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 주도성, 미래교육의 거대한 착각 - 교사 없는 학습은 가능한가?
경기도교육연구원 기획, 남미자 외 지음 / 학이시습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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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의 흐름은 과거 존 듀이 시절의 개별화에서 산업화 및 대중화 시대의 보편화, 그리고 4차산업혁명시대를 목전에 두고 다시 개별화의 방향 가고 있다. 이는 개별화가 교육 본연의 목적 달성에 합당하고 AI 및 빅데이트등의 과학기술발달로 학생의 자율과 선택에 기반한 개별화 교육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학생의 자율과 선택은 필연적으로 학습자 주도성의 개념과 맞닿는데 과연 이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딴지를 건게 이 책이다. 사실 딴지를 걸었다기 보다는 제대로된 학습자 주도성을 위한 방향설정과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게 책의 골자다. 

 책은 먼저 한국 공교육을 꼬집는다. 한국의 공교육은 능력주의를 최우선으로 한다. 때문에 개별학생의 자율과 선택을 보장하되 그 결과 역시 개인의 문제로 귀책하게 된다. 때문에 능력주의는 정의로운 것이 되며 교육은 계층 이동의 수단이자 도구, 신화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공교육은 필연적으로 공적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지배권력 강화수단의 도구가 되며 개인에게 모든 것이 귀책되는 고도의 불안속에서 오히려 개인의 사적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된다. 

 한국 교육이 이렇게 방향타를 잘못 잡게 된데는 우선 5.31교육 대책이 있다. 5.31교육 대책은 김영삼 정부 시절 이루어진 것으로 한국 교육과정은 크게 바꾼 7차교육과정을 낳은 대책이다. 당시 이 대책은 학습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대대적으로 명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강조했던 자율은 그간 정부에 의한 획일 및 타율로 강조되던 교육의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는듯 했으며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의 전환도 이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5.31 교육대책은 당시 김영상 정부의 신자유주의 기조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자율은 사실 교육적 자율이나 학습자 중심으로의 전환보다는 규제완화에 가까웠으며 경제적 개념인 수요자 중심 교육, 교육 소비자등의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어 교육현장을 어지럽히는 개념들이 이 당시 도입되었다. 즉, 학습자 중심으로의 최초 방향전환의 기저에 경제적 논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어진 OECD의 영향도 마찬가지다. OECD는 경제협력모임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새 전 세계 교육현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교육정책들을 개발해내고 있다. 우리 언론이 매년 떠드는 PISA도 이들의 작품이다. OECD는 경제기구에기에 필연적으로 그들의 교육정책은 경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즉, 인간을 인적자원으로 이해하고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교육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전세계에 도입된 역량중심교육도 그러한 기저에서 탄생했다. 1997-20089데세코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역량중심교육은 향후 새로운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성장과 자본축적을 담보할 새로운 인간자본형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등장한 개념이다. 게다가 OECD는 언급한  PISA의 개발로 여러국가의 교육을 비교할 단일기존을 개발함으로써 더욱 깊이 여러 나라의 교육에 관여할수 있게 되었다. 교육의 시장화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이런 신자유주의 맥락하에서 학습자 중심의 원리는 수요자 중심의 원리로 대체되게 된다. 학교는 시장화되고 학교별로 공개되는 성적 등의 지표가 수요자인 고객이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맥락하에서는 개인 학습자에게 학습의 권한을 이양하는 자율은 학교와 개인이 자신의 운명에 책임을 져야하는 채무성의 개념으로 다가오게 된다. 학교와 개인은 무한 경쟁사회에서 스스로에게 생긴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관리, 자기 경영 능력을 갖춰야하며 교육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할 책임 또한 단위학교와 개인에게 전가된다. 학교의 교사에게도 교사 책무성이 이러한 방향으로 강화되며 이로써 교사는 고립되고 단절된 교직문화에 빠지게 된다. 교육에 대한 회의감과 교사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야기된다. 이런 상황에서의 학생 선태권은 자신의 삶을 위한 유의미한 선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선택을 위한 부모배경과 정보력이 무척 중요해지며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교육의 시장적 기제는 계급 양극화 된 사회를 고착화하고 불평등 구조를 심화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학습자 주도성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책은 주도성은 개인이 자신의 세운 삶의 방향성에 따라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역량 또는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주도성은 자유의 개념이 내포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의 응답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자 소중이 여길만한 삶을 영위하는 역량이 된다. 그리고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실질적 자유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사러 다른 고유성을 지닌 개인들이 고유한 차이 속에서 함께-서로-존재 함을 의미한다. 즉, 실질적 자유는 제약이 없는 자유와 달리 가치와 윤리를 전제로 한다.  

 때문에 공교육은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전제하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개별성과 독특성을 발현하면서도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된다. 또한 개별학습자가 자신의 고유성을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발현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가는 사회적 존재로써 총체적 잘 살기를 하도록 실천하는 책임성 있는 시민이 되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을 담아내는 교육과정은 현재 학습자의 수준과 능력에 맞게 구성되어야 하되 낯선 세계와의 만남에서 오는 어려움 또는 지루함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이 교사, 또래, 중요한 경험과의 관계 맺기이므로 이를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기술 위주의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한 개별화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디지털 기기에 의한 개별화 교육은 배움과 학습자간에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에 의한 학습은 성공적인 경우엔 괜찮지만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이 학생에게 있는지 아니면 이를 활용해 지도한 교사에게 있는지 애매하게 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개별화 교육은 다른 문제점도 내포한다. 우선 학습자의 개별 특성을 양적 지표로 세분화하여 학습자의 특성을 파악할 있다는게 교육의 전제인데 이 경우 질적 특성과 정보가 배제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알고리즘에 의한 학습의 진정성도 부족해진다. 알고리즘 자체의 문제도 또 있다. 알고리즘은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설계과정에서 얼마든지 객관성은 사라지고 설계자의 주관이 강하게 반영되며 이로 인해 특정 집단 차별의 가능성도 생겨난다. 또한 개별교육으로 사회적 관계 맺기가 어려우며 책임의식의 양성이 어렵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런 점 때문에 책은 학습자 주도성을 올바르게 정의하고 고찰하며 최근의 흐름인 디지털 플랫폼,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의한 개별화 교육을 맹신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또한 학습자 주도성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발현되기 어려운 만큼 교육 전문가인 교사에 의한 올바른 접근및 지도가 이루어질때 자신의 배움을 개쳑할 용기가 생겨나고 비로서 교육적 환경과 다양한 선택에 의한 학습자 주도성이 가능해진다. 

 책은 학습자 주도성에 대한 여러 교육집단의 생각도 드러내었는데 재밌었다. 학습자 주도성발현 촉진 요인으로 초등학생은 사고의 촉진상황, 분명한 목표, 권위 있고 신뢰할만한 교사, 다른 생각에 대한 여지를, 중고생은 분명한 목표, 정서적 지지, 평등, 소통과 존중의 환경을 초등교사는 단위학교의 자율성 보장, 정책적 경인, 혁신교육의 보편화, 교사 학생간 관계의 교차성을 중등교사는 교사별 교육과정 구성과 절대평가, 교육과정 유연화,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 풍토, 교사저문성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연구자집단은 교사의 학습동기 설계, 학습 계열의 개방성, 교사권위와 신뢰감, 학생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꼽았다. 

 반대로 학습자 주도성의 저해 요인으로는 초등학생은 정답이 정해진 수업, 강압적이거나 지나치게 친구같은 교사, 피곤함 배고픔등 신체요인, 산만한 분위기를 중고생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수업, 너무 높은 목표, 소통의 부재, 노력의 배신을 초등교사는 주도성에 대한 오개념, 교사의 고정 관념, 정책의 획일성과 폭력성, 사회불안과 불평등을 중등교사는 경쟁적인 교육문화, 주도성에 대한 오개념, 입시와 직결된 평가, 교사의 재량권 부족을 연구자들은 기능을 상실한 평가, 경쟁적인 대학입시제도, 분절적 교육과정, 교사의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책은 잘못오해되는 것처럼 학습자 주도성과 교사는 서로 반대개념이 아니며 학습자 주도성의 달성을 위해 교사의 적절한 교육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경제적 개념에 오염된 교육계의 개별적 선택 위주의 방향도 꼬집었으며 디지털 플랫폼에 의한 개별화 교육의 문제점도 잘 드러내었다. 실제 조사결과 학교 급을 막론하고 학생들은 교사변인을 학습자의 주도성을 발현하고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미래시대의 학습자 주도성에느 교사의 학습자 주도성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인식을 토대로 한 교육과정 설계 및 개입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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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6-11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주도 학습’이 어느날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큰 역사적 배경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OECD가 교육정책까지도 개발하여 강요하는군요... 무서운 놈들... ㅠㅠ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왜 점점 산으로 가는지 조금 이해될 것도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닷슈 2021-06-14 14:12   좋아요 1 | URL
OECD는 무서운 놈들이긴 합니다만 어느 정도 맞는 교육정책을 만들긴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혁신교육도 이걸 받아들이긴 한 거죠. 하지만 말씀 하신 것처럼 그들 본연의 목적을 항상 알고 교육이 수단화 되지 않도록 경계하긴 해야 합니다.

붕붕툐툐 2021-06-11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사에게는 위로가 되는 부분이 있고, 저에겐 뜨끔한 부분도 있네요~ 궁금했는데 넘 잘 요약해 주셔서 한 권 다 읽은 기분이네요~ 감사합니다!

닷슈 2021-06-14 14:13   좋아요 1 | URL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등이신지 초등이신지 궁금하군요.

붕붕툐툐 2021-06-15 00:50   좋아요 1 | URL
전 중등이에용~ 고등학교에 있습니다. 닷슈님은용?

닷슈 2021-06-15 07:23   좋아요 1 | URL
전 초등입니다

붕붕툐툐 2021-06-16 00:26   좋아요 1 | URL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