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시절 나는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병원을 드나들었다.
병원에서 받아먹는 시럽이 달콤하니 맛있어 어느 때는 일부러 였던 것도 같다.

지금은 좀처럼 아프지 않다.
감기에라도 걸렸으면 싶은데 그러지도 않는다. 

얼마전 이 동네의 누군가가,
"아픈데가 없는데 타이레놀을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괜찮아요?"
하고 묻는 데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아니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그 마음을 내가 아는데, 그 마음을 내가 알겠는데...다독여 주는 대신 엉뚱한 댓글을 달고 도망치듯 나왔었다. 

실은,
맥이 쑥 빠지고, 목이 아프고, 미열이 나고, 어딘가 허전한 것 같고,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을 때...
타이레놀ER 한두 알이면 몇시간은 거뜬하다는 걸 안다.
약 기운이 떨어지기 전 몇 알을 더 챙겨먹는 수고만 하면 된다.  

그런데, 어떤 시련이 오는 걸 감지하고 습관적으로 먹는 타이레놀ER 한두 알 때문에, 
나의 사랑은, 나의 상처는, 나의 고통은, 그리하여 나의 삶은...몇 시간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폐암 기왕력을 가지고 계신 어머니는 내가 며칠 뜸한 틈을 타 폐렴에 걸리셨고,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주책맞은 남편은 이상한 자료를 들고와서 봐달라고 하는데, 저자가 중국출신이어서 우리말이 서툴다.
자료를 뒤집어 다시 쓰는 꼴이다.

한 사흘 감기나 앓았으면 좋겠다.
이불 뒤집어 쓰고 아무 생각없이 끙끙 앓았으면 좋겠다.
앓고 난 후, 조금은 퀭한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 아픈데가 없냐고 당신이 물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타이레놀 ER 따위는 던져버리고, 내 이마를 짚어주는 그 손을 고마워 하며 끙끙거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아침 일찍 어머니께도 들러야 하고,
자료도 손봐야 하는데,
이 책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이리저리 야금야금 타이레롤 ER 대용으로 들추고 있다.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일단 쉬고 다시 잘 살아볼게요. 알았어요, 좀 쉬고 다시 잘 사랑해볼게요."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다행이다. 조금씩, 병아리 눈물 만큼일지라도, 조금 조금씩,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거다. 산다는 게 영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갸륵한 수고, 아 좋은 날이다. (6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존재다. 어차피 존재의 고독은 혼자 감당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고독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고독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행복한 사람일수록 존재의 고독에 명민하게 깨어 있고 고독을 잘 보살피는 것이리라. 그러니 고독은 존재의 자기 증명 방식이기도 하다. 고독을 잃어버린 삶은 영혼의 어떤 부분이 마모되어버린 삶일 것이다(46쪽)

*그녀는 '가장 중요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로빌에 살면서 여러 일에 종사했는데, 최근에 하는 일이 바로 타운홀에서 마사지를 해주는 일이다. 오로빌리언 중에서 타운홀 근무자들은 외부인들을 상대해야 하고 비교적 많은 실무에 시달리는 편이라 내면을 돌볼 여유가 너무 없어 보였단다. 조는 화도 짜증도 자주 날 수밖에 없는 타운홀 근무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바로 그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91~93쪽)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금세 친해진다. '밥힘'이랄까. 커다란 식당의 내부와 외부의 식탁을 가득 메운 오로빌리언들은 음식을 통해서 이웃의 연대감을 확인한다. 함께 밥 먹는 이 솔라키친이 오로빌의 생활의 중심이기도 하다. 마트리만디르가 영적 생활의 중심이라면 솔라키친은 몸 생활의 중심. 둥근 두레밥상에 모여 앉듯이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을 나눈다.(151쪽)

*사랑에 빠진 이들은 예쁘다. 지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깊은 친밀감과 마법 같은 일체감. 사람이 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랑의 감정이 있기 때문일 터.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할 것이냐.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손해다. 설령 사랑 때문에 아프게 될지라도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남는 장사다.(166쪽)

*풀잎을 닦아주는 여자라니!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는 난도 아니고, 전체가 나무며 풀 천지인 숲에서 특별해 보일 것 없는 덩굴풀의 넓적한 잎사귀를 닦아주는 여자! 가까이 다가가는 내 기척을 느끼자 여자가 고개를 돌리고,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여자는 내 게 아주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내 풀잎 닦는 자세로 돌아간다. 매우 매우 평화롭고 맑은 에너지가 그녀 주변에 흐른다.(205쪽)


 

 

 

[수입] Bob Marley & The Wailers - Live Forever [2CD+3LP][Super Deluxe Edition]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 (Bob Marley & The Wailers) 노래 / Island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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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6-15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 선우라면 시를 쓰는 그 김 선우, 맞나요? 에세이도 시처럼 초감성으로 썼을까요? 타이레놀을 원하는 그분에게 인간 타이레놀을 찾아보라고 댓글 달았더랬는데, 여기 종이 타이레놀이 있었네요. ER 정도가 아니라 PR (permanently의 p ^^) 어디 없을까요?
호흡곤란이 와서 중환자실로 가신 시어머님도, 사흘만 앓아누웠으면 좋겠다는 양철댁님도, 잘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양철댁님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길들이 여기 많이 있지 않을까요?

양철나무꾼 2011-06-16 06:08   좋아요 0 | URL
ㅎ,ㅎ...인간 타이레놀과 종이 타이레놀이요?
기발하세요.
하긴 extended release정도론 부족하죠.
제겐 김선우와 어제 읽은 신형철만으로도 어느 정도 쭈욱~ 지속될 듯 해요.
님도 감사하다고 인사드릴 많은 분들 중 한분이시지요~^^

루쉰P 2011-06-1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하기 전에 양철댁님께 들려 잘 계시나 보고 갈려고 했더니 이건 왠걸...더 힘 빠져서 머리가 복잡한 양철댁님을 뵙네요. 중환자실에다가 자료라...날카로워진 신경을 잠재울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신 건 아닌지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그 복잡한 와중에 타이레놀 대신에 책을 읽으시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구요. ^^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마를 짚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어디 아프신지 물어도 보고 싶구요. 여러 가지로 지치게 만드는 모든 일 속에서 꼭 헤쳐나가시기를..

양철나무꾼 2011-06-16 06:09   좋아요 0 | URL
교주님을 우울하게 만들어서 어쩐대요?
오늘은 좀 나아졌어요, 덕분이예요.^^

루쉰P 2011-06-16 11:47   좋아요 0 | URL
교주는 절대 감정에 치우치지 않습니다. 신자의 고통에 동화하는 것 뿐이지요. ㅋ
그래도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뭔가 하는 것은 없지만 말이죠. 고민을 그리고 떨어진 기분을 어떻해야 다시 정상 알파파로 만드는가 그게 요즘 제 고민이에요. ^^ 저도 좀 기분이 다운돼 있다고 느끼거든요. -.-

양철나무꾼 2011-06-19 16:35   좋아요 0 | URL
기운이 좀 다운되셨었구나~
제가 기운 내시라고 그 동네를 향하여 염력을 마구 날렸으니,
지금쯤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계시겠죠?

날씨가 덥고 꾸물꾸물하지만,
나의 교주님이라면...쿨하고 멋진 하루 하루를 만드실 수 있을거예요.
기운 내세요~^^

루쉰P 2011-06-22 20:49   좋아요 0 | URL
넵! 충전!

2011-06-15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9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6-1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하벤 먹는데.... ㅠㅠ
먹으면서 먹을 때마다 반성하지.... ㅠㅠ

솔직하게 말하면, 우울증 약도 병원에서 받아놓은 상비약으로 20회치 정도 있음....
아마 머리 아프고 졸린 부작용 없었으면, 그것도 남발하고 살지 않았을까, 그러면 안 되는건데 하면서 말이지.

힘내. 글구 남편 일, 남편 얼굴에 딱 집어던지면 안 될까? 안 된다구? 그럼 내가 머리 마사지 해줄게,, 이리와.
어머님의 빠른 쾌차를 기원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6-16 06:18   좋아요 0 | URL
머리 마사지 보다 더 멋진 처방을 내 어제 들었지, ㅋ~.

남편 일은 아냐.
남편이 중간에 낀 내 일이야.
중국 전통 비방 같은 거...좀 야한데, 재밌었어.^^

마노아 2011-06-1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치료 전용 타이레놀이 필요해요.
어머님도 걱정이고 양철댁님은 더 걱정이에요.
그저 기운내시란 말만 더 보탭니다. 그 손 꼭 잡아주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6-16 06:21   좋아요 0 | URL
우와~승환 오라버니 멋져요.
실루엣이 장난이 아녜요, 예술이예요. 아흑~.

저도 제 자신이 염려스럽지만,
너무 많은 분들을 걱정시켰네요.

잡아주시는 손, 꼭 붙들겠어요~^^

좋은날 2011-06-1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책 주문해서 꼭 읽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6-16 06:22   좋아요 0 | URL
네, 좋았어요.
신형철과 같이 종이 타이레놀 permanently정도 될 것 같아요~^^

섬사이 2011-06-15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저는 김선우 시인의 시집보다 산문집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저 책에도 마구 끌리네요.
사흘만 앓아 누웠으면 좋겠다는 양철댁 님 말에 후유~하고 한숨이 따라나와요.
부디 저 책이 양철댁 님께 힘이 되어주기를..

양철나무꾼 2011-06-16 06:26   좋아요 0 | URL
저는 김선우 님은 감성을 약간 불편하게 뒤흔들어 놓는 솔직함이 좋아요.
살잧에 소름을 돋게 하는 바람이 때론 위안이 되는 것처럼...

이런 위로가 있어서 자주 엄살 떨고 투정 부리게 되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잘잘라 2011-06-1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
주님은 아시네 당신의 아픔을
사랑으로 감싸주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어
마음이 무너질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못하는 노래지만, 마음을 담아 한 곡 부르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1-06-16 06:27   좋아요 0 | URL
ㅎ,ㅎ...이거 라이브로 듣고 싶어요.
라이브로 들음 살만해질 것 같아요~^^

穀雨(곡우) 2011-06-1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고 나면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지만 개운한 느낌이 있어요. 아픈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증강된 느낌..
하지만 진짜 이유는 외로움이더라는...어릴 적 아플때마다 온전히 엄마를 차지할 수 있는 특권...다시 하기엔
너무 먼 현실입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1-06-16 06:30   좋아요 0 | URL
저는 앓고 나면 하나를 마무리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옛날에 이불 뒤집어 쓰고 땀 흘리고 나면...베게랑 이불이랑 꼬슬꼬슬한 새거로 갈아줏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님도 아프지 않고도 면역력이 증강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는 처방은 종이 타이레놀인데...나름 괜찮았어요.

머큐리 2011-06-1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몸이 너무 쑤시고 아파서... 자다 깨어 타이레놀ER을 먹었더니...정신까지 말똥...오늘 오후 졸려서 헤롱거리다 이 페이퍼를 봅니다... 고통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웬지 약은 안먹는게 좋을거 같아서 참고 있는데...치과가기전 타이레놀을 달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1-06-16 06:32   좋아요 0 | URL
타이레놀 드시지 마시고, 시간 내서 치과를 가시죠~^^
혹, 치과가 더 무서워 타이레놀을 드시는 건 아니시죠?^^

2011-06-15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6-1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금야금 읽고 계시다는 김선우의 에세이가 눈길을 사로잡네요. 김선우의 감성에 위로가 되었다면 좋겠어요.
양철댁님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아무리 그래도 아프지 않은게 제일이에요. 너무 안타까워요. 가까이 살면 소주라도 한잔 하자고 할텐데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1-06-16 06:3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부디, 제발, 플리즈, 포 더 피스 오브 올 맨카인드...아팠으면 좋겠다니까요.

저도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소박하니, 둘이 소주 한병이면 충분할텐데 말예요.^^

아이리시스 2011-06-16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너무 많이 먹어 소화가 더뎌서 늘 머리가 어지러워요. 타이레놀도 몇 번 먹었는데 사실은 컨디션이 안좋은 날이 더 많아서, 체력이 안좋은 날이 더 많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요. 어쩜 병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간혹 들 때도 있는데 뭐 설마요.^^ 아프지 마세요.

양철나무꾼 2011-06-19 16:43   좋아요 0 | URL
병을 키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어도, 적어도 몸무게는 키우고 계시군요,ㅋ~.

님도 공부하느라 쉬이 지치실텐데...
이럴때일수록 맛난 음식 챙겨 드시고 아프심 안 되는 거 알고 계시죠?^^
 

1.

비가 내리고 꽃이 졌다.
바람에 졌을지, 아님 질 때가 되어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목련 꽃잎이 떨어져 뒹구는 길을 따라 걸었다.
꽃이 져야 열매 맺는 이치를 이미 안다지만 꽃이 지는 게 참 서럽다.
달밤에 홀로 술을 마신다는 이백을 좇아, 비 내리고 꽃 지는 저녁을 홀로 맞는다. 

2.
그 여자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딱 꼬집어 누가, 어떤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이 싫었다.

자리에 앉을 때 손바닥으로 의자를 쓰윽 한번 문지르고 앉는 사람,
창틀에 먼지가 앉았나 손가락으로 검사하고 다니는 사람,
식당에서 컵의 물은 숟가락 설거지 용으로 사용하는 사람,
대중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시설물은 무균실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마냥 스치기도 싫어하는 사람,
암튼 그런 사람이 남자라면 더 ,더, 더, 더~우~욱 질색이었다.

그 여자가 출근하는 길에 제법 큰 건물이 있다.
근데,그 건물 외부의 청소를 하는 남자의 행태가 꼭 그러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지루해할까봐 하루하루 레파토리를 바꿔가며 청소를 하는데, 생각나는 것만 옮겨보면 이렇다.

첫번째,커다란 통유리 되시겠다, 좌우 비뚤어짐 없이 간격맞춰 닦는 것은 기본이다.
계단을 빗자루질 할때 빗자루가 미치지 못하는 구석은 작은 붓을 이용한다.
보도블럭 틈에 내려앉은 검불들도 집개를 이용하여 제거하고,
작은 돌멩이가 깔린 화단에 떨어진 작은 잎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 여자는 화단에 나무가 사철나무 류의 관목인 것에, 화단 옆 가로수가 은행나무인 것에 감사하는 수 밖에 없다.
만약 단풍나무였으면 어땠을까?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깨같은 가루 잎들을 진공청소기를 내와 말끔히 빨아들이겠다고 하지는 않았을까?
그여자는 남자의 행태를 보지않으려고,멀리 ㄷ자로 돌아서 출근을 하기도 한다.

어제 그녀는 술도 먹지 않고 그녀의 남자와 한 판의 육탄전을 끝낸 후,
맨 정신이어서 더 고감도였어, 이래가며 룰루거리며 샤워를 하고 나오다가 그 행태를 목격하였다.
그녀의 남자는 하얀 살결을 자랑하려는지 맨몸으로 앉아 침대 메트리스 위의 머리카락이며 검불들을 휴지로 떼어내고 있었다.

"꺄아아악~"

그녀에게 필요한 건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우는 포도주 따위는 아닐까?
한 여자가 한남자를 만나서 사랑하는 일이, 한사람의 일상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이, 이다지도 힘든걸까?










3.
청소가 과한 걸 갖고는 툴툴거리면서, 글씨는 이렇게 단정한게 좋다. 하정우의 글씨체.
 

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내 대본을 보면 대사 옆에 날짜와 바를 정正 자가 적혀 있다. 리딩을 연습한 날짜와 횟수를 기록해둔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대본들은 연극을 하던 때의 대본이다. 특히 <두번째 사랑>을 촬영할 때에는 영어로 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바를 정 자를 빼곡하게 적었다. 맡은 역할이 불법체류자였으므로 그에 맞는 느낌을 만들어내야 했다. 또 내 영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았으므로 연습을 통해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 공부와 연습, 조율의 과정을 모두 끝내고 나면 촬영에 들어간다. 이때 연기는 ‘재생’과 같다. 재생 버튼, 즉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이제까지 연습한 것이 바로 나온다는 의미에서이다. 촬영중에 필이 온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준비한 그대로 연기할 뿐이다. _「제가 무당입니까? 빙의가 되고 필을 받게……」 중에서

4. 
또 한권, <번역에 살고 죽고>라는 책이 나왔다.
<번역에 살고 죽고>의 저자 권남희 님은 번역 경력 20년차에 접어든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다.

일본문학은 나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지만,  권남희님의 글은 참 좋아한다.
이 분의 '무학자無學者도 읽을 수 있는 글쓰기' 라는 모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분의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글쓰기를 나도 닮고 싶다. 

나를 술푸고 싶게 만든 건, 연봉 1000만원으로 만족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자리를 잡은 내 또래의 전문직의 경우 월급이 될 수도 있는 액수다.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은 직업이란 것.)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배 고파하면서 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번역에 살고 죽고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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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개합니다
    from 마주하다 2011-04-21 13:36 
    양철댁님의 요청에 의하여 남편의 글씨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양철댁님 어때요? 정말 매력적이죠? ㅎㅎ
 
 
감은빛 2011-04-1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하면서 연봉 천이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열악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구요.
흠 그정도 금액이 월급이 될 수 도 있다니!
그거야말로 제게는 놀라운 얘기네요.
그렇군요. 역시 이 사회는 그런 사회였던 거네요.

저도 술푸고 싶어지는데요.

양철나무꾼 2011-04-19 03: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보통 읽는 장르소설 한권 번역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리는데, 한 이것 저것 정리하고 나면 3백만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바로 받을 수 있으면 그나마 땡큐한거고 말이죠.

이쯤되면 번역가의 처우가 한참 열악하다는 걸 알 수 있고,
그래서 날림 번역을 가지고 툴툴거리면 안되는 게 아닌가 하는 혼란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전 얼마전 배철수에 남경태 님이 나왔을때 번역료 얘기하면서 원고지 장당6천원이라고 호기를 부렸을때...것도 좀 슬펐거든요~

순오기 2011-04-1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정우, 성공하는 사람은 그에 비례하는 연습이 따른다는 걸 또 확인하네요.
우리 막내도 번역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현실을 알려줬더랬어요.ㅜㅜ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든 수고의 댓가로 밥은 먹고 살만큼은 돼야 하는데~ 참 술푸고 싶은 현실이에요.
'그 남자' 같은 사람이랑 살면 나는 숨이 막히지 않을까 싶은...

양철나무꾼 2011-04-20 00:59   좋아요 0 | URL
슬픈 것은 또는 술푸고 싶은 것은...번역하면서 연봉 천만원이 나쁘지 않다는 감은빛 님 말씀에 저 역시 동의한다는 거죠.
근데 어디 번역만 그런가요?
글을 쓰는 것도 그렇고, 연극을 하는 것도 그렇고, 영화를 하는 것도 그렇죠.
심지어 왠만한 오케스트라 단원도 연봉 천만원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위의 건물청소 그남자는 그냥 지나치며 보는 거라서 잘 모르겠고,
아래 그남자는 술을 부추겨요~ㅠ.ㅠ

차좋아 2011-04-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떨어진 목련꽃들을 보면 봄이 가는 것이 느껴져요. 떠나는 발자국들...다른 계절도 그렇게 흔적을 남기지만 봄처럼 아쉽지는 않아요. 봄이 가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1-04-20 01:02   좋아요 0 | URL
송창식의 노래에 보면 동백이 눈물처럼 뚝똑 떨어진다고 한 것 같은데,
전 목련이 더 처절해요~ㅠ.ㅠ

4월은 봄이 간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데, 5월은 또 만발하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2011-04-19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0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4-1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학자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게 아니라,
배운 자가 제대로 읽도록 가르쳐야 하는데요...
전국민이 대학을 나오고도 이렇게 무식하고 미숙하기란... 참...
교육에 대한 정치의 승리입니다.

성질이 다른 극끼리 철커덕 달라붙긴 하는 법입니다만,
그리고 자꾸 그 방향으로 다른 극끼리 관심을 가지고 흔들리는 법입니다만,
나침반은 조금씩 흔들리며 제 방향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지요.
매일 조금씩 흔들리면서 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0 01:40   좋아요 0 | URL
얘기의 방향이 살짝 어긋났지만,
전 어찌 되었건...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하늘이 준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나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교육에 대한 정치의 승리라...집단 세뇌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요?^^
너무 어려운 댓글이라 알쏭달쏭 해요~ㅠ.ㅠ

루쉰P 2011-04-1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슬퍼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민감한 마음..음 전 그게 부족해요. 꽃이 떨어지면 저걸 언제 쓸어서 치우나란 실용적인 생각만 하고 있죠.

다행스럽게도 청소가 과한 남자는 아니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소는 없는 남자거든요. 그것도 문제일 듯 합니다.

제 월급이 굉장히 박하다고 생각했는데 년간 수입 천만원이라 그건 좀 너무한다 싶은데요. 번역에 들어가는 정성에 비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네요. 사람이 정성을 쏟아 붓는 일에 대한 가격이 박한 것은 우리나라의 특이성 인 것 같아요. 흥! 하여튼 맘에 안드는 이놈의 국가 체제에요.

양철나무꾼 2011-04-20 01:48   좋아요 0 | URL
저도 눈을 향하여선 언제 쓸어서 치우나 생각하는 실용파가 된답니다.

전 청소가 과한 남자도 싫지만, 청소가 없는 남자도 쫌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실은 제가 청소에 대한 개념을 상실했거든요~'속닥'

국가체제 말씀하시니까, 간첩 리철진 생각나요.
"남한 사회의 좋은 점은 쓰면 다 없어진다는 거다. 이데올로기도 쓰면 다 없어진다."

루쉰P 2011-04-21 10:21   좋아요 0 | URL
사실 개념 상실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요. 청소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구요. 푸훗.
청소에 대한 개념을 상실했다는 양철댁님 글에 빵 터졌어요. ㅋㅋㅋ 뭔가 동지로서의 유대감이 새록새록!
국가 체제에 대한 불만은 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간직하고 있었어요. 하여튼 모두 다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이 남한 사회의 장점이죠. 명문입니당!

양철나무꾼 2011-04-22 12:48   좋아요 0 | URL
^^

blanca 2011-04-1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와 '이 남자'가 완전 극과 극을 달리네요. '이 남자'는 방바닥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목욕하고 나온 화장실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그런데 '술푸게' 라는 말이 왜이리 좋지요? 삶의 그 시난고난한 질긴 것들이 막 다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4-20 01:52   좋아요 0 | URL
그런 남자도 있고 이런 남자도 있는 거겠죠.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전 그 남자가 나은 거 같애요.
제가 이런 여자이기 때문에 이 남자와 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애요~^^

시난고난하다는 부사어 참 예뻐요.

꿈꾸는섬 2011-04-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꽃잎들이 떨어졌네요. 어제 울 아들이 목련꽃잎 떨어진 것 보고 뭐라고 얘기했는데 왜 지금 생각이 안날까요? 거참 기발하다 했는데 말이죠.ㅜㅜ
저도 너무 깔끔떠는 사람 싫어요. 하지만 더러운 것에 둔감한 사람도 싫어요.
하정우의 단정한 글씨, 이 또한 매력적이군요. 그래도 아직 남편의 글씨가 더 매력적이네요.ㅎㅎ

양철나무꾼 2011-04-20 01: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꿈섬님 마음이 제 마음이예요.
그러니까 전 깔끔한것도, 더러운 것도 견딜 수 있다니까요.
'너무'라는 수식어가 붙기 전까진 말이죠~^^

꿈섬님, 남편 분의 글씨체가 보고 싶다는~ㅎ,ㅎ.

꿈꾸는섬 2011-04-21 13:18   좋아요 0 | URL
남편의 글씨를 공개할까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4-22 12:50   좋아요 0 | URL
보고 왔어요.
하정우와 비교가 안되던걸요~^^

아이리시스 2011-04-20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야 해요. 낼부터는 7시에 일어나 동영상 강의를 들어야 해요. 그런데 하정우가 책을 냈어요? 흐흐, 예전에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 보디가드로 나올 때 완전 좋아했어요. 오히려 뜨고 나서, 그러니까 그가 유명 중견배우의 아들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연극영화과를 나오고 영화배우로서 성공하고 나서는 잘 안봐졌어요. 스스로 호불호가 정말 분명한 사람이고, 그게 좀 냉철하게 느껴지기도 해서(저는 차라리 쉬운 사람이 낫지, 냉철한 사람 싫거든요) 관심이 멀어졌어요. '이 남자'든 '저 남자'든 '그 남자'든 다들 제 남자가 있으셔서 좋으시겠어요,ㅋㅋㅋ 어쩐지 부러워요. 전 남편이 없어요.ㅠㅠ

양철나무꾼 2011-04-20 02:00   좋아요 0 | URL
전 하정우도 좋지만, 김윤석이 더 좋아요~^^
이 남자, 저 남자...하지만, 그 남자가 그 남자가 아니지요.
님은 그런 말 알까요?
"가족 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4-2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뉴스에서 하정우의 그림을 보고 무척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성실한 사람같아요.(전 왠지 예술가는 악필이고 막 불성실할듯 한데 ㅎㅎㅎ)
그림도 술마시다가도 12시면 딱 털고 일어나서 그린다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저를 술푸게 하는 이유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듯 해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4-21 01:29   좋아요 0 | URL
그런 철저한 자기관리가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거 겠죠~

저도 왠지 막 불성실할 것 같고...뭐 그렇습디다.
근데 예술가들이 글씨는 좋더라구요~^^

저도 무슨 이유로든 술풀 수 있지만, 술을 향하여 자기관리가 철저합니다~^^

첫눈 2011-04-2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정우 참 마음에 드는 남자에요 ^^
보여지는 면만 보면요 ^^
실제로도 그럴까...늘 생각해보네요..좋아하다보니 ㅋ

양철나무꾼 2011-04-21 01:31   좋아요 0 | URL
저도 하정우 점점 좋아지고 있었는데...
이 참에 글씨 보고 완전 좋아졌어요~^^

세실 2011-04-2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19금이다~~~ (요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ㅋㅋ)
요즘 옆지기에게 바라는 열가지 적어 보이는 곳에 붙여 놓았는데요. 첫번째가 화장실 깨끗하게 쓰기, 양말 예쁘게 벗어놓기 랍니다. 세면거울에 비눗물은 왜 튈까요, 슬리퍼는 왜 늘 한쪽이 저만치 멀리 있을까요....

양철나무꾼 2011-04-21 01:34   좋아요 0 | URL
저도 살짝 그부분이 염려스러웠지만~^^
저 당시엔 나름 진지했었거든요.

옆지기에게 바라는 게 정녕 열가지 밖에 없으신지요?^^
전 적어도 A4용지 한장은 깨알같은 글씨로 빽빽이 채울 수 있어욥~^^

pjy 2011-04-2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라고 다같은 남자가 아니라고 따지는 이 여자! 비교분석할 내 남자가 없어서 처절합니다ㅋㅋ

아빠는 이상하게 화장실 전원을 안끕니다. 매번 엄마는 잔소리를 하고, 아빠는 시끄럽다고 오히려 떼를 씁니다~
자, 같이사는 딸래미는 쏘 쿨하고 쏘 섹쉬해서 빈화장실에 불이 켜져있으면 그냥 조용히 끕니다..
문이 닫혀있는 화장실에 불이 켜있어도 막 끕니다~ 가끔 안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릅니다ㅋㅋㅋ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4-22 12:53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쏘쿨, 쏘 섹쉬, 쏘 꼼꼼하신 pjy님,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저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누가 와서 불 막 꺼버리고 그래요~
그럼 저 소리를 지르구요~^^

pjy 2011-04-22 17:25   좋아요 0 | URL
전혀 꼼꼼하지 않아요~ 단지 잔머리는 쫌 굴립니다^^
여행은 정말 파란만장했는데요, 자세한건 나중에요~
그리고, 사실 불꺼져도 나오는데는 아무 지장 없지 않습니까? ㅋㅋㅋ 다 심리적인겁니다 ㅋ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4-23 11:11   좋아요 0 | URL
여행기의 제목은 쓰P의 파란만장 여행기 정도가 되려나요?
기대하겠습니다~^^
 
(이벤트)2011년 달력 - 기륭을 생각하다

휘모리님, 축하드려요~^^ 
여름이 되기 전이었던 것 같아요.
6월 14일인가,오이지 님과의 1년 기념 페이퍼를 보고 축하드렸던 것 같은데,
좋은 결실을 맺게 되나 보네요.  

쑥스러워 그냥 지나칠까 했는데,
님의 결혼이신 듯 하여...
저도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에,쭈뼛거리며 참여해 봅니다. 

올 한해 가장 좋았던 책은 <신들의 봉우리>이지만,
님의 결혼 관련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은 '이현우'의 <책을 읽을 자유>에 잠깐 소개되는,
<숄로호프 단편선>중 '인간의 운명'이라는 중편소설 중 일부인데... 
실은 아직 저도 읽지 못했어요~ㅠ.ㅠ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날 아침에는 잔소리 대신 절인 오이 안주에 보드카 한 잔 따라주는 아내였다.(92쪽)'


















축가로 소개하고  싶은 곡은 스티비 원더의 곡들이예요.
스티비 원더는 축가 계의 황제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죠~ 
전 개인적으로 My cherie Amour도 좋지만요, 
축가로라면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도 괜찮지 않을까요?

<Isn't she lovely>
 
Isn't she lovely
Isn't she wonderfull
Isn't she precious
Less than one minute old
I never thought through love we'd be
Making one as lovely as she
But isn't she lovely made from love

Isn't she pretty
Truly the angel's best
Boy, I'm so happy
We have been heaven blessed
I can't believe what God has done
through us he's given life to one
But isn't she lovely made from love

Isn't she lovely
Life and love are the same
Life is Aisha
The meaning of her name
Londie, it could have not been done
Without you who conceived the one
That's so very lovely made from love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That's why I'll always be around
You are the apple of my eye
Forever you'll stay (be) in my heart

I know that this is the beginning
Though I loved you for one million years
But if I thought our love was ending
I'd find myself drowning in my own tears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That's why I'll always be around
You are the apple of my eye
Forever you'll stay (be) in my heart

You must have known that I was lonely
Because you came to my rescue
And though I know that this is heaven
How could so much love be inside of you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That's why I'll always be around
You are the apple of my eye
Forever you'll stay (be) in my heart

('Cause you are)
You are the sunshine - of my life
(Of my life, of my life)
(Light my fire baby, light my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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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1-0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즌 쉬 러블리~~(콩글리쉬 작렬) 언제나 듣어도 유쾌하고 좋은 노래죠^^
저도 숄로호프 단편선을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도 못 읽었답니다.
하지만 로쟈 님이 추천하셨으니까 읽어보려고 합니다.^^

휘모리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두 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시고
백년해로하세요.

양철나무꾼 2010-11-04 00:31   좋아요 0 | URL
이즌 쉬 러블리~~는 이젠 국민팝송 같아요~^^
11월엔 숄로호프를 독려하며 읽어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11-05 09:08   좋아요 0 | URL
cyrus님 고맙습니다.
아.... 그러나 왜 벌써부터 고생길의 시작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거죠? ^^;;

꿈꾸는섬 2010-11-0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아요. 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0-11-05 12:44   좋아요 0 | URL
쫌,,,좋죠?꿈꾸는 섬님~~~^^

stella.K 2010-11-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비 원더 지금 뭐하며 사는지 모르겠어요. 궁금하네.
책 읽을 자유는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시네요.
저는 로쟈님 전에 나왔던 책이 좀 어려워서 주춤하고 있습니다.
어떤 저자든 처음으로 읽은 책이 어려우면 다음 책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ㅠ

cyrus 2010-11-04 17:1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많은 독자분들의 입소문에 로쟈님의 전작을 읽었는데,,
기본 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 <책을 읽을 자유>가 선정되어서,,,
걱정되었는데,, 막상 읽어보니깐 이전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간간이 전문적인 지식이 요하는 글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 번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중간에 읽으면 유익한 책 정보와 소개들도 있으니까요.^^

stella.K 2010-11-04 18:35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05 12:47   좋아요 0 | URL
cyrus님,메리베리 쌩 유~^^

stella09님,
전 <책을 읽을 자유>는 읽었으니 숄로호프 단편선만 해결보면 될 듯~
(근데,고전이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ㅠ.ㅠ)
님도 어여 읽어 보셔요~^^

무해한모리군 2010-11-0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다.책을 읽을 자유도 찜 합니다.
cyrus님이 어렵지 않다고 하시니 더욱 용기를 주네요 ^^
양철나무꾼님 고마워요~♡

양철나무꾼 2010-11-05 12:4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축하 드려요~♡
 

진짜 징하게 비가 내린다. 

가을에는 책을 읽어줘야지 강한 최면을 걸어보지만,
비가 마음을 적신지,그것도 흠뻑 적신지...오래다. 
 
사람을 만날때의 설레임만을 얘기하기엔,
헤어진 후에 남는 빈자리가 아프다. 

씩씩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구슬프고,
또박또박한 그녀의 목소리가 가슴에 걸린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말하자면,내게 비장의 무기이다. 
아니다,비장의 무기가 아니라...무장해제용 음악이다.
참 오랫만에 무장해제를 했었는데,아직 닫아걸지 못하겠다.
 .......................................................................................
점점점,말없음표를 하루종일 사용하고 싶은날~

-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하이페츠는 왜 이렇게 빠르고 격렬하게 연주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입니다.숨 막힐 정도의 속도가 슬픔에 도움이 될까요?  

"라르고,느리게,장엄하게,슬픔이 온몸을 감싸게." 

- 강조하기 위해서 아닐까요.음표들이 빠르고 격렬하게 지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맨 밑바닥엔 진짜 슬픔만 남으니까.감출 수 없는 슬픔.순수한 슬픔.

- 오이스트라흐는 언제나 2인자 취급을 받았어요.세상은 항상 일등만 기억하니까.그렇지만 그의 연주를 들으면 여기가 따뜻해져요.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중에서, 


오늘은 이런 하늘이라도 호사일 것 같다. 


무장해제용 책들

어제 선물 받거나 장만한 또 다른 무장 해제용 책,DVD,음반 













'비탈리'의 <샤콘느>,난 레스피기 버젼도 괜찮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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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1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생일은 담주라며...왜케 많이 받으셨엉?

양철나무꾼 2010-09-10 20:21   좋아요 0 | URL
받은 것도 있고,내가 장만한 것도 있다니까여~
준 사람이 많이 주고서 왜케 많이 받으셨엉...이라니,ㅋ~.

비로그인 2010-09-10 20:27   좋아요 0 | URL
이 아저씨, 영화 제인에어에서 주연했던 남자주인공 닮았당~
아~~멋진 연주!

양철나무꾼 2010-09-10 20:45   좋아요 0 | URL
maggie님도 진짜 한 unique하시다니까여~^^

stella.K 2010-09-10 22:17   좋아요 0 | URL
헉, 나도 담준데.
왠지 생일이 같을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ㅎㅎㅎ

비로그인 2010-09-11 12:22   좋아요 0 | URL
오잉~~
스텔라님 담주에 생일이여요?
미리~축하^^

stella.K 2010-09-11 16:0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maggie님.
그런데 마기님 영어로 쓸려니까 쫌 익숙하지 않네요.ㅎㅎ

비로그인 2010-09-11 17:15   좋아요 0 | URL
ㅎㅎ그냥 마기라고 부르세요.

양철나무꾼 2010-09-12 01:05   좋아요 0 | URL
역쉬~~~
멋진 마기님!
내가 없는 동안 댓글도 살뜰히 챙겨주시고...

stella09님,저도 생일 미리 축하드려요.
전 왠지 재밌을 것도 같은걸요~^^

2010-09-10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9-1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던킨 잔 보니까 달달한 도너츠 먹고 싶다.
전 왜 책보다 먹는게 더 눈에 들어올까요.

pjy 2010-09-11 18:08   좋아요 0 | URL
육개장에 밥 잔뜩 말아서 깍두기랑 같이 먹고나선, 비오는날 이건 분위기가 너무 토속적이야~이러면서 배 두들기고 있습니다^^
근데도 책보단 도너츠와 커피가 생각나니 어쩌면 좋습니까?ㅋㅋ;

양철나무꾼 2010-09-12 01:15   좋아요 0 | URL
던킨 잔은요~
저게 컴포트 체어여서,수평 맞출려고 올려놓은 건데...

저는요,그날 맛난 스파게티도 얻어먹고...
얼큰 오뎅탕에 국적불명의 생선구이도 얻어먹고...
맛난 커피도 얻어먹고...
더 이상 배 두들길 수 없을 만큼 먹어서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0-09-12 01:21   좋아요 0 | URL
pjy님 글 보니 육개장에 깍두기 생각이 간절합니다.
빨리 날만 밝아라 그러고 있는 걸요~

커피는 대충 해결되는데,도넛이 이 야밤에 문제로군여~ㅠ.ㅠ

세실 2010-09-12 07:56   좋아요 0 | URL
육개장이랑 깍두기도 땡겨요. 아..
다요트 하면 왜 먹는것만 생각나는지.
결국 밤 10시에 누룽지 만들어 아이랑 열심히 먹었습니다.
달리면 뭐하냐구요. ㅠ

양철나무꾼 2010-09-12 14:41   좋아요 0 | URL
세상 일들에 마냥 다운 되는데...
왜 식욕은 다운되지 않는거냐니까여,글쎄~ㅠ.ㅠ

따라쟁이 2010-09-1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해요. 토요일 밤조차도 이놈의 비가 내리네요. 사람 심란해 지기 시리..

양철나무꾼 2010-09-12 01:25   좋아요 0 | URL
낮에 잠시 주춤하더니 말이죠~
이젠 레파토리를 좀 바꿔야 할 것 같은데...ㅠ.ㅠ

따라아가씨,잘 지내시죠?
공식적인 아줌마 되기 전에 아가씨라고 한번이라도 더 불러보고 싶어서 말이죠~^^

비로그인 2010-09-1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무장해제용 책들.
보니 제게는 접근불가용 책들입니다 ㅎ

비가 샤콘느를 불러왔군요. 역시 하늘에서 내리는 것 가운데 "비" 가 뭔가를 제일 많이 생각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따라님 ^^ 저랑 같이 계속 붙어다니며 서재분들을 찾아다시니는군요 )

양철나무꾼 2010-09-12 01:32   좋아요 0 | URL
아무리 무장해제를 한다고 한들...
바람결님을 접근금지 시켜서야 되겠습니까?
기억해 둬야겠는걸요~^^

바람결님은,'비탈리'일까요?'바흐'일까요?
하이페츠일까요?오이스트라흐일까요?

뭔가를 제일 많이 생각나게 하는,비를 좀 접근금지 시킬 수 있었음 좋겠어요~
 

몇년 전 라디오에서,믿음에 관한 일화를  들은 후로...내게 믿음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누군가 왕을 죽이려해서 잡고보니 아주 반가운 친구였단다.  
둘은 얼싸안고 회포를 푼 뒤,
"내가 두렵지 않은가?자네를 죽이려 했는데..."
"무슨 오해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실은 여행 중에 돈이 떨어졌는데,돈 안들이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방법이 이 방법 밖에 없었네.
물론 자네가 나를 믿어줄거란 전제하에 말이네." 

이 얘기를 듣고는,비록 얘기 속의 그들이지만...참 멋지다 싶었다. 
왕이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믿음이지만, 
왕의 경우 친구가 자신을 죽이려했는데도,무슨 오해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얘기할 수 있는 쿨함이 부러웠다.  


남편과 나는 6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한 올해 15년 차의 부부이다.
처음 연애할 때는 부처님이 웃으니까 가섭이 따라 웃는 다는 염화시중의 미소가 가능했었던 것도 같은데,
실토하자면 남편이 거하게 사업을 세번이나 말아 잡수시는 과정에서 말없음은 부부사이의 골을 만들었었다. 
다시말해,무슨 오해나 그럴만한 사정이 아니라,체념에 가까웠다.

기실 남편은 아주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사람이었다.
연습장에 쓰는 글씨도 단정히 시처럼 내려 쓸 수 있는 사람이었고,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였던 그는  마지막 방송이라며 울먹울먹하다가 멘트를 버벅거리는 바람에,
사유서까지 쓰고 졸업반에 유래없는 운동장을 10바퀴 도는 벌을 받기도 했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그는,
필름의 처음이나 끝은 꼭 나를( 내 손이나 ,머리카락,신발 등) 찍어줬다. 

결혼 후,남편은 감성과 로맨틱함을 같이 말아 잡수셨었다고 생각하고 체념했었다.
그런데,한걸음 물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남편은 그대로인데 내가 바뀌어 있었던 거였다.
직장생활에 지친 나는 쉬는 날이면 방바닥에서 들러붙어 뒹굴거려야 다음 일주일을 지탱해 나갈 수 있었고,
여행은 일로 인한 워크 숍이나 세미나 따위가 전부였이며,
가족끼리의 여행은 주로 아들의 현장학습 증빙용 이었다.
그런 나를 남편은 체념하지 않고,
무슨오해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며 15년동안이나 믿고 기다려준 거 였다.

결혼 15년만에 남편과 둘이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시절 같이 갔던 그 여행지였고,
비록 디카였지만,그 카메라의 처음엔 내 눈을 찍어줬다. 

둘이 여행을 많이 다니자는 약속은 지킬 자신이 없다,저질 체력인고로... 
하지만,대화를 많이 하자는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염화시중이나 이심전심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말을 해도 자신의 의중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기가 힘든데,
말을 안 하고서는,
우리는 부처님이나 가섭의 고매한 사고방식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믿는 한 사람의 마음상태를 헤아리기엔 턱없이 가벼운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생각을 살짝 비틀어 보게 되는데... 

높은 기대치의 믿음은 이보다 좋을 순 없는 일이지만,
낮은 기대치의 믿음에 대해서 말이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 
"주는 만큼 받는다."
까지는 뭐 그럭저럭이다. 

하지만,
"믿는 만큼 배신감을 느낀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
"사랑하는 만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김훈의 한 구절이었던 것 같다.)
이런 문구는 이해관계가 개입된 얄미운 문구이다. 

'노력했으니까 댓가를 얻는다'
는 바꾸어 말하면,노력이 없다면 댓가도 없다는 조건부의 냄새가 짙다.
주었으니까 받는다.
믿었으니까 배신감을 느낀다. 
아프니까 성숙해진다. 
까지는 억지로 넘어가겠는데...
사랑하니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 한다는 이 부분에서 '턱~' 하고 숨이 막힌다. 

내가 이율배반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는 없는건가요?'하고 묻고 싶어진다. 

내가 그(또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그(또는 그녀)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어서는 아니다.
그냥 내 멋에 겨워 사랑하는 것이니까,
내가 그 사랑에 지쳐서 다른 사랑을 찾을 때까지는 그냥 그 자리에 그렇게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쉴때까지>라는 좋은 처방전도 있으니까 말이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 외 수 -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리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침묵으로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또 한권 생각난 책,<하찮은 인간,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0년 8월


호모 라피엔스(Homo Rapiens)는 ‘약탈하는 자’라는 의미다. 인류를 중심에 놓지 않은 그의 견해는 책의 원제 ‘Straw Dogs(지푸라기 개)’에 더 잘 나타난다. ‘지푸라기 개(추구·)’는 노자의 도덕경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천지는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와 같이 여긴다)’에서 나왔다. ‘추구’는 고대 중국에서 제물로 만든 개 모형으로 제사 때는 존귀한 대우를 받다가 제의가 끝난 뒤에는 하찮게 여겨지는 존재였다. 자연은 애증 없이 존재하며 스스로 변화하고 생멸할 뿐이고 인간도 그런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의미다.

 

내가 아침부터 왜 이리 시니컬한 페이퍼를 쓰느냐 하면 다 '박승화' 때문이다.
박승화와 알리가 부른 이 노래를 아침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싱글이어서 알리딘엔 이미지가 없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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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0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엄청 부담스럽게 나와,진짜 토해 내고 싶게 만든다~ㅠ.ㅠ

yamoo 2010-09-0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니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 한다...지금은 가슴이 턱 막히는 문장이지만...또 세월이 가면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전에 비교해서 지금 변하신 것처럼 앞으로도 변하겠지요. 이외수씨의 좋은 처방전도 있네요~^^

아침부터 정~말 시니컬한 글인데..전, 이상하게도 이런 글이 좋더라구욤..헤~
이런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양철나무꾼 2010-09-09 10:15   좋아요 0 | URL
맨날 제게 칭찬만발이신 yamoo님,감사~^^

만 하루만에 다는 댓글이네요~
오늘은 시니컬하지는 않은데...
날이 잔뜩 흐려 멜랑꼬리하네요~

마녀고양이 2010-09-0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가슴이 쿵 해뜸...
나무꾼님이 쓴 글 중에, 제일 맘에 든다....
(어느새 반말로 변해뜸.. 홍홍, 어짜피 낼 보면 말 놓을거잖아.. 김칫국... ^^)

비로그인 2010-09-08 12:11   좋아요 0 | URL
우끼지만 동감~~
낼 보면 반말하게 될 사이!

stella.K 2010-09-08 12:13   좋아요 0 | URL
마고님 또 통했군요. 나도 마고님한테 말 놓고 싶어 근질근질...김칫국인가?ㅎㅎ

마녀고양이 2010-09-08 12:21   좋아요 0 | URL
스텔라 언니, 절대 아녀여. 편안하게 말 놓으세여~

나무꾼님이랑 저랑 마기님은 동갑이거든요... 큭큭.
그래서.... 이제 알아서 대충 말 놓는거져~ 흐흐흐.

stella.K 2010-09-08 12:41   좋아요 0 | URL
여기는 그대와 동갑내기들이 많나 봐. 좋겠당.^^(마고님 말 놓으라니까 막 이래.흐흐)

양철나무꾼 2010-09-09 10:21   좋아요 0 | URL
마고님/반말은 좋은데...
그럼 그동안 내 글보고 좋다,멋지다...했던 건 빈말이었음~?
심각하게 고려를 해보아야 할 듯~^^

마기님/우리 오늘 만나면 계급장 떼고 걍 반말하는 것임?^^
재밌겠다~

stella09님/제게도 편히 말 놓아 주세요~
저도 좋아요~^^

비로그인 2010-09-0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그 양철님의 눈을 찍은 인증샷은 어디있냐고?
아무리 잘쓰면 뭐하냐고?
젤 중요한게 빠졌다고~

마녀고양이 2010-09-08 12:20   좋아요 0 | URL
동감이야..
나두 이 말 쓰려다가, 글의 감동으로 분위기 깰까봐 관뒀으..

양철나무꾼 2010-09-09 10:22   좋아요 0 | URL
눈을 찍은 사진은 집에 디카에 보관 중이죠~

내 눈 같지 않아요.
참 예쁘지만,낯설고 어색하다는~^^

stella.K 2010-09-0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님, 신랑이랑 좋은 시간이셨겠어요.
그런 깨달음의 시간이 인간 모두에게 필요한데 말입니다. 흐흑~

양철나무꾼 2010-09-09 10:24   좋아요 0 | URL
글에서 군더더기를 많이 자체생략해서 그렇지,
고성방가,난리 부루스 였어요~^^

깨달았으니,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는데 말이죠~ㅠ.ㅠ

꿈꾸는섬 2010-09-0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여행다녀오셨군요.^^
부부 사이 대화는 필수!!!
ㅎㅎ 양철나무꾼님의 감수성이 정말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0-09-09 10:26   좋아요 0 | URL
1박2일짜리 간단한 여행이었는데,나름 괜찮았어요~

부부 사이에 대화도,대놓고 화내는 것도 다 필수인 것 같아요~

전 여기서 왜 의젖한 현준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죠?^^

gimssim 2010-09-0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우리 나이의 대화는 '대놓고 화내는 것'인데?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컴퓨터에 코 박고 일하느라 페이퍼도 못쓰고 있는데
간만에 솔직담백한 페이퍼로 목마름 씻고 갑니다.
운동 갔다가 저도 오늘 쯤은 페이퍼 하나 올릴 생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09 10:27   좋아요 0 | URL
솔직담백한 페이퍼이긴 한데요,
하루 지나고 보니 '좀' 창피하긴 하네요~^^

중전님 페이퍼도 읽으러 가겠습니다.

책가방 2010-09-0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0개월 연애하고 만15년을 함께 살았네요.ㅋ

멋진 남편분이랑 사시네요. 저도 <눈> 사진 보고파요~~~~

양철나무꾼 2010-09-09 10:31   좋아요 0 | URL
돌이켜보면,연애는 책가방님 정도가 딱인 것 같아요.
연애를 하면서 사시사철 바뀔 정도~^^

왜 다들 멋진 남편이라고 하는 거죠?
그런 멋진 남편 간수하고 살아준 내가 더 멋진데~~~^^

2010-09-08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09 10:42   좋아요 0 | URL
여행은 뭐 1박2일짜리였는걸요~
가정사나 개인사는 올리지 말라던 누군가의 점잖은 충고가 좀 그랬어요.

님 말씀도 맞아요.
전 그동안 대화라는 것이 다잡은 제 마음을 허물어 버릴까봐 좀 두려웠었나 봐요.

그레이 로맨스도 나름 멋지잖아요~
전 <헤롤드와 모드>도 나름 멋질것 같아요~

루체오페르 2010-09-0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은 제게 많은 배움과 느낌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내일, 마기님 마녀님 양철나무꾼님+@? 오프모임이 있나보군요!오~ 엄청 재밌겠습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0-09-09 10:44   좋아요 0 | URL
혹,결혼에 대한 안 좋은 환상만을 심어 주는 건 아닌지~ㅎ.ㅎ

그쳐?
벌써 기대만발,좀 설레이기도 하는 걸요~^^

비로그인 2010-09-0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일 광화문 쪽 가면 양철님하고, 마기님 뵐 수 있는건가요?
왠지 거기 배회하고 싶어지네요 ㅋㅋㅋ

비로그인 2010-09-09 09:35   좋아요 0 | URL
아~~바람결님~~
광화문에서 배회하실래요?
우연히 만날까요?
푸히히~

양철나무꾼 2010-09-09 10:46   좋아요 0 | URL
헐~바람결님도 서울 사시는 군요?
아닌가?직장이 서울이신가?
암튼 바람결님과 바람난 세 여자,광화문에서 배회하다...이 조합도 괜찮은 걸요~^^

같은하늘 2010-09-09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삼총사의 만남이 성사되는 건가요? 부럽~~~
전 결혼전에도 결혼 후에도 둘만의 여행은 없었던것 같은데, 정말 멋진 옆지기님이세요.
그리고... 눈 인증샷은 필수잖아요~~

양철나무꾼 2010-09-09 10:55   좋아요 0 | URL
삼총사의 만남,지금 좀 설레여서 일이 손에 안잡혀요~
이러다가 직장에서 쫒겨날 듯~

님도 자녀분들 조금만 더 크면,둘만의 여행 가능해 질텐데요,뭘~^^

이번 여행이 의미있었던 건,
한달 2만원씩 15년간 적금 들어 다녀온 것이지요~

안그랬으면,
삶에 치여...
게다가 세상은 어지럽기만 하여 좀 힘들었을 거예요.

saint236 2010-09-0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혹 나는 아내에게 어떤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양철나무꾼 2010-09-09 10:59   좋아요 0 | URL
한번씩 자리매김과 위치확인은 필요할 것 같아요~

근데,언젠가 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락스청소 하시느라고 아내 분과 자녀를 처가로 피난시키신다면서요~?
그런 마인드라면...충분하시지 않을까요?^^

세실 2010-09-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이런 솔직함이라니.....
문득 옆지기랑 여행 가고 싶네요. 그러고보니 단둘의 여행은 신혼때 빼고는 아이들이 늘 함께 했네요.
님이랑 좋은 친구가 될거란 믿음이 생겨요.
제가 두살 많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정신연령은 님보다 아마 어릴꺼예요. ㅋ

양철나무꾼 2010-09-10 10: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걸 수 있다면,제겐 영광이예요~^^

pjy 2010-09-1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저도 댓글이 다들 왜 이러신가 했어요~ 요런 멋진 남푠을 잘도 건져올려서 잘 살고 계시는 양철나무꾼님이 짱인거죠*^^*
금도끼와 은도끼의 유혹을 참으신거죠? 배팅 크게 하시고 한판 건진거죠??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0-09-10 20:55   좋아요 0 | URL
건져 올리다뇨?^^
제가 구제하여 반짝거리게 만들었다니까요.

금도끼 은도끼보다 잘 다듬은 무쇠도끼가 나무는 더 잘 베듯이 말이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