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러운 생물, 수컷 - 생물학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진화와 멸종사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혜원 옮김 / 반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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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생식은 병원균이나 기생에 대한 방어, 그리고 지구 환경변동에 대한 적응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 생식세포는 서로 달리 만들어도 새끼를 동시에 나누어 만들순 없으니 새끼를 임신하고 낳아서 기를 암컷과, 수정만을 시키는 수컷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런데 암컷은 모성확실성이 있고 그에 따른 많은 투자를 하게 되니 새끼의 양육을 도울 장기적 번식 전략을 반면에 부성확실성이 없는 수컷은 여러 암컷과 짧은 시간에 성관계를 노리는 단기적 번식 전략을 채택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암컷은 자연스레 찾아오는 수컷 중 몇몇을 고르게 되었고, 수컷은 다수의 암컷에 대해서 역시 그들을 노리는 다른 수컷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다. 경쟁을 위해서 수컷들은 다양한 적응을 하게 되었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해 골격과 근육이 커졌고, 몇몇 종들은 별 쓸모없고 비용만 들며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다양한 표식들을 신체에 만들어냈다(뿔이나 깃털, 볏등) 그리고 다른 이들은 건축물을 짓거나 암컷에게 줄 선물들에 투자를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신체 자체가 암컷에 줄 영양선물이 되기도 한다. 

 수컷의 경우 대부분의 동물이 일부다처제를 선택하는데 그러다보니 강한 수컷이 대부분의 암컷을 독차지 하고 약한 수컷은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닭의 경우 일부 수컷은 다른 수컷과 교미하려는 암컷을 쫓아내거나 울음소리, 날개짓등으로 교미를 방해한다. 실제 무려 1/3의 합의 커플이 이런 교미방해를 겪는다. 생식방해를 하여 자신의 생식기회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방해가한 암컷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교미방해에 성공하는 경우, 그 암컷과 교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약한 수탉의 행동이니 이런 위험한 행동은 반드시 상대 수탉의 분노와 보복행위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동물의 수컷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갖는데 이것은 수컷을 더욱 수컷답게 하는 호르몬이다. 수탉은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두꺼워지고 혈류가 늘어나 특유의 볏이나 육수가 커지거나 붉어진다. 인간 남성은 이것이 주로 고환에서 분비되늰데 성기의 발육과 기능 유지가 주된 작용이고 골격과 근육을 자라게 한다. 인지적으로는 공간인지력과 집중력, 실행력을 높이며 용기가 생겨 무모한 행동을 하게 하고, 운전과 모험, 연구활동을 촉진한다. 하지만 폭력과 충동적 행동을 높이며 논리적 사고력과 ,언어적 사고력을 저하시키고 집중력을 너무 고도화시켜 세밀한 부분을 놓치게 하며 거기에 공감능력의 결여까지 더해진다. 딱 사춘기나 젋은 남성의 특징을 서술한듯 하다. 

 그래서인지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가 문명화한 지금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소 적은 남성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부드러운 리더십, 온화한 언어,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의 부작용은 이뿐 만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은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거기에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수컷은 젊어서 적극적으로 구애행위를 높일 가능성이 매우 현저한데, 방울깃작은 느시라는 새를 연구한 결과 호르몬 수치가 높아 젊어서 적극적 구애행위를 한 개체는 노화속도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빨랐다고 한다. 

 로도시스란게 있는데 생쥐나 개, 고양이 같은 포유동물의 암컷이 발정기에 보이는 행동이다. 암컷이 엉덩이를 뒤로 쏙 내밀면서 하부 척추를 활 모양으로 부풀리는 행위인데 이 모양새가 수컷에게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인간 여성도 로도시스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 하이힐을 신으면 자연스레 이런 모양이 형성된다. 하이힐로 발이 높아져 엉덩이는 돌출되고 허리는 아치처럼 휘는 것이다. 이는 남성에게 매우 자극적인 포즈로 실제 SNS등에서 몸매를 과시하는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지 않았음에도 하나같이 엉덩이는 뒤로 빼고 허리는 똑바로 휘려는 고된 자세를 연출한다. 

 동물종에서 95%이상이 일부다처제를 선택하지만 사람은 부분적 일부일처제를 선택했다. 일부일처의 이유로는 암컷의 드문 분포와 새끼 살해 회피설, 양육가설이 있는데 드문 분포는 암컷종이 영양이 높은 귀한 음식을 선호하는 경우, 자연스레 그것의 확보를 위해 넓은 영역이 필요해 흩어지는 경우 수컷이 암컷을 만나기 힘들어 형성된다. 새끼 살해 회피설은 일부일처러 항상 수컷이 있으면 새끼가 다른 수컷에 살해되는 것을 막는 것이며 양육가설은 수컷이 새끼를 장기적으로 키우는데 협력하기 위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중 수컷의 협력을 넘어선 공동육아를 택한 종이다. 인간은 매우 희귀하게 자신의 어린 새끼를 쉽게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수 있다. 이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공동육아를 선택했음을 보이는 증거인데 인간은 성인이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뇌의 발달에 많은 영양이 필요해 성체가 되는데 무려 1300만kcal가 요구된다. 이는 부모양쪽의 노력만으로는 항상 공급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런 공동육아의 필요성에 집단을 형성하면서 집단 내부의 결속을 위해 자연스레 집단에서 합의된 커플에 대한 성적 경쟁은 자제하는 문화나 적응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일부일처를 선택한 까닭이다.

 그런데 이 일부일처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환경오염과 문명사회의 발달 때문이다. 환경오염으로 인간은 많은 환경호르몬과 오염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 과거 인간 남성의 정액 1ml엔 1억마리의 정자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5천만개 수준이며 이중 운동성이 떨어지는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문명의 발달로 과도한 청결이 생겨났다. 과도한 청결은 세균감염과 기생비율을 낮춰 인간의 기대수명을 극적으로 올렸지만 부작용도 생겨났다. 우선 과도한 청결은 식품에 대한 과대 포장을 낳았는데 이 포장재엔 비스페놀 A나 다이옥신등 오염물질이 많으며 이들이 쓰레기로 버려져 소각하며 다시 인간에게 흡수되는 문제를 낳았다. 거기에 문명의 발달로 하수처리 시설이 발달하며 과거 오랜 시간 존속해온 기생사이클이 깨졌다. 현대사회 이전 인간은 강에 배설을 통해 기생충알을 퍼뜨렸고 그 기생충 알은 벼룩같은 작은 수생생물 안으로 그리고 그 수생생물을 물고기가 먹고 다시 인간이 먹는 기생사이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설물이 모두 하수처리되어 기생충의 알은 더 이상 하천으로 향하지 않는다. 기생충은 대개 나쁘게 느껴지지만 오랜 시간 인간과 공생해온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생사이클이 끊어지며 인간에게 꽃가루나 여러 식품에 대한 알러지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아마도 기생생물에 이런 물질에 대한 항체가 있었거나 아니면 기생생물이 사라져 인간의 면역력이 과도하게 약했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기생생물 역시 멸종위기 동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보통 자연상태에서 한 종의 동물에 기생생물이 3종정도 존재한다. 대충 동물중 절반이 기생생물인 셈인데 인간은 다른 생물의 멸종엔 신경을 쓰면서 기생생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매우 참신한 생각이다. 

 하여튼 유성생식은 언급한 것처럼 병원균이나 기생충, 지구 환경의 변동에 대한 대처로 생겨났다. 하지만 인간에겐 더이상 병원균의 위험도 기생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거기에 과학기술의 발달로 환경에 대한 대응도 거의 필요없어졌다. 그렇다면 유성생식의 필요성은 적어도 인간에겐 없어진 셈이니 인간의 유성생식도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재미난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로 양성생식을 하다 단성생식으로 전환한 종이 있다. 미국의 벼물바구미라는 곤충이다. 이들은 1976년 일본에 침투하였는데 미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천적과 병원균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마음껏 번식이 가능했고 거추장 스런 양성생식을 버리고 단성생식으로 전환하여 일본엔 이 곤충의 암컷만이 존재하며 그들만으로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도 이렇게 되려나.

 이 책은 다른 종들의 재미난 생식도 소개되어 있다. 양성구유생물이란게 있는데 암수의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생물이다. 사람 입장에선 우스워보이지만 이방식은 장점이 있다. 가재 같은 경우 성적이형성이 적어 수컷들이 번식기가되면 보이는 가재마다 서로 뒤집기를 한다고 한다. 뒤집어야 암컷임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연계에서 수컷은 암컷과 수컷을 자주 착각하곤 하는데 그러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런데 양성구유이면 어떻게든 다른 성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달팽이의 경우도 무척 재미난데 달팽이는 서로 만나면 덩치가 큰 개체가 암컷 역할을 하고 작은 개체가 수컷역할을 해서 큰 개체가 임신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커야 새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덩치차이가 애매하면 서로가 임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절묘한 타협이다. 편형동물인 납작벌레는 더 웃긴다. 이들은 서로 만나면 페니스를 서로에게 삽입하기 위해 무려 한 시간 가량을 경쟁한다. 그러다 삽입에 성공한 개체가 자연히 수컷 역할이 되고 진 개체가 암컷으로서 임신하게 된다. 짚신 벌레는 세포분열로 단성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좀 애매하다. 집신 벌레는 스스로 세포분열을 계속해나가면 600회정도 분열후 개체가 사망한다. 하지만 많은 짚신 벌레들이 세포분열 전 다른 짚신 벌레와 세포막의 허물어 접촉해 유전물질을 교환한다. 이러면 세포는 젊음을 찾게되고 세포분열 횟수도 훨씬 늘어난다. 양성이라고 보기도 단성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책에는 무척 재밌고 쉬운 진화상식이 가득하다. 분량도 적고 서술이 재미나고 쉬워 서너시간이면 완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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