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유신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이 상당 부분 자본주의 세계에 편입되며 세계는 호황을 맞았다. 인구도 지난 20-30년 간 20억 가까이 불어났으며, 경제가 상당히 성장했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과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저물가로 좋은 제품들이 세계 각지에 공급되었다. 하지만 좋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났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들이 밀었고, 러시아는 미국와 유럽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이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상당하다. 이미 편가르기가 시작되어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었고,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자신의 편이 되길 강요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까지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는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지난 20년간 경제 위기 때마다 풀어놓은 막대한 달러는 좀처럼 회수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산가치를 세계적으로 부풀려 놓았으며, 그에 따라 각 가계와 국가, 지역 사회의 빚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 형국 속에서도 미국의 경제적 패권은 계속 될 것이며 달러의 위상도 여전할 것이란게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하다'의 골자다.
2023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만 2023년 3/4분기에 980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의 달러 보유량은 이런 이런 이자로 인해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미국의 채권국들은 또한 세계적으로 달러 빚은 진 채무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런 달러 이자를 자신들의 채무를 탕감하는데 혹은 미래를 위해 비축한다. 그래서 세계의 달러량은 미국이 남발해도 좀처럼 늘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달러는 결국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의 달러 가치는 잘 하락 하질 않는다. 이는 미국과 미국 이외의 국가가 지불하는 채무에 대한 금리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외의 국가들은 미국보다 낮은 신뢰도와 경제력으로 인해 보다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달러가 필요하고 이를 보유하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실질 이자율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차입의 비중이 작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현대화폐이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대화폐이론은 오스트리아 학파와는 다르게 정부와 재무부 혹은 중앙은행이 위기 시 화폐를 발행하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실물경제 이상의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주기적 경제위기의 근원이라 본다. 물론 현대화폐이론학자들이더라도 지나친 화폐 남발이 부채규모를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한다.
현대화폐이론은 수도꼭지가 있는 세면대와 비유된다. 수도꼭지의 물을 트는 것은 정부의 역할로 정부가 확장재정지출을 하면 세면대에 물, 즉 화폐가 들어차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수도꼭지를 조절하는데 그 방법은 세금이다. 세금 정책은 그 자체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화폐를 받아들이고 쓰고 보유하게 만들어 경제 내에 돈이 잘 돌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수도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세금이다. 세금으로 세면대의 물을 적절히 빼어내 물이 넘치는 즉,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원래 세계 기축통화의 위치는 달러가 아닌 영국 파운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2차 대전이 끝아면서 바로 달러가 패권통화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한 패권의 교체는 70년대에 이르러 완성된다. 영국은 1930년대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환율위기를 겪었고, 채무 평가액에 혼란이 생겼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들은 스털링 블록을 구축한다. 이는 해당 블록국가들에 스털링 준비금을 준칙에 맞게 보유하게 하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은 대개 영국이 식민지 훗날 영연방 국가들에 해당한다.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다양한 인프라 재건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경제재건과 성장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돈이 필요하였는데 달러에 의존한게 문제였다. 부채 누적 규모는 점점 커졌고, 실제 성장보다 채무 증가의 속도가 컸다. 영국정부는 이에 채무 부담에 따른 파운드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스털링 블록 내에서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편다.
이에 스털링 블록 국가들은 반발하게 된다. 이는 파운드화가 가치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파운드 화는 영국의 채무로 인해 가치가 크게 흔들렸고, 영국의 성장세 약화와 채무 불이행 위험으로 한 때 30%가까이 폭락한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의 세계 무역 결제 비중도 1950년대 10%에서 1970년 6.2%로 하락한다.
먼저 반응한 것은 경제가 취약한 이집트로 이들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금을 다양한 통화로 마련하였다 스털링 블록에서 퇴출된다. 이러한 강경책은 다른 국가들에게 오히려 불안을 일으켜 1970년대에 이르면 대부분 국가가 스털링 블록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달러가 바야흐로 글로벌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주요 비중의 준비금 통화역할을 하게 된다.
화폐에는 3가지 기능이 있다. 가치 척도 기능, 교환 매개 기능, 가치 저장 기능이다. 교환 매개 기능은 글자 그대로 다른 상품이나 화폐와의 교환을 매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환을 위해서는 그 발행주체자에 대한 강력한 믿음 이라 할 수 있는 화폐의 진정성이 요구되며, 어디서나 쉽게 교환이 가능한 국제적 결제 시스템이 요구된다. 가치 척도 기능은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그래야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의 가치가 측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경제적 규모, 1인당 소득, 물가등을 달러와 비교한다. 가정 안정되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가치 저장 기능은 그 화폐의 안정성에서 유도 되는 것으로 항상 경제와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의 교환이 일정하게 가능하기에 부를 저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화폐의 3가지 기능을 모두 완벽히 충족하는 것이 달러다. 달러가 이런 위치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방대한 상품거래를 하게 하는 내수시장 그리고 페트로 달러 덕분이다. 미국은 1974년 6월 사우디와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미국이 사우디에 기술과 안보를 보장하는 소위 페트로 달러 협정을 체결한다. 이후 달러는 대표적 가치저장 통화로 인식된다. 이 페트로 달러 개념은 2000년대까지 확장한다. 달러는 산유국에 지급되는 화폐로 고정되었고, 달러는 석유가격은 책정하는 계산 화폐였고, 유가가 오를 때에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화폐였다.
하지만 최근 이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일정 수준의 금액을 Fed에 예치했다. 이것이 지급 준비금이다. 이는 은행 예금과 유동성 부족사태에 대한 예방조치다. Fed는 지급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데 은행은 이것으로 대출을 하기에 Fed의 이자는 경제의 대출에 큰 영향을 줬다. Fed가 지급준비율 이자를 높이면 은행의 예치금이 올라가 대출이 증가하고, 이자율을 내리면 예치금이 줄어 시중 대출이 주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과 미국 채권 사이의 이자율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래면서 이 조정이 무용지물이 되기 사작했다. 미 상업은행들이 지급준비금보다는 미 채권 구입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Fed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맞추어 미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한다. 그러다보니 상업은행은 채권에 더욱 매력을 느껴 채권 보유욕구가 더욱 커졌다. 거기에 2008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은 상업은행의 무분별한 위험한 투자에 크게 제동을 걸었다. 때문에 이들의 투자처로 채권은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의 고금리 이자가 장기적으로는 Fed의 매입으로 만기까지 가면 더욱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로 인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 상업은행들은 재산상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하기에 상승한 금리로 인해 장부상엔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손실금액으로 채권을 팔지 않았기에 손실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많은 투자자에게 큰 불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Fed의 번 버냉키 전 의장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 공급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크게 세 가지 오류를 낳았다. 우선 미상업은행들은 위기 때 건정성을 지키기 위해 공급받은 유동성을 정작 경제 활성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곳이 아닌 자금 회수가 가능한 건전한 곳에만 공급한다. 그래서 돈이 불필요한 곳에 계속 쌓이고 없는 곳은 더욱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로는 선택오류와 군집화 현상이다. 언급한 돈의 양극화로 좋은 곳에만 돈이 모여 기업자산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세번째는 Fed의 과다한 미국 채권 선호에 따른 채권의 과수요현상이다.
이러한 달러 패권 시대에 통화주권력이 약한 신흥국은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과 금리차이로 인해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시 항상 안전자산을 찾아 투자금이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국 통화의 수요가 줄어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경제 위기 때 외국 투자자금이 철수해 금융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거나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 환율방어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신흥국은 항상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동성으로 인해 달러가 넘치는 시기에 지구상의 많은 신흥국이 달러 부족에 시달린다는게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국화폐가 아닌 달러로 채권을 발행한다. 이 경우 채권을 사고자하는 수요가 많아 안정적 자금 확보가 되고,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기시 바로 달러로 채무를 갚아야 한다. 때문에 외화가 부족한 이들은 곧바로 다른 달러 채권을 발행하여 돌려막기를 하는데 이를 차환발행이라 한다. 이런 식의 달러표기 채권 발행은 신흥국을 더욱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고 세계적 달러 수요를 가중시켜 미국 달러는 더욱 강하게 만든다.
미국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자금은 산업현장, 실물경제에 직접 투입하기 보다는 금융계에 투입해 돈을 엉뚱한데 붓고, 자산가치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미국의 가계는 많은 금융,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여 부채가 존재함에도 순채권자로의 위치를 유지중이다. 반면에 기업은 채무가 과한 수준으로 늘어 기업의 부채는 위험하다. 미 정부는 지속적 재정적자 속에서도 소비규모의 유지를 위해서 가계를 순채권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각종 사회정책분야에 돈을 쏟는데 그 자금은 가계 소득의 10-30%에 달한다.
미국은 사실 세금을 가계와 기업에 부여해 지나친 유동성을 빼고 빚을 상환하여 건강한 실물경제와 재정을 유지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선 현재 고물가 상황으로 이는 가계에 실질 세금처럼 작용한다. 물가가 오른데 세금까지 걷다니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은 2008년 위기를 다시 불러오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다. 때문에 쉽게 과세를 주장하지 못한다.
미국에 투입된 유동성은 주로 서비스업에만 이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가계에 들어간 돈은 대개 미국 대기업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해외 제품등에 사용된다. 그래서 일부 혁신적 대기업만 성장하고 일반 제조업은 성장이 약해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가계는 언급한 것처럼 정부로부터 과다한 사회적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계의 노동의지가 감퇴하고 있다. 이들은 육체노동을 꺼리고, 코로나 19이후 육아, 가정 돌봄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위기 때마다의 양적완화로 자신들이 투자한 금융,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 더욱 노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미국의 기업들은 노동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임금수준이 올라가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수준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혁명이 일어나면 미국의 비자발적 실업과 노동포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향후 디지털 달러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는 글자 그대로 달러를 디지털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법정 통화로 자리 매김해야 하며, 1:1로 준비금 잔액이 존재하고 언제든지 디지털 달러가 지폐 달러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즉시, 결제 지급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 1500만명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데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면 이들에게 많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려면 그것 역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각종 규제 및 정책, 다른 나라와의 협력 구조가 필수적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향후에도 유동성을 포기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십수년간의 정책으로 가계, 정부, 기업, 금융계가 이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미국 경제와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 소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려려면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은 가계에 사회이전지출로 소득을 제공하여 소비를 유지시키고, 여력이 생긴 가계가 금융,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도 유동성이 들어가 기업과 가계의 자산이 모두 부풀어 더욱 소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유동성을 남발해도 달러 패권이 유지되어 세계적으로 달러가 흡수되어 가치가 유지됨을 전제로 한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달러의 패권을 대체할 만한 다른 통화가 등장한다면 혹은 미국의 과도한 빚에 대해 자체 경제내에 붕괴와 다른 세계의 불신이 퍼진다면 견고해 보이던 이 패권은 사상누각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달러로의 성공적 정착은 더욱 달러 패권을 강하게 할 것이란게 저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