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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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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절망에 빠진 한 여인이 있다. 주변에 가족도 없고,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기르는 고양이도 죽고, 아무 희망도 없는 한 여인이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여인은 미지의 도서관에서 깨어나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후회했던 삶을 다시 살아 보는 기회를 얻는다. 수많은 삶을 경험하며 살아보지만, 결국 그녀가 선택한 삶은 무엇일까?


그녀가 경험했던 수많은 삶을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솔직하게 납득하기 힘들다. 유명 가수, 금메달리스트, 와인 농장 여주인, 대학교수, 북극 과학자 등으로 살아보지만, 만족을 못 한다. 그런데, 그런 삶을 단순하게 며칠 살아보면서 어떻게 바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삶에서 본인이 노력해서 더 나은 삶으로도 바꿀 수 있는데, 왜 굳이 만족을 못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갈까? 어떤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단순하게 몇 페이지만으로 서술하면서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판단은 저자가 어떤 하나의 결말을 정해 놓고, 그 결말로 어떻게든 유도하기 위한 무리한 방식을 쓴 것이다. 물론, 한 번의 독서로 저자의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별로 다시 정독을 하고 싶지는 않다. 


노라는 개와 비스킷 냄새가 풍기고, 빵 부스러기가 떨어진 폐차 직전의 현대자동차를 끌고 병원과 스포츠센터를 지나 회색 벽돌로 지은 현대적인 단층 건물 앞의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곳이 동물보호센터이다. (P.281)


노라라는 주인공이 선택한 삶 중에 동물애호가로 살아가는 삶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이제까지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차에 대한 묘사를 읽었지만, 현대자동차는 처음이었다. 두 가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영국에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싸구려 차를 묘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를 언급한 것은 아닐지. 혹은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외국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국산 브랜드를 접한 것이 신선했다.


노라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외치는 부분이 있다. 

노라는 살고 싶었다.

노라는 살기로 마음 먹었다.

노라는 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외쳐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라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나는 살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운동을 하고 싶었다.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운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등은 아무 쓸모가 없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을 먹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도 정작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린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것만 알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결국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일 뿐이야.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지." (P.313)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일까? 우리의 인식만 달라지면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물론,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에게 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2021.07.11 Ex. Libris. HJK


죽기로 결심하기 19년 전, 노라 시드는 베드퍼드에 있는 헤이즐린 스쿨의 아늑하고 작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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