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야 싹을 돋우고 자라나는 나무나 풀도 아니면서 밤새 잠을 설쳤다.

며칠전 아침 산책길에 보니 목련나무와 천변 이름모를 나무에도 잔뜩 물이 올랐던터라,

요번 주말엔 가까운 공원이나 뒷산으로라도 꽃구경을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툴툴거릴 사이도 없다~--;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옛날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는데,

가난한 선비 내외의 집에 또 가난한 나그네가 하룻밤 머물게 되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딱 지금처럼 비가 내렸다.

가난한 선비 내외는 '가라고 오는 가랑비요.'했을테고,

또 가난한 나그네는 '있으라고 오는 이슬비요.'라고  했을 거라는 얘기.

 

지금 내리는 비를 '꽃비'라고들 한다.

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꽃비'이고, 꽃을 떨구고 열매 맺게 하느라 내리는 비도 '꽃비'가 되는 셈이다.

삶의 상반되는 이면에 붙여진 같은 이름이라니, 삶은 그렇게 조금은 황홀하고 조금은 눈물겨운 것인가 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ㅋ~.

우울했었던게 맞나 싶게 이렇게 '룰루랄라~'거리는 것은,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강승원 님이 양희은의 목소리로 '4월'이란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곡도 좋은데, 가사도 좋다, 아흑~^^

 

접힌 부분 펼치기 ▼

 

양희은 - 4월(with 강승원)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
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
녹아 내리는 시절 기억들은 사랑이었구나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

 

펼친 부분 접기 ▲

 

삶에는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데,

강승원은 이 곡에서 배웅 못했던 헤어짐에 대해서 노래하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인 것은 맞지만,

이 곡과 관련하여 안해도 좋았을 말이 아닐까 싶어 아쉬웠다.

 

삶에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것이야 당연지사고,

살다보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존재하는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니까 아름다운 것이고,

강승원이니까 완전 멋있는 것이지만~,

but, 현실에서라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있을 때,

계속 연연하는건 깔끔하지 못한 일일 뿐더러,

현재에 대한,

현재의 나와 상대방에 대한, 책임회피이고 직무유기이지 싶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입장 바꿔 너라면 그렇게 깔끔하고 쿨하게 처신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다고,

알 수 없어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같은 책을 읽지 않겠냐고 하겠다.

 

 

 

 

 

 

 비밀보장
 송은이.김숙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2월

 

 

개그우먼들의 책이라서 그냥 웃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가볍게 터치하는듯 하지만,

충분히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책임감 있게 해결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난 깔끔하고 쿨하지 못하지만,

그녀들이  깔끔녀, 쿨녀라는건 이 책을 걸고 보장할 수 있겠다, ㅋ~.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의환희 2016-04-07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예쁜 말이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1   좋아요 1 | URL
독서의 환희 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독서를 통한 환희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래야 할테구 말이죠~^^

cyrus 2016-04-07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때문에 벚꽃 이파리 절반이 땅으로 떨어졌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웠던 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4   좋아요 1 | URL
엊그제 목련과 벚꽃 타령을 했던것 같은데,
어느새 철쭉과 진달래로 바뀌었어요.

전 철쭉과 진달래 하면 소쩍새가 생각나고,
왠지 궁상맞아지는것 같지만,
그래도 이제부턴 온통 연두이고 초록일테니...한편 설레이기도 하답니다~^^

2016-04-0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4-12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양희은님의 노래를 듣네~ 참 좋다.
오늘은 양희은님 노래를 줄창 들어야겠다, 점심부터 먹고. ^^

꽃이 참 아릅다와서, 처연하더라.

양철나무꾼 2016-04-21 16:02   좋아요 1 | URL
난 오늘은 자우림~^^

맨날 먹는다고 하는데, 살은 다 어디로 가나?
내 살 좀 가져가라우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