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코스모스 - 우주를 향한 새로운 질문
데이비드 아이허 지음, 최가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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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서문에는 저자가 왜 이 책을 만들었는지가 나온다. 저자는 어려서 천문학을 접하고 곧 매료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칼세이건과 서신을 주고 받았다. 대학자의 정성이 담긴 서신은 큰 힘이되었고 저자는 어린나이에 천문학 잡지를 만들었으며 커서도 그 일을 계속한다. 그 과정중에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나왔고 안타깝게도 그는 그리 오래살지 못했다. 세이건 이후 천문학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 코스모스와 지금 천문학의 간극을 메꾸자 한 책이 '뉴 코스모스'다.

 코스모스가 주로 태양계에 대해서만 다루고 과거의 사실이 많으며 세이건의 감상적인 멘트가 많았다면 뉴코스모스는 빅뱅과 블랙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우주의 미래등 보다 태양계 너머의 내용이 등장한다. 보다 건조해진 문체는 약간의 아쉬움이랄까.

 

1. 태양계

 그래도 책은 우리 태양계 먼저 다룬다. 우리는 항상 태양계 너머를 생각하지만 현재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지구자체도 온전히 다루고 있지 못하며 태양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이 다녀올수 있는 유일한 곳은 달이 유일할 정도이니 말이다. 우린 1979년에 보이저를 발사했고, 이 녀석은 초속 15km의 속도로 40년째 항행중이지만 아직 태양계 조차 벗어나지도 못했다. 태양계의 범위는 오르트 구름대인데 구름대의 안쪽 경계가 무려 1만AU이기 때문이다. (AU는 지구와 태양간거의 거리) 바깥 경계는 더 놀라운데 무려 10만AU에 달한다. 보이저의 속도를 계산한다면 인간이 쏘아올린 발사체가 태양계를 벗어니기 위해선 앞으로도 3만년정도가 더 걸린다. 과연 그때까지 인류가 존속할지 아닐지도 모를 만한 시간이다.

 몰랐던 사실인데 과거 태양은 지금보다 복사에너지가 약했다고 한다. 3-40억년 정도 전에는 지금의 70-80%수준이었다는데 다행히 지구는 자전축이 기울어져있어 에너지가 집중되는 영역이 있고, 지각활동이 활발해 얼음행성이 되느걸 모면할수 있었다. 문제는 태양빛이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다. 지구의 최후로 많은 사람들이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지구를 삼키는 50억년 후쯤을 생각하지만 빛의 강화로 종말은 생각보다 많이 빠르다. 대충 10억년 후면 태양복사에너지가 우리의 대양을 모두 끓여 증발시킬 수준에 도달한다. 아마도 그때가 종말일 것이다.

 화성은 골디락스영역에 속하는걸로 보이지만 지구에 비해 크기가 작아 중력이 약하다. 화성엔 과거 물이 많았던 걸로 추정되는데 후기 운석 대충돌시기에 소행성 충돌로 인해 물과 대기를 상당히 상실한걸로 보인다. 하지만 극관에 여전히 얼음층이 있고 지하에 얼어붙은 대수층이 보존되어 있는 걸로 보여 화성의 생명체 존재가능성은 남아있는 편이다.

 금성은 지구와 비슷한 질량과 크기를 갖는다. 적당한 중력으로 대기를 보존하고 있으나 너무 두꺼우며 그로 인해 기압이 지구의 100배수준이다. 금성의 표면은 다른 행성보다 젊은데 이는 화산활동이 꾸준히 자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성의 표면 나이는 3-10억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성의 화산활동은 다소 이상한 편인데 한쪽 면에서만 70%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대기압으로 화산역시 역동적으로 터질수 없어 화산의 높이와 분출 역시 약하다.

 달은 지구의 위성 치곤 상당히 큰 편이다. 달의 형성엔 여러 가설이 있었지만 화성정도 크기였던 테이아와의 충돌로 발생했다는 가설이 가장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상당 질량이 지구 맨틀부분으로 빨려 들어갔고 지구 외곽 부분을 형성했다. 즉, 우리는 테이아 위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이 뭉쳐서 형성된 것이 달인 셈이다.

 명왕성은 2005년 회의 결과 행성의 위치를 상실했다. 당시 행성의 기준으로 3가지가 제시되었는데 태양의 주위를 공전할 것과 정역학 평형, 즉 구체형태를 유지할만큼 질량이 높을 것과, 행성의 공전궤도상의 다른 천체를 제거해야하는 것들이다. 마치 지구가 테이아를 해치운 것처럼 말이다. 명왕성이 부족했던 건 세번째다. 명왕성은 공전궤도도 좀 이상한 편인데 그로 인해 주변에 다른 천체들이 명왕성의 공전궤도에 침범한다.

 

2. 어두운 녀석들(암흑에너지, 암흑물질, 블랙홀)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우주를 위해 자신의 계산에 억지로 우주상수를 끼워넣었다. 이 고집은 오래도록 잊혀졌는데 관측한 은하의 질량과 에너지가 실제 내뿜는 가시광선에 100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물질의 양이 지금의 은하를 구성할 만한 정도가 돼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는 있는 것은 확실하나 관측이 아직 되지 않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불러왔다.

 우주에서 우리를 비롯한 별을 구성하는 바리온 물질의 양은 전체의 4.9%에 불과하다. 나머지 26.8%를 암흑물질이 그리고 무려 68.3%를 암흑에너지가 차지한다. 이 녀석들은 우리 은하 중심과 주변에도 많이 존재하는 걸로 추정된다. 암흑물질로 인해 우리 은하는 별들이 크게 부족한 외곽부분에서도 그 회전속도가 충분히 빠를 수 있으며 은하 구성이 가능한 충분한 중력이 가질 수 있었다.

 암흑 에너지는 척력으로 작용하는데 이 에너지로 인해 우주는 빅뱅이후로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우주가 커지는 속도는 현재 다소 느려지다가 향후 더욱 빨라 질 것으로 예측되며 언젠가는 광속수준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블랙홀은 우리 은하에서만 무려 19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은하면에 밀집해 있다. 블랙홀의 밀도는 지구 전체를 포도알 한 개정도로 압축한 정도로 극히 높으며 고밀도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입자가 방출되어 서서히 증발한다. 결국 강한 인력을 가진 블랙홀도 아주 장기적으로는 토해내는게 더 많아져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아주 먼 훗날이다.

 

3. 우주의 미래

 저자는 지금이 별들의 시기라고 말한다. 아직은 우주의 팽창속도가 물질량에 비해 그리 빠르진 않아 별들이 주위에서 쉽게 관찰되고 에너지가 많은 시기이다. 하지만 지금도 과거에 비하면 별의 생성양이 크게 줄었다. 우주가 점점 팽창하면서 물질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40억년 뒤면 우리 은하는 이웃 안드로메다 은하와 결합하기 시작해 이른바 밀코메다라는 거대은하를 형성하게 된다. 1000억년 뒤에는 우리가 속한 국부은하군이 하나의 초거대 은하군에 뭉뚱그려지게 되며 1500억년뒤에는 우주의 팽창속도가 빨라져 이웃 은하들이 모두 관측이 불가능한 우주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게 된다. 이 때의 우주는 삭막하기 그지 없다. 자신의 행성 밤하늘에서 자신의 은하를 제외하면 어떠한 것들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은하들은 거의 광속의 속도몰 멀어져 사실상 관측이 불가능한 우주지평선 너머로 가버렸기에 존재자체도 알수 가 없으며 사실상 다른 우주가 되어버린다.

 100조년 뒤에는 멀어지는 힘이 너무 강해 별의 구성자체가 불가능해져 별의 시대가 마감되고 축퇴의 시대가 열린다. 소수의 백색왜성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게 되며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원자와 중성자도 붕괴하는 시점이 도래할 수도 있다. 우주엔 아원자 입자만 남게되 뭉쳐있고 멀리 떨어져 있음이 다르지만 마치 빅뱅초반부와 비슷해진다. 이처럼 현재 가장 인정받고 있는 우주의 미래는 차디찬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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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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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정부나 사회단체, 기업을 개혁하려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집단의 리더를 교체하는 것이다. 물론 그 집단의 수장은 중요하다. 인사권과 방향의 제시,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조직에 손을 대야 한다. 리더가 훌륭해도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직이 아닌 리더만 손을 대는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많은 손실을 입어왔다. 참여정부 시절 올바른 리더가 있음에도 사회의 기득권층과 공무원 조직에 손을 대지 못해 동력을 빠르게 잃었다. 지금의 정부 역시 이전의 실패경험으로 전보다 나은 대응을 하고 있지만 따라주지 못하는 조직문제로 여전히 홍역을 겪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실패역시 마찬가지다. 그 정부는 리더가 가장큰 문제를 갖고 있었지만 조직들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능하고 저항했다면 그리 참담하게 나라가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책 '초격차'는 삼성전자의 회장직까지 올랐으며 기업을 최고수준에 올려놓은 권오현 회장이 쓴 책이다. 삼성은 일본의 전자기업들도 부러워할정도로 이익규모가 막강하지만 정치권과의 유착과 불법적 상속문제, 그리고 반도체 공장내에서 발생한 백혈병 피해자들 문제, 노조 탄압문제등 사회적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다. 이로 인해 책이 삼성의 치부를 덮고 삼성에 대한 자화자찬이 가득한게 아닌가라는 불안한 시선을 갖고 있었지만  읽어보면서 그런 문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삼성이 이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한때 최빈국이었던 나라에서 등장한 가장 현대적 기업인 만큼 그 성장과정에서 조직을 다루는데 주는 시사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에 관한 책이다.

 나름 책을 세부분으로 나누어보면 리더와 조직, 그리고 인재에 관한 문제가 될 것 같다.

 

1. 리더

 리더들은 그 조직내에서 차근차근 성장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있다가 그 조직을 맡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경우 리더들은 자신이 모르는 과거는 덮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개다. 문제는 이 경우 대개 실패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리더가 오기전에도 여러 문제나 성공요인등 다양한 역사성을 갖고 있으며 조직원들은 새 리더가 이문제를 다루어주거나 성공적인 부분은 계승하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리더가 함부러 새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큰 반감을 사는 것이며 과거의 문제를 덮는 것은 절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경우 조직은 필패한다.

 저자는 리더의 조건으로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의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또한 리더는 예측되는 변화든 예측하지 못하는 변화이든 그것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적어도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에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이면 역시 조직은 필패한다.

 간혹 뛰어난 리더가 조직의 하위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다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리더는 뇌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뇌는 각 부위가 움직이는 시스템만 구축할 뿐 실제로 신체작용은 각 부서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알아서한다. 뇌는 문제가 생겼을 때만 이를 인식하고 통제한다. 마찬가지로 리더를 하위부서에 강한 자율성을 주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2. 조직

 처음듣는 용어인데 저자는 사일로란 말을 사용한다. 사일로란 비유적 표현으로 각 조직 부서가 회사의 이익과 발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잊고 완전히 각개로 독립적이면서도 배타적으로 자리잡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공통의 영역에 대해서 해결의지가 없고 문제가 되면 떠넘기가 바쁠 뿐이다. 저자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과감히 각 사일로의 장들을 교차배치시켰다. 하루아침에 서로의 부서가 바뀐 부서장들은 교류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자신의 새로운 조직을 전혀 모르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각 사일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공통의 영역이 생성되며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소통도 활발해진다. 조직이 다시 본연의 목적을 찾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조직에 있어서 회의문화도 지적한다. 지금 우리 기업의 회의 문화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한다. 회의가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자리나 실적보고서나 업무현황보고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의를 앞두고 그 회의를 대비하기 위한 회의가 생겨나게 되며 회의에서의 업무보고와 자기 방어를 위해 자료를 준비하면서 정작 본연의 업무는 소홀해진다.

 저자는 회의의 본연의 목적인 멘토링이라고 말하며 회의의 3원칙을 제시한다. 회의시간엔 지시가 없어야 하며 질문을 한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하지 않는다.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여 약속시간에 반드시 끝낸다.

 

3. 인재

 저자는 리더의 조건과 비슷하게 가장 훌륭한 인재로는 세상의 변화흐름을 감지하고 이에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꼽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직원이 되기보다는 대부분 창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차선인 변화에 잘 적응하고자 하는 존재를 우수 인재로 생각하며 이들을 영입하는 것이 기업에 중요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가장 훌륭한 인재로는 다소 모자란 만큼 이들의 양성이 기업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의 양성엔 역시 리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들은 높은 연봉과 조건에 만족하며 자신의 조직이 누리고 있는 최전성기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으로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최전성기를 일구었어도 반드시 자신 이후를 생각해야만 한다. 만약 한 조직이 리더의 퇴진이후 위기에 봉착한다면 그 리더는 이런 후진 양성을 소홀히한 무능한 사람이다.

 신입사원들을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마치 당장 최고경영자가 될 것처럼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하지만 이는 먼미래의 경우이며 당장의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것은 전공지식이다. 때문에 이에 방점을 둘 것을 권유하며 인문학이나 경영학등의 소양은 중간관리자 이후 쌓아도 무방하다고 본다.

 인재와 관련해서 승진도 중요하다. 저자는 의외로 승진과 실적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적이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적은 단지 경기가 좋아서 잘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전임자의 후광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실적에 따라 마구잡이로 승진을 시킬 경우 향후 리더로서 부적했던게 판정나 곤혼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실적은 승진이 아닌 돈으로 보상하되 직원의 잠재력을 보고 승진을 시키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책의 제목은 초격차고 삼성이 배경이지만 막상 삼성과 초격차에 대한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보다보면 그냥 조직에 관한 책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초격차를 다룬 한 부분에서 초격차는 단순한 차이라기 보다는 '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업이 비교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리고 그에 맞는 격을 갖출때 초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초격차는 기술뿐만 아니라 조직, 시스템, 공정성, 인재배치, 문화등 다방면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인재와 조직에 대한시사점을 주는 재미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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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 - 작은학교교육연대, 11년의 기록
작은학교교육연대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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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과밀국인 한국. 수도 서울엔 천만 가량이, 경기도엔 무려 천삼백여만, 그리고 인천엔 삼백만 가량이 그 좁은 지역에 비집고 산다. 그리고 도시화율도 매우 높다. 7-80년대 지방에서 자란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학교는 소위 콩나물 교실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작은 학교는 우리 곁에 있었다. 나온 사람도 적고 교육한 사람도 적으니 잘 모를 뿐이다.

 그 작은 학교 선생님들의 치열한 고민과 교육을 위한 고뇌를 담아낸게 이 책이다.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 나름의 장점이 충분히 있다. 학생과 아이가 적고 교사수도 적다 보니 의외로 교사 자신의 교육관을 펼쳐볼수 있다. 늘 부러워하던 선진국 수준 이상의 적은 아이들이 있다. 시골에 있다보니 친환경생태교육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교사가 적다 보니 서로 의견이 안맞으면 대립각이 지나치게 커진다. 아이들 수가 적다보니 학급수가 해마다 쉽게 변할수 있으며 학교를 잘 운영하여 아이들 수가 늘어나도 그로 인해 정체성이 쉽게 유지되지 않는다. 거기에 교사수도 적어 의기투합해 무언가를 만들어놓은 교사들이 대거 전출하면 새로 전입한 교사들이 그 유지를 받고, 새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즉,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여튼 이 작은 학교에서 이 책의 선생님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치열하다. 한국의 교육이 그동안 주객전도 상황이었다는 걸 지적한다. 교육은 엄연히 학생을 위해 있는 것인데 교육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혹은 형식이나 제도, 전체에 맞추기 위해학생을 소외해온 것을 지적한다.

 교육계에 만연한 행동주의 사고방식도 지적한다. 행동주의는 인간의 내적힘 보다는 외적 보상에 의한 변화를 중시하는 사조다. 파블로프의 개가 대표적인 예다. 학교 현장에 남은 행동주의 사조의 잔재로는 여러 종류의 상장, 벌과 보상 쿠폰들이 그런 것들이다. 전체주의도 비판한다. 교사 집단의 회의에서도 다른 의견을 존중받지 못하며 이런 분위기는 아이들에게도 전가된다. 학교건물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감옥과 다르지 않다.

 몇몇 학교는 건축에서 이런 틀을 깼다. 소규모 학교가 통폐합되는 비극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새로 모이는 학교를 증축하며 사실상 신설했다. 복도는 곡면식으로 만들었고, 학교 건물의 중앙에는 학생들의 도서관이 있다. 조용히 책을 보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떠들고 책보는 공간이다. 각 교실에는 야외로 연결되는 테라스가 있어 짧은 쉬는 시간에도 언제든 자유롭게 나가며 야외수업도 손쉽다. 주변엔 생태학습장이 있다. 다만 단점은 이런 공간을 기획하다보니 운동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규모 체육활동은 인근 공원을 이용한다.

 책에는 배움의 힘을 키우는 수업이 등장한다. 8가지 요소를 지닌다. 아이들의 배움력을 키우는 수업, 왜라는 질문이 있는 수업, 느린 흐름으로 가는 수업, 아이들의 삶과 만나는 수업, 만남이 이쓴 수업, 배움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는 수업, 모두에게 표현 기회를 주는 수업, 배움을 스스로 정하는 수업이 그런 것들이다. 수업이 이 요소들을 모두 포괄한다면 정말 진정한 교육이 가능해보인다.

 평가에 대한 관점도 좋았다. 지금껏 평가는 학생을 서열화했다. 평가의 대상은 사실 학생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일 자체가 디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은 교육기획력과 평가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좋은 평가의 요소로 다섯가지를 제시하는데 이도 인상적이다. 수업과 함께하는 평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평가, 학생의 참여가 있는 평가,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형 평가, 자기 생각을 만드는 평가들이다. 한 선생님이 연수 후 평가에 대해 말한게 인상적이다. 평가에 대해 객관성에 대한 환상과 주관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한발짝도 없다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여러 작은 학교들의 사례를 나열하니 전체적인 일관성은 부족하지만 학교 운영의 요소별로 각 학교의 사례를 뽑아 그런면이 덜하다. 마지막은 등장한 강릉의 학교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글을 실었는데 그러한 현실적인 고민이 더 잘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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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야수 디즈니의 악당들 2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석가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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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백설공주의 새어머니를 다룬 '사악한 여왕편'에 이어 속편' 저주받은 야수'편이다. 둘은 내용이 전혀 다르지만 속편이라 한 이유는 '사악한 여왕'에게 잠재되어 있던 마녀의 기질과 애정결핍에서 악을 이끌어낸 세 마녀가 이번편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전혀 다른 두 이야기는 연결성이 생겼고, 놀랍게도 시리즈의 세번째인 인어공주의 마녀 우르술라까지도 연결하고 있다.

 야수는 본래 상당히 잘생긴 스물살 정도의 청년이었고 어린 나이에 이미 왕이었다. 나이가 어려 왕자라고 표현하고 있긴 한데 아버지 왕도 왕비도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왕인듯 하다. 왕자는 친구인 개스콘과 더불어 원하는 여자는 누구든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왕자자체가 워낙 훈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 왕국의 왕이지 않은가? 그를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없었고, 절세미녀라면 아주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긴 했다.

 그래도 왕자의 마음을 빼앗은 여인이 있으니 키르케였다. 왕자는 키르케의 미모에 빠져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지만 친구의 개스콘의 말이 걸린다. 개스콘은 키르케가 천한 농부의 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키르케가 아름다워도 왕국을 경영해야할 왕의 입장에서 왕비의 신분이 미천한 것은 너무 큰 감점요인이었다. 하지만 키르케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왕자는 개스콘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어찌 천함에서 저런 아름다움이 나올수 있을까? 하지만 확인결과 개스콘의 말이 옳았다. 왕자는 돼지에게 밥을 주고 농사일에 더럽혀진 키르케를 목격한다. 그리고 곧장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것이 왕자의 운명을 바꾸는 일인지도 모른체.

 분노한 키르케는 왕자를 찾아간다. 그에게 사랑을 다시 원했지만 자신의 신분으로 인한 일임을 안 키르케는 언니인 세 마녀와 더불어 왕자에게 무서운 저주를 내린다. 사실 키르케는 마녀였던 것이다. 왕자에게 건 저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나누어야 하며 유리병에 담긴 장미꽃잎이 모두 떨어질때 까지 그걸 하지 못하면 왕자는 야수로 변하고 왕자의 성과 그 안의 모든 것들이 같은 처지의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것.

 왕자는 이를 믿지 못하나 빠른 시일내애 변모하는 자신의 외모를 보며 경악한다. 그리고 어느새 신하들이 차츰 물건으로 변해가며 사라지고 성의 풍경과 조형물들도 이상스레 변해간다. 왕자는 키르케와의 이별 이후 샛별왕국의 튤립공주를 연인으로 맞이하며 반전을 꿈꾼다. 하지만 야수가 되어갈수록 왕자의 성격도 야수화되어 가며 이로 인해 왕자는 튤립공주의 키스를 했음에도 저주를 푸는데 실패한다. 무기력과 절망속에 왕자는 완전히 야수가 되고 신하들도 모두 사라진 왕국에 벨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동화로 이어진다.

 재밌는 점은 왕자가 한방에 야수가 된 것이 아니고 서서히 야수로 변해갔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왕자가 자신이 야수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고, 오히려 그런 인위적인 노력이 실패로 이어지는 걸 이야기로 잘 만들어냈다는 점이었다. 또한 독자들이 계속해서 시리즈를 보도록 사악한 왕비 편에 등장한 세 마녀를 이야기 속에 끌어들이고 삼편까지 엮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가볍고 쉽게 읽힌다. 다음편도 스트레스 받고 감정이 상한 날에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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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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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공지영 작가의 단편모음집(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을 읽고 이번에 나온 장편소설집인 해리를 보았다.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은 처음인데 전의 단편집에서 풍부한 감성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느꼈다면 이번 장편은 사회고발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라 무척 색달랐다.

 제목인 해리는 소설속 인물의 이름이다. 앞부분에 이중인격을 해리성장애라 굳이 열심히 설명해놓았기에 이중인격자에 관련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겉으로는 선해보이는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추악함에 관련한 책이라 아무래도 그런면을 드러내려는 의도려니 싶다.

 주인공은 한이나라는 인터넷 매체 기자로 고향은 가상의 도시인 무진이다. 해안가 도시로 한이나는 그곳에서 자랐으며 아버지가 바뀌는 불우함을 겪기도 했지만 어머닌 화가에 아버진 예술대학 교수로 잘나가는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그런 이나의 옆에 해리가 있다. 해리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가난한 불우한 집안의 아이다. 평소 못먹어서인지 이나의 집에 자주와서 음식을 축냈고 식탐이 심했다. 그런 해리는 부쩍 뚱뚱해졌는데 그러던 아이가 제법 어른티가 날 무렵 몰라보게 살이 빠진다. 이모에게서 살이빠지는 약을 먹었다는데 많이 복용하면 신장이 망가지는 약이란다. 해리의 이런 모습을 우려하는 이나에게 해리는 이 나라에서 뚱뚱하게 살바엔 신장이 뭉게지는게 낫다란 말을 한다.

 이나는 천주교 신자로 당시 교제하는 오빠와 더불어 해당 교구 신부와 바닷가를 갔다가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사이 갑작스레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그의 이름은 백진우다. 이나는 충격으로 다른 핑계를 대 서울로 전학을가버리다. 진흙탕같은 삶에서 자신을 도와달라는 해리의 요청도 뿌리친다.

 이나는 그렇게 어느덧 마흔이 되어 잊고 있던 무진으로 20여년만에 돌아온다. 어머니가 암이 생겨서다. 몇 달간 무진에 머무르며 이나는 해리와 백진우 신부가 그대로 고향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게되며 그들이 겉으로는 장애인과 아이들을 돕는 천사를가장하나 추악한 이면을 감추고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이나가 이들을 추적해갈수록 추악한 이면은 마치 썩은 양파의 속들처럼 더욱 썩어문드러져 드러나기 시작하며 그 고약함은 상상을 초월해 정상적인 이들의 감각마저 마비시켜 간다.

 작가는 일면 선해 보이는 종교세력의 추악함과 중앙에서 벗어나 어리석고 선한 사람들을 갈취하고 속이는 지방 세력들을 소설을 통해 고발한다. 소설 속 이야기와 사건들은 모두 허구겠지만 이상스레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이야기 솜씨와 더불어  이런일이 한국에서 충분히 일어날수 있다는 개연성때문인 것 같다. 읽으며 권선징악적 결말을 기대했건만 악은 응징되지도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잠시 뭉쳤던 악이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악들은 언젠가 다시 뭉칠것도 자명하다. 이런게 오히려 현실을 더 잘보여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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