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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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이가 들다 보니 아파트보다 개인주택으로 이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조그만 마당이 있고, 집 앞에 주차를 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공간을 구성하고, 목적에 맞게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내용은 다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하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지금까지 몰랐던 공간의 구성, 목적을 가지고 공간을 의도적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작가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미처 잘 몰랐던 사항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렸다.


나는 30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베란다 확장 공사를 했기 때문에 거실은 넓어졌지만, 집은 철저하게 외부와 끊어져 있다. 늘어나는 삶의 짐들을 어디에 놓을까 고민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도 커진다. 버릴까 말까로 의견 대립을 지속한다.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간다고 해도 평수에 맞게 더 짐이 많아질 뿐이다. 

저자는 단지 내 정원이 많은 것보다 베란다를 좀 더 확장해서 나만의 조그만 정원을 가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아파트를 제안한다. 공감한다. 삶의 짐을 줄이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저자는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살아가는 집을 아끼고, 가꾸고 싶다. 하지만, 아파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해진 공간에 인테리어만 계속 바꿀 뿐, 집과 함께 하는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자연인이다.>, <구해줘 홈즈> 등을 찾아서 본다. 용기가 안 나니 대리만족이다.    


마스크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동양인인 우리는 휴대폰에서 웃는 얼굴을 표현할 때 'AA'로 웃는 눈을 표기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로 웃는 입을 표기한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서양은 입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인간의 얼굴 근육에서 의지로 조정이 불가능한 근육이 눈 주변의 근육이라고 한다. 입은 의식적으로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지만 눈은 가짜로 속이기 어렵다. 그래서 미인 선발 대회에서 긴장한 참가자들이 계속 웃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눈으로는 웃지 않는데 입으로만 웃기 때문이다. 동양이 눈을 보는 이유는 집단 노동을 해야 하는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감정 조율의 필요성이 개인 노동 중심의 밀 농사 지역보다 더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벼농사 지역은 생활 공간에서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깝고 감정 파악도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가까이에서 눈 주변의 근육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P.141)


보통 책상 위에 놓인 랩톱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찍으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처럼 촬영된다. 이럴 때 나의 모습은 못생겨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된다. 의도치 않게 권력자의 거만한 표정이 된다. 겸손하게 보이고 싶다면 책을 쌓아 놓고 그 위에 랩톱 컴퓨터를 올려놓고 화상회의 할 것을 추천한다. (P.148)


일자리  구성 때문에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55퍼센트는 사무직이다. 이들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 자리들은 자신의 업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일자리이다. 이런 업무의 디지털화가 가능한 일자리는 향후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 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재택근무 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신 인간이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가 살아남거나 늘어날 것이다. 간호, 미용, 아기 돌보기, 고급 레스토랑 서빙 같은 서비스업 은 아직 로봇으로 대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 도 시에 더 많은 일자리의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고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오면 부자들은 교외로 나같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도시로 모여들 것이다. 일을 안 해도 되는 부자들은 교외에서 살까? 이들은 누군가에게 서빙을 받고 싶어 하고 여러 가지 문화 시설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교외에 엄청난 저택과 많은 일꾼을 고용하고 있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가끔씩 교외로 나가는 삶의 형식을 취할 것 이다. 따라서 향후 도시는 인구와 밀도가 성장하면서도 전염병에 강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P.169)


이러한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다. 영화 속 가난한 주인공들은 비좁은 반지하 집에서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 인터넷 와이파이를 찾아서 헤맨다. 현실 속 오프라인 공간이 열악한 이들은 온라인 공간으로의 접속이 절실하다. 반면 부자 주인공의 집에는 거실에 TV도 없다. 대신 햇볕이 잘 드는 마당을 바라볼 수 있게 소파가 놓여 있다. 이 집에서는 쉴 때도 TV를 보는 대신 마당에서 햇볕을 받으면서 책을 읽는다. 초등학생 어린이도 스마트폰으로 놀지 않고 마당에 텐트를 치고 논다. 부자의 공간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없고 인터넷 공간이 필요 없다.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공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반시민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도시의 1층면 곳곳에 배치되도록 도시 공간 구조를 리모델링해야 한다. (P.247) 


줄 서서 들어가는 맛집에 사람들이 더 모이는 이유는 뭘까? 모든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수록 공간적인 자유는 늘어난다. 더 큰 집을 갖게 되고, 더 다양한 여행지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제한적이다. 맛집에 가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써야 한다. 회장님은 큰 집과 요트는 가질 수 있어도, 맛집에서 먹으려면 남들과 똑같이 줄을 서야 한다. 그런데 그분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런데 돈은 부족해도 시간이 많은 사람은 그 시간을 사용해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진으로 인터넷 SNS 공간에 회장님은 만들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P.253)


집값이 폭등하고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사야 하는 세상이 되면 두 집단은 좋아한다. 바로 대자본가와 정치가들이다. 빈부 격차가 커질수 록 자본가는 자본의 집중을 얻게 되고, 정치가는 집을 소유할 수 없어서 임대 주택을 구걸하는 표밭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악당을 잡으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악당과 그 악당을 손가락질하면서 그 상황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위선자가 있음을 알아야 한댜 악당과 위선자 사이에서 국민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  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내 아이를 위해서 거대 권력을 가진 정치가나 기업가가 착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동산 자산이 나누어진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 (P.279)


2021.07.31 Ex. Libris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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