체내 단서인 셈이다. 

 인간은 집단에서 평판에 유독 크게 의존한다. 인간에게 평판이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로 다른 개체가 한 개체를 판단하는데 매번 직접 경험을 할수는 없다는 한계점과 인간에게는 언어라는 도구가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평판은 그 유기체에게 어떤 형질이 있다고 다른 개체들이 판단하는 것으로 매우 주관적이다. 인간은 매번 사회적 교환을 하고 파트너가 필요하기에 다른 개체가 평소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사기꾼탐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인간은 직접 상호작용이 어려우므로 그 상대의 제 삼자를 관찰한다. 그 주요한 행위가 바로 엿듣기이다. 인간사회에 무수한 뒷담화가 존재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평판은 대개 세 가지 형태로 전달되는데 간접 상호성과 이익 제공 능력의 신호, 이익 제공의 의지신호이다. 인간은 조건부 협력자로 매번 직접 상호를 할 수는 없기에 그것을 넘어서 자신들 도운 적이 없는 사람이나 상호성을 나눌 가능성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없는 사람도 돕는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간접 상호성인데 이 경우 평판이 매우 중요하다. 간접 상호성에 의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은 평판을 얻기 위해 값비싼 신호 행위를 한다. 개인의 민첩성, 강함, 부, 그외 다른 것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 신호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감에도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값비싼 행위 이론이라 한다. 예로 호화로운 만찬, 통 큰 자선, 대형동물 사냥, 헌혈 같은 것이 있다. 

 타인을 돕는 다는 평판은 이익제공의 의지 신호로 읽힌다. 때문에 협조적인 사람은 다른 집단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으며 친화성 같은 안정적 성격 형질은 이런 것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2. 의례

 의례는 집단 구성원을 확인하고 집단을 향한 그들의 헌신을 보증하고 연합과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며 집단의 응집력을 유지시켜 집단과 관련한 적응적 문제를 해결한다. 의례는 집단의 가증 큰 과제인 조정과 협력을 촉진한다. 집단을 형성하면 양자간 상호교환외에도 단체행동을 위한 구성원들의 조정과 무임승차, 공통의 목표를 위한 헌신 강화, 경쟁집단을 향한 구성원의 이탈 방지 문제가 발생한다. 의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의례는 집단 구성원임을 나타내는 실용적이면서도 심리적으로 강력한 표지를 제공하여 내집단 구성원을 확인한다. 이 표지는 누가 협력자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 구분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의례가 이런 협력자를 확인하게 되는 이유는 의례란 것이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의례는 수행하는데 시간과 능력이라는 비용이 필요한데 이는 그것을 수행하는 구성원의 집단에 대한 헌신과 신뢰도를 드러내는 과시행동이라는 점에서 그의 충성심을 확인해주는 지표가 된다. 

 또한 의례는 문화적으로 형성된 집단의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의례는 충실도 높은 모방을 조장하고 개인의 혁신을 버텨냄으로써 문화적 전달에 더 없이 적합하다.공동의 집단 의례는 대개 위험을 다루고 피하며, 완화하는 것과 관련한다. 아이와 성인이 의례행동을 충실도 높게 모방하는 것은 내집단 친화의 수단이며 구성원 자격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배제가 예고되면 집단적 의례에 참여할 동기가 증폭된다. 아이의 이른 시기에 발달하는 사회적 인지능력은 의례의 인지발달의 토대가 된다. 

 


3. 종교

 종교는 문화의 하나로써 그 토대가 되는 인간의 종교에 대한 믿음과 행동은 진화적 적응이라기보다는 그에 선행하는 다른 인지구조(아마도 문화나 의례, 집단과 관련한)의 부산물로 취급된다.  

 종교와 관련한 인간의 중요한 인지 능력 중 하나는 마음 이론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다른 마음의 존재와 내용을 탐지하고 추론할 수 있다. 즉, 신을 다룰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론은 종교적 믿음의 기초가 되는 두 가지 핵심적 직관과 관련하는데 마음과 몸이 따로 있다는 이원론과 모든 사물에는 목적이 있다는 목적론이다. 실제 신에 대한 기도나 생각을 하면 마음이론에 해당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한다. 

 종교는 그 비용을 생각할때 매우 자리잡기 힘든 것이지만 언급한 폴리네시아의 문화적 부적응처럼 일단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직관과 의례-행동 복합체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일반적인 직관 및 믿음과 공진화한다. 인간은 문화적 존재로 그것을 위한 전적응은 순응적 편향, 평판평향, 신뢰도 향상 표현가설 편향을 갖고 있는데 이는 종교가 인간의 문화로써 자리잡는데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종교가 일단 성공하게 되면 그 의례와 교리 여러가지 헌신과 행동들은 평판을 갖는 성공적인 사람이 수행하는 것이 되며 이를 평판편향으로 따라 하는 이가 생기고 다수가 되면 아이들에게 순응적 편향으로 자리잡게 되고 더 나아가 종교를 믿는 비용이 대단하다보니 신뢰도 향상 표현가설에도 부합하게 된다. 

 종교의 극단적 의례를 통한 숭배는 참여자에 대한 헌신 장치이자 문화적 전염성을 가진 신뢰할만한 협력가설인데 이는 종교가 만연한 사회에서 무신론에 대한 불관용과 관련한다. 대규모 협력사회는 평판이 있긴 하지만 익명성이 문제로 발생한다. 사람은 조건적 협력자이기에 익명성을 통한 무임승차는 사회의 커다란 문제다. 여기서 신이 할일이 생겨난다. 신에 의한 처벌과 관련한 종교의 교리는 이 무임승차자에 대한 감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벌을 내리는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믿음은 사회의 친화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현대의 큰신을 믿는 종교들은 초자연적 처벌, 저주와 구원, 천국과 지옥, 업보등 다양한 개념을 탄생시켜 이런 비협력자들의 익명성을 통한 무임승차를 위협한다. 실제로 집단이 작아 익명성이란게 존재할 수 없었던 수렵채집사회의 종교들은 이런 현대 종교의 당연한 개념들이 부재하다.

 종교의 무신론에 대한 불관용은 결국 이 익명성을 통한 무임승차에 대한 위협으로 볼수 있다. 그래서 현대적인 법 감시체제나 비교적 사회안전망이 크게 확보된 현대 복지국가사회에서는 익명성과 무임승차에 대한 감시와 대처를 충분히 해서인지 종교의 영향력이 약하다. 


4. 진화인지심리학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은 인간을 생각과 행동에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저장, 학습, 표현, 생각하는 존재라고 여긴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은 그런 일을 하게 진화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기능들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다른 기능을 통해 수행되는 부산물에 가깝다. 

 의사결정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는 모으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또 정보를 많이 모으면 모은대로 그것을 모두 고려하느라 최적의 결정이 내려지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적은 정보로 빠른 판단을 내리는 기제가 진화하게 되었다. 때문에 인간은 이용가능한 정보를 대부분 무시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일부의 정보를 토대로 부적절한 대부분의 정보를 처내고 빠르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결정은 일부 정보를 토대로 직관적으로 빠르게 그 안에서의 최고를 결정하며 정보가 순차적으로 주어지는 경우에는 우선 등장하는 정보를 토대로 빠르게 결정한다. 

 이런 인간의 의사결정성향은 기억과도 관련한다. 기억은 유기체의 의사결정 체계에 유용하고 시기적절한 정보를 공급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기억엔 비용이 든다. 유용한 기억을 위해서는 장기기억에 더해진 항목을 잘 간수 보관해야하며, 미래에 갱신할 수 있는 융통성있는 형식으로 정보를 저장해야하고 정보저장에 필요한 뇌 조직을 잘 키우고 영양을 공급해야 하며, 무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때문에 우리의 기억체제는 매우 소량의 정보만 기억한다. 장기기억의 경우 기능적으로 학습한 약 10억비트정도만의 정보를 저장하는데 이 용량은 음악 CD데이터 한개보다도 작은 용량이다. 이는 기억에 비용이 많이 들고 기억을 많이 한다는 것은 정보가 많다는 것으로 적으니 정보로 우선적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인간의 의사결정 체계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적은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망각이 필요하다. 인간은 망각을 통해서 적절한 정보만 인출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다. 기억 능력은 환경자극이 어떻게 지금까지 환경에 나타났고 앞으로 다시 나타날지에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인간의 뇌는 어떤 기억이 현재 필요한 확률, 즉,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에 의에 의해서 기억과 망각을 결정한다. 망각은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선 언급한 것처럼 적절히 정보량을 조절해 빠른 결정 체제를 돕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전략적 정보 차단이다. 이는 배신행위와 그에 대한 피해가 인간의 정신에 손상을 주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장기기억 이외에도 바로 지금의 환경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단기기억도 있다. 단기기억은 고작 7개에서 +-2개정도로 알려졌지만 최근의 연구는 그보다 적은 5개에서 +-2개정도인걸로 수정되고 있다. 인간이 기억해야하는 주요 정보인 자동차 번호판이나 휴대폰 번호자리수가 위 정도 수준인것은 이런 인간의 단기기억을 고려함이다. 이처럼 인간의 단기기억은 장기기억 못지 않게 형편없는데 이는 역시 용량을 제한하여 환경안의 작은 변수만을 기억해 빨리 탐지하고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가령 사바나의 원시 인간이 순간적으로 수풀이 이상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을 탐지하였다. 그럼 인간은 빠른 속도로 맹수가 있음을 탐지하고 도망한다. 하지만 그런 수풀소리와 함께 주변의 모든 환경이 정보로 다가온다면 자연 분석 시간은 오래걸리고 판단은 느려진다. 종합적 판단결과 맹수가 없음으로 탐지되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는 죽음이다. 때문에 인간의 작은 단기기억은 오류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오류의 비용(맹수가 없었음에도 도망)보다 오류가 맞을 경우의 비용(맹수가 있어 잡아 먹힘)이 엄청나게 크기에 적응이 된다. 


5. 인지 편향

인간의 인지는 객관적인 현실의 어떤 측면과 비교할 때 번번히 체계적으로 왜곡된 표상을 만든다. 이것을 인지 편향이라하는데 이런 편향은 다음의 이유로 생겨난다. 우선, 어떤 규범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유용한 지름길을 선택하기 위함이고, 마음이 그 해결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문제에 부딪힐때 명백한 편향이 발생하고, 적응적 문제에 대한 편향된 반응양상이 편향되지 않은 반응 양상보다 더 적은 오류비용을 낳을때 생겨난다. 

 이런 인간의 인지 편향을 결국 정보를 모두 파악할수 없는 상황에서 적응적 결정을 신속히 이뤄야할때가 많으므로 생겨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인지편향을 재밌게도 사람의 권력관계와도 관렪란다. 권력이 약한 개인은 더 불확실한 사회적 지위에 있기에 사회적 판단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배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권력자는 자신의 인지적 노력을 사회적 판단에 쏟을 이유가 적어 이를 다른 곳에 배분한다. 때문에 사람에 대한 평가에 있어 권력자들은 대개 판단을 잘 하지 못하는 반면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은 사람들이 오히려 평가가 정확한 편이다.(각 기업의 인사담당은 모두 막내급이 해야할 것 같다)

 인간의 인지편향을 성차를 드러내기도 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여성의 성적 신호를 과잉지각하며 반대로 여성은 남성의 헌신을 상대적으로 과소지각한다. 이는 양성의 성전략차를 그대로 반영한다. 남성은 여러 여성과의 단기적 짝짓기를 선호하므로 여성들이 보내는 성적 신호를 과잉지각하는 것이 유리하다. 잘못판단한 비용보다(따귀정도 맞을 것이다.) 제대로 판단한 비용(성관계의 성공)이 훨씬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장기적 짝짓기를 선호하므로 남성의 헌신이 중요하다. 때문에 웬만한 남성이 보이는 헌신이 항상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이다.(이래서 남성이 보기에 여자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요구한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자질, 미래의 긍정적인 결과 성취가능성, 환경에 대한 통제력등을 실제보다 모두 터무니없게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회적 평판 관리를위함과 동시에 안하는 것보다는 시도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6. 진화정치심리학

 인간은 집단을 이루므로 정치가 생겨난다. 정치는 집단생활에서 출현하는 조정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된 적응의 산물이다. 도덕부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집단생활에서 사회 생활의 합의된 규칙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싸움이나 협상등으로 많은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때문에 선택압이 생겨나 사회적 규칙성(도덕이나 법)을 조정하게끔 적응이 설계되었으며 이 규칙들을 역시 자신의 이익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생겨나므로 또 다른 적응이 필요하며 그것이 정치가 된다. 

 정치는 주로 친족이 아닌 사람들(다른 외집단)에게 갖는 적응적 관심으로부터 생격난다. 일반적인 집단의 지위는 이미 평가된 것이지만 아직 활동하지 않은 다른 영역에서 싸움이 생겨나며 지위투쟁이 생겨난다. 폭력은 양쪽에 큰 비용을 초래하므로 그 대신 적절한 정보를 말해서 자신의 연합에 유리하게 관계를 변경하고자 시도하는데 이는 오늘날의 네거티브 선거운동과 상당히 유사하다. 

 연합은 일종의 교환체계로 사람들은 연합의 지지를 교환한다. 다른 구성원의 중요한 이해가 걸려있을 대 개인은 자신이 중요한 이해가 걸려서 언젠가 돌려받기를 기대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이런 연합의 성격이 오늘날의 정당에도 그대로 부여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속 정당의 정책을 내용과 상관없이 지지하며 반대쪽 정당의 정책은 역시 내용과 상관없이 반대한다. 이런 특성이 반영되어 현대정당정치에서도 반대당의 쟁점에는 서로 동의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정치뉴스에도 매우 열광하는데 이는 우리당 혹은 반대당과 관련한 정보가 내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어 미래의 협조를 얻어낼지에 대한 뉴스 패션쇼와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런 정치와 관련한 연합심리는 무조건 적인 충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연히 편견의 경우처럼 연합심리와 반대하는 대응심리가 적응했다. 이 심리는 지도자가 연합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대응심리는 지도자의 이익 추구상한선을 강하게 제한한다. 이 대응심리로 인간은 지도자 위치를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편을 들고 이 편들기를 통해 지도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지도자와 추종자 간의 관계가 노동 분업적인 것임을 파악하게 하고, 대응지배 심리에 따라 추종자는 지도자가 이익을 적당하게 추구하는 선에서만 그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때문에 인간은 현대정치에서도 지도자의 부패에 강하게 저항하며 충성하면서도 쉽게 그들을 교체한다. 

 인간의 정치적 성향은 소규모 사회에서 진화한 것인 만큼 상당한 한계가 있는데 이에 걸맞게 진화한 정치적 설득전략이 있다. 프레임화와 도덕화이다. 프레임화는 인간의 작은 작업기억과 관련한다. 인간은 작업 기억이 작으므로 많은 정보를 고려하지 못한다(모든것을 파악해 옳게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어떤 사안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게 프레임화한다. 즉,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앞세워 수신자의 작업기억을 장악해버리는 전략이다. 도덕화는 인간의 대응심리에 관련한 것이다. 인간이 지배자의 사리사욕 추구에 강하게 반응하므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을 집단 전체의 이익과 관련한 것처럼 포장하여 정보를 퍼뜨리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의 정치인들은 이 두 작업에 매우 능수능란하다. 

 과거 인간은 소규모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안을 직접 경험하며 정치를 해왔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매우 방대하여 인간은 대부분의 사건들에 대해 직접 경험을 하지 못한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정보는 매스미디어나 SNS를 통해 얻게된다. 이들이 제공한 정보에 기초해 정치적 판단이 이뤄지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구체적 경험정보의 제공 부재로 정치에 과거와 달리 무감각하다. 이 경우 두 가지 해결책이 있는데 하나는 부모나 교사가 정치적 관심을 높게 가져 정치적 환경에서 자라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매스미디어가 추상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정보를 드러내는 것이다. 양자의 방법은 인간의 원시적 정치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7. 진화심리학과 공공정책

 인간은 조건적 협력자로 다른 사람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거나 보증받는 것이 자신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정책설계와 중요하게 관련한다. 신뢰는 경제적 교환과 일상적인 상호작용에 중요할 뿐더러 공공적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기부나 세금을 내도록 유도하는 공익 광고에서 그 사람이 포함된 지역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같은 지역의 사람들이 세금이나 기부를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이나 정보를 넣으면 정책 효과는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으면 대개 절약하고, 위치를 상승하기 위해 교육에 투자해야하며 모험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모순되게 인간은 반대로 행동한다. 이는 인간이 지위 신경을 쓰고 주어진 환경에 대응해 생활사 전략을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는 것은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며 이 경우 인간은 성장과 번식을 빨리 실행하는 빠른 생활사 전략을 수행한다. 즉, 장기적 투자보다는 빠른 성장과 번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은 하지 않고 빠르게 결혼 번식하려고 한다. 인간의 이런 진화심리를 공공정책은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복지는 소득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지위에 신경을 쓰는 존재로 소득의 상승은 그들의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문에 공공정책은 소득의 향상과 더불어 인간의 관계 회복과 지위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불평등한 사회는 인간이 사회적 지위를 가장 위협받는 사회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불평등한 사회에서 인간은 행복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문제행동도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진화심리적 접근은 복지사회의 경제적 평등으로 나가는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2-14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진화에 심리까지 붙어 알라딘 사잠까지 링크 탔는데
핸드북인데 1000페이지!!!
ㅜㅜ
이건 몇 kg 정도 할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닷슈 2021-02-15 00:25   좋아요 1 | URL
무거워서 읽기 쉽지않습니다 저도 이게 핸드북이야 했는데 막상보니 진화심리학 최근의 연구성과를 분야별로. 축약한것이니 핸드북이 맞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