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 - 작은학교교육연대, 11년의 기록
작은학교교육연대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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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과밀국인 한국. 수도 서울엔 천만 가량이, 경기도엔 무려 천삼백여만, 그리고 인천엔 삼백만 가량이 그 좁은 지역에 비집고 산다. 그리고 도시화율도 매우 높다. 7-80년대 지방에서 자란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학교는 소위 콩나물 교실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작은 학교는 우리 곁에 있었다. 나온 사람도 적고 교육한 사람도 적으니 잘 모를 뿐이다.

 그 작은 학교 선생님들의 치열한 고민과 교육을 위한 고뇌를 담아낸게 이 책이다.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 나름의 장점이 충분히 있다. 학생과 아이가 적고 교사수도 적다 보니 의외로 교사 자신의 교육관을 펼쳐볼수 있다. 늘 부러워하던 선진국 수준 이상의 적은 아이들이 있다. 시골에 있다보니 친환경생태교육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교사가 적다 보니 서로 의견이 안맞으면 대립각이 지나치게 커진다. 아이들 수가 적다보니 학급수가 해마다 쉽게 변할수 있으며 학교를 잘 운영하여 아이들 수가 늘어나도 그로 인해 정체성이 쉽게 유지되지 않는다. 거기에 교사수도 적어 의기투합해 무언가를 만들어놓은 교사들이 대거 전출하면 새로 전입한 교사들이 그 유지를 받고, 새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즉,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여튼 이 작은 학교에서 이 책의 선생님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치열하다. 한국의 교육이 그동안 주객전도 상황이었다는 걸 지적한다. 교육은 엄연히 학생을 위해 있는 것인데 교육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혹은 형식이나 제도, 전체에 맞추기 위해학생을 소외해온 것을 지적한다.

 교육계에 만연한 행동주의 사고방식도 지적한다. 행동주의는 인간의 내적힘 보다는 외적 보상에 의한 변화를 중시하는 사조다. 파블로프의 개가 대표적인 예다. 학교 현장에 남은 행동주의 사조의 잔재로는 여러 종류의 상장, 벌과 보상 쿠폰들이 그런 것들이다. 전체주의도 비판한다. 교사 집단의 회의에서도 다른 의견을 존중받지 못하며 이런 분위기는 아이들에게도 전가된다. 학교건물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감옥과 다르지 않다.

 몇몇 학교는 건축에서 이런 틀을 깼다. 소규모 학교가 통폐합되는 비극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새로 모이는 학교를 증축하며 사실상 신설했다. 복도는 곡면식으로 만들었고, 학교 건물의 중앙에는 학생들의 도서관이 있다. 조용히 책을 보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떠들고 책보는 공간이다. 각 교실에는 야외로 연결되는 테라스가 있어 짧은 쉬는 시간에도 언제든 자유롭게 나가며 야외수업도 손쉽다. 주변엔 생태학습장이 있다. 다만 단점은 이런 공간을 기획하다보니 운동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규모 체육활동은 인근 공원을 이용한다.

 책에는 배움의 힘을 키우는 수업이 등장한다. 8가지 요소를 지닌다. 아이들의 배움력을 키우는 수업, 왜라는 질문이 있는 수업, 느린 흐름으로 가는 수업, 아이들의 삶과 만나는 수업, 만남이 이쓴 수업, 배움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는 수업, 모두에게 표현 기회를 주는 수업, 배움을 스스로 정하는 수업이 그런 것들이다. 수업이 이 요소들을 모두 포괄한다면 정말 진정한 교육이 가능해보인다.

 평가에 대한 관점도 좋았다. 지금껏 평가는 학생을 서열화했다. 평가의 대상은 사실 학생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일 자체가 디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은 교육기획력과 평가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좋은 평가의 요소로 다섯가지를 제시하는데 이도 인상적이다. 수업과 함께하는 평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평가, 학생의 참여가 있는 평가,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형 평가, 자기 생각을 만드는 평가들이다. 한 선생님이 연수 후 평가에 대해 말한게 인상적이다. 평가에 대해 객관성에 대한 환상과 주관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한발짝도 없다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여러 작은 학교들의 사례를 나열하니 전체적인 일관성은 부족하지만 학교 운영의 요소별로 각 학교의 사례를 뽑아 그런면이 덜하다. 마지막은 등장한 강릉의 학교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글을 실었는데 그러한 현실적인 고민이 더 잘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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