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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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이가 들다 보니 아파트보다 개인주택으로 이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조그만 마당이 있고, 집 앞에 주차를 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공간을 구성하고, 목적에 맞게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내용은 다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하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지금까지 몰랐던 공간의 구성, 목적을 가지고 공간을 의도적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작가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미처 잘 몰랐던 사항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렸다.


나는 30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베란다 확장 공사를 했기 때문에 거실은 넓어졌지만, 집은 철저하게 외부와 끊어져 있다. 늘어나는 삶의 짐들을 어디에 놓을까 고민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도 커진다. 버릴까 말까로 의견 대립을 지속한다.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간다고 해도 평수에 맞게 더 짐이 많아질 뿐이다. 

저자는 단지 내 정원이 많은 것보다 베란다를 좀 더 확장해서 나만의 조그만 정원을 가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아파트를 제안한다. 공감한다. 삶의 짐을 줄이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저자는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살아가는 집을 아끼고, 가꾸고 싶다. 하지만, 아파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해진 공간에 인테리어만 계속 바꿀 뿐, 집과 함께 하는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자연인이다.>, <구해줘 홈즈> 등을 찾아서 본다. 용기가 안 나니 대리만족이다.    


마스크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동양인인 우리는 휴대폰에서 웃는 얼굴을 표현할 때 'AA'로 웃는 눈을 표기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로 웃는 입을 표기한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서양은 입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인간의 얼굴 근육에서 의지로 조정이 불가능한 근육이 눈 주변의 근육이라고 한다. 입은 의식적으로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지만 눈은 가짜로 속이기 어렵다. 그래서 미인 선발 대회에서 긴장한 참가자들이 계속 웃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눈으로는 웃지 않는데 입으로만 웃기 때문이다. 동양이 눈을 보는 이유는 집단 노동을 해야 하는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감정 조율의 필요성이 개인 노동 중심의 밀 농사 지역보다 더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벼농사 지역은 생활 공간에서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깝고 감정 파악도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가까이에서 눈 주변의 근육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P.141)


보통 책상 위에 놓인 랩톱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찍으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처럼 촬영된다. 이럴 때 나의 모습은 못생겨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된다. 의도치 않게 권력자의 거만한 표정이 된다. 겸손하게 보이고 싶다면 책을 쌓아 놓고 그 위에 랩톱 컴퓨터를 올려놓고 화상회의 할 것을 추천한다. (P.148)


일자리  구성 때문에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55퍼센트는 사무직이다. 이들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 자리들은 자신의 업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일자리이다. 이런 업무의 디지털화가 가능한 일자리는 향후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 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재택근무 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신 인간이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가 살아남거나 늘어날 것이다. 간호, 미용, 아기 돌보기, 고급 레스토랑 서빙 같은 서비스업 은 아직 로봇으로 대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 도 시에 더 많은 일자리의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고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오면 부자들은 교외로 나같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도시로 모여들 것이다. 일을 안 해도 되는 부자들은 교외에서 살까? 이들은 누군가에게 서빙을 받고 싶어 하고 여러 가지 문화 시설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교외에 엄청난 저택과 많은 일꾼을 고용하고 있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가끔씩 교외로 나가는 삶의 형식을 취할 것 이다. 따라서 향후 도시는 인구와 밀도가 성장하면서도 전염병에 강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P.169)


이러한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다. 영화 속 가난한 주인공들은 비좁은 반지하 집에서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 인터넷 와이파이를 찾아서 헤맨다. 현실 속 오프라인 공간이 열악한 이들은 온라인 공간으로의 접속이 절실하다. 반면 부자 주인공의 집에는 거실에 TV도 없다. 대신 햇볕이 잘 드는 마당을 바라볼 수 있게 소파가 놓여 있다. 이 집에서는 쉴 때도 TV를 보는 대신 마당에서 햇볕을 받으면서 책을 읽는다. 초등학생 어린이도 스마트폰으로 놀지 않고 마당에 텐트를 치고 논다. 부자의 공간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없고 인터넷 공간이 필요 없다.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공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반시민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도시의 1층면 곳곳에 배치되도록 도시 공간 구조를 리모델링해야 한다. (P.247) 


줄 서서 들어가는 맛집에 사람들이 더 모이는 이유는 뭘까? 모든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수록 공간적인 자유는 늘어난다. 더 큰 집을 갖게 되고, 더 다양한 여행지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제한적이다. 맛집에 가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써야 한다. 회장님은 큰 집과 요트는 가질 수 있어도, 맛집에서 먹으려면 남들과 똑같이 줄을 서야 한다. 그런데 그분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런데 돈은 부족해도 시간이 많은 사람은 그 시간을 사용해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진으로 인터넷 SNS 공간에 회장님은 만들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P.253)


집값이 폭등하고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사야 하는 세상이 되면 두 집단은 좋아한다. 바로 대자본가와 정치가들이다. 빈부 격차가 커질수 록 자본가는 자본의 집중을 얻게 되고, 정치가는 집을 소유할 수 없어서 임대 주택을 구걸하는 표밭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악당을 잡으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악당과 그 악당을 손가락질하면서 그 상황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위선자가 있음을 알아야 한댜 악당과 위선자 사이에서 국민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  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내 아이를 위해서 거대 권력을 가진 정치가나 기업가가 착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동산 자산이 나누어진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 (P.279)


2021.07.31 Ex. Libris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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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룸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7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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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3박 4일 휴가를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예약을 했고, 이번에 아니면 가족과 함께 휴가 갈 시간이 없어서 제주도로 떠났다. 각 방문 장소마다 QR 체크인을 했고,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정말 한국 사람들 대단한 것이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제주안심코드 앱을 설치했는데, QR 성능이 정말 대단하다. 


이번 휴가와 함께 떠난 책은 마이클 코널리의 <버닝 룸>이다. 마이클 코널리가 쓴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다섯 번째 증인> 이다. 이 책들은 변호사 미키 할러가 주인공이다. 법정에서 다투는 과정을 간결하고, 재미있게 쓴 소설이다. 강추하는 소설들이다. 이번에 읽은 <버닝 룸>은 형사 해리 보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중 가장 최신작이다. 이전에 보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설이 자그마치 16권이고, 이번이 17번째 소설이다. 

증거 수집, 탐문 수사, 용의자 추적 등 장기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들을 조사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마이클 코널리의 빠른 전개와 간결한 묘사는 소설의 몰입감을 높인다. 하지만, 해리 보슈보다 미키 할러가 더 좋았다. 미키 할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최신작 <배심원단>도 구매해 놓았다. 기대가 높다.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동의를 얻어 조사하는 방법, 용의자에게 증거를 얻어 내는 법, 기소하기 전에 주의할 점, 언론을 적절히 이용하는 법 등 미국 형사들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과정을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마치 나 자신이 형사가 되어 미제 사건 서류철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증거를 분석하고, 용의자를 선정하고, 가정과 추론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누가 범인인지를 명확하게 밝혀내는 재미가 있다. 

한 가지 사건에 몰두하여 해결할 때까지 집중을 다하는 모습이 꼭 형사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2021.07.22 Ex. Libris HJK


보슈의 눈에는 피해자가 고통을 두 배로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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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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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인 데니스 노블이 한국의 사찰을 몇 개월 동안 방문한 다큐멘터리 기반으로 만든 에세이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주장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데니스 노블은 <이기적 유전자> 개념을 비판하는 새로운 생명 이론을 주장한 학자이다. 


처음에는 별 관심 없이 회사 출퇴근할 때 가볍게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나에게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한 번 읽었다고 섣불리 이해한다고 결코 말할 수 없지만, 모두 이해를 못 할지라도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말씀이 많았으니 앞으로 남은 평생 동안 곱씹으며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내 생각보다 데니스 노블과 4명의 스님(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정관스님도 포함되어 있다.)의 말씀을 그대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 지금은 섣부른 나의 이해를 배제하는 것이 맞다.   

다만, 마음속에 명심하고 싶은 하나의 문장을 정리했다. 앞으로 지켜야 할 규칙, 또는 마음속에 품어야 하는 생각 정도가 아닐까 싶다.



## 첫 번째 화살은 맞을 수 있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자.


여기 길가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꽃을 보고 좋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죠. 그걸 첫 번째 화살 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화살은 누구나 다 맞게 되어 있어요. 부처님도 꽃을 보면서 ‘이야, 저 꽃이 참 아름답다’ 하며 꽃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겁니다. 

그런데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이야, 저 꽃이 참 아름답다’ 굼臣 데서 그치지 않고, ‘저 꽃을 꺾어 가져가서 내 방에 놓으 면 더 좋겠다’로 이어지는 거예요. 이게 바로 문제의 두 번째 화살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만 있어도 서로 꽃을 가져가겠다고 싸우겠죠.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으면 꽃 한 송이로도 칠십억 인구가 그 아름다움을 다 같이 만끽할 수 있어요. 그런데 두 번째 화살 을 맞게 되면 지구 전체가 싸움판이 되어버립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는가, 안 맞는가는 완전히 다른 결괴를 가져옵니다. (P. 38 ~ 39)



## 우리는 이미 독화살을 맞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독화살에 맞았다고 하자. 그런데 그가 화살은 그대로 두고서 ‘이 화살을 쏜 사람은 누구이고 왜 나에게 쏘았을까. 이 화살을 만든 나무 의 재질은 무엇이며 화살촉에 묻은 독의 성분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모두 다 해결하기 전에는 이 독화살을 뽑지 않겠다’라 고 한다면 그는 어떻게 되겠느냐." 만동자가 대답했습니다. "독이 온몸에 퍼져 죽게 되겠지요." 

그러자 붓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독화살을 맞은 것과 같다. 너는 먼저 화살을 뽑는 데 애를 쓰겠느냐, 아니면 그 화살을 누가 왔는지부터 궁리하겠느냐."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얼른 화살부터 뽑고 몸안의 독을 빼 내는 치료를 받아야겠죠. 일단 죽음의 위기를 모면하고 살이 찢어지는 아픔에서 해방된 다음, 화살을 쏜 그 끔찍한 인간에 대해 생각해도 됩니다. 이 우화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짚고 있습니다. (P.56)



## 모르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그게 가장 큰 병이다.


그래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중 요합니다. 그게 깨달음이죠. 참된 깨달음을 얻고 싶다면, 다시 말해 잘 알고 싶다면, 먼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모르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이 알아요. 그런데 너무 많이 알다 보니까, 정작 자신이 어떤 걷 모르는 줄은 모르는 거예요. 쓸데없이 아는 건 많은데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고 살아가죠. 정작 중요한 것을 모르는데, 그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고 있어요. 중요한 건 쓸데없는 걸 많이 아는 게 아닙니다. 내가 모른다 는 것을 아는 것이죠. 모르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그게 가장 큰 병입니다. (P.33)


## 장님이 되어 코끼리를 만지지 말자.


눈먼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집니다. 그런데 코끼리의 생김새에 대해 물으니 다리를 만진 이는 기둥 같다고 하고, 몸을 만진 이는 벽 같다고 말합니다. 모두 직접 만져봤으니 자신의 주장 이 옳다고 강하게 확신합니다. 그래서 열 사람이 만지면 열 사람이 다 싸움판에 휘말리죠. 이렇게 끊이지 않는 싸움 탓에 장님들은 매우 고통스럽고 불행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괴로운 싸움을 끝낼 수 있을까요? 장님들이 눈을 뜨고 코끼리의 실체를 볼 수 있다면 모든 논쟁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겁니다. 바로 이처럼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을 불교에서는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깨달음을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눈을 뜨고 실상을 보는 것이 곧 깨달음이지요. (P.35)



## 있는 그대로 보자.


부처님이 든 꽃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볼 때 우리는 욕심을 부리거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추측하고 상상합니다. 그것은 결국 실제를 보는 일이 아니라, 내가 만든 의식으로 보는 것이죠. 내 의식이 아닌 무아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p.137)



## 인간이 만든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자.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너와 나도 애초에 완전히 분리될 수가 없는 거예요. 이 세상에 오직 혼자 힘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지구상에는 지금도 서로 으르렁거리고 싸우는 나라들이 있는데, 두 나라는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민족이나 국가 같은 언어로 규정된 관념에 사로잡혀서 전혀 별개의 존재처럼 구분 짓고 있지만, 사실 둘 다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서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P.94)



##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창조주다.

바로 지금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삶은 창조된다.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 거짓말하는 인생이 된다.

욕설을 한다. 그러면 욕설하는 인생이 된다. (P.197)



##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자.


보통 사람들은 굳이 대도시에 나가서 뭘 해야 대단하고, 저 멀리 외국에 나가서 뭘 해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내 삶의 터전을 갈고 닦는 작업이 우리가 살고 있는 무대 전체를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가는 가장 대단하고 특별하고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 누가 알아 주든 말든 기꺼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삶을 살아야 내 삶도 더 좋아져요. 보람을 느끼고 심신이 더 건강해지고 활기를 얻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온 우주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내 집 마당을 가꾸고 대문 앞을 깨끗하게 치우는 일들이 사실은 최고의 참선이자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삶의 터전, 삶의 현장을 떠난 수행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P.226)


2021.07.17 Ex. Libris. HJK


노블 교수와 스님들이 처음으로 다룬 화두는 바로 ‘고통‘이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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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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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절망에 빠진 한 여인이 있다. 주변에 가족도 없고,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기르는 고양이도 죽고, 아무 희망도 없는 한 여인이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여인은 미지의 도서관에서 깨어나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후회했던 삶을 다시 살아 보는 기회를 얻는다. 수많은 삶을 경험하며 살아보지만, 결국 그녀가 선택한 삶은 무엇일까?


그녀가 경험했던 수많은 삶을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솔직하게 납득하기 힘들다. 유명 가수, 금메달리스트, 와인 농장 여주인, 대학교수, 북극 과학자 등으로 살아보지만, 만족을 못 한다. 그런데, 그런 삶을 단순하게 며칠 살아보면서 어떻게 바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삶에서 본인이 노력해서 더 나은 삶으로도 바꿀 수 있는데, 왜 굳이 만족을 못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갈까? 어떤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단순하게 몇 페이지만으로 서술하면서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판단은 저자가 어떤 하나의 결말을 정해 놓고, 그 결말로 어떻게든 유도하기 위한 무리한 방식을 쓴 것이다. 물론, 한 번의 독서로 저자의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별로 다시 정독을 하고 싶지는 않다. 


노라는 개와 비스킷 냄새가 풍기고, 빵 부스러기가 떨어진 폐차 직전의 현대자동차를 끌고 병원과 스포츠센터를 지나 회색 벽돌로 지은 현대적인 단층 건물 앞의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곳이 동물보호센터이다. (P.281)


노라라는 주인공이 선택한 삶 중에 동물애호가로 살아가는 삶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이제까지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차에 대한 묘사를 읽었지만, 현대자동차는 처음이었다. 두 가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영국에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싸구려 차를 묘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를 언급한 것은 아닐지. 혹은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외국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국산 브랜드를 접한 것이 신선했다.


노라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외치는 부분이 있다. 

노라는 살고 싶었다.

노라는 살기로 마음 먹었다.

노라는 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외쳐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라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나는 살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운동을 하고 싶었다.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운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등은 아무 쓸모가 없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을 먹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도 정작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린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것만 알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결국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일 뿐이야.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지." (P.313)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일까? 우리의 인식만 달라지면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물론,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에게 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2021.07.11 Ex. Libris. HJK


죽기로 결심하기 19년 전, 노라 시드는 베드퍼드에 있는 헤이즐린 스쿨의 아늑하고 작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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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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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위키에서 찾아보았다.


1973년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스톡홀름의 크레디트반켄 은행을 점거하고 은행 직원을 인질로 잡았던 노르말름스토리 사건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인질들은 범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워졌고, 6일 동안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났을 때에는 인질범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닐스 베예로트라는 범죄학자이자 심리학자가 뉴스 방송 중에 이 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스톡홀름 증후군' 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이 저자는 프레드릭 배크만, 스웨덴 작가이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우연의 일치로 어떻게 사건들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재미를 주었다. 이 책에서 오베는 악의는 없지만, 우스꽝스럽고 바보스러운 주인공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읽기 전에 이 책의 뒷면을 보았다면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다. 

악의는 없지만, 일 처리를 매번 바보스럽게 하는 범인이 몇 명을 인질로 삼았고, 인질들이 범인과 같이 있는 동안 감화되어서 범인을 위해 노력한다는 예상이다.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결말을 미리 알면, 소설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사실 프레드릭 배크만이 쓴 소설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범인과 인질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지에 대한 과정과  각자의 사연, 오해, 갈등을 가진 인질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범인이나 인질들이 약간 바보스럽고, 말장난을 즐기며, 상황 자체도 우연이지만 웃기고 이상하기 때문에 이 저자의 기존 소설과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은행과 대출 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지만, 집값 폭락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다시 은행을 찾지만, 은행은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현실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독자의 생각을 묻는다. 


남자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자 직원이 모럴 해저드란 '계약의 한 쪽 당사자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도록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남자가 이해하지 못하자 그녀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바보 둘이 빠개지려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데 나무 몸통에 가까운 쪽이 톱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남자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자 그녀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설명했다. "고객님이 나무 몸통에서 멀리 앉아 있는 쪽이에요. 은행이 나뭇가지를 잘라서 자기 목숨 줄을 챙기려 하고 있고요. 은행 측에서는 잃은 돈이 없어요. 고객님이 바보처럼 그들 손에 톱을 쥐여주는 바람에 고객님 돈만 날렸지." 그러고는 차분하게 남자의 서류를 모아 그에게 돌려주며 대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은행이 내 돈을 전부 날린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남자는 외쳤다.

직원은 그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선포했다. "고객님 잘못이죠. 왜 그 은행에 돈을 맡기셨어요." (P.81)


요즘 정기예금 금리는 1%도 안되고, 작년 대비 물가 상승률은 2.6%이다. 

저축을 아무리 해도 내가 저축한 돈 가치는 점차 떨어질 뿐이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고, 투자의 위험에 대해 처음에는 다들 조심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자를 했더니 얼마의 돈을 벌고 나면 투자의 위험을 점차 잊는다. 더구나 자신은 투자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한 것이 결국 트레이더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닐 거니 생각하면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돈을 벌기 위해서 대출은 필수적이라 생각하니 주식 트레이딩 하면서도 대출을 받아서 한다. 

현재 자본주의 환경, 저성장 경제 추세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책임은 우리 개인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은행, 회사, 경제 시스템, 증권 회사, 부동산 거래인 등 모든 경제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개인들이 책임을 묻겠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이 모든 시스템은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시스템 자체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2021.07.04 Ex. Libris HJK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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