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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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공지영 작가의 단편모음집(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을 읽고 이번에 나온 장편소설집인 해리를 보았다.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은 처음인데 전의 단편집에서 풍부한 감성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느꼈다면 이번 장편은 사회고발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라 무척 색달랐다.

 제목인 해리는 소설속 인물의 이름이다. 앞부분에 이중인격을 해리성장애라 굳이 열심히 설명해놓았기에 이중인격자에 관련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겉으로는 선해보이는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추악함에 관련한 책이라 아무래도 그런면을 드러내려는 의도려니 싶다.

 주인공은 한이나라는 인터넷 매체 기자로 고향은 가상의 도시인 무진이다. 해안가 도시로 한이나는 그곳에서 자랐으며 아버지가 바뀌는 불우함을 겪기도 했지만 어머닌 화가에 아버진 예술대학 교수로 잘나가는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그런 이나의 옆에 해리가 있다. 해리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가난한 불우한 집안의 아이다. 평소 못먹어서인지 이나의 집에 자주와서 음식을 축냈고 식탐이 심했다. 그런 해리는 부쩍 뚱뚱해졌는데 그러던 아이가 제법 어른티가 날 무렵 몰라보게 살이 빠진다. 이모에게서 살이빠지는 약을 먹었다는데 많이 복용하면 신장이 망가지는 약이란다. 해리의 이런 모습을 우려하는 이나에게 해리는 이 나라에서 뚱뚱하게 살바엔 신장이 뭉게지는게 낫다란 말을 한다.

 이나는 천주교 신자로 당시 교제하는 오빠와 더불어 해당 교구 신부와 바닷가를 갔다가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사이 갑작스레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그의 이름은 백진우다. 이나는 충격으로 다른 핑계를 대 서울로 전학을가버리다. 진흙탕같은 삶에서 자신을 도와달라는 해리의 요청도 뿌리친다.

 이나는 그렇게 어느덧 마흔이 되어 잊고 있던 무진으로 20여년만에 돌아온다. 어머니가 암이 생겨서다. 몇 달간 무진에 머무르며 이나는 해리와 백진우 신부가 그대로 고향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게되며 그들이 겉으로는 장애인과 아이들을 돕는 천사를가장하나 추악한 이면을 감추고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이나가 이들을 추적해갈수록 추악한 이면은 마치 썩은 양파의 속들처럼 더욱 썩어문드러져 드러나기 시작하며 그 고약함은 상상을 초월해 정상적인 이들의 감각마저 마비시켜 간다.

 작가는 일면 선해 보이는 종교세력의 추악함과 중앙에서 벗어나 어리석고 선한 사람들을 갈취하고 속이는 지방 세력들을 소설을 통해 고발한다. 소설 속 이야기와 사건들은 모두 허구겠지만 이상스레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이야기 솜씨와 더불어  이런일이 한국에서 충분히 일어날수 있다는 개연성때문인 것 같다. 읽으며 권선징악적 결말을 기대했건만 악은 응징되지도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잠시 뭉쳤던 악이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악들은 언젠가 다시 뭉칠것도 자명하다. 이런게 오히려 현실을 더 잘보여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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