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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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위키에서 찾아보았다.


1973년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스톡홀름의 크레디트반켄 은행을 점거하고 은행 직원을 인질로 잡았던 노르말름스토리 사건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인질들은 범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워졌고, 6일 동안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났을 때에는 인질범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닐스 베예로트라는 범죄학자이자 심리학자가 뉴스 방송 중에 이 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스톡홀름 증후군' 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이 저자는 프레드릭 배크만, 스웨덴 작가이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우연의 일치로 어떻게 사건들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재미를 주었다. 이 책에서 오베는 악의는 없지만, 우스꽝스럽고 바보스러운 주인공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읽기 전에 이 책의 뒷면을 보았다면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다. 

악의는 없지만, 일 처리를 매번 바보스럽게 하는 범인이 몇 명을 인질로 삼았고, 인질들이 범인과 같이 있는 동안 감화되어서 범인을 위해 노력한다는 예상이다.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결말을 미리 알면, 소설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사실 프레드릭 배크만이 쓴 소설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범인과 인질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지에 대한 과정과  각자의 사연, 오해, 갈등을 가진 인질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범인이나 인질들이 약간 바보스럽고, 말장난을 즐기며, 상황 자체도 우연이지만 웃기고 이상하기 때문에 이 저자의 기존 소설과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은행과 대출 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지만, 집값 폭락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다시 은행을 찾지만, 은행은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현실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독자의 생각을 묻는다. 


남자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자 직원이 모럴 해저드란 '계약의 한 쪽 당사자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도록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남자가 이해하지 못하자 그녀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바보 둘이 빠개지려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데 나무 몸통에 가까운 쪽이 톱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남자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자 그녀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설명했다. "고객님이 나무 몸통에서 멀리 앉아 있는 쪽이에요. 은행이 나뭇가지를 잘라서 자기 목숨 줄을 챙기려 하고 있고요. 은행 측에서는 잃은 돈이 없어요. 고객님이 바보처럼 그들 손에 톱을 쥐여주는 바람에 고객님 돈만 날렸지." 그러고는 차분하게 남자의 서류를 모아 그에게 돌려주며 대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은행이 내 돈을 전부 날린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남자는 외쳤다.

직원은 그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선포했다. "고객님 잘못이죠. 왜 그 은행에 돈을 맡기셨어요." (P.81)


요즘 정기예금 금리는 1%도 안되고, 작년 대비 물가 상승률은 2.6%이다. 

저축을 아무리 해도 내가 저축한 돈 가치는 점차 떨어질 뿐이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고, 투자의 위험에 대해 처음에는 다들 조심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자를 했더니 얼마의 돈을 벌고 나면 투자의 위험을 점차 잊는다. 더구나 자신은 투자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한 것이 결국 트레이더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닐 거니 생각하면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돈을 벌기 위해서 대출은 필수적이라 생각하니 주식 트레이딩 하면서도 대출을 받아서 한다. 

현재 자본주의 환경, 저성장 경제 추세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책임은 우리 개인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은행, 회사, 경제 시스템, 증권 회사, 부동산 거래인 등 모든 경제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개인들이 책임을 묻겠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이 모든 시스템은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시스템 자체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2021.07.04 Ex. Libris HJK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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