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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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부터인가. 하나의 꿈이 생겼다. 

나 만의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안다. 서점은 망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책만 팔아서는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커피 등을 같이 팔며, 독서모임, 북토크, 각종 이벤트를 같이 해야지 운영이 가능하다. 동네에 서점이 들어서고, 마을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반을 다지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투브 등을 통해서 알려져서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동네의 명소로 성장하는 모습을 소설 속에서 보여주지만, 항상 그렇듯이 실제는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서점을 운영할 만큼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서점 운영을 안 하기 위한 여러 이유를 찾으면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꿈이라는 것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꿈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꿈이란 실제로 안되는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하면서 살던 대로 살아가겠지.


이 책의 주인공인 휴남동 서점 주인은 2년 서점을 운영해 볼 생각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정한 이유는 동네 서점의 한계를 알고 있었고, 나중에 서점 운영을 안 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 주인들이 서로 힘든 점을 공유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서점 운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서점도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질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은 평범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번아웃으로 인해 남편과의 갈등으로 이혼하고,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점 주인, 열심히 노력했지만 취직을 실패한 서점 바리스타, 남편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로스팅 가게 주인,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하루에 6시간 동안 서점에 와서 수제미를 만들거나 뜨개질을 하는 동네 주민, 사춘기 아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동네 주민,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하는 고등학생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휴남동 서점에서 서로 인연을 쌓고, 힘을 얻은 후 각자의 길로 돌아간다. 연애 스토리로 빠질 뻔 하지만, 절제된 전개와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저자가 공대 출신인데, 나 또한 공대 출신이다. 공대를 간 것은 당시에 취직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접한 과학자 전기도 영향을 끼쳤겠지. 이 책의 저자가 반가우면서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미국으로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었는데, 고도가 높아지면 책이 수축된다. 정확한 표현일 지 모르지만, 책이 한쪽 방향으로 찌그러든다. 그래서, 정말 아끼고 싶은 책은 비행기 탈 때 안 가져온다. 부담없이 읽기 위해 이 책을 가져왔지만, 새 책이 찌그러드니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고도가 낮아지면 책 상태는 괜찮지만, 그래도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할 만한 몇 군데가 있었지만, 미처 클립이나 표시를 못했다. 옆에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항상 놓친다. 귀찮아서 책 내용을 다시 찾지 않는다. 매번 반복하는 나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 10시간의 비행 끝에 다 읽은 한 권의 책을 가지고, 공항에 내리는 기분은 좋다. 뭔가 해낸거 같은 기분이다. 다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역사서를 도전해 볼까 생각한다. 


2022.08.04 Ex. Libris HJK


오픈 시간을 잘못 알고 온 손님이 서점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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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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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하는지 알 수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이후에 나오는 형사들의 수사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형사들이 범인과 범죄 행위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에 흥미가 안생겼다. 계속 책을 읽을까 고민했지만, 인터넷 게임을 통해 완벽한 범죄를 꿈꾸는 범인에게 관심이 생겨서 끝까지 읽었다. 


자신이 완벽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만, 범죄 방식이 계속 동일하다면 당연히 연쇄 살인으로 의심이 갈 것이다. 연쇄 살인으로 수사의 초점이 이동하면, 형사들은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조사하는 것을 벗어나서 범인이 복수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알고, 만나는지를 집요하게 수사할 것이다. 

즉, 동일한 패턴의 범죄를 저지르면 그만큼 리스크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연쇄 살인범들은 자신들의 사고에 사로잡혀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동일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온라인 게임 등 익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많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익명의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과도하게 인터넷에 노출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이 간 곳이나 사진, 취미 등을 자랑스럽게 업로드한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 원한다. 좋아요를 받기를 원한다.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나도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었다면 하는 마음일까? 


범인을 미리 알기 때문에 다소 심심할 수 있지만, 결말은 반전이 있고, 다소 충격적이다.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 이런 점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범죄 소설에 형사의 개인적인 관계나 상황에 대한 묘사가 꼭 필요할까? 형사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처럼 사건과 아무 맥락이 없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022.07.23 Ex. Libris HJK


남자는 중절모를 고쳐 쓰며 쓰러지듯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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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는 돈은 없다 - 부와 행복에 관한 57가지 조언
단희쌤(이의상)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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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퇴직 후 사업을 하면서 재산을 잃고, 아내와 이혼하고, 노숙자 생활을 하고, 쪽방과 고시원을 거쳐 15년 후 다시 재기에 성공한 사람이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 보조원으로 일하고, 블로그를 통해 부동산을 홍보하고, 유투브를 하면서 성공한 스토리이다. 저자는 40대 초반부터 치열한 자기계발을 했다. 

실패 후 성공은 항상 관심이 가는 스토리이다. 남들과 교감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이 소재를 통해 내가 무엇인가를 깨닫기 위해 내가 꼭 실패를 경험해 볼 필요는 없다. 이런 소재를 제공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 치열함은 다르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불행을 느끼는 대부분의 이유는 행복의 기준을 타인과 비교에 두기 때문이다. 왜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 행복을 결정하는 걸까?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면 행복해지는 방법도 쉽게 알 수 있다. 해답은 간단하다. 비교의 기준을 바꾸면 된다. 타인과 나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나를 비교하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자.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는 나를 비교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P.19)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불현듯이 타인과 비교하는 나 자신을 본다. 머리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가슴은 한다. 회사에서 임원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력 뿐만이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한다. 그 자리가 비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 다닌 사람들이 임원이 되는 것을 부러워 하면 회사는 곧 지옥이 된다. 내 인생의 목표는 임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임원이었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둔 순간 곧 동네 아저씨, 동네 아줌마일 뿐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퇴직한 이후의 인생은 임원이었다는 사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부는 홀가분하게 서울의 아파트를 팔았다.

대출금 4억 원을 갚고 6억 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다. 고향인 경주에 20평대 아파트를 1억 8천만원 에 샀다. 그리고 8억 원 하는 2층짜리 꼬마 건물을 4억 원을 대출받아서 매입했다. 남은 2천만 원으로 집 근처에 있는 1층 상가를 임대하여 가죽 공방을 차렸다.

현재 대출 이자를 빼고 월세 수입은 220만 원 정도 된다. 가죽 공방을 운영하려면 수강료와 재료 판매로 월 1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합쳐서 월 3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확보했다.

부부는 세 가지 일을 모두 이루었다. 내 집 한 채, 임대 소득, 가죽 공방을 6억 원으로 해결했다 지금 부부는 현실로 이루어진 꿈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P.26)


어느 때 부터인가 수도권을 벗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도 안다.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자연에서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하지만, 비싼 집을 떠나서 지방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면서 여유를 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실천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귀촌을 찾아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귀촌도 어렵다. 어찌 보면 이 부부의 이야기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대박을 꿈꾸기 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은퇴 후의 삶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 아닐까?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ㅠㅠ


오늘 내가 한 일은 하나의 점이다. 그 점의 가치는 미미하다. 그러나 그 점을 계속해서 찍어 나가면 언젠가는 선이 된다. 선으로 삼각형도 만들고 사각형도 만들고, 원도 그릴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그려 나갈 수 있다. 다만 점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찍으면 안 된다. 선을 이룰 때까지 한 방향으로 꾸준히 찍어야 한다. (P.94)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변화하기 위해 이것 저것 찾아 보면서 시도한다는 점이고, 내가 가진 단점은 끈기와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점을 찍기만 하면 뭐 하나. 연결이 안되는데. 이렇게 하면 점은 그냥 점일 뿐이다. 제발 선을 좀 만들자.


다른 한 분은 2020년 10월에 방문한 62살의 남성이다. 그의 은퇴 이후에 대해서 잠깐 들여다보자.

연금과 임대 소득이 충분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하지만 은퇴한 뒤 2년 동안 아내의 눈칫밥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잡고 TV를 보는 게 일과였다.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아내와 다툼도 잦아졌다. 그래도 한 때는 대기업 임원으로 대접받고 살았는데,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보다 못하 존재감에 나날이 자괴감이 커졌다. 심한 불면증이 왔고,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스스로 이런 생각까지 했다.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이 많나?" (P.136 ~ 137)


당장 내일 은퇴를 한다고 하면 당분간 쉬면서 어떻게 살지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에 수익이 없어진다면 쉬는 내 모습이 가족에게 한심해 보일 것이다. 이때까지 힘들게 살았으니 한동안 편히 쉬라고 격려와 위로하는  가족이 얼마나 될까? 은퇴한 후 바로 지속적인 현금 흐름이 있어야 한다. 은퇴 후 소박하게 산다고 마음 먹어도 어느 정도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야지 마음 편하게 쉬면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말은 쉽다. 


모소 대나무는 4년 동안 땅 위로 3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았지만, 땅속에서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었다. 수십에서 수백 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에 단단하게 뿌리를 뻗은 것이다. 모소 대나무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자신이 5년째에 폭풍 성장할 걸 알기에 인내하며 기다렸다.

모소 대나무와 같은 미물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4년을 기다릴 줄 안다. 크게 성장하기 위해 준비하며 때를 기다린다. 강력한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땅을 움켜쥐는 데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다. (P.159)


시간과 꾸준함의 위력은 대단하다. 앞서 나의 단점을 이야기했다.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10년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10년 동안 점을 이어서 선을 만들어야 한다. 2022년 3월 23일부터 시작한 것이 있다. 4개월째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의 단점을 아는 것도 힘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하나의 행동을 하겠다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서 나의 습관으로 만들겠다고,

작은 습관, 좋은 습관을 100개 만들어 보겠다고,

그렇게 쌓인, 작지만 좋은 습관들이 기적을 만들어 낸다.

당신이 성공하도록, 탁월한 존재가 되도록, 더 나은 미래를 만들도록 이끌어 준다.

공부하기를 멈추지 말라. 공부 속에 멈추어 있지도 말라. (P.254 ~ 255)


책을 읽으면 지식이 쌓이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연초에 매년 독서 계획을 세우지만, 연말에 보면 60 권 정도가 최대이다. 100 권 목표를 세워 보았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책을 읽다가 현타가 온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와 전쟁사, 사회학 관련 책을 읽는다고 내 인생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사피엔스>를 읽는다고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어디가서 아는 체 하는 정도일 뿐인데. 

책 한 권 읽고, 습관 하나 만들어 보기는 괜찮은 방법일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에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습관 하나를 적어 보면 어떨까? 이렇게 책에 대한 감상문을 쓸 때 마지막 부분에 생각한 습관 하나를 적어 놓으면 어떨까?  


인생의 1막은 세상의 틀에 맞추어 살아왔다. 나를 희생하고 순응하는 삶이었다. 이제 시작되는 인생의 2막에서는 나를 중심에 놓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가자.

기억하자. 내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을. (P.284 ~ 285)


생각 없이 살지 말자. 생각의 자극을 받기 위해 독서는 필수적이다. 이것이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때 답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인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자극을 받고, 자극받은 대로 행동해 보는 것이 어찌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바쁘게 살다 보면 어제,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해보자.


2022.07.19 Ex. Libris HJK


(독서 후 습관 발견)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작은 습관 하나를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씩 기록하고, 행동하자.


만약 당신이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까?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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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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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양한 삶을 살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 삶이다.

스톡홀름경제대학을 나오고, 다국적 기업 해외 지사에 근무하다가 숲속 승려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17년간의 승려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며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쉽지 않은 삶이었고,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번뇌와 고통을 극복하는 노력이 느껴졌다.

회사를 20년 넘게 다니고 있지만, 아직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쯤이면 충분한데 말이다. 

책을 읽다가 내가 처한 현실에서 힘이 되는 구절들을 발견한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 (중략) 

"자 다들 그 주문이 뭔지 궁금하시죠?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 (P.130)


스님은 온화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습니다. "나티코, 기적이 일어날 여지를 꼭 남겨두세요."

그 순간 제가 꼭 들어야 하는 말이었습니다. 스님의 말이 옳았습니다. 실제로 저는 모든 걸 통제하려 들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삶은 외롭고 고달프며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법인데 말이지요. 삶을 좀 더 믿고 맡겨야 했습닏. 삶에서 가장 좋았던 일들은 거의 대부분이 제 계획이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지시하고 예측하려 들수록 즐거움은 사라지고 더 괴로워집니다. 긴장할수록 지성의 일부가 사그라질 뿐이지요. (P.175)


스님은 저를 멈춰 세우더니 한 가지를 되새겨주었습니다. "나티코, 책무란 결국 현재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어떻게 하면 삶이 펼쳐지는 데 잘 대응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미래의 계획과 통제와 조직에 덜 신경쓰고 현재에 더 충실하면 됩니다. 완전한 몰입에 빠졌을 때의 기분을 아실 겁니다. 기민하게 주의를 집중하게 되지요. 알아차림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순간에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은 닥치지도 않은 온갖 일에 대응할 방법을 궁리하면서, 혹시나 잘못될지도 모를 상황을 미리 숙고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갈지를 끊임없이 걱정하지도 않지요.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현재에 충실히 대응합니다. 더 현명한 방법이지요. (P.185)


실은 누구나 인간의 삶에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입니다. 이승에서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점입니다. 나머지는 희망, 두려움, 가정, 소망, 예상, 의도 등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저도 모르게 꾹 쥐었던 주먹이 스르르 풀리고, 펼친 손은 삶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P.187)


"존경하는 임금님, 우리 나라를 이토록 정의롭고 복되고 훌륭한 방식으로 다스리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임금은 황금 반지를 꺼내 방문객에게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 반지 안쪽에 그 비밀이 숨어 있노라." 남자는 반지를 받아서 불빛에 대고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게 일시적이지요. 참 나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P. 217)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 단점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거리낌 없이 보살핀다면 또 어떨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 전체가 반드시 좀 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 안의 고귀한 마음가짐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P.223)


2022.07.0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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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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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방문할 때 2번도 아니고, 3번도 아닌 4번의 노크가 적당하다고 한다. 사회과학이나 심리학 측면에서 검증된 내용은 아니고, 이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한적한 밤길을 걸어갈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을 만날 때라고 한다.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여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지만, 낯선 사람을 쉽게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누가 지켜보지 않는다면 나쁜 짓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 호의를 가지고 가까이 올 때 먼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인가 악인가.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선과 악을 넘나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선과 악의 개념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를 살리거나의 극단적인 의미가 아니다. 사소한 행위라도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있고, 우리는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잘한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 이 사회에 그토록 많은 부정부패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자들만 사는 다가구 주택의 복도에서 한 남자가 죽었다. 별로 좋지 않은 동네, 누구나 떠나고 싶은 동네, 사연을 지닌 채 살아가는 여자들만 있는 다가구 주택의 3층에서 발견된 남자의 시신. 뭔가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보이는 시작이다. 초반부는 3층에서 거주하는 거주자들의 진술을 들려주고, 후반부는 이 거주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생각을 들려준다.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했다.

처음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생각났다. 하지만, 결말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남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나서도 끝이 아니었다. 인간의 선과 악의 다툼에 끝이 있겠는가.


한때 일본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식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번에 잘 짜인 재미있는 한국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 앞으로 케이시 작가의 행보가 기대된다.


2022.06.0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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