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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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표지는 아름답다. 넓은 모래사장에 멀찍이 파도와 수평선도 보이고 누군지 모를 사람이 둘 서있다. 하늘도 푸르다. 계절은 알 수 없지만 이걸 이번 겨울에 읽었다. 정미경이란 분의 소설은 처음인데 이 책이 유작이다. 책의 뒷부분에 작가 남편의 서평이 나오는데 이 책을 고인의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본인이 출간할 생각이 없었던 작품인 듯해 고민하다 결국 출판사에 넘겼다고 한다. 그래서 빛을 보게 된 책이다.

 책에는 동년배 3명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섬인데 이들의 고향은 항구다. 물론 앞바다에 섬은 있는 것 같다. 정모와 연수, 태원이 그들이다. 정모와 태원은 둘다 연수를 좋아한듯 한데 결국 태원과 연수가 어린날 사귀었다. 하지만 태원의 아버지 영모가 죽어라고 반대했다. 연수의 아버지가 영모란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둘은 헤어지고 연수는 스무살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고 고향을 떠난다. 공부를 잘했던 정모는 대학에 붙었고 태원도 재수했지만 결국 대학에 간다.

 셋 중 고향에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은 정모였다. 서울생활을 하며 눈이 침침해졌는데 날이 어두우면 눈앞에 커튼이라도 쳐진것 같았다. 병원에 가니 시신경이 죽어간다고 했다. 길어야 암흑까지 5-6년이라나? 자외선은 눈에 좋지 않다는 의사에 말에도 이상스레 정모를 일조량이 좋은 고향으로 향한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 눈도 잘보일것 같았다.

 태원도 고향으로 돌아온다. 지역의 유지인 아버지 덕에 대학도 나오고 미국유학도 다녀왔으나 하는 것마다 말아먹었다. 결국 돌아온게 고향이며 아버지의 기반업인 생선경매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그저 잠시 머무르려 했으나 생각보다 오래도록 여기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연수대신 그녀의 딸인 이수가 엄마의 고향으로 온다. 연수는 이제 갓 스물남짓한 이아이를 무책임하게도 정모에게 보낸다. 정모는 이수를 떠맡고 이수는 바닷사람들과 함께 항구에 적응해간다.

 그런데 정모는 태원에게 놀리고 있는 소금창고하나를 빌려달라고 한다. 웬지 그곳에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진 것이다. 제법 인맥이 있는 정모는 여러사람에게 책 기부를 부탁하고 그들은 도움을 준다. 소금창고의 외형을 남기면서 그걸 도서관으로 만드는데는 생각보다 돈과 품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완성해가는 도서관을 보고 갑작스레 태원의 아버지 영모는 도서관을 비롯한 자신의 사업을 정리할 것을 태원에게 통보한다.

 원수같은 아버지지만 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세월이 가면 자신의 것이 될거라 믿었던 태원에게 아버지 영모가 재산을 자신의 재단으로 귀속시키는 작업은 영 불편했다. 그리고 소금창고를 정리하면 친구 정모에게도 영 면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정모를 이수가 임신했다는 걸 알아챈다. 오토바이를 갖이 타다 죽은 태이라는 녀석의 아이다. 이에 무책임한 연수도 고향으로 내려온다. 이수의 임신보단 정모가 내려오지 않으면 아이를 올려보내겠다는 통보때문이었다. 이 모든게 얽혀 도서관의 개막일이 다가온다.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느낄때가 있다. 등장인물 소개도 분명치 않고 성격 파악도 안되서 누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를때다. 거기에 인물의 말을 불쑥 나오고 뒷 내용을 통해 누가한말인지 알아내야 하는 경우다. 이런경우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이 책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런 난데 없음과 불친절함도 책이 훌륭하면 매력으로 작용하며 이 책은 그런경우였다. 짧지만 묘한 분위기와 나름 인물들과 배경이 갖춘 서사가 잘 어우려지면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유작이라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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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19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미경 소설 읽고 싶네요

닷슈 2018-12-19 09:0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그런생각을 했 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9 09:12   좋아요 1 | URL
특유의 분위기, 문체, 날카로움, 섬세함, 감성 등 사색할 꺼리가 많은 이야기인데, 고인이 되셨다는 이야길 최근에 들었네요 안타깝습니다 ~닷슈님 글보고 희망도서 신청 직행했네요 ㅎㅎ

서니데이 2018-12-1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닷슈 2018-12-19 21:23   좋아요 1 | URL
올해도 이걸 하시는군요 감사하고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