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단순한 PC 게임만 하다가 직장에 취직한 후 처음으로 비디오 게임을 접했다. 직접 번 돈으로 플레이 스테이션 2 게임기를 샀다. 그때 미친 듯이 한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 10과 메탈기어 솔리드 2였다. 그 당시만 해도 비디오 게임기는 일본에서 만든 플레이 스테이션이 대세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 게임 매체는 CD에서 블루레이까지 발전했다. 한국 비디오 게임 시장의 메카인 국제 전자센터에 가서 신작 게임을 사고, 가지고 있던 게임을 팔았다. 한정판에도 관심이 많아서 피겨 포함한 한정판도 샀고, 많은 게임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일본에서 만든 게임과 게임기에 흥미를 잃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엑스박스 게임기에 빠져들었다. 서양식 RPG와 FPS 멀티플레이 게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그나마 자제를 했던 거 같다. 만약, 학생 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엑스박스 360을 거쳐 엑스박스 원 엑스로 넘어오면서 블루레이 매체를 이용한 게임 진행은 파일을 다운로드 후 내장 하드에 설치해서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더 이상 블루레이 구매나 중고 거래는 하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게임 패쓰라는 게임 구독제 시스템이 나오면서 게임 미디어는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유부남들이 이런 파일 다운로드 방식을 선호할 것 같은데, 와이프 몰래 게임 구매한 것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기를 직접 켜서 다운로드한 파일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카드 구매 내역만 적당히 둘러대면 게임 라이브러리에 늘어나는 게임을 보면서 흐뭇해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모아 놓은 게임 공략집, 설정집, CD, 블루레이를 모두 버리거나 당근 마켓에 팔았다. 어쩌면 비디오 게임 구매 형태가 바뀌면서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당근 마켓에 팔아서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어서 싸게 넘겼다. 당근 마켓에 올리기 전에 고민했지만, 일단 처리하고 나니 더 이상 생각도 안 나고, 이것들을 지켜보면서 고민하던 것이 없어지니 마음도 편해졌다.




앞으로 구독 서비스,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음악 CD, 영화나 게임 DVD, 블루레이는 소수의 마니아들만 찾을 것이다. 미디어 매체 기준으로 본다면, 미니멀 라이프 하기에 좋은 세상이다. 그러나,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한다는 기준으로 봤을 때 비디오 게임기, 게임기 전용 TV, 스피커, CD 플레이어 등도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다. 몇 번씩이나 그냥 없앨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아직 처리를 못하고 있다. 예전보다 게임하는 시간과 CD로 음악을 듣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만약, 미니멀 라이프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인생에 자리 잡으면, 이것들 또한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전까지 잠시 보류하자는 생각을 한다. 마음 약한 모습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아래 사진에서 창문을 가리고 있는 TV와 밑에 위치한 게임기, 스피커 등을 버리면, 창문 앞이 훨씬 깨끗해지고, 넓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부족하니.




나에게 필요한 것만 가진다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 방향이라면, 필요한 것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취미 생활을 하고 싶은데, 취미에 필요한 것들을 소유하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만약 소유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소유해야 할까? 어느 정도이면 만족해야 할까? 좀 더 버리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다.


2020.3.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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